토비트
1장 1절 이 책은 토비트에 관한 이야기를 적은 것이다. 토비트는 납달리 지파의 아시엘 집안에 속한 사람으로서 그의 아버지는 토비엘, 할아버지는 하나니엘, 증조부는 아두엘, 고조부는 가바엘이었다. 가바엘의 아버지는 라파엘이었고 할아버지는 라구엘이었다.
1장 2절 토비트는 아시리아 왕 살마네셀 때에 티스베라는 곳에서 살다가 포로로 잡혀 간 사람이었다. 티스베는 갈릴래아 지방 납달리 케데스 남쪽에 있는 곳으로서 아세르에서는 서쪽 언덕에, 포고르에서는 북쪽에 위치한 곳이었다.
1장 3절 나 토비트는 평생토록 진리와 정의의 길을 걸어 왔다. 나는 나와 함께 아시리아의 니느웨 지방으로 귀양살이를 간 형제들과 동포들에게 많은 자선을 베풀었다.
1장 4절 내가 어려서 이스라엘 땅 내 고향에 살고 있을 때에 내가 속한 납달리 지파의 모든 사람이 내 조상 다윗 왕조를 배반하고 예루살렘으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모든 지파가 희생제물을 드리는 유일한 장소로 선택된 곳이다. 거기에는 하느님께서 거처하실 성전이 오고오는 모든 세대를 위하여 거룩하게 따로 지어져 있었다.
1장 5절 내 모든 형제들과 내가 속한 납달리 지파의 모든 사람은 갈릴래아의 모든 산에서 이스라엘 왕 여로보암이 단에서 만든 송아지 우상에게 희생제물을 드리곤 하였다.
1장 6절 그러나 나만은 이스라엘 모든 사람이 받은 영원한 법전에 기록되어 있는 대로 명절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 갔다. 그 때마다 나는 밭곡식의 첫수확과 가축의 맏배와 수입의 십분의 일과 처음 깎은 양털을 가지고 예루살렘으로 급히 올라 가서
1장 7절 아론의 후예인 사제들에게 주어 제단에 바치게 하였다. 그리고 밀과 포도주와 올리브 기름과 석류와 무화과와 그 밖에 다른 과일들의 십분의 일을 예루살렘 성전에서 봉사하고 있는 레위 지파 사람들에게 주었다. 또 안식년을 제외한 육 년 동안 해마다 또 다른 십분의 일을 팔아 돈으로 바꾸어 가지고 예루살렘에 가서 비용으로 썼다.
1장 8절 고아와 과부와 이방인으로서 유다교로 개종하고 이스라엘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는 재산의 십분의 일을 나누어 주었다. 삼 년마다 나는 그 선물을 그들에게 가지고 가서 모세의 율법서에 제정된 법대로, 또 우리 할아버지 하나니엘의 어머니 드보라가 명령한 대로 그들과 함께 먹었다. 내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나는 고아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1장 9절 나는 장성하여 우리 가문에서 아내를 맞아 아들을 낳고 그의 이름을 토비아라고 불렀다.
1장 10절 내가 포로가 되어 아시리아로 귀양을 가서 니느웨성으로 끌려 갔을 때에 내 형제들과 동족들은 모두 이방인의 음식을 먹었다.
1장 11절 그러나 나는 단호하게 그런 음식을 먹지 않았다.
1장 12절 이렇게 내가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을 섬겼기 때문에
1장 13절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 나로 하여금 살마네셀왕의 총애와 귀여움을 받게 해 주셨다. 그래서 나는 왕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들이는 벼슬을 맡게 되었다.
1장 14절 왕이 죽을 때까지 나는 자주 메대에 가서 왕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사오곤 하였다. 그 때에 나는 메대 지방에 살고 있는 내 친척 가브리의 아들 가바엘에게 은 십 달란트가 든 자루를 맡겼었다.
1장 15절 살마네셀이 죽고 그의 아들 산헤립이 왕위를 물려받았을 때에 메대로 가는 길이 차단되어 있어서 나는 그리로 갈 수가 없었다.
1장 16절 살마네셀왕 때에 나는 내 형제들과 동족을 위하여 자선사업을 많이 하였다.
1장 17절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먹을 것을 주었고 헐벗은 사람들에게는 입을 것을 주었으며 내 동족 가운데 어떤 사람이 죽어서 니느웨성 밖에 버려져 있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을 묻어 주었다.
1장 18절 산헤립왕이 유다를 침공했을 때 하느님을 모독했기 때문에 하늘의 왕이신 하느님께서 그에게 벌을 내리신 일이 있었는데 그는 유다로부터 도망쳐 나와서 홧김에 이스라엘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시체를 묻어 주었다. 내가 그들의 시체를 훔쳐다가 묻어 주었기 때문에 산헤립왕은 그 시체를 찾아 보았지만 찾아 낼 수가 없었다.
1장 19절 그 때 어떤 니느웨 시민이 왕에게 가서 내가 그 시체들을 묻어 주었다는 정보를 제공하였다. 그래서 나는 몸을 숨겼다. 왕이 내 비밀을 다 알고 있다는 것과 나를 잡아 죽이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 나는 무서워서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1장 20절 그러자 내 모든 재산은 몰수를 당하여 왕의 재산이 되었고 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나의 처 안나와 아들 토비아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1장 21절 그 후 사십 일도 못 되어서 왕의 두 아들이 왕을 죽이고 아라랏 산으로 도망쳐 버렸다. 왕의 뒤를 이어 왕자 에살하똔이 왕위에 오르고, 나의 동생인 아나엘의 아들 아히칼에게 나라의 재정이 맡겨졌다. 그래서 아히칼은 모든 행정의 책임을 맡게 되었다.
1장 22절 그 후 아히칼은 나를 위하여 왕에게 특청을 드렸으므로 나는 니느웨로 돌아 왔다. 아히칼은 산헤립왕 때에 수라상을 주관하고 옥새를 보관하고 모든 행정 재무를 맡아 보던 사람이었다. 에살하똔은 아히칼을 그대로 그 자리에 다시 임명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아히칼은 나의 가까운 친척, 즉 조카였다.
2장 1절 에살하똔왕 때에 나는 집으로 돌아 와 내 아내 안나와 아들 토비아를 되찾게 되었다. 과월절로부터 칠 주간 후에 거룩하게 지키는 우리의 명절 즉 오순절에 나를 위하여 큰 잔치가 베풀어져 나는 그 자리에 가 앉았다.
2장 2절 내 앞에 있는 식탁에는 여러 가지 음식이 즐비하게 놓여져 있었다. 그 때에 나는 아들 토비아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얘야, 니느웨에 잡혀 온 우리 동포 중에 진심으로 하느님을 공경하는 가난한 사람이 있을 터이니 가서 찾아 내어 이리로 데려 오너라. 그러면 내가 그와 함께 이 음식을 나누도록 하겠다. 네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마."
2장 3절 토비아는 이 말을 듣고 우리 동포 중에 가난한 사람을 찾으러 나갔다가 황급히 돌아 와서 "아버지!" 하고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이냐?" 하고 묻자 그가 대답하였다. "아버지, 우리 동포 한 사람이 살해되었읍니다. 목졸려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시체가 장터에 그대로 버려져 있읍니다."
2장 4절 이 말을 듣고 나는 음식에 손도 대지 않고 벌떡 일어나 뛰쳐 나갔다. 그리고 큰 거리에서 그 시체를 들어다 어떤 헛간에 감추어 두었다. 해가 진 후에 그 시체를 매장할 생각이었다.
2장 5절 이렇게 시체를 감추어 둔 다음 집에 돌아 와서 몸을 깨끗이 씻고 슬픔에 싸인 채 음식을 먹었다.
2장 6절 나는 예언자 아모스의 말이 생각나서 울었다. 일찌기 아모스는 베델을 두고 이렇게 말하였던 것이다. "너희의 잔치는 변하여 울음바다가 되고 너희의 모든 노래는 변하여 통곡이 될 것이다."
2장 7절 해가 진 후에 나는 나가서 무덤을 파고 그 시체를 묻었다.
2장 8절 이웃 사람들은 나를 비웃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람은 지난 번에도 이런 일 때문에 사형감으로 수배되어 도망을 갔었는데 이제 또다시 죽은 사람을 묻어 주다니, 겁이고 뭐고 다 없어진 모양이지?"
