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하는 것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꼭 섞어 마신다고 해서 취한다기 보다는 알코올이 빨리, 많이 흡수될수록 많이 취하는 것이다.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적어도 한두 번 이상 과음으로 인한 숙취를 경험하게 된다. 즉 어지럽고 메스껍고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고 입이 마른다. 그걸 알고 주위하려 해도, 술을 어느 정도 마시게 되면 마음이 느슨해지고 자제력이 약해져서 이내 자신의 처음 의지와는 상관없이 분위기에 힘쓸려 과음을 하곤 한다.
언젠가 국회 청문회에 나선 어느 증인이 이른바 '폭탄주'를 만들어서 마시는 이유에 대하여 설명한 것이 세간의 흥밋거리로 등장 했던 적이 있다. 즉, 독한 양주를 그냥 마시면 부담이 되니까 희석시키기 위해서 약한 맥주와 섞어 마신다는 설명이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 상황에 어울리는 대단히 재치 있는 답변이었다. 폭탄주를 마시는 이유가 술을 섞어서 마시면 따로따로 마실 때보다 같은 양으로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세간의 통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대답 이었는데, 실제로 술을 섞어서 마시면 더 많이 취하고 숙취도 더 남는 것인지에 대하여 애주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술에 많이 취했다는 것은 혈액 중위 알코올 농도가 더 높다는 의미인데,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알코올이 흡수되는 속도와 마신 양이다. 술을 마시면 구강 내의 점막에서부터 흡수되기 시작하지만 술을 입에 머금고만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므로, 실제로는 위와 장에서 대부분 흡수된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위보다는 장에서 흡수가 더 빠르므로 술에 빨리 취하는지의 여부는 술의 흡수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있는지, 또 술이 얼마만큼 빨리 소장에 도달 하는지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안주는 위장에서의 술의 흡수를 지연시키므로 안주를 겸하여서 술을 마시면 서서히 취하게 되고, 안주를 먹지 않고 술만 마시면 아무래도 빨리 취한다. 또 술을 탄산음료처럼 기포를 발생시키는 음료와 같이 마시게 되면 위장의 아랫부분(유문)이 빨리 열려서 위장의 내용물이 소장으로 빨리 넘어가기 때문에 마신술이 빨리 소장에 도달하게 되고 따라서 흡수도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혈중의 알코올 농도가 빨리 높아진다. 맥주와 양주를 섞어 마시면 빨리 취하는 것도 이러한 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4도 정도의 맥주와 40도가 넘는 양주를 적당량 섞어서 마시면 흡수되기 쉬운 상태인 20도 내외의 알코올 도수가 되어 오히려 흡수를 빠르게 하는 측면도 있다.
또 독한 술을 먼저 마시면 자제력을 잃는 속도가 빨라서 이내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자신이 음주량을 가늠하지 못하게 되고, 약한 술을 마신다고 하여도 자신의 평소 음주량보다 더 많이 마시게 되는 경향이 있어서 섞어서 마시면 더 취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알코올의 혈중 농도를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어떠한 술을 얼마나 마셨느냐이지 같은 양의 술을 이것저것 섞어 마셨다고 하여 술에 더 많이 취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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