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4일 수요일

김보성의 으리와 맹자의 의리

김보성(본명 : 허석, 1966년생)은 대한민국의 배우로 의리의 대표 아이콘이다. 많은 액션 영화에 출현 하였으며 그의 의리에 매료된 다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 13명에 맞서 싸우다 한쪽 눈을 실명해서 시각장애 6급으로 병역이 면제되었다고 방송에서 밝혔다.
의리 아이콘 김보성을 내세워 코믹 광고를 한 한 식혜회사는 신토부으리, 아메으리카노, 으리집 으리음료등 으리를 이용한 말장난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그런데 김보성이 말하는 으리는 속칭 맹자가 말하는 仁義인의와는 다른 것일까? 필자는 같다고 본다. 필자는 의리가 유행하는 것은 의로움이 부족한 사회, 결핍에 대한 갈망으로 본다.
몇 년전 정의란 무엇인가?”하는 책이 인기를 끌었다. 그 책의 원제는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로 하버드 대학교 교수이자 정치철학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이 지은 정치 철학서이다. 필자는 책은 안 보았지만 강연은 들었는데 공감가는 내용도 있지만 하버드 대학의 스펙 때문에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당신이 선로를 통제할 수 있다면 시속 100km속도로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열차가 달려오는 상황에서 뚱뚱한 한 사람을 떨어뜨려서 작업중인 선로 인부 5명을 위해서 한명 몸값대신 살릴 것인가? 묻는다. 필자 생각은 이렇다. 그런 상황 자체를 생각하는 것이 인자하지 못한 감각마비의 不仁불인의 생각이다. 일상생활에서는 그런 딜레마적인 상황도 없고 이런 사고를 하는 것 자체가 싸이코패스적인 생각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란 영화를 보면 한명을 구하기 위해서 여러 병사들이 희생을 한다. 육군참모총장이 이 사실을 접하고는 마지막 남은 막내아들이라도 살려서 집에 보내 집안의 슬픔을 덜어주자는 판단하에 육군 레인저 부대의 밀러 대위를 지휘관으로 총 8인의 라이언 구출팀을 파견한다. 그런데 8명의 군인에게는 부모, 처자식이 없다는 말인가? 누구는 죽어도 좋고 사람에게 목숨값을 저울질할 수 있는 말인가? 볼링포 콜럼바인이란 영화를 보니 필자가 알기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국회의원의 자식은 단 한명이었다.
예전에 한때 조폭영화가 판을 쳤는데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묘사한 바와 달리 깡패의 세상에서는 의리가 없다. 단지 돈만 있을 뿐이다.
맹자는 말했다. “중국의 춘추 전국시대에는 正義정의로운 전쟁이란 없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샌델 교수는 기호학자인 노암 촘스키처럼 미국을 비판하고 세계평화에 의리를 지키지 않았다. 즉 의리나 정의는 앵무새처럼 말로만 떠들거나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이다.
맹자 만장편을 보면 맹자가 말하길 이윤이 신나라의 들판에서 밭을 가는데 요순의 도를 즐기면서 의리가 아니며 도리가 아니거든 천하로써 녹봉을 준다고 해도 돌아보지 않으며 네 마리 말이 이끄는 1000대의 수레를 준다고 해도 돌아보지 않고, 의리가 아니면서 도리가 아니면 한 먼지만큼도 타인에게 주지 않으며 한 먼지만큼도 타인에게 취하지 않으셨다.” 또 맹자는 한 사람의 죄가 없는 무고한 사람을 죽여 천하를 얻는다면 나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양혜왕[정확히는 위나라]불원천리하고 오셔서 우리나라를 어떻게 이롭게 해주시겠습니까?”하는데 맹자는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자함과 의리[仁義]가 있을 뿐입니다.”고 발끈해 대답했다.
맹자의 의리를 보면 짧게 말하면 의이며 四端사단[네가지 ]중에서 수오지심[羞惡之心]에 해당하니 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다. 즉 사람이 밥을 사주면 다 잘 먹는다. 그런데 옛다 이것 쳐먹어라하고 거지에게 동냥주듯이 사람대접을 아내주고 가축에게나 먹이주듯이 먹으면 3일을 굶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먹지 않는 것이다. 즉 사람에게는 부끄러워 하는 마음이 있다. 또 맹자를 보면 어느 가난한 남편이 교제하는 친구도 없는데 술과 음식을 배불리 먹고 돌아왔다. 처가 의심이 들어 미행을 해보니 제나라의 공동묘지에 가서 제사밥을 차려놓은 것을 보고 허겁지겁 먹는 것을 보고 몰래 부끄러워 울었다는 표현이 있다. 현재 벼슬아치도 이런 사람과 비슷한데도 녹봉을 받고 부끄러움 없이 산다고 하여 맹자는 관리를 비웃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48>