2장 9절 그 날 밤 나는 몸을 깨끗이 씻고 뜰 안으로 들어 가 담 옆에 누워서 잠을 잤다. 너무나도 더워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2장 10절 내 옆에 있는 담 위에 참새들이 있는 것을 나는 몰랐다. 그 때에 뜨거운 참새 똥이 바로 내 눈에 떨어져서 내 양쪽 눈에는 흰막이 생기게 되었다. 나는 의사를 찾아 가 치료를 해 보았지만 약을 아무리 발라도 소용이 없었고 내 눈은 그 흰막 때문에 점점 시력이 약해져서 마침내는 시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이렇게 눈이 먼 채 사 년을 지냈다. 내 모든 친족이 나 때문에 슬퍼하였고 아히칼은 자기가 엘리마이스로 갈 때까지 이 년 동안 나를 돌보아 주었다.
2장 11절 그 때에 내 아내 안나는 여자들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에 품을 팔았다.
2장 12절 내 아내는 자기가 일하여 만든 물건을 주인들에게 갖다 주고 삯을 받곤 하였다. 디스트로스월 즉 삼월 칠일 내 아내는 자기가 짠 베를 끊어 가지고 그 주인에게 갖다 주었다. 그랬더니 주인은 삯을 다 지불할 뿐 아니라 자기 염소 중에 새끼 염소 한 마리를 주면서 잡아 먹으라고 하였다.
2장 13절 내 아내가 집으로 돌아 올 때 그 새끼 염소가 울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나는 아내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이 새끼 염소는 어디서 난 거요? 혹 훔친 것은 아니오? 어서 그놈을 주인에게 돌려 주시오. 우리에게는 남의 것을 훔쳐 먹을 권리가 조금도 없소."
2장 14절 그러나 내 아내는 "이것은 품삯에다 덤으로 얹어 받은 것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래도 나는 아내를 믿지 못하여 그 염소 새끼를 돌려 주라고 재촉하며 이 일로 인해서 아내를 향하여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내 아내는 "당신이 베푼 자선으로 얻은 것이 무엇입니까? 당신이 쌓은 덕행으로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지금 이꼴이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읍니다" 하고 말했다.
3장 1절 나는 마음이 몹시 괴로와 신음을 하며 크게 울었다. 그리고 흐느끼면서 이렇게 기도하였다.
3장 2절 "주님, 주님은 올바르십니다. 주님이 하신 모든 일은 올바르며 주님은 모든 일을 자비롭고 참되게 하십니다. 주님은 이 세상을 심판하시는 분이십니다.
3장 3절 주님, 나를 기억하시고 나를 돌보아 주소서. 내 죄를 벌하지 마시고 나와 내 조상이 알지 못하고 주님께 저지른 죄를 벌하지 마소서.
3장 4절 우리는 주님의 계명을 어겼읍니다. 그래서 주님은 우리를 내주시어 약탈과 추방과 죽음을 당하게 하셨읍니다. 우리는 만방에 흩어져서 모든 사람의 이야깃거리와 조롱거리가 되었읍니다.
3장 5절 우리는 주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았고 주님 앞에서 참되게 살지 못했읍니다. 이러한 죄인들에게 내리시는 주님의 갖가지 심판은 모두 참되십니다.
3장 6절 이제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나를 처치하시고 명령을 내리시어 내 영혼을 나에게서 떠나게 하소서. 그러면 나는 이 땅에서 떠나 흙으로 돌아 갈 것입니다. 나에게는 당치 않은 조롱이 들려 오고 많은 슬픔이 나를 짓누르고 있으니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3장 6절 주님, 이 고뇌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 주시고 영원한 곳으로 나를 보내 주소서. 주님, 나를 외면하지 마소서. 살아서 이 많은 고뇌를 겪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어서 이 조롱을 듣지 않는 편이 낫겠읍니다."
3장 7절 바로 그 날 메대의 엑바타나에 살고 있던 라구엘의 딸 사라도 자기 아버지의 여종 한 사람에게서 조롱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3장 8절 사라는 일곱 번이나 결혼을 하였지만 사라가 그들과 부부관계도 맺기 전에 아스모데오라는 악한 귀신이 그 남편들을 번번이 죽여 버렸다. 그래서 그 여종이 사라에게 이렇게 말하였던 것이다. " 당신 남편을 죽인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오. 당신은 이미 일곱 번이나 결혼을 했지만 제대로 결혼생활을 한 일은 한 번도 없읍니다.
3장 9절 당신 남편들이 죽었으면 죽었지 왜 우리를 때리지요? 당신도 그들을 따라 죽어 버리시오. 그러면 우리는 당신의 아들이나 딸의 꼴을 영 보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3장 10절 그 날 사라는 마음이 몹시 슬퍼서 눈물을 흘리며 자기 아버지의 집 이층으로 올라 가 목을 매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생각을 고쳐 먹고 혼자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러다가는 사람들이 내 아버지를 조롱하면서 '당신의 자식이라고는 딸 하나밖에 없는데 그 애가 괴로움을 참다 못해 목을 매고 말았구료' 하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나 때문에 연로하신 아버지께서 슬퍼서 돌아가시게 될 것이다. 나 스스로 목을 매는 것보다 주님께 간구하여 내 목숨을 거두어 가시도록 하는 편이 낫겠다. 그러면 이런 조롱을 더 듣지 않아도 되겠지."
3장 11절 그 때 사라는 창문을 향하여 자기 양팔을 벌리고 이렇게 기도하였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찬미를 받으소서! 주님의 이름으로 하여금 영원히 찬미받게 하소서. 주님이 하시는 모든 일을 통해서 영원한 찬미를 받으소서.
3장 12절 지금 나는 얼굴을 들어 주님을 우러러 뵈옵니다.
3장 13절 주님, 명령을 내리시어 나를 이 땅에서 떠나게 하시고 다시는 이런 조롱을 듣지 않게 하소서.
3장 14절 주님, 주님이 아시는 대로 나는 남자에게서 조금도 더럽혀지지 않은 순결한 여자입니다.
3장 15절 내가 귀양살이하는 이 땅에서 내 이름이나 내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힌 일이 없읍니다. 나는 내 아버지의 외딸이며 나밖에는 대를 이을 자식이 없읍니다. 나를 아내로 맞아 줄 가까운 형제나 친척도 없읍니다.
3장 15절 나는 이미 남편을 일곱이나 잃었읍니다. 더 살아 무엇하겠읍니까? 내 목숨을 거두어 가시는 것이 주님의 뜻이 아니라면 이 하소연을 들어 주소서."
3장 16절 바로 그 때 토비트와 사라의 기도가 영광스러운 하느님 앞에 도달하였다.
3장 17절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라파엘을 보내시며 그 두 사람의 고민을 풀어 주게 하셨다. 즉 토비트에게는 그의 눈에서 흰막을 벗겨 내어 그 눈으로 하느님의 빛을 다시 보게 하시려는 것이었고, 라구엘의 딸 사라에게는 그에게 붙어 있던 악한 귀신 아스모데오를 쫓아 내고 토비트의 아들 토비아의 아내가 되게 해 주시려는 것이었다. 사라를 차지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누구보다도 토비아가 그 자격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토비트가 뜰에서 집으로 들어 간 바로 그 순간에 라구엘의 딸 사라도 이층에서 내려왔다.
4장 1절 그 날 토비트는 자기가 전에 메대의 라게스에 사는 가바엘에게 돈을 맡겨 두었던 일이 머리에 떠올라서,
4장 2절 "내가 죽음을 간청하였으니 죽기 전에 아들 토비아를 불러 이 돈 이야기를 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4장 3절 그래서 그는 토비아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거든 잘 묻어 다오. 그리고 네 어머니를 소홀히 대하지 말고 평생토록 존경하며 그 마음에 드는 일만 해 드려라. 어머니 마음을 슬프게 해서는 안 된다.
4장 4절 네가 태중에 있을 때 네 어머니가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까 생각해 보아라. 네 어머니가 죽거든 같은 무덤에 나와 나란히 묻어 다오.
4장 5절 얘야, 너는 일생 동안 우리 주 하느님을 기억하고 죄를 짓거나 하느님의 계명을 어기려고 하지 말아라. 너는 평생토록 옳은 일을 행하고 옳지 않은 길은 걷지 말아라.
4장 6절 네가 진리를 따르기만 한다면 무슨 일을 하든지 성공할 것이다.
