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 화식열전과 부자에 대한 태도
조정래의 소설 허수아비 춤을 보면 재벌 남회장은 한달만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병보석이었다. 약방의 감초처럼 덧붙여진 한마디는,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이 컸고,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국민경제에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되어 있었다. -중략-
“하긴 그래. 자본주의하고는 거리가 멀었던 저 까마득한 2천여년 전에 사마천이 사기에서 말했었지. 자기보다 열 배 부자면 그를 헐뜯고, 자기보다 백 배 부자면 그를 두려워하고, 자기보다 천배 부자면 고용당하고, 자기보다 만배 부자면 그의 노예가 된다. 그러니 자본주의에서야 더 말해 뭘해.” “예, 옛날부터 점치고, 관상보고, 사주팔자 풀이할 때도 건강운이나 출세운보다도 재물운을 첫째로 쳤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날그날 먹고 산다는 게 그만큼 중요하고 먹을 것이 돈이 있어야만 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허수아비 춤, 조정래 장편소설, 문학의 문학, 64, 73페이지
2015년 장사의 신 객주란 드라마에서 위의 내용이 등장했다. 객주 도접장 선거가 다가오자 육의전 차인행수 길소개(유오성)과 천봉삼은 선거유세를 다니느라 바쁘다. 선거 작전회의를 벌이고 있다.
선돌 “이번 선거는 돈과의 싸움이에요. 육의전에서 뿌리는 돈과 보부상 천봉삼의 싸움입니다.”
신석주 “사람이란 말이오. 상대방이 나보다 열배의 돈이 더 많으면 욕을 하고 헐뜯지만 백배를 가지면 두려워합니다. 천배가 더 많으며 아첨을 떨고 돈이 만배를 넘어서면 그땐 본인이 알아서 벌벌 기며 하인노릇을 하는 법이지요. 더 씁시다. 돈을 더 쓰자구요.”
위 내용은 정확한 출전은 다음과 같다.
“무릇 호적에 편입된 서민이라면 상대의 부가 열 배면 자신을 비하하고 백 배면 두려워하고 천 배면 노역을 하려 들고 만 배면 종이 되는게 사물의 이치다. ”[凡編戶之民 富相什則卑下之 伯則畏憚之 千則役 萬則僕 物之理也] 사마천의 史記중 화식열전
위 내용을 보면 ‘돈이 사람을 부린다’는 갑을 관계의 천민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을 누구보다 사마천이 잘 간파했다고 본다.
열국연의란 사이트를 운영하는 양승국님의 사마천 화식열전 번역으로 화식열전 돈의 중요성을 편집해보았다. 오지현(烏氏縣)의 나(倮)라는 사람은 가축을 길었는데 그 수효가 불어나자 모두 팔아서 진기하고 아름다운 비단 등의 물품을 사서 중간에 다리를 놓아 융왕에게 바쳤다. 융왕이 나(倮)가 바치기 위해 팔아치운 가축의 10배가 넘는 수량을 상으로 주어 기르게 했다. 그래서 그가 기르는 가축은 골짜기 수로 말과 소의 수효를 셀 정도가 되었다. 진시황이 칙명을 내려 나(倮)를 제후로 봉해진 자들과 동열에 세우고 규정한 날이 되면 여러 대신들과 함께 궁궐에 들어와 조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파군(巴郡)의 과부 청(淸)은 그 조상이 단사(丹沙)가 나는 광산을 발견하여 얻은 이익을 여러 대에 걸쳐 독점해 왔으므로 재산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청은 과부이기는 했지만 그 가업을 지키고 재물을 이용하여 자신을 지켜 사람들로부터 침범 당하지 않았다. 진시황은 그녀를 위해 정조가 굳센 여인이라고 여겨 손님으로 대하고 여회청대(女懷清臺)라는 대를 지어주었다. 나는 비천한 신분의 목장주였고 청은 궁벽한 시골의 과부였지만 만승의 제후들이 행하는 예를 나누고 이름이 천하에 빛났으니 이것이 어찌 부유함의 세력으로 그리 되지 않았다고 하겠는가?
장수가 전투에서 누구보다 앞서서 용맹을 발휘하는 목적도 큰상을 받는 데 있다.
또 시골동네 골목의 젊은이들이 살인해서 시신을 땅에 암매장하고, 길을 막고 강도질을 일삼으며, 분묘를 도굴하고, 화폐를 위조하며, 의협을 가장하여 남의 재산을 횡령하여 강제로 자기 것으로 만들며, 같은 패라고 서로 도우며 개인적인 원한에 대한 원수를 갚아주고 아무도 몰래 뒤를 따라다니며 약탈을 일삼고 법률이 금하는 행위를 아랑곳하지 않으며 마치 죽을 곳을 향해 내달리는 말처럼 날뛰는 것도 사실은 모두가 돈과 재물을 위해서이다.
