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9일 일요일

구렁덩덩 신선비와 아궁이 끓는 물 흉터치료

구렁덩덩 신선비와 아궁이 끓는 물 흉터치료


옛날 하고도 아주 먼 옛날에 어떤 아낙네가 아들을 낳았는데, 글쎄 사람을 안 낳고 구렁이를 낳았더래. 그 징그러운 걸 방에서 키울 수도 없고 해서 부엌 구석에다 삼태기를 씌워 놓고 키우는데, 이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점잖게 누워 있다가 때가 되면 스르르 기어나와서 밥을 먹고 또 들어가고, 이렇게 살았단 말이야.
그런데 그 이웃집에 딸 세 자매가 살았던 모양이야. 이 세 딸들이 하루는 구렁이 구경한다 고 이 집에 놀로 왔지. 맨 처음 첫째딸이 구렁이를 보고서는, "에그, 징그러워." 하면서 막대기로 구렁이를 왼쪽 눈을 쿡쿡 찔렀어. 그 다음 둘째딸이 보고는,
"에그, 더러워." 하면서 막대기로 구렁이 오른쪽 눈을 쿡쿡 찔렀어. 그러니까 구렁이 눈에 서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게 아니야? 셋째딸이 그걸 보고는, "불쌍하다 구렁덩덩, 가엾어라 신선비. 사람들이 몰라 주니 이리 천대받는구나."
하면서 옷고름으로 구렁이 눈물을 닦아 줬대. 그 일이 있은 뒤에 구렁이가 자기 어머니를 보고, "어머니, 이웃집 셋째딸에게 장가보내 주세요."
하고 조른단 말이야. 어머니가 그 말을 듣고 기겁을 하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라. 네 꼴이 어떤지나 알고 하는 소리냐?"
그래도 구렁이는 자꾸 졸라. "가서 말이라도 한번 해보세요."
"글쎄, 안 된대도 그러니?"
"그러면 저 아궁이에 들어가서 다시는 안 나올 거예요." 이렇게 부득부득 졸라 대니 어머니가 하는 수 없이 옆집에 찾아 갔어. 가서, 차마 입이 안 떨어지니까 삿자리 귀퉁이만 잡아 뜯다가 왔지. 그 다음 날도 그러고 또 그 다음 날도 그러니까 옆집 딸네 어머니가 왜 그러느냐고 묻겠지. 그래서 구렁이 아들이 이 집 딸에게 장가들고 싶다고 하니 어쩌면 좋겠냐고 했어. 옆집 딸네 어머니는 펄쩍 뛰면서 그런 말 마라고 하지. 아 누군들 구렁이한테 예쁜 딸을 시집보내려고 하겠어.
그래도 딸한테 물어나 보자고 첫째딸을 불러서 구렁이에게 시집가겠느냐고 하니까, "에그머니, 누가 그 징그러운 것한테 시집간대요?" 하고 펄쩍 뛰어. 둘째딸을 불러서 물어보니까, "그 더러운 것한테 시집가느니 차라리 죽고 말지요." 하고 또 펄쩍 뛰어. 이번에는 셋째딸을 불러서 물어 보니까, "어머니만 허락해 주시면 그렇게 하지요."
한단 말이야. 달이 마음에 있어서 그러는 걸 어머닌들 어떻게 하겠나. 그래서 둘이 혼인을 하게 됐지.
혼인 날이 되니까 구렁이가 저희 집과 이웃집 사이에 있는 돌담에다 기다란 장대를 걸쳐 놓고 그 장대를 타고 이웃집으로 가. 가는데, 신랑이니까 사모관대 잘 차리고 꼬리에 목화 신고 목에다 홀기감고 갖출 것은 다 갖추어 가지고 갔지. 초례청에서 절하고 술 마시고 남들 하는 것 다 하고 나서 첫 날밤이 되었는데, 구렁이가 색시더러 큰 가마솥에 하나 가득 물을 끓여 달 라고 그러더라네. 그래서 물을 끊여 줬더니 그 물에 들어가 목욕을 하니, 아 글쎄 허물을 쓱 벗고 사람 모습으로 변하더란 말이야. 아주 인물도 훤하고 늠름한 새신랑이 되었지.