4장 7절 옳은 일을 행하는 모든 사람에게, 너에게 있는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자선을 베풀 때에는 아까와하는 마음을 갖지 말아라. 가난한 사람을 만나거든 그가 누구든지 외면하지 말아라. 그러면 하느님께서도 너에게서 얼굴을 돌리시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다.
4장 8절 네 재산 정도에 맞게 힘 닿는 데까지 자선을 베풀어라. 네가 가진 것이 적더라도 주저하지 말고 적은 대로 자선을 베풀어라.
4장 9절 이렇게 하는 것은 네가 곤경을 당하게 되는 날을 대비하여 좋은 보물을 쌓아 두는 일이 된다.
4장 10절 자선은 자선을 베푸는 사람을 죽음에서 건져 내고 암흑에 빠지지 않게 해 주는 것이다.
4장 11절 누구든지 자선을 베풀면 그 자선은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바치는 좋은 예물이 된다.
4장 12절 얘야, 모든 음란한 일을 피하여라. 무엇보다도 네 조상의 가문에서 네 아내를 택하여라. 네 아버지의 부족에 속하지 않은 이방인 여자를 아내로 택하지 말아라. 우리는 예언자들의 후손이다. 얘야, 우리의 옛 조상 노아와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을 생각해 보아라. 그들은 모두 자기들의 친족 가운데서 아내를 얻었고 축복을 받아 그들의 자녀를 낳았다. 이제 그들의 후손이 이 땅을 차지할 것이다.
4장 13절 얘야, 네 친족을 사랑하여라. 네 친족에 대하여나 네 동포의 자녀들에 대하여 교만한 마음을 품지 말아라. 너는 그들 중에서 네 아내를 택해야 한다. 교만은 파멸과 많은 혼란을 가져오는 법이다. 태만은 집안을 망치고 큰 가난을 몰고 온다. 태만은 기근의 어미다.
4장 14절 너를 위하여 일해 준 사람이 누구든지간에 그의 품삯을 당장에 치러 주고 다음날까지 미루지 말아라. 네가 하느님을 섬기면 하느님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얘야, 무슨 일을 하든지 조심해서 하고, 네 모든 몸가짐을 신중하게 하여라.
4장 15절 네가 싫어하는 일은 아무에게도 행하지 말아라. 포도주를 취하도록 마시지 말고 술에 취하는 버릇을 갖지 않도록 하여라.
4장 16절 굶주린 사람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 주고 헐벗은 사람에게 네 의복을 나누어 주어라. 필요 이상의 물건이 너에게 있거든 그것으로 남을 구제하고 남을 구제할 때에는 아까운 마음을 품지 말아라.
4장 17절 하느님의 법대로 살다가 죽은 사람의 장례식을 치를 때에는 네 음식을 아낌없이 제공해 주어라.
4장 18절 지혜로운 사람이 있거든 그에게서 조언을 구하고 너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은 무엇이든지 소홀히 여기지 말아라.
4장 19절 언제나 주 하느님을 찬양하고 네가 가는 길을 평탄케 해 주시기를 간구하여라. 그러면 네가 어디를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성공할 것이다. 어느 민족이나 다 그런 인도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께서 원하시는 민족에게만 친히 온갖 좋은 것들을 베풀어 주신다. 주께서 원하시지 않는 민족은 여지없이 멸망시키신다. 그러니 얘야, 내 훈계를 네 마음에 새기고 너에게서 떠나 가지 않도록 하여라.
4장 20절 내가 전에 메대의 라게스에 사는 가브리의 아들 가바엘에게 은 십 달란트를 맡겨 둔 일이 있으니 너도 알아 두어라.
4장 21절 네가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모든 죄악을 멀리하며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행한다면 너는 부유하게 될 것이다."
5장 1절 그 때 토비아는 아버지 토비트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일러 주신 모든 일을 다 행하겠읍니다.
5장 2절 그렇지만 가바엘이 저를 모르고 저도 그를 모르는데 어떻게 그에게서 돈을 받을 수가 있겠읍니까? 제가 그에게서 그 돈을 받으려면 내가 누구라는 것을 알리고 저를 믿게 하여야 할 터인데 무슨 증거를 그에게 보여 주어야 하겠읍니까? 저는 메대로 가는 길도 모릅니다."
5장 3절 토비트는 자기 아들 토비아에게 이렇게 일러 주었다. "전에 가바엘과 나는 증서를 만들어서 각각 서명을 한 후 그것을 두 조각으로 찢어서 하나는 내가 간직하고 다른 하나는 돈과 함께 그에게 맡겨 두었다. 내가 그 돈을 맡겨 둔 지가 이십 년이나 되었다. 얘야, 네가 믿을 만한 사람을 하나 구해 가지고 가바엘에게 함께 가서 돈을 받아 오도록 하여라. 함께 갔던 사람에게는, 네가 돌아 온 후에 보수를 주도록 하자."
5장 4절 토비아는 밖으로 나가서 메대로 가는 길을 잘 알 뿐만 아니라 자기와 함께 가 줄 사람을 찾아 보았다. 그러던 중 그는 천사 라파엘을 만났는데 자기 앞에 서 있는 그가 하느님의 천사인 줄은 몰랐다.
5장 5절 토비아가 라파엘에게, "당신은 어디서 오셨읍니까?" 하고 묻자 " 나는 당신의 동족 이스라엘 사람으로서 여기 일자리를 찾아 왔읍니다" 하고 라파엘이 대답하였다. 토비아가 다시 "당신은 메대로 가는 길을 잘 아십니까?" 하고 묻자,
5장 6절 라파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알고말고요. 거기 여러 번 가 보았읍니다. 그리로 가는 길이라면 안 가 본 길이 없어서 모두 다 잘 알고 있읍니다. 그 곳 라게스에 사는 우리 동족 가바엘의 집에서 묵곤 했지요. 라게스는 산골 동네이기 때문에 엑바타나에서 라게스까지 가려면 꼬박 이틀이 걸립니다."
5장 7절 토비아는 라파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좀 기다려 주십시오. 집으로 들어 가 아버지께 여쭙고 나오겠읍니다. 당신은 나와 함께 꼭 가 주셔야 하겠읍니다. 거기에 대한 보수는 물론 드리지요."
5장 8절 그 때에 천사가 "예, 기다리지요. 지체하지만 마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5장 9절 토비아는 집으로 들어 가서 아버지 토비트에게 보고하였다. "우리 이스라엘 동족 한 사람을 만났읍니다." 그러자 토비트가 "얘야, 그 사람을 불러 오너라. 그 사람이 어느 집안과 어떤 지파에 속하는지 들어 보고 네가 믿고 데리고 갈 만한 사람인지 알아 봐야겠다" 하고 말하였다. 토비아는 밖으로 나가서 라파엘을 부르며 "여보시오, 제 아버지께서 당신을 부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5장 10절 하느님께서 당신을 고쳐 주실 것입니다. 어서 기운을 내십시오" 하고 격려하였다. 토비트는 "내 아들 토비아가 메대로 가려고 하는데 당신이 함께 가며 그의 길을 인도해 줄 수 있겠읍니까? 보수는 드리겠읍니다" 하고 청하였다. 라파엘이 대답하였다. "예, 함께 갈 수 있읍니다. 나는 모든 길을 잘 알고 있읍니다. 메대에는 여러 번 가 보았고 그 곳 들과 산을 두루 다녀 보았기 때문에 어느 길이고 모르는 길이 없읍니다."
5장 10절 라파엘이 그 집에 들어 가자 토비트가 먼저 인사하였다. "기쁨이 충만하시기를 빕니다" 하고 라파엘이 답례를 하자 토비트가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무엇을 가지고 기뻐하겠읍니까? 나는 눈이 먼 사람으로서 하늘의 빛을 보지 못하고 빛을 보지 못하는 죽은 자처럼 암흑 속에 잠겨 있읍니다. 나는 살아 있으나 죽은 사람이나 다름 없읍니다. 사람의 말소리는 들어도 그들의 얼굴은 보지 못합니다." 그러자 라파엘이 "기운을 내십시오. 멀지 않아
5장 11절 "당신은 어느 지파, 어느 가문에 속합니까? 나에게 말해 주시오" 하고 토비트가 청하자,
5장 12절 라파엘은 "내 출신 지파는 알아서 무엇하시겠읍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토비트가 다시 "당신이 정말 누구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싶읍니다" 하자,
5장 13절 "나는 당신의 동족인 위대한 아나니아의 아들 아자리아입니다" 하고 라파엘이 대답하였다.