얼굴에 화장을 해서 아름답게 꾸민 저 정나라나 조나라 미녀들이 거문고를 아름답게 키고 긴 소매를 나부끼면서 경쾌한 발놀림으로 춤을 추어 보는 사람의 눈과 마음을 유혹하는 행위나, 천리 길도 멀다하지 않고 달려가 노소 불문하고 손님을 찾는 목적도 돈 때문이다. 또한 시간 많은 귀공자들이 멋있게 꾸미고 으스대며 돌아다니는 행위도 그들의 부귀를 과시하기 위해서이며, 주살을 쏘아 물고기와 짐승을 잡기 위해 새벽 일찍 나아가 밤늦게 돌아오며, 서리나 눈을 무릅써가며 깊은 골짜기를 뛰어다니며 맹수의 위험도 피하지 않고 사냥에 열심인 이유도 먹고 싶은 고기를 구하기 위함이다. 도박이나 경마, 닭싸움, 개싸움 등의 내기를 하면서 핏대를 올리며 서로 과시하며 반드시 이기려고 다투는 이유도 남에게 져서 재물을 잃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의사나 술사 등 여러 가지 기술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노심초사하여 재능을 다하려고 하는 이유도 또한 경제적인 수입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관리가 교묘한 수단으로 법을 농단하고 인장과 서류를 위조하여 들키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는 형벌도 피하지 않으려고 이유도 뇌물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농(農), 공(工), 상(商) 고(賈) 들이 재물을 증식시키는 이유도 역시 재산을 더욱 늘리려는 본성 때문이다. 이렇게 아는 바를 다하고 능력을 발휘하여 재물을 추구할 뿐, 마지막까지 힘을 남겨두지 않고 재물을 남에게 양보하는 일은 없다.
속담에 이르기를‘백리 밖으로 나가 땔나무를 팔지 말고, 천리 밖에 나가 곡식을 팔지 말라!’고 했다. 또한 1년을 살려거든 곡식을 심고, 10년을 살려거든 나무를 심고, 백 년을 살려거든 덕을 쌓으라고 했다. 덕이라는 것은 사람됨을 말한다.
면밀하게 계신하고 부지런히 일하여 근검절약함으로 재산을 늘리는 방법이 부자가 되는 올바른 길이지만 부자가 되는 사람은 언제나 독특한 방법으로 남을 제압한다. 농사에 힘쓰는 것은 돈을 벌기에는 졸렬한 방법이지만 진양(秦揚)이라는 사람은 한 주를 통틀어 가장 큰 부자가 되었다. 도굴은 간악한 일이지만 전숙(田叔)이라는 사람은 그 일로 부를 일으켰다. 도박은 나쁜 일이지만 환발(桓發)은 그 일로 부자가 되었으며 행상은 장부가 하기에는 천한 일이지만 옹락성(雍樂成)은 그 일로 부유해졌다. 기름장사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옹백(雍伯)은 천금을 모았다. 매장(賣漿)은 아주 조그만 규모의 장사이지만 장씨(張氏)는 천만 전을 벌 수 있었다. 칼갈이는 보잘 것 없는 기술이지만 질씨(郅氏)는 가마솥에 밥을 해서 먹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고용했다. 위포(胃脯)는 단순하고 보잘 것 없는 음식이지만 탁씨(濁氏)는 그것으로 돈을 벌어 외출할 때 기병의 호위를 받을 정도로 부유해졌다. 말을 고치는 수의사는 비천한 직업이지만 장리(張裏)는 그것으로 돈을 벌어 식사를 할 때는 편종(編鐘)을 연주시킬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해졌다. 이것들은 모두 성실한 마음으로 한 가지 일에 힘쓴 결과이다.
이런 것들로 살펴보면 부를 쌓는 일은 정해진 업종이 없고, 재화는 일정한 주인이 없다는 점이다. 능력이 있는 자들은 재물을 모을 수 있고 불초한 자들은 재물을 기와장 날리듯이 허비한다. 천금의 부자들은 한 도회지를 소유한 군주에 비견될 수 있고 거만금의 부자들은 왕처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이런 돈에 대해서 솔직한 기술을 한 이유는 사마천 개인의 아픔 때문이다. 한나라는 속전제를 채택하고 있어 그가 50만전으로 정해진 속전을 낼 경우 궁형의 형벌을 피할 수 있지만 채 20만전도 모으지 못해 살아 있는 장애인이 된 비참함속에서 돈의 속성에 대한 기술이 태어난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