색시 집에서는 구렁이 사위 봤다고 밤새 풀이 죽어 있다가 아침에 신방에서 잘생긴 새신랑이 나오니까 한편으로 놀라고 한편으로 좋아서 야단법석이 났지. 그런데 두 언니는 그걸 보고 좋은 신랑감을 막내한테 빼앗겼다고 배를 끙끙 앓아.
구렁덩덩 신선비하고 색시는 아주 재미나게 잘 살았어. 그러다가 구렁덩덩 신선비가 과거를 보러 가게 됐어. 과거 보러 떠나기 전날 저녁에 신랑이 장가가던 날 벗은 허물을 색시에게 주면서, "이것을 아무에게도 보이지 말고 잘 간수해 주오. 만약 이게 없어지면 나도 돌아오지 못하게 돼요." 하고 신신당부를 해.
그리고 그 다음 날 과거 보러 집을 떠났지. 하얀 바지에 옥색 두루마기를 입고 길을 떠났어. 색시는 구렁이 허물을 복주머니에 넣어서 옷고름에 차고 다녔어. 그런데 하루는 언니들이 와서 옷고름에 차고 있는 게 뭐냐고 물어. 보여 줄 것이 아니라고 해도 자꾸 보여 달라고 조르더니, 나중에는 억지로 빼앗아서 풀어보고는, "에그, 징그럽고 더러워. 이런 걸 뭐하러 차고 다니니?" 하면서 구렁이 허물을 그만 활활 타는 화로 속에 던져 넣어 버리지 뭐야. 그러니까 허물이 홀랑 타버렸지.
그랬더니 과거 보러 간 구렁덩덩 신선비가 영영 돌아오지 않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안 돌아오고, 한 해가 가고 두해가 가도 안돌아와. 그래서 색시가 구렁덩덩 신선비를 찾으려고 집을 나섰어. 적삼 위에 저고리 입고 저고리 위에 장옷 입고, 버선 위에 미투리 신고 미투리 위에 짚신 신고 집을 나섰지. 발 닿는 대로 자꾸 가다가 보니, 길가에 까마귀 떼가 모 여서 구더기를 잡아먹는다고 와글와글거려.
"까마귀야, 까마귀야. 하얀 바지에 옥색 두루마기 입은 구렁덩덩 신선비님 못 봤니?"
"이 구더기를 윗물에 씻고 아랫물에 씻고 가운데 물에 헹구어 옥같이 희게 해주면 가르쳐 주지."
그래서 구더기를 윗물에 씻고 아랫물에 씻고 가운데 물에 헹구어 옥같이 희게 해 가지고 줬어. 그랬더니, "저리 가서 멧돼지한테 물어 보면 알게 되지." 한단 말이야.
그래서 까마귀가 가르쳐 준 길로 하염없이 갔어. 한참 가니 까 산에서 멧돼지가 칡뿌리를 캐 먹는다고 끙끙거리고 있어. "멧돼지야, 멧돼지야. 하얀 바지에 옥색 두루마기 입은 구렁덩덩 신선비님 못 보았느냐?“
"이 칡뿌리를 다 캐서 흙을 떨고 껍질을 벗겨 향내 나게 다듬어 주면 가르쳐 주지." 그래서 색시는 칡뿌리를 캐서 흙을 떨고 껍질을 벗겨 향내가 나도록 다듬어 줬어. 그러니까,
"저리 가서 논을 가는 사람한테 물어 보면 알게 되지." 한단 말이야. 그래서 멧돼지가 가르쳐 준 길로 하염없이 갔어. 한참 가다 보니 웬 노인이 길가에 있는 논에서 소에 쟁기를 지워 가지고 논을 갈고 있거든. "할아버지, 할아버지. 하얀 바지에 옥색 두루마기 입은 구렁덩덩 신선비님 못 보셨나요?“
"이 논 저 논 다 갈아 물 대고 써레질하여 씨 뿌리고 못자리 만들어 주면 가르쳐 주지."