5장 14절 이 말을 듣고 토비트가 말하였다. "참 잘 오셨읍니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내가 당신의 가문에 대해서 캐물은 것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알고 보니 당신은 나의 동족일 뿐 아니라 훌륭하고 좋은 집안에 태어나셨군요. 나는 스마야의 두 아들 아나니아와 나단을 전부터 알고 있읍니다. 그들은 나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 가서 같이 예배를 드리곤 했지요. 그들은 한번도 탈선한 일이 없는 좋은 사람들입니다. 당신은 정말 훌륭한 집안에서 태어났군요. 이렇게 오셔서 반갑습니다."
5장 15절 토비트는 계속하여 말하였다. "나는 당신에게 하루 한 드라크마를 보수로 드리겠읍니다. 그리고 내 아들에게 주는 여비와 같은 액수의 여비를 드리겠읍니다. 내 아들을 데리고 갔다 오십시오.
5장 16절 그러면 정한 보수 외에도 좀더 생각해 드리겠읍니다." 라파엘이 대답하였다. "내가 그를 데리고 함께 갔다 오겠읍니다. 그 여행길은 안전하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잘 갔다가 무사히 돌아 오겠읍니다."
5장 17절 토비트는 "여행 중에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하고 라파엘에게 말한 다음 자기 아들을 불러서 "얘야, 길 떠날 채비를 하고 네 동족인 이분과 함께 떠나거라.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여행길에 너희를 보호해 주시고 무사히 돌아 오게 해 주시기를 빈다. 하느님의 천사가 너와 동행하며 지켜 주시기를 빈다" 하고 말하였다. 토비아는 길을 떠나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입을 맞추었다. 토비트가 토비아에게 "몸 성히 갔다 오너라" 하고 말하였다.
5장 18절 그 때 토비아의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리며, "어쩌자고 내 아이를 보냅니까? 그 애는 늘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우리의 지팡이 구실을 하지 않아요?
5장 19절 돈은 더 해서 무엇해요? 그 돈 때문에 우리 아이를 희생시킬 수야 없지 않아요?
5장 20절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만큼만 가지고 살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하고 말했다.
5장 21절 토비트는 자기 아내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조금도 염려하지 말아요. 우리 아이는 잘 갔다가 무사히 돌아 올 테니까. 그 애가 당신 곁으로 무사히 돌아 오는 날을 당신 눈으로 직접 보게 될 것이오.
5장 22절 그러니 여보, 염려하지 말아요. 이 두 사람 때문에 걱정할 것은 조금도 없소. 선한 천사가 토비아와 동행할 테니, 이 애는 여행을 잘 끝마치고 무사히 돌아 올 것이오."
6장 1절 이 말을 듣고 토비트의 아내는 울음을 그쳤다.
6장 2절 토비아와 라파엘은 길을 떠났다. 그 집의 개도 따라 나서서 그들과 동행하였다. 그 둘은 길을 가다가 밤이 되어 티그리스강 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6장 3절 토비아가 발을 씻으려고 물가에 내려 갔을 때에 커다란 물고기가 물에서 뛰어 올라 그 소년의 발을 잘라 먹으려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소리를 질렀다.
6장 4절 그 때에 천사가 소년에게 "그 물고기를 놓치지 말고 붙잡아라" 하고 말하였다. 토비아는 그 물고기를 붙잡아 가지고 뭍으로 끌어 올렸다.
6장 5절 그러자 천사 라파엘이 말하였다. "그 물고기의 배를 갈라서 쓸개와 염통과 간은 꺼내어 잘 보관하고 나머지 내장은 다 버려라. 그 쓸개와 염통과 간은 약으로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6장 6절 토비아는 물고기의 배를 가르고 쓸개와 염통과 간을 따로 간수한 다음, 물고기의 일부분은 구워서 먹고 나머지는 소금에 절여 두었다. 그들 둘은 여행을 계속하여 마침내 메대 근처에까지 이르렀다.
6장 7절 그 때에 토비아가 천사 라파엘에게 "아자리아 형님, 이 물고기의 염통과 간과 쓸개는 도대체 무슨 약으로 쓰입니까?" 하고 묻자
6장 8절 천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물고기의 염통과 간은 악마를 퇴치하는 데 쓰는 것이다. 악한 귀신이나 악령에 사로잡힌 남자 또는 여자 앞에서 그것들을 태워 연기를 피우면 그 악한 것들이 주던 괴로움이 깨끗이 사라지고 다시는 그 괴로움이 그 사람에게 돌아 오지 않는다.
6장 9절 그리고 쓸개는, 그것을 흰막이 생긴 눈에 바르고 흰막에 닿도록 불어 넣으면 시력이 회복된단다."
6장 10절 그들이 메대 땅에 들어 가 엑바타나에 이르렀을 때에
6장 11절 라파엘이 "토비아" 하고 부르자 "왜 그러십니까?" 하고 토비아가 대답하였다. 라파엘이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오늘 밤 라구엘의 집에서 묵어야 하겠는데 그 사람은 네 친척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사라라는 딸이 있다.
6장 12절 그의 자녀라고는 사라밖에 없다. 너는 사라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니만큼 어느 누구보다도 그 여자를 차지할 권리가 있고 그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 그 여자는 영리하고 용감하고 대단히 아름다우며 그의 아버지도 훌륭한 분이다."
6장 13절 라파엘은 계속하여 말했다. "너는 그 여자와 결혼할 자격이 있으니 내가 오늘 밤 그 여자의 아버지에게 그 여자를 네 신부로 데려 가게 해 달라고 청하겠다. 우리가 라게스에 갔다가 돌아 와서 혼인잔치를 베풀도록 하자. 내가 알기에는 라구엘이 자기 딸과 네가 결혼하는 것을 막거나 그 딸을 다른 데 시집 보내는 일은 결코 할 수 없다.
6장 13절 누구보다도 네가 그의 딸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그가 알면서도 이행하지 않으면 모세 율법의 규정에 따라 사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오늘 밤 라구엘에게 그 처녀에 관하여 상의를 하고 너와 그 처녀의 약혼식을 올리도록 하자. 그리고 우리가 라게스에 갔다가 돌아 와서 그 여자를 데리고 네 집으로 함께 돌아 가자."
6장 14절 그 때에 토비아가 라파엘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자리아 형님, 나는 그 여자가 이미 일곱 번이나 결혼했었다는 말을 들었읍니다. 그와 결혼한 남편들은 신방에서 모두 죽었다지요? 첫날밤 그 여자에게 가까이 가려다가 모두 죽었다면서요? 귀신이 그들을 죽였다는 소문도 들었읍니다.
6장 15절 나도 죽을까 겁이 납니다. 귀신이 그 여자는 해치지 않고 그 여자를 가까이하려는 남자만을 죽인답니다. 나는 우리 집안의 외아들입니다. 만일 내가 죽는다면 내 부모가 나 때문에 슬퍼하다가 지레 돌아가실 터이니 결국 내가 그들을 죽이는 셈이 될 것입니다. 내 부모에게는, 그들을 묻어 드릴 자식이 나밖에 없읍니다."
6장 16절 라파엘이 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아버지의 명령을 잊었느냐? 네 가문에 속하는 여자와 결혼하라고 명령하시지 않았느냐? 자,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어라. 그 귀신에 대해서는 아무 염려 말고 사라와 결혼하도록 하여라. 틀림없이 오늘 밤에 그 여자가 네 아내가 될 것이다.
6장 17절 네가 신방에 들어 가게 되면 그 물고기의 간과 염통을 꺼내어 향불 위에 올려 놓아 냄새를 피우도록 하여라.
6장 18절 토비아는 라파엘의 말을 들어 사라가 자기의 동생뻘이 되고 자기 아버지 가문의 자손이라는 것을 알자 사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용솟음쳤고 그의 마음은 사라에게서 떠날 줄을 몰랐다.
6장 18절 그러면 귀신이 그 냄새를 맡고 달아나서 다시는 그 여자 곁에 얼씬도 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그 여자와 동침하려 할 때에 우선 둘이서 함께 일어나 하늘에 계신 주님께 기도를 드리며 자비와 구원을 베풀어 주시기를 간구하여라. 그 여자는 처음부터 네 아내로 정해져 있었고 네가 그 여자를 살려 내게 될 터이니 두려워 말아라. 그 여자는 너를 따라 가서 틀림없이 자녀를 많이 낳아 줄 것이다. 그러면 네 집안에 많은 형제가 생길 것이다. 자, 염려하지 말아라."