필자가 알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며 시가 서시로 알고 있다. 이 윤동주의 삶을 보면 부끄러움이 뭔지 의리가 뭔지를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시가 맹자의 진심편에서 나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君子有三樂 而王天下 不與存焉(군자유삼락 이왕천하 불여존언)
父母具存 兄弟無故 一樂也(부모구존 형제무고 일락야)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앙불괴어천 부부작어인 이락야)
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득천하영재이교육지 삼락야)
군자에게는 세가자제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천하의 왕이 되는 것은 그것에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가 모두 살아계시고 형제가 별일이 없는 것이 첫째 즐거움이고, 우러러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고 구부려 타인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 두번째 즐거움이고,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 세번째 즐거움이다. 위 내용을 군자삼락(君子三樂)이라고 한다.
KBS 정도전 드라마 얘기를 해보자면 정몽주는 이성계나 정도전과 친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간관계의 의리를 놓고 보면 고려가 망하는 것을 놔두거나 그들과 협력해야 한다. 그런데 단심가를 읊으면서 자기의 죽음으로써 고려에 충성을 다했으니 이것이 바로 의리이다.
동양철학으로 보면 의란 +나의 합성어인데 양을 나에게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해주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따라서 의리를 말할 때는 항상 이익과 결부되어 있다. 또 한의학에서는 의를 5행중 가을기운인 金氣금기에 비유하며 서울의 돈의문을 볼 때도 서쪽과 관련이 있다. 가을에는 농업사회에서는 풍요로운 수확시기에 국가의 분배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했다.
또 가을기운을 보면 곡식을 살리고 쭉정이나 잡초를 죽이는 선택적인 죽임을 하는 기운이 있다. 가을에 서리가 내리면 만물이 죽는데 그런 이유로 가을에는 죽음이나 징벌 선택과 상관이 있다. 예전에 전쟁을 하려면 봄에 생명이 약동하고 피어나는 계절에 하지 않고 항상 가을을 선택했다. 의리를 보면 가을에도 어김없이 약속을 지키고 꽃을 피워 오상고절 [傲霜孤節서릿발이 심한 속에서도 굴하지 아니하고 외로이 지키는 절개]이 있는 국화가 생각난다.
초한지나 사마천의 사기를 보면 진평이 사는 마을에 사제(社祭, 토지신에게 지내는 제사)가 있었는데, 진평이 제사에 올린 고기를 나눠주는 재()가 되자, 고기 나누는 것이 매우 공평해졌다. 그러자 진평은 한숨을 쉬며 , 이 진평을 천하의 재상으로 삼더라도 고기 나누듯 공평할 것인데!”라는 말을 했다. 국가 벼슬인 재상도 이 재()를 쓰는 것이 흥미롭다.
의리란 사회적으로 부의 재분배와 평등, 빈부격차가 적고 양극화가 적은 사회일것이고, 만약 그런 사회가 지속된다면 혁명을 요구하는 세력에서 보인다. 예를 들면 동학 농민운동, 4.19의거, 6.10항쟁등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의리란 상황에 따라 다르며 어떻게 정의내릴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마음속에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시비의 판단이 있을 수 있고, 자기의 마음에 진정한 부끄러움을 느끼고 사회의 불의에 대한 분노하는 마음이 있을 텐데 그것이 바로 의리라고 말하고 싶다. 논어를 읽어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훈훈해지는데, 맹자를 읽을때는 주먹이 불끈 지어지고 의리의 힘이 솟아나게 된다.
의리의 사나이가 되려거든 맹자를 읽고 대장부가 되고 호연지기를 길러봄이 어떠할까?
월간 리더스포럼 2015년 2월 기고내용 


한국리더스포럼(www.klead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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