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3일 금요일

소가 된 게으름뱅이와 자살흉터치료

소가 된 게으름뱅이와 자살흉터치료


시골 어느 마을에 아주 아주 게으른 젊은 사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또 소만큼 미련퉁이었지 뭡니까? 식구들이 모두 논이며 밭에 나가 농사일을 하고 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하는데도 그는 일할 줄을 몰랐습니다. 빈둥빈둥 놀기만 했습니다. 그런데도 먹기는 황소 같았습니다. 아버지가 보기가 딱해서 일 좀 하라고 타이르면 그런다고 내가 일할 줄 알고?” 이렇게 억지를 썼습니다. 마음이 상한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얘야, 아버지가 너무 힘들어 하신다. 좀 거들어 드리렴!”
그래도 젊은이는 우겼습니다. “그런다고 내가 일할 줄 알고?”
보다 못해 형도 말을 거들고 나섰습니다. “아우야, 부모님도 일 하시잖니? 거들어 들이는 시늉이라도 좀 하지.”
아우는 마찬가지로 고집을 피웠습니다. “그런다고 내가 일할 줄 알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일하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집을 나가기로 마음 먹게 되었습니다. 그는 집안을 뒤져서 장롱 속에 감춰진 옷감 두 필을 꺼냈습니다. 그걸 등에 지고 멀리멀리 고개를 넘어 갔습니다. 게으른 사람이라 걸음도 매우 느렸습니다. 꼭 황소 걸음 같았습니다. 두 번째 고개 넘고 새 번째 고개를 넘는데 날이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마루턱에 외딴 오막살이 한 채가 있었습니다. 게으른 그는 거기서 자기로 마음 먹고는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방안에서는 주인인 듯한 영감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머리가 허옇게 쇠고 눈빛 같은 수염을 길게 드리운 귀골이 나는 노인이었습니다. 게으른 젊은이가 들어서는 기척을 알고도 노인은 아는 척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에 열중할 뿐이었습니다. “영감님, 만드시는 게 무엇입니까?”
게으른 젊은이를 힐끗 바라볼 뿐,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무를 깎는 일을 계속했습니다.
그게 무슨 짐승 머리 같은데요?”
게으른 젊은이는 노인의 턱밑까지 머리를 들이밀고는 말을 붙였습니다. 노인은 여전히 말이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쇠머리 같은데요?” 젊은이는 마치 황소가 뿔로 싸움질하듯 노인 눈앞까지 고개를 추켜들며 또 물었습니다.
그래, 이 녀석, 이게 쇠머리다.” “나무 쇠머리를 뭣에 쓰게요?”
다 쓸 데가 있지. 내가 마음 먹은게 있거든!” “영감님도 참 미련하시기는! 그런 걸 만드시느니 낮잠이나 주무시지!” 젊은이는 심술난 황소처럼 씩씩거리며 말했습니다.
노인은 쇠머리 깎기를 끝내고는 높이 들어 보였습니다. 나무 쇠머리는 금세라도 음메~” 하고 울 것처럼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또 모자같이 쓸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제가 한번 써 볼까요?”
게으른 젊은이는 그러면서 나무 쇠머리를 제 머리 위에 얹는 시늉을 지었습니다.
그렇게 하게, 일하기 싫은 사람에겐 꼭 좋은 일이 생길 테니까.”
일하기 싫은 사람에게 좋은 일요? 진짜로요? 그렇다면 제가 써야겠네요.” 그러면서 게으른 젊은이는 나무 쇠머리를 제 머리에 꼭 끼도록 썼습니다. 정말, 일부러 맞추어 만든 듯이 꼭 맞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게으른 젊은이에게 잘 어울렸습니다. 두 개의 뿔이 쫑긋하게 솟은 것까지 멋지게 보였습니다.
좋아, 내가 잘 만들긴 잘 만들었군!” 그러면서 노인은 흡족한 듯이 웃어 보였습니다.
기가 오른 게으른 젊은이는 네 발로 엉금엉금 기면서 연신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음메~, 음메~” 쇠머리를 끄덕끄덕 흔들기도 했습니다. 마침 그 때, 노인은 옆에 있던 쇠가죽을 게으른 젊은이에게 입혔습니다. 신기하게 꼭 들어 맞았습니다. 노인은 곁에 있던 채찍을 들었습니다.
 
