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4일 일요일

하이힐과 마천루 공수신퇴 노자

하이힐과 마천루 공수신퇴 노자


여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하이힐은 원래 남자들의 신발이었는데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고분벽화에 등장한 웨지힐과 비슷한 최초의 하이힐이 섹시하고 당당한 여성들의 전유물이 되기까지, 인류와 함께한 긴 세월동안 다양하게 변해왔다. 부드러운 곡선미와 화려한 장식으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도구인 하이힐은 수많은 여성들이 늘씬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많은 부작용을 감수하며 하이힐의 노예가 되고 있다. 심지어 구두를 사랑하고 집착하는 ‘슈어홀릭’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 하이힐은 키가 작은 루이 14세가 신어서 대중화가 된 것이다.
프라다의 2009 S/S패션쇼에선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다 줄줄이 넘어졌는데 16㎝가 넘는 힐이 사고의 원인으로 한 모델은 쇼 중에 구두를 벗어들고 워킹을 해야 했다. 높은 힐을 못 이겨 모델들이 줄줄이 넘어지는 사태를 두고 패션계에선 ‘킬힐 바이러스Kill hill virus’라고 한다. 1993년 패션모델 나오미 캠벨이 굽높이만 40㎝가 넘는 힐 탓에 캣워크에 볼썽사납게 주저앉은 데서부터 킬힐 바이러스는 시작됐다. 킬힐은 굽높이가 10㎝가 넘어 거의 까치발을 해야 신을 수 있는 ‘극단적인’ 높이의 힐을 말하며 외국에선 ‘킬러 힐(Killer hill)’이라고 한다. 주역에서는 항룡유회란  너무 극단적으로 올라간 인기라든지 운은 나중에 내려가야 하니 후회할일만 남았다는 뜻이다.  필자 생각도 너무 높은 하이힐이나 킬힐은 결국 발목이나 허리, 전반적인 척추의 질병으로 부메랑이 돌아올 경우가 많다. 노자 도덕경을 보면 ‘企者不立 跨者不行(기자불립 과자불행) 까치발로는 오래 서있지 못하고 가랑이를 한껏 벌려 걸으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라고 했는데 하이힐에도 해당한다.
초고층 빌딩의 신축은 경기와의 상관성을 일컬어 ‘초고층의 저주(skyscraper curse)’로 부른다. 나는 마천루(摩天樓)란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한자를 해석해보니 하늘을 문지를 정도의 누각이라는 말이었다. 초고층 빌딩을 지으면 경제 위기가 오는 연관성을 처음 분석한 사람은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 앤드루 로런스다. 그가 1999년 창안한 ‘초고층 지수(skyscraper index)’는 경제 위기와 초고층 연관 관계를 밝혔다. 로런스에 따르면 초고층 빌딩은 거품기에 착공되고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완공된다. 1908년과 1909년 완공된 뉴욕 싱어와 뉴욕 메트로폴리탄생명 빌딩은 1907년 패닉과 함께 탄생했다. 1911년 뉴욕 맨해튼에 세워진 울워스 빌딩(241.4m)은 유럽풍 고딕 양식을 갖춘 당대 세계 최고층건물로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의 경제성장으로 급성장하던 보험회사, 신문사, 전신회사들이 앞다퉈 높은 건물을 지었고 마천루(摩天樓·skyscraper)라는 명칭도 이때 등장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1929년 시작된 대공황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31년 문을 열었다.
현재 건설 중인 전 세계 10대 마천루 중 7개는 중국에 있으며 우리나라가 IMF를 겪었던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한창일 때 개장한 1998년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세워진 페트로나스 타워(452m), 2004년 대만 타이베이(508m), 2010년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808m)가 세계 최고층 기록을 경신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2017년 킹덤타워(약 1000m)가 완공될 예정이다. 초고층건물 건축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경기가 정점을 찍을 때 계획돼 경기가 후퇴할 시점에 완공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한국도 뚝섬에 110층 빌딩, 인천 송도에 인천타워 151층 건설 등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 10여개를 짓겟다는 계획이 2008년 전후에 발표되었지만 미국발 서프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그  때 발표된 계획들은 대부분 취소되었거나 연기된 상태이다.