7장 1절 토비아는 엑바타나에 도착하자 라파엘에게 "아자리아 형님, 우리 친척 라구엘의 집에 곧장 데려다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그래서 그는 토비아를 라구엘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들은 라구엘이 대문 곁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먼저 인사하였다. 라구엘은 " 어서 오십시오. 젊은이들, 참 반갑습니다" 하고 답례를 한 후 그들을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 갔다.
7장 2절 그리고 자기 아내 에드나에게 "이 청년이 어쩌면 이렇게도 내 친척 토비트를 닮았지?" 하고 말하였다.
7장 3절 에드나가 "젊은이들, 당신들은 어디에서 왔읍니까?" 하고 묻자 그들은 "우리는 니느웨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납달리 지파 사람들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7장 4절 에드나가 다시 "그러면 우리 친척 토비트를 아십니까?" 하고 묻자 "알고말고요" 하고 그들이 대답하였다. "그가 잘 있읍니까?" 하고 그 여자가 또 물었을 때에
7장 5절 그들은 "예, 건강하게 지내고 있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이어서 토비아가 "제가 바로 그분의 아들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7장 6절 라구엘은 벌떡 일어나 토비아에게 입을 맞추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7장 7절 "자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바라네. 자네는 훌륭하고 착한 분을 아버지로 모시고 있네. 그렇게 늘 자비를 베푸는 어른이 눈이 멀다니, 참으로 비참하기도 하지!" 라구엘은 자기 친척 토비아의 목을 끌어 안고 울었다.
7장 8절 그의 아내 에드나도 울었고 그의 딸 사라도 따라 울었다.
7장 9절 라구엘은 자기 양떼 중에서 수양 한 마리를 잡아, 그들을 융숭하게 대접하였다. 토비아와 라파엘이 몸과 손을 씻고 저녁을 먹으러 식탁에 둘러 앉았을 때 토비아는 라파엘에게 "아자리아 형님, 라구엘에게 말씀드려 내 친척 사라를 내 아내로 내어 주게 해 주십시오" 하고 부탁하였다.
7장 10절 라구엘이 이 말을 엿듣고 토비아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 밤은 어서 먹고 마시며 즐기게. 자네는 내 가장 가까운 친척이야. 내 딸 사라를 아내로 맞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자네 말고 또 누가 있겠나. 사실 나는 내 딸 사라를 어떤 딴 사람에게 줄 권리가 없네. 그러나 자네에게 밝혀 두어야 할 사실이 있네.
7장 11절 내 딸 사라를 동족에게 일곱 번이나 시집 보냈지만 첫날밤 신랑들이 사라를 가까이하려다가 모두 죽어 버렸네. 그러나 주께서 잘 보살펴 주실 터이니, 어서 먹고 마시게." 토비아가 이 말을 듣고 "제 일을 결정지어 주시기 전에는 여기에서 제가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겠읍니다" 하고 말하자 라구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네. 모세 율법이 지시하는 대로 사라를 자네에게 주겠네. 사라가 자네 아내가 되는 것은 하늘이 이미 정해 놓은 일일세. 자네 친척 사라를 아내로 맞게.
7장 11절 이제부터 자네는 사라의 남편이 되고 사라는 자네의 아내가 되는 것일세. 오늘부터 사라는 영원히 자네 것일세. 하늘의 주님께서 오늘 밤 자네들을 잘 돌보아 주실 것일세. 주님께서 자네들에게 자비와 평안을 베풀어 주시기를 비네."
7장 12절 그리고 라구엘은 자기 딸 사라를 불렀다. 사라가 오자 그는 딸의 손을 잡고 딸을 토비아에게 넘겨 주며 이렇게 말하였다. "모세의 책에 기록되어 있는 율법과 규정에 따라 사라를 자네 아내로 주니, 아내로 맞이하여 아버지 계신 곳으로 잘 데리고 가게.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자네들의 갈 길을 잘 보살펴 주시기를 비네."
7장 13절 라구엘은 사라의 어머니를 불러 종이를 가져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모세 율법의 규정에 따라 사라를 토비아에게 준다는 혼인계약서를 작성하였다.
7장 14절 그리고 나서야 그들은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7장 15절 라구엘은 자기 아내 에드나를 불러서 "여보, 방을 하나 따로 마련하고 사라를 그리로 들여 보내시오" 하고 말하였다.
7장 16절 에드나는 가서 남편의 지시대로 신방을 꾸미고 사라를 그리로 데리고 들어 갔다. 거기에서 딸의 신세를 생각하며 울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7장 17절 "얘야, 용기를 내어라. 하늘의 주님께서 네 슬픔을 거두어 주시고, 기쁨을 내려 주실 것이다. 얘야, 용기를 내라." 이 말을 남기고 에드나는 방에서 나왔다.
8장 1절 그들은 음식을 다 먹고 나자 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신랑을 데리고 가서 신방으로 들여 보냈다.
8장 2절 그 때에 토비아는 라파엘의 말을 기억하고 자기가 가지고 다니는 자루에서 물고기 간과 염통을 꺼내어 타오르는 향불 위에 올려 놓았다.
8장 3절 그 물고기 냄새를 맡고 귀신은 에집트 땅 먼 곳까지 도망을 가버렸다. 그 때에 라파엘은 그 귀신을 날쌔게 쫓아 가서 손발을 묶고 꼼짝도 못하게 해 놓았다.
8장 4절 토비아를 데려다 준 사람들이 신방에서 나와 문을 닫자 토비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사라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여보, 일어나시오. 우리 주님께 기도드리며 우리에게 자비와 구원을 내려 주시기를 간구합시다."
8장 5절 사라가 일어나자 그들은 함께 기도를 드리며 그들을 구원해 주시기를 간구하기 시작하였다. 토비아는 이렇게 기도하였다. "우리 조상의 하느님, 찬양을 받으소서. 주님의 이름으로 하여금 영세무궁토록 찬미받게 하소서. 주님이 창조하신 하늘과 만물로 하여금 영원토록 찬양하게 하소서.
8장 6절 주님은 아담을 창조하셨고, 그를 돕고 받들어 줄 아내로서 하와도 창조하셨읍니다. 그 둘에게서 인종이 퍼졌읍니다.'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를 닮은 짝을 만들어 그를 돕게 하자' 하고 주님은 말씀하셨읍니다.
8장 7절 내가 지금 이 여자를 아내로 맞는 것은 음욕 때문에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참되게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나와 내 아내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늙도록 함께 살게 해 주소서." 그들은 소리를 합하여 "아멘" 하고 말하였다.
8장 8절 그리고 나서야 그들은 그 밤을 지내기 위하여 잠자리에 들었다.
8장 9절 라구엘은 밤중에 일어나 자기 하인들을 불러, 데리고 나가
8장 10절 "신랑이 죽으면 우리는 사람들의 조롱과 비방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면서 무덤을 팠다.
8장 11절 무덤을 다 판 후에 라구엘은 집으로 돌아 가서 자기 아내를 불러,
8장 12절 이렇게 말하였다. "하녀 하나를 들여 보내어 신랑이 살아 있는지 보고 오게 하시오. 그가 죽었으면 아무도 모르게 그를 묻어 버려야겠소."
8장 13절 라구엘 부부는 등불을 켜 가지고 신방 문을 열고 하녀를 들여보냈다. 하녀가 들어 가 보니 신혼부부는 둘 다 깊이 잠들어 있었다.
8장 14절 하녀는 나와서, 토비아는 아무런 해도 입지 않고 살아 있다고 그들에게 보고하였다.
8장 15절 이 보고를 들은 라구엘 부부는 하늘에 계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깨끗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주님을 찬양합니다.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영원히 주님을 찬양하게 하소서.
8장 16절 주님께서 나에게 기쁨을 주셨사오니 감사합니다. 내가 염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게 해 주셨고 도리어 주님은 놀라운 은총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셨읍니다.
8장 17절 주님께서 외아들과 외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셨사오니 감사합니다. 주님, 그들에게 자비와 구원을 베풀어 주시고 주님이 주시는 자비와 기쁨을 누리며 일생을 마치게 해 주소서."
8장 18절 라구엘은 날이 밝기 전에 그 무덤을 메우라고 하인들에게 지시하였다.
