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불여우와 흰머리 할머니 적색 백색 튼살치료
옛날 어느 곳에 형제가 살았는데, 형은 욕심이 많은데다 심술바가지이고 아우는 안 그래. 옛날 이야기란 게 다 그렇지. 형은 나쁘다고 그러고 아우는 좋다고 그러고 말이야. 그렇다고 이 세상 형들은 서운하게 생각할 것 없어. 암만해도 아우가 형보다 약하니까, 약한 쪽 편들어 주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한편으로는 형보다 나은 아우없다는 옛말도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고 이 이야기를 들어 봐.
형제가 살다가 아버지 어머니가 다 죽고 나니, 형이 유산을 혼자서 다 차지하고 아우한테는 싸라기 한 알도 안 주네. 그러니 아우는 어떻게 해. 먹고 살 길이 없으니 장삿길로 나섰지. 소금장사를 했어.
소금짐을 지고 골골마다 다니면서 소금을 파는데, 그러다 보니 길에서 날이 저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 길 가다가 날이 저물면 아무데서나 한뎃잠을 자고, 그렇게 돌아다녔단 말이야.
하루는 산 속에서 날이 저물어 어떤 무덤 가에서 잠을 잤는데, 한잠 잘 자고
새벽녘이나 되어 일어나 보니 어디서 `박박박박’ 하고 이상한 소리가 나. 가만히 들어 보니 바가지 긁는 소리 같은데, 그게 한참 소리가 나다가 그치고, 또 조금 뒤에 소리가 나고, 이러거든. 뭐가 이러나 하고 가만가만 소리나는 쪽으로 가서 숲을 헤치고 보니까, 잔솔밭 속에서 여우가 그러고 있어. 뭘 가지고 그러는고 하니 사람의 해골바가지를 발톱으로 긁는데 박박박박 하고 파 가지고는 제 머리에다 써 보고, 잘 안 맞으니까 또 박박박박 하고 파내고 이런단 말이지.
날이 부옇게 새도록 그렇게 해골바가지를 파내더니 이제 머리에 맞는지 그놈을 쓰고 재주를 세 번 팔딱팔딱 넘으니까 그만 사람이 됐어. 머리가 허연 할머니가 되어 가지고 지팡이를 짚고 슬슬 걸어가거든.
거 참, 여우가 해골바가지를 뒤집어쓰고 사람으로 둔갑을 했으니 저게 어디 가서 무슨 못된 짓을 할지 누가 알아. 아우는 소금짐을 지고 가만가만 그 뒤를 따라갔어. 따라가 보니 고개를 하나 넘어 그 아래 마을로 썩 들어선단 말이야. 아우도 마을로 들어섰지.
마을에 들어서니 큰 마당에 차일을 치고 혼인 잔치를 하는 부잣집이 있는데, 여우가 그리로 썩 들어가거든. 아우도 따라 들어갔지.
여우가 잔칫집에 들어가니 그 집 식구들이 달려나와,
"아이구, 외할머니 오신다."
"어머니, 이제 오세요?"
"장모님 오십니까? 며칠 전에 오시랬더니 왜 이리 늦으셨어요?"
하고 반갑게 맞아들이고 동네 사람들도,
"신랑 외조모가 손주 혼인 보러 오셨네."
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런단 말이야. 그러니까 여우는 태연하게,
"응, 내가 오다가 다리병이 나서 쉬었다가 오느라고 늦었다."
이러거든.
‘아하, 저것이 이 집 신랑 외할머니를 잡아먹고 해골바가지를 뒤집어써서 둔갑을 했구나. 진짜 외할머니는 며칠 전에 고개를 넘다가 여우한테 잡아먹히고, 여우는 할머니 해골바가지를 말려서 파내느라고 늦은 것이 틀림없구나.’
아우가 이렇게 생각하고 가만히 지켜봤어. 여우는 신랑 신부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귀엽다고 쓰다듬어 주는 척하는데, 뭘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그러고 나니 신랑 신부가 눈빛이 희미해지면서 정신을 못차려. 그놈의 여우가 넋을 빼놓은 게 틀림없지. 그렇게 넋을 빼놓고 틈을 타서 잡아먹으려고 하는가 봐. 여우라고 하는 게 본래 사람 넋부터 빼놓고 간을 빼먹는다고 그러지.
