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과 뇌졸증의 차이
- 심하게 운동을 해서 지쳤다든지 몹시 긴장했을 때, 손이 떨리는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원인을 아니까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겠지만 무슨 이유인지고 모르게 수족이 떨린다면 적지않이 불안해질겁니다. 난치병의 하나라고 하는 파킨슨병의 경우도 아주 초기의 증상으로 손발이 떨린다고 하던데요, 이 파킨슨병의 경우 늘 손발이 떨리는 것인가요?
네. 특별한 원인이나 계기가 없더라도 언제나 떨리게 됩니다. 처음에는 긴장했을 때만 떨던 것이 어느 사이엔가 안정이 되었을 때도 덜덜 떨게 되는 것이 하나의 큰 특징이지요. 그리고 일단 시작되면 점점 더 심해집니다. 내버려 두어도 자연히 치유되는 병이 아니지요.
- 언제나 떤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서, 