8장 19절 라구엘은 자기 아내에게 음식을 많이 장만하라고 이른 다음 목장으로 가서 황소 두 마리와 수양 네 마리를 끌어다가 하인들을 시켜 잡게 하였다. 하인들은 잔치 준비를 시작하였다.
8장 20절 라구엘은 토비아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자네는 열 나흘 동안 절대로 이 곳을 뜨지 말고 여기 내 곁에 머물러 있으면서 먹고 마시게. 지금까지 모든 괴로움에 멍든 내 딸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게.
8장 21절 내 재산의 절반을 당장 줄 테니 자네 아버지에게 갈 때 잘 가지고 가게. 나머지 절반은 나와 내 아내가 죽은 다음 자네들 것이 될 걸세. 여보게 이사람, 씩씩하게 살아 가게. 나는 자네 아버지고 에드나는 자네 어머니일세. 사라가 우리 자식이듯이 자네도 이제부터 영원히 우리 자식일세. 그러니 씩씩하게 살아 가게."
9장 1절 토비아는 라파엘을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9장 2절 "아자리아 형님, 하인 네 사람과 낙타 두 마리를 거느리고 라게스로 가십시오. 가바엘 댁에 가셔서 이 증서를 내주시고 돈을 받아 오십시오.
9장 3절 그리고 그분을 이 혼인잔치에 모시고 오십시오.
9장 4절 형님이 아시는 대로 제 아버지는 날수를 세고 계실 것입니다. 내가 단 하루라도 더 지체하면 아버지께 걱정을 많이 끼쳐 드리게 될 것입니다. 형님은 나의 장인 라구엘이 무슨 맹세를 하셨는지 다 들으셨읍니다. 나는 그가 맹세하신 말씀을 거역할 수가 없읍니다."
9장 5절 라파엘은 하인 네 사람과 낙타 두 마리를 거느리고 메대의 라게스에 있는 가바엘의 집에 가서 머물렀다. 라파엘은 증서를 가바엘에게 넘겨 주고, 토비트의 아들 토비아가 장가를 들었다는 소식과 그가 가바엘을 혼인잔치에 초대한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그러자 가바엘은 곧 봉인한 채로 있는 돈주머니들을 세어서 따로 싸 놓았다.
9장 6절 그들은 다음날 아침 일찍 함께 출발하여 잔치집으로 왔다. 그들이 라구엘의 집에 들어가 보니 토비아는 잔치상을 받고 앉아 있었다. 토비아가 벌떡 일어나 가바엘에게 인사를 하자 가바엘은 눈물을 흘리며 토비아를 축복해 주었다. "훌륭하고 착한 젊은이, 자네 아버지도 훌륭하고 착하고 올바른 자선가이시네. 주님께서 하늘의 축복을 자네와 자네 아내와 자네 아버지와 자네 장모에게 내려 주시기를 비네. 하느님, 감사합니다. 내가 내 사촌 토비아를 만나니 그의 아버지 토비트를 만난 것 같습니다."
10장 1절 한편 토비트는 자기 아들의 왕복 여행에 드는 날수를 날마다 계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수가 다 차도 아들이 돌아 오지 않자,
10장 2절 토비트는 "혹시 그 애가 거기에 붙들려 있는 것이나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가바엘이 죽어서 돈을 돌려 줄 사람이 없는 것이나 아닐까" 하면서
10장 3절 근심하기 시작하였다.
10장 4절 그의 아내 안나는 "그 애는 이제 죽어서 이 세상에는 없어요"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자기 아들의 일로 애통해 하면서, 넋두리를 계속하였다.
10장 5절 "아이고 내 신세야. 내 눈이 어두울 때 내 빛이 되어 줄 너를 어찌하여 내가 떠나 보냈던고!"
10장 6절 이 말을 듣고 토비트는 이렇게 위로하였다. "여보, 그만해 두오. 그 애는 무사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아마 그들에게 여의치 않은 일이 생겼나 보오. 그러나, 토비아와 같이 간 그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고 또 우리 동족 중의 한 사람이 아니오? 그러니 여보, 그 애에 대하여 근심하지 말아요. 멀지 않아 돌아 올 것이오."
10장 7절 "이제는 저를 보내 주십시오. 틀림없이 집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다시 만나 보지 못할 줄로 생각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아버님, 이제 제발 보내 주십시오. 집으로 돌아 가야겠읍니다. 제가 집을 떠나 올 때의 사정은 이미 다 말씀드리지 않았읍니까?"
10장 7절 그러나 안나는 "듣기 싫어요, 나를 속이지 마세요. 내 아이는 벌써 죽었어요" 하고 대꾸하였다. 안나는 날마다 밖으로 뛰쳐 나가 자기 아들이 떠나 가던 길을 살펴 보며 아무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안나는 해가 진 다음에 집에 돌아 와서도 밤새도록 슬프게 흐느껴 울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었다. 라구엘이 자기 딸을 위하여 베풀어 주겠다고 맹세한 십 사 일간의 혼인잔치가 끝나자 토비아는 자기 장인에게 가서 간청하였다.
10장 8절 그러나 라구엘은 토비아에게 "여보게, 좀더 있게. 나와 함께 좀 더 지내세. 자네 춘부장께는 사람을 보내어 자네 소식을 전해 드리겠네" 하고 말하였다.
10장 9절 토비아는 "결코 그럴 수는 없읍니다. 어서 집으로 가야겠으니 제발 여기를 떠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10장 10절 그러자 라구엘은 서슴지 않고 토비아에게 그의 신부 사라를 내어 줄 뿐 아니라 남종과 여종, 소와 양, 나귀와 낙타, 옷과 돈과 그릇 등 자기 재산의 절반을 나누어 주었다.
10장 11절 그리고 무사히 지내던 토비아 일행을 떠나 보내며 그를 끌어 안고 이렇게 말하였다. "여보게, 잘 가게. 아무 탈없이 돌아 가기를 바라네. 하늘에 계신 주님께서 자네 아내 사라를 잘 돌보아 주시기를 비네. 내가 죽기 전에 자네들이 낳은 자식들을 보게 되었으면."
10장 12절 그리고 나서 자기 딸 사라에게도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네 시댁으로 가야 한다. 이제부터 시부모는 너를 낳은 우리들과 똑같은 부모님이시다. 얘야, 잘 가거라.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너에게서 희소식이 들려 오기를 바란다." 그는 끌어 안고 작별인사를 나눈 다음 그들을 떠나 보냈다.
10장 13절 그 때에 에드나도 토비아에게 말하였다. "자네는 내 사랑하는 자식이고 사위일세. 주님께서 자네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시기를 비네. 내가 죽기 전에 자네와 내 딸 사라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을 보게 되기를 바라네. 내가 주님 앞에서 내 딸을 자네에게 맡기니 잘 보살펴 주게. 평생토록 내 딸을 슬프게 해 주지 말게. 자, 잘 가게. 이제부터 나는 자네 어머니이고 사라는 자네의 사랑하는 아내일세. 주님께서 우리들을 다 같이 평생토록 잘 보살펴 주시기를." 에드나는 그 둘에게 입을 맞춰 주고 무사히 떠나 보냈다.
10장 14절 토비아는 건강한 몸과 유쾌한 기분으로 라구엘을 떠나 가며 자기의 여행을 성과 있게 해 주신 천지의 주재이시며 만물의 왕이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마지막으로 라구엘이 토비아에게 한 말은 이러하였다. "자네가 주님의 축복을 받아, 자네 부모의 여생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기를 나는 비네."
11장 1절 토비아의 일행이 니느웨의 맞은편에 있는 카세린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에 라파엘은 토비아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11장 2절 "우리가 집을 떠날 때에 네 아버지가 어떤 형편에 있었는지 잘 알지 않느냐?
11장 3절 네 아내 일행보다, 우리가 빨리 앞서 가서 그들이 따라 오는 동안에 집을 정돈하도록 하자."
11장 4절 라파엘은 이어서 토비아에게, 그 물고기의 쓸개를 손에 들고 가라고 말한 다음, 토비아와 함께 걸음을 재촉하였다.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던 개도 라파엘과 토비아의 뒤를 따랐다.
11장 5절 한편 토비아의 어머니 안나는 주저앉아서 자기 아들이 떠나 가던 길을 지켜 보고 있었다.
11장 6절 그러다가 토비아가 오는 것을 보고 남편 토비트에게 "저기 당신 아들이 옵니다. 함께 갔던 사람도 옵니다" 하고 소리질렀다.