이랴!” 크게 소리치면서 게으른 젊은이의 엉덩이를 쳤습니다. “철썩소리와 함께 게으른 젊은이는 진짜 소로 바뀌는 게 아닙니까. 사람이 소로 둔갑한 것입니다. 게으른 젊은이는 기겁을 했습니다. 그리고 소리소리 질렀습니다. “벗겨 주세요! 쇠머리와 쇠가죽을 벗겨 주세요!”
그러나 그 소리는 이미 사람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노인은 사정없이 소를 몰아 붙이면서 쇠장터에까지 끌고 갔습니다. 쇠장에는 소가 참 많았습니다. 게으른 젊은이가 둔갑한 소와 진짜 소는 정말정말 꼭 같아 보였습니다. 생전 처음 멍에를 지고 고삐를 매고 네 발 걸음을 친 때문에 게으른 젋은이 소는 꼬리가 축 처져 있었습니다. 해질녘에 그가 팔려 갈 때 노인이 새 주인이게 말했습니다. “이 소는 무를 먹으면 이내 죽고 말 테니. 무밭 근처엘랑 끌고 가지고 매놓지도 마시오. 잘 명심하세요.” “그 참, 별난 소도 있군요. ! 명심하지요.”
심술 궃고 사납게 생긴 새 주인은 채찍질을 했습니다. 게으른 젊은이는 자신이 게을렀던 것을 하염없이 뉘우쳤습니다.
소리는 너무나 처량했습니다. 밤새 울다가 새벽에 먹는 여물도 눈물이 반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면서 일은 점점 더 고되어만 갔습니다. 논일을 할 때면, 뙤약볕이 등을 볶아댔습니다. 낮에 잠시 풀을 뜯어서 배를 채울라 치면 쇠파리들이랑 깍다귀들이 땀 밴 살가죽을 아프도록 물어뜯었습니다. 저녁에 한데서 잠을 잘 때는 왕 모기들이 윙윙거리며 덤볐습니다. 주인집 안방에 켜진 불빛을 보면서 또 한 없이 울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용서하셔요. 차라리 저는 죽고 싶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마침 무밭 곁을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명색이 사람이 내가 어쩌다 소가 되었지. 풀이나 뜯어 먹고 노상 고된 일만 하다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얼핏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자 무를 먹으면 죽는다던 노인의 말이 와락 떠올랐습니다. 소는 무밭을 눈여겨 바라 보았습니다. 무들이 탐스럽게 싱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내가 진작 지금 하는 일의 백분의 일이라도 했더라면?”
소는 이렇게 뉘우쳤습니다. 마침 주인은 졸린 탓에 고삐를 늦춰 잡고 무밭 가까이를 지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점점 무밭이 가까워졌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용서하셔요. , 나 용서해줘.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면 다시는 안 게으를 게. 죽어서 죄를 비니 용서해 다오.” 소는 무밭에 힘껏 뛰어 들었습니다. 놀란 주인이 고삐를 놓쳤습니다. 소는 무를 우적우적 마구 먹어 댔습니다. 빨리 죽자고 아주 많이 먹어 댔습니다. 온 밭의 무를 거의 다 먹어 치운 소는 밭고랑에 벌렁 드러누웠습니다. “하느님, 빨리 또 편하게 죽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빌면서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신은 점점 더 또렷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또 온 몸이 스멀스멀 가려워지기 시작하는게 아닙니까. ! 하고 꼬리가 떨어졌습니다. 우지직! 하고 쇠가죽이 등에서부터 벗겨졌습니다. ! 하고 쇠머리가 떨어졌습니다. 그는 눈을 번쩍 떴습니다. 아니 아니, 이게 웬 일 입니까. 그는 다시금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주인이 말했습니다.
에구구, 내 소는 어디 가고, 난데 없는 사람이라니?” “주인님, 걱정 마세요. 제 등에 남은 쇠가죽이나 마저 벗겨 주세요.”
젊은이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동안의 사정을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또 때리고 해서 미안하다고 용서를 비는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모두 다 제가 받을 천벌인걸요. 주인께서 저를 호되게 다루신 덕택에 저는 두 가지 일을 이루었지 뭡니까. 첫째는 일을 많이 해서 옛날 게으른 잘못을 갚은 것이고요, 둘째는 일이 하도 고된 나머지 죽기로 마음 먹고서 무를 먹은 덕택에 다시 사람이 된 것이랍니다.”
이제는 게으르지 않게 된 젊은이는 머리를 숙여 주인께 감사 드렸습니다. 이제 젊은이는 주인을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가고자 했습니다. 집으로 가는데, 그 옛날 세 번째 고개 그 자리에 있던 오막살이는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옛 집터에 두고 온 베 두 필만 그 자리에 덩그랗게 남아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 온 그는 딴사람이 되어 부지런히 일했습니다. 집안일도, 농사일도, 나무일도 모두모두 열심히 했습니다. 황소처럼 일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편안하게 잘 모셨습니다. 형님도 썩 잘 도와 드렸습니다. 황소처럼 일한 그는 훗날 부자가 되어서 착하게 착하게 살아 갔습니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를 보면 무를 먹으면 안된다는 금기를 깨고 무를 먹는데 한의학에서는 숙지황과 무를 먹으면 머리카락이 하얗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또 게으름뱅이는 죽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는데 실제 자살시도는 오히려 건강이나 기타 큰 피해를 끼친다. 대표적으로 손목 동맥을 절단해 시도를 하는데 결국 손목에 상처만 입는다. 그것도 주저흔이라고 해서 확 한번에 세게 긋지 못하고 여러번 그어 시도만 하는데 결국 여러 가닥 손목 흉터만 늘릴뿐이다. 이런 자살을 시도한 흉터가 있으면 타인이 볼까 매우 두려워하고 사회생활에 위축되는게 보통이다.
손목 자살 흉터는 이미지한의원의 흉터침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단지 자살흉터는 마음의 흉터까지 같이 치료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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