그래서 소를 몰아 한없이 넓은 논을 다 갈고, 물을 대고 써레질하여 씨를 뿌려 못자리를 만들어 줬어. 그랬더니, "저리 가서 빨래하는 사람에게 물어 보면 알게 되지."
하거든. 노인이 가르쳐 준 길로 자꾸 갔지. 한참 가다 보니 웬 할머니가 개울가에 빨래를 산더미만큼 쌓아 놓고 방망이로 두드려 빨고 있어. "할머니, 할머니. 하얀 바지에 옥색 두루마기 입은 구렁덩덩 신선비님 못 보셨나요?"
하고 물으니까 할머니가 하는 말이, "검은 빨래 희게 빨고 흰 빨래는 검게 빨아, 맑은 물에 헹구어 보송보송하게 말려 주면 가르쳐 주지."
이런단 말이야 그래서 그 많은 빨래를 검은 것은 희게 하고 흰 것은 검게 해서, 맑은 물에 헹구어 보송보송하게 말려 줬어. 그랬더니 할머니가 주발 뚜껑 하나하고 젓가락 하나를 주면서, "이 주발 뚜껑을 타고 이 젓가락으로 노를 저어 저기 샘물 따라 들어가서 구렁덩덩 신선비네 집을 찾아 그 집에서 동냥을 해라. 밥을 주거든 받지 말 고 그릇을 떨어뜨려서 밥알을 하나하나 줍다가 날이 저물면 그 집에서 묵어 가거라."
하거든. 그래서 주발 두껑을 타고 젓가락으로 노를 저어 샘물을 따라 들어갔어. 한참 들어가니까 향내가 그윽하게 풍기면서 생전 처음 보는 경치가 나타나더래. 높은 언덕에는 기화요초 만발하고 넓은 들에는 곡식과 남새가 풍성한데 공중에는 온갖 새가 지저귀고 풀밭에는 마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더란 말이지. 주발 뚜껑에서 내려 그 경치 좋은 곳으로 들어섰어. 그런 데 어디서, "후여, 후여. 구렁덩덩 신선비네 떡쌀 술쌀 그만 까먹고 어서 가라, 후여."
하는 소리가 들린단 말이야. 얼른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니 조그마한 계집 아이가 논 가에 서서 새를 쫓고 있어. 색시가 그리로 달려가서 어디 한 번 새를 쫓아 보라고 그랬지. 그랬더니 계집아이가 새를 쫓는데, "후여, 후여. 구렁덩덩 신선비네 떡쌀 술쌀 그만 까먹고 어서 가라, 후여."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서정오 글, 현암사, 페이지 70-75
 
위 내용을 보면 구렁덩과 그리스 신화 프시케와 미남자 에로스[큐피드]의 결혼과 비슷하다. 단 신화는 괴물 얼굴을 보려다 고생을 하는 것이고 구렁덩덩은 뱀허물을 태워 고난을 겪는 것이다. 뱀은 허물을 벗으니 재생이나 의학적 치료와 관련이 있다. 의사협회 마크에도 뱀이 들어가 있고, 성경에서도 모세 놋뱀이 치료가 된다고 등장한다.
아무튼 뱀이 허물을 벗고 재생을 하듯이 우리 몸의 세포도 계속 새로워진다. 하지만 위 설화에 등장한 아궁이에 들어간 화상이나 목욕의 끓는물에 들어간 화상흉터는 한번 태우면 다시 만들수 없는 뱀허물처럼 징그럽게 흉터로 남게 된다. 이런 끓는 물등에 의한 화상흉터는 이미지한의원의 화상흉터침인 BT침으로 치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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