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4일 월요일

염산 음독과 강산 화상흉터치료

염산 음독과 강산 화상흉터치료



힘들던 외과 레지던트시절 3일동안이나 수술실에서 못 나오다가, 삼일만에 겨우 수술실을 나와서 짜장면 한그릇 먹고 막 눈을 붙이려는 순간이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천근만근인데 응급실에서 호출이 왔다. 전화를 걸어보니 염산을 마신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죽으려면 그냥 아무도 안보는데 가서 조용히 목을 매지. 염산을 마셔서 나까지 죽이려 드느냐는 원망이 저절로 튀어 나왔다. 속으로 투덜대면서 어쩔수 없이 응급실에 내려갔는데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
우선 환자 나이가 겨우 스무 살 이었는데, 6개월전에 성폭행을 당했었고. 그후 임신을 해서 혼자서 고민을 하다가, 자살을 하려고 염산을 마신 것 이었다. 사람이 염산을 마시면 그 결과는 그야말로 참혹하다. 먼저 구강 조직이 타버리고, 두번째로는 식도가 녹아 버리는데, 이때의 식도 손상은 무서운 합병증을 초래한다.
그나마 소위 양잿물과 같은 알카리에 입은 손상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이제 일단 염산을 마신 이상 이제는 무슨 수를 쓴다고 해도 식도가 다 늘어붙어 버린다. 그녀는 살아 남는다 하더라도 평생 음식물을 삼킬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정말 눈이 부실만큼 예뻤다. 20세의 푸르름을 그대로 간직한 사회 초년병의 그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누군가가 끔찍하게 망쳐 놓은 것이다. 우리는 일단 응급조치를 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한 집중 치료를 받은 후, 그나마 생명은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망가져 버린 식도는 이제 어떤 음식물도 통과를 허락하지 않았다. 처음 2주간은 혈관 주사를 통해서 영양을 공급했지만, 사람이 그렇게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함을 의미했다.
입원한지 이주째 되는 날, 수술실로 옮겨졌고 우리는 그 희고 고운 배를 명치끝에서부터 10센티 정도 절개해서 소장에 구멍을 뚫고 소장내로 호스를 집어 넣었다. 이제 소장으로 연결된 호스로 미음을 투여받으면서 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소장으로 들어가있는 관을 타고 소화액이 바깥으로 흘러 나와 상처주변의 피부를 녹이기 시작했고, 결국 그녀의 배에 길게 남겨진 칼자국 위에는 소화액이 입힌 화상 같은 커다란 흉터까지 덧붙여졌다.
그녀의 치료는 일년차인 내 담당이었다. 처음에 나는 그녀의 아픈 사정에 깊은 동정심을 가졌었지만, 그 속에는 아마도 곱고 아름다운 여자아이의 갈라진 운명에 대한 어떤 특별한 안타까움이 더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최선을 다해서 치료했고, 아울러 그녀와 친해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내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치료를 하기위해 상의를 벗겨도,, 벌겋게 부어오른 상처에 소독약을 발라도,, 심지어 못먹어서 말라비틀어진 가느다란 팔에 수액공급을 공급하기 위해 컷 다운( 피부를 갈라서 혈관을 꺼집어내는 일)을 했을 때에도 그녀는 그야말로 얼음장처럼 어떤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리더스 북, 시골의사 박경철 지음, 페이지 52-54
 
위 내용 말고 그***이란 농약에 대한 내용도 이 책에 등장하는데 병원비가 없고 어짜피 치료를 받아도 죽기 때문에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오는 안타까운 경우가 등장했다.
자살이란 시도가 성공을 하든지 미수에 그치든지 모두 불행한 결과이기 때문에 선택할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염산은 강산으로 단백질을 바로 녹여버리기 때문에 무척 위험한데 최근에는 화가난데 보복으로 황산등의 염산을 테러처럼 타인에 뿌리는 경우가 있다. 1969620일 밤 105분경, 전대통령인 김영삼 신민당 원내총무도 자동차에서 질산 테러를 당한 케이스도 있다.
필자는 강산에 의한 화상흉터를 치료한 적이 있는데 일반적인 경우는 식초나 빙초산등을 이용해 점을 빼려다가 흉터가 발생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실제 화상흉터침인 BT침으로 치료해도 일반적인 불이나 끓는 물에 의한 화상흉터보다 치료 기간이 더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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