11장 7절 토비아가 자기 아버지에게 가까이 가기 전에 라파엘은 이렇게 말하였다. "틀림없이 네 아버지는 다시 눈을 떠 보게 될 것이다.
11장 8절 그 물고기의 쓸개를 아버지 눈에 발라 드려라. 그러면 그 약이 아버지 눈의 흰막을 줄어들게 하고 마침내는 없애 버릴 것이다. 그래서 네 아버지는 시력을 되찾아 빛을 보게 될 것이다."
11장 9절 안나는 앞으로 달려 나가 아들의 목을 얼싸 안고 "얘야, 내가 너를 다시 만났으니 이제는 죽어도 한이 없겠다"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11장 10절 토비트도 일어서서 허둥거리며 대문 밖으로 나갔다.
11장 11절 토비아는 물고기의 쓸개를 손에 든 채 아버지에게 달려 가 아버지의 눈에 입김을 불어 넣어드렸다. 그리고 아버지의 팔을 붙잡고 "아버지, 기운을 내십시오" 하고 말하며 그 약을 눈에 발라 드린 다음,
11장 12절 양손으로 아버지의 눈 구석에서부터 흰막을 벗겨 내었다.
11장 13절 그 때에 토비트는 아들의 목을 얼싸 안고 "네가 보이는구나, 내가 눈이 멀었을 때 눈노릇을 해 주던 네가!" 하고 말하였다.
11장 14절 그리고 이어서 다음과 같이 감사하였다.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주님의 크신 이름과 모든 거룩한 천사들이 찬미를 받아 마땅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모든 천사들이 영원토록 찬미받으시기를 비옵니다.
11장 15절 주님은 저를 채찍으로 치셨으나 이제 저는 제 눈으로 아들 토비아를 봅니다." 토비아는 기쁨에 넘쳐 소리 높이 하느님을 찬양하며 집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 토비아는 하느님의 돌보심으로 자기 여행에 큰 성과가 있었다는 것과 돈을 찾아 왔다는 것과 라구엘의 딸 사라를 아내로 얻게 된 경위와 자기 아내도 같이 오는데 니느웨 성문 가까이 당도했으리라는 것을 아버지께 보고하였다.
11장 16절 토비트는 기쁨에 넘쳐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자기 며느리를 맞으러 니느웨 성문으로 나갔다. 니느웨 사람들은 토비트가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11장 17절 그 때 토비트는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푸셔서 눈을 뜨게 해 주셨다는 사실을 그들 앞에서 분명히 말하였다. 토비트는 토비아의 아내 사라에게 가까이 가서 그를 축복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악아, 어서 오너라. 너를 우리에게 인도해 주신 네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자. 네 아버지와 내 아들 토비아와 또 너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빈다. 악아, 어서 집으로 들어 가자. 그리고 평안과 축복과 기쁨을 누려라." 그 날 니느웨에 사는 모든 유다인들이 다 같이 기뻐하였다.
11장 18절 그리고 토비트의 조카 아히카르와 나답도 그 집에 찾아 와서 기쁨을 나누었다.
12장 1절 혼인잔치가 다 끝나자 토비트는 토비아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얘야, 너와 함께 갔던 그 사람에게 보수를 어김없이 드리도록 하여라. 그리고 정한 보수 외에도 좀더 얹어 드리기를 잊지 말아라."
12장 2절 토비아가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버지, 그 사람에게 보수를 얼마나 드리는 것이 좋겠읍니까? 그 사람의 덕분으로 내가 가져오게 된 재산의 절반을 그에게 드려도 나는 아깝지 않겠읍니다.
12장 3절 나를 무사하게 인도하고 내 아내의 액운을 면케 해 주고 나를 도와서 그 돈도 찾아 올 수 있게 해 주고 또 아버지의 눈도 뜨게 해 준 분이 바로 그분이 아닙니까? 그러니 그에게 보수를 얼마나 더 드려야 하겠읍니까?"
12장 4절 토비트는 자기 아들에게 "얘야, 그가 가져다 준 모든 것의 절반을 그가 차지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고 대답하였다.
12장 5절 토비아는 라파엘을 불러 "형님께서 가져다 주신 모든 것의 절반을 보수로 드리니 받으시고 안녕히 가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12장 6절 그러자 라파엘은 토비트와 토비아를 조용히 불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하느님께서 두 분에게 그토록 많은 은총을 베풀어 주셨으니, 하느님을 찬양하고 살아 있는 모든 사람 앞에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다른 사람들도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고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하신 일을 존중히 여겨 만민에게 분명히 드러내고 하느님께 감사하기를 게을리하지 마시오.
12장 7절 세상 임금의 비밀은 감추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업적은 드러내어 세상에 알리는 것이 좋으며 또 하느님께 영광을 돌려야 합니다. 두 분께서는 좋은 일을 하십시오. 그러면 두 분에게는 불행이 닥치지 않을 것입니다.
12장 8절 옳지 못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는 것보다는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고 올바른 마음으로 자선을 행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황금을 쌓아 두는 것보다는 자선을 행하는 것이 더 좋은 일입니다.
12장 9절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건져 내고 모든 죄를 깨끗이 없애 버립니다. 자선을 행하는 사람은 장수하게 될 것입니다.
12장 10절 죄를 짓고 옳지 않은 일을 행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파멸시키는 사람입니다.
12장 11절 나는 이제 두 분에게 아무 것도 숨기지 않고 사실을 다 말씀드리겠읍니다. 나는 아까 두 분에게 세상 임금의 비밀은 감추는 것이 좋고 하느님의 업적은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읍니다.
12장 12절 당신 토비트가 기도할 때와 또 사라가 기도할 때 그 기도를 듣고 영광스런 주님께 그 기도를 전해 드린 것이 바로 나였읍니다. 그리고 당신이 죽은 사람을 묻어 주었을 때에도 내가 그 사실을 하느님께 보고드렸읍니다.
12장 13절 언젠가 당신이 잔치자리를 박차고 서슴지 않고 일어나 나가서 시체를 묻어 주던 날, 당신을 시험하기 위해 파견된 자도 바로 나였읍니다.
12장 14절 또 당신의 눈을 뜨게 하고 당신의 며느리 사라의 액운을 면케 해 주려고 하느님께서 보낸 자도 바로 나입니다.
12장 15절 나는 영광스런 주님을 시중드는 일곱 천사 중의 하나인 라파엘입니다."
12장 16절 이 말을 들은 그 두 사람은 당황하다 못해 겁에 질려 그 천사 앞에 엎드렸다.
12장 17절 그러나 라파엘은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고 안심하시오. 영원토록 하느님을 찬양하시오.
12장 18절 내가 당신들과 함께 있었지만 그것은 하느님께서 시키셔서 한 것이고 나 자신의 호의에서 한 것은 아니었읍니다. 그러니 언제나 당신들의 찬양과 찬미를 받으실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12장 19절 당신들은 내가 먹고 마시는 것을 보았지만 내가 정말 먹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그렇게 보였을 뿐입니다.
12장 20절 주 하느님을 찬양하고 감사를 드리시오. 나는 나를 보내신 분에게로 올라 갑니다. 당신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낱낱이 기록하시오." 이 말을 남기고 라파엘은 하늘로 올라 갔다.
12장 21절 토비트와 토비아가 일어나 보니 라파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12장 22절 하느님께서 당신의 천사를 보내시어 그 놀라운 일들을 보여 주신 데 대하여 그들은 찬양과 찬미와 감사를 드렸다.
13장 1절 토비트는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영원히 살아 계시는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를 찬양하여라.
13장 2절 그분은 채찍질을 하시고 또 자비를 베푸신다. 땅 밑바닥 지옥까지 끌어 내리시고, 또 그 무서운 파멸에서 끌어 올리신다. 그 손아귀에서 벗어날 자 아무도 없다.
13장 3절 이스라엘의 자손들아, 이방인들 앞에서 하느님께 감사하여라. 그분이 너희를 이방인들 속에 흩으시고,
13장 4절 거기에서 당신의 위대하심을 너희에게 드러내셨다. 살아 있는 모든 것 앞에서 주님을 높이 받들어라. 그분은 우리 아버지시며, 영원한 하느님이시다.
13장 5절 너희가 옳지 않은 일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벌을 내리시어 이방인들 속에 흩으실 것이고 또 너희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그들 속에서 너희를 건져 내실 것이다.