필자는 서울의 63빌딩을 보면 서울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을 가졌다. 어렸을때는 색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거대한 높이에 대해서 경외심을 느꼈던 것 같다. 우리나라도 기술력만으로는 초고층 건물을 짓고 그로 인해서 다른 녹지공간도 많이 생기며 인구를 집중시키는 등의 캔틸런 효과(Cantillon Effects)를 따르면 좋은 점도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굳이 성경의 바벨탑의 저주를 들지 않아도 초고층 건물이 꼭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바벨’이란 단어의 뜻은 두 민족이 다르게 쓰였는데 메소포타미아 아카디아 문명에선 ‘신의 문(gate of God)’을 의미하는 바빌리(babili)를 어원으로 하고 있지만 같은 단어가 유태인들의 언어인 히브리어에서는 ‘뒤죽박죽’,‘혼란’ 등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유태인들은 발전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대한 질투를 느껴서 부정적으로 성경에 그려 넣었다는 내용도 있다. 음모론자들은 오벨리스크와 같은 높은 이집트의 건물이 남근석처럼 이교도 숭배와 상관이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하이힐의 굽이나 마천루를 보면 프로이드의 리비도에서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다. 즉 남자란 동물은 부정적으로 보면 자기를 자랑하며 과시하려는 양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여성에게도 양의 속성을 가진 가슴breast은 비키니 입을 때 몸매 자랑을 위해 남성의 성기처럼  확대수술 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노자 도덕경에서는 상선약수로 부드러운 여성의 성질을 지닌 물을 칭송하며 곡신불사나 현빈이란 용어를 사용하여 여성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노자의 자랑거리 셋중 하나에도 감히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功遂身退(공수신퇴)란 일을 이루면 몸은 물러난다는 노자 도덕경 제9장에 나오는 말이다.
持而盈之 不如其已 揣而銳之 不可長保. 金玉滿堂 莫之能守 富貴而驕 自遺其咎. 功遂身退 天之道.(지이영지 불여기이 췌이예지 불가장보. 금옥만당 막지능수 부귀이교 자유기구. 공수신퇴 천지도)
“지니고서도 가득 채우는 것은 그것을 그만두느니만 못하다. 두드려서 불린 것을 다시 또 날카롭게 만들면 오래 지키기가 어렵다.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하면 지킬 수 없고, 부유하고고 자리가 높아져 귀해서 남을 업신여기면 스스로 그 ‘죄가 될 허물’을 남기게 된다. 일을 이루면 몸은 물러남이 하늘의 길이다.”
동양철학에서는 공수신퇴 즉 성공을 이루면 몸을 물러나야 한다는 주역의 음양에 대한 생각이 지배적이다. 춘추전국시대 월나라를 도와 오나라를 패배시킨 범려는 그의 왕이 목이 길고 까마귀 부리와 같은 관상이므로 같이 고생은 할 수 있으나 즐거움을 같이 누리지 못하겠다고 하여 벼슬길에서 물러났다. 그는 도주공이라고 불리며 수많은 재산을 불리어 사마천의 사기에도 등장하고 있다. 유비를 도운 한나라의 장량도 공을 세운 뒤에 물러나서 생명을 건졌으나 진정한 명철보신이라고 할 수 있다.
주역의 중천건괘에도 亢龍有悔항룡유회란 말이 있다. 즉 최상의 단계를 넘어간 임금은 항진된 용으로 후회만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을 지나서 여러 가지 고생하는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의 말로를 생각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과연 초고속 빌딩을 세워서 욕망의 거품을 만들어 내는 행위는 인간의지의 승리일까? 신기루의 신은 큰조개를 뜻하는 신(蜃)은 사람의 눈을 미혹한다 하여 신기루(蜃氣樓mirage 루는 누각의 뜻)의 어원이 되었다. 옛날 사람들은 장자의 곤이란 물고기가 붕새가 되듯이 새가 바닷속에 들어가 조개로 변화한다는 말을 다 사실로 믿었다. 초고층 아파트를 지으면 무조건적으로 부자가 된다는 것은 빛의 굴절에 불과한 신기루와 같은 거품이 아닐까 싶다.

www.prime.or.kr 잡지 프라임 2014년 9월호에 실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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