‘저놈의 여우를 어떻게 하면 없앨꼬.’
아우가 궁리를 하면서 손님들 틈에 끼여 앉아 있으니, 주인 집에서 음식을 한 상 잘 차려서 갖다 줘. 인심이 좋은 집이였던지 뜨내기 손님한테도 대접을 푸지게 잘 해주더란 말이야. 그걸 다 먹고서는,
"이 오죽잖은 소금장수한테 후한 대접을 해주시니 그 보답으로 재주를 하나 보여 드리겠소이다. 이런 재주는 아무도 구경 못 해봤을 거요."
했지. 그러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 게 아니야? 그래 마당에 멍석을 깔아 놓으라 하고는 멍석 위에 지게작대기를 가지고 들어가서,
"거 젊은이들은 뒤로 물러나요. 이런 구경은 연세 많은 분부터 해야지요. 여기서 제일 연세 많은 분이 누구요?"
했지. 그러니 모두들 여우가 둔갑한 할머니를 가리킨단 말이야.
"그럼 할머니가 이 멍석 끝에 앉으시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멀찌감치 물러나시오."
그러니 여우가 멍석 끝에 앉고 다른 사람들은 다들 물러났어. 아우는 지게작대기를 빙빙 돌리면서 재주를 부리는 척하다가 갑자기 여우를 냅다 후려갈겼지. 두어 번 후려갈기니까 `캐갱' 하면서 쭉 뻗는데, 빨간 불여우가 돼 가지고 죽었어.
여우가 죽으니까 넋이 나가 있던 신랑 신부도 정신을 차리더래. 주인 집 식구들은 처음에 아우가 지게작대기로 여우를 후려갈기니까 저희 할머니를 때린다고 펄펄 뛰다가, 그게 저희 할머니가 아니라 여우인 걸 알고는 참 놀라워하지. 신랑 신부 목숨을 살려 준 은인이라고 대접을 극진히 하고, 논 몇 섬지기를 뚝 떼어 주면서 소금장사 그만두고 농사 지으며 잘 살라고 하거든. 그래서 아우는 아주 팔자가 폈어.
그런데 형이 보니까 소금장사하던 아우가 갑자기 논을 몇 섬지기나 가지고 잘 살거든. 욕심이 많은데다 심술까지 많은 위인이라 그만 샘이 버쩍 나서 아우를 찾아갔어.
"이놈, 너 어디서 도둑질해다가 그리 사느냐?"
"아이고, 형님. 그게 아니라 우연히 불여우를 잡아서 이렇게 됐습니다."
아우가 자초지종을 다 말해 주니까, 형이 저도 불여우 잡아서 부자되어 보겠노라고 소금짐을 지고 나섰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어디 고개를 하나 넘는데, 마침 머리가 허연 할머니가 지나가거든.
‘옳지. 저게 틀림없는 불여우렷다.'
형이 무턱대고 할머니 뒤를 밟았지. 그 할머니도 고개를 하나 넘더니 혼인 잔치하는 집으로 들어가더래. 형이 따라 들어가서 음식 한 상 잘 얻어먹고 멍석을 깔라 하고는 할머니를 멍석 끝에 앉혔지. 그래 놓고 불문곡직 지게작대기로 후려 팼어. 그런데 그 사람은 여우가 아니고 진짜 그 집 외할머니야. 그러니 어떻게 되겠어? 멀쩡한 남의 할머니를 두들겨 패 놨으니 무사할 리 없지. 형은 그 집 식구들에게 몰매를 맞고 아주 반병 신이 됐어.
아우는 반병 신이 된 형을 저희 집에 데려다가 잘 보살펴 주면서 살았대. 아주 오래오래 잘 살았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서정오 글, 현암사, 페이지 116-120
위 내용을 보면 붉은색 불여우가 흰색 머리 할머니로 변신하는 과정이 등장한다. 불여우는 firefox란 인터넷 브라우저를 생각나게 한다. 우리 피부에 생기는 질환도 붉은색으로 시작했다 흰색으로 몇달만에 드라마틱하게 변신하는 과정이 있다. 이런 튼살은 붉은색 흰색 상관없이 이미지한의원의 튼살침인 ST침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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