13장 6절 너희가 진심으로 하느님께 돌아 와 마음을 다하여 그 앞에서 참되게 살면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돌아 오셔서 다시는 외면하시지 않을 것이다. 이제 너희는,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해 주신 일들을 생각하고 소리 높여 그분에게 감사드려라.
13장 6절 나는, 사로잡혀 있는 이 땅에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죄 많은 이방인들에게 그분의 힘과 위대하심을 드러낸다. 죄인들아, 돌아 오라. 하느님 앞에서 올바르게 살아라. 하느님께서 너희를 다시 생각하시고 자비를 베풀어 주실지 누가 알랴?
13장 7절 나는 내 하느님을 높이 받들고 내 마음이 하늘의 임금을 찬양하며, 그분의 위대하심을 생각하여 뛸 듯이 기뻐할 것이다.
13장 8절 모든 사람들아,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선포하고 예루살렘에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라.
13장 9절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아! 주님은 네 자녀들의 행실을 보시고 벌을 내리실 것이며 올바르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다시금 자비를 베푸실 것이다.
13장 10절 주님의 선하심을 찬양하여라. 만세의 왕을 기리어라. 네 성전이 다시 지어져서 너는 기뻐하게 될 것이다. 사로잡혀 갔던 모든 사람들이 네 안에서 즐거워하고 비참하게 지내던 모든 사람들이 오고오는 세대에 네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받게 되기를 비노라.
13장 11절 땅 구석구석까지 네 빛이 밝게 빛날 것이다. 많은 민족이 멀리서부터 너에게로 올 것이며 방방곡곡의 주민들이 네 거룩한 이름을 듣고 나와 손에손에 들고 온 예물을 하늘의 임금께 바칠 것이다. 오고오는 세대에 사람들이 네 안에서 기뻐할 것이고 선택받은 도성, 너 예루살렘은 길이길이 빛날 것이다.
13장 12절 너를 비방하는 자들은 모두 저주를 받을 것이며 너를 파괴하고 네 성벽을 헐고 네 탑들을 무너뜨리고 네 집들을 불사르는 자들은 모두 저주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두려운 마음으로 너를 귀히 여기는 자들은 영원토록 축복을 받을 것이다.
13장 13절 너 예루살렘아, 올바르게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여 기뻐하여라. 그들은 모두 함께 모여 영원하신 하느님을 찬양할 것이다.
13장 14절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네 평화를 기뻐하는 사람들에게 복이 있을 것이다. 네가 징벌을 받을 때마다 너 때문에 슬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복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네 안에서 기뻐할 것이며 영원토록 네 모든 기쁨을 함께 누릴 것이다.
13장 15절 내 영혼아, 위대한 임금이신 주님을 찬양하여라.
13장 16절 예루살렘성은 재건될 것이며 주님이 영원히 그 안에 거하실 것이다. 네 자손 중에 살아 남은 자들이 네 영광을 보고 하늘의 임금께 감사를 드릴 때에 나는 얼마나 행복하랴!
13장 16절 예루살렘의 성문들은 사파이어와 비취옥으로 만들어지고 그 성벽도 모두 보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예루살렘의 탑들은 황금으로 지어지고 그 보루들도 순금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13장 17절 예루살렘 거리들은 홍옥과 오빌의 보석으로 포장될 것이다.
13장 18절 예루살렘 성문들은 기쁨의 찬가를 부를 것이고 예루살렘의 모든 집들은 '할렐루야,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여 찬미받으소서' 하고 외칠 것이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거룩하신 이름을 영원토록 찬양할 것이다."
14장 1절 토비트의 감사의 노래는 이렇게 끝났다. 토비트는 니느웨에서 백 십 이 세에 평안히 죽어 영광스럽게 매장되었다.
14장 2절 그가 눈이 먼 것은 육십 이 세 때였고 시력을 되찾은 후에도 자선을 행하고 계속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그분의 위대하심을 널리 선포하였다.
14장 3절 토비트는 죽기 직전에 자기 아들 토비아를 불러 이렇게 당부하였다. "얘야, 네 자식들을 데리고
14장 4절 그 말씀은 한 마디도 실패로 돌아 가지 않고 다 실현될 것이다. 이스라엘 땅에 사는 우리 동족들이 모두 포로가 되어 그 좋은 땅에서 추방되어 흩어질 것이고 이스라엘 땅은 온통 황무지가 될 것이다. 사마리아도 예루살렘도 황무지가 될 것이고 하느님의 전은 불에 타 버리고 당분간 슬픔에 잠길 것이다.
14장 4절 메대로 피신하여라. 나훔을 시켜 니느웨를 두고 예언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나는 믿는다. 그 예언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고, 하느님께서 보내신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이 아시리아와 니느웨를 두고 예언한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 예언의 말씀은 하나도 남김없이 제 때에 다 이루어지고야 말 것이다. 그러니 아시리아나 바빌론에 있는 것보다는 메대에 가 있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은 모두 다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또 믿는다.
14장 5절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다시 자비를 베푸시고 이스라엘 땅으로 되돌아 오게 하시고 성전도 재건하게 하실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하느님께서 정하신 때가 오기까지는 그 성전을 예전 것만큼 훌륭하게는 짓지 못할 것이다. 때가 되면 이스라엘 사람들이 포로생활로부터 돌아 와 예루살렘을 찬란하게 재건할 것이고,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이 예언한 대로 하느님의 성전도 그 곳에 세울 것이다.
14장 6절 땅에 사는 모든 민족이 마음을 돌이켜 진심으로 하느님을 공경할 것이며, 그들을 속여 그릇된 길로 인도하던 우상들을 버리고 올바른 길을 걸으며 영원하신 하느님을 찬양할 것이다.
14장 7절 그 때까지 살아 남아 진정으로 하느님께 충성을 바치는 이스라엘의 모든 백성은 다 함께 예루살렘으로 모여 와 아브라함의 땅을 차지하고 영원토록 안전하게 살 것이다. 하느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기뻐할 것이고 죄와 악을 행하는 자들은 온 땅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14장 8절 얘들아, 내 명령을 잘 들어라. 너희는 하느님을 진심으로 섬기고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행하여라. 너희의 자녀들을 잘 가르쳐서 올바른 일과 자선을 행하게 하고 하느님을 기억하며 언제나 힘을 다하여 참되게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게 하여라.
14장 9절 얘 토비아야, 여기 니느웨에 머물러 있지 말고 떠나거라.
14장 10절 네 어머니까지 죽어 내 무덤에 합장한 다음에는 하루도 이 곳에 지체하지 말고 떠나거라. 내가 보니 이 곳에는 부정부패와 사기횡령이 판을 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얘야, 나답이 아히카르에게 한 일을 생각해 보아라. 아히카르가 나답에게 생매장을 당할 뻔하지 않았느냐? 나답이 아히카르를 죽이려 했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그를 영원한 어둠 속에 몰아 넣으시어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남기게 하셨으며 아히카르는 살리시어 광명을 보게 하셨다. 아히카르는 자선을 행하였으며 나답이 그를 죽이려고 만들어 놓은 죽음의 올무에서 빠져 나왔고 나답은 바로 그 올무에 걸려 자멸하고 말았다.
14장 11절 그러니 얘들아, 자선의 결과가 무엇인지, 악의 결과가 무엇인지 잘 알아 두어라. 악의 결과는 죽음이다. 이제 내 숨이 끊어지려 하는 구나." 그들이 토비트를 침상에 누이자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의 장례식은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14장 12절 그 후 토비아의 어머니가 죽자 토비아는 어머니를 아버지 무덤에 합장하고 자기 아내와 함께 메대로 가 엑바타나에서 장인 라구엘과 함께 살았다.
14장 13절 토비아는 늙은 장인 장모를 잘 모시다가 메대의 엑바타나에 그들을 묻었다. 이리하여 토비아는 자기 아버지 토비트의 재산뿐 아니라 라구엘의 집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14장 14절 토비아는 백십 칠 세르 일기로 영광스러운 그의 일생을 마쳤다.
14장 15절 그는 죽기에 앞서 니느웨가 멸망하였다는 소식을 들었고 메대의 왕아하스에로스가 사로잡은 포로들이 메대로 끌려 오는 광경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하느님께서 니느웨와 아시리아 백성들에게 행하신 모든 일을 보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이렇게 토비아는 죽기 전에 니느웨가 당한 운명을 생각하여 기뻐하였으며 영원히 살아 계시는 주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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