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축의 각성(天竺角城)에
옛날 한 임금이 있었는데 이름은 시비(尸毗)라 했고
고행에 정진하면서 '바르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를 구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큰 매 한 마리가 비둘기 한 마리를 쫓고 있었고
그 비둘기가 하필이면 시비왕의 겨드랑이 밑으로 날아 들어와
눈물을 흘리고 벌벌 떨며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비둘기를 애처로이 여긴 왕은 내가 너를 지켜주겠다
라고 말하고 매의 앞을 막아 섰는데
그 매는
" 난 배가 고파서 미치겠소 내 먹이를 빨리 내놓으시오
내겐 더 먹이를 사냥할 힘이 없고 그 비둘기를 먹지 않으면
나는 굶어죽을 것이요 비둘기를 살리고 나를 죽이니
이것이 당신이 말하는 자비란 말이요!! "
라고 따지며 고픈 배를 가리키고는 울부 짖었다.
그러나 석가모니는 고개를 저었으나
왕은 한쪽을 구해주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니
그 또한 자연의 도리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고
함참 뒤에 입을 열었다.
"이 가련한 비둘기의 생명을 내 팽개 칠수 없다 차라리
비둘기만큼 내 살점을 베어가라 "
하고는 날카로운 칼로 자기의 넓적다리 살을 대신
베어 주었다.
그러자 매는 베어 낸 살이 비둘기 무게와
똑같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고
시비왕은 저울을 가져 오라고 해서 비둘기와 넓적다리 살을
달아 보았는데 아무래도 부족해서
계속해서 넓적다리 살을 베어 놓았는데도 이상하게도
비둘기가 무거웠다.
그러자 왕은 가슴, 등, 팔, 겨드랑이 살까지 모두 베어 놓았지만
여전히 비둘기의 무게에 미치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자기 몸을 올려 놓아 달았다.
그때야 저울은 평형을 이루었다.
시비왕은 그제야 바르게 산다는 것, 진정한 사랑이 무엇
인가를 깨달았다.
그 순간 천지가 진동하면서
하늘에서 주악이 울리고 선녀들이 춤을 추고
향기가 온 천지에 가득 찼다
하늘에 있는 천룡야차(天龍夜叉)들이 훌륭하다고 감탄하면서
이런 용기는 미증유의 것이라고들 했다
《대장엄론경(大莊嚴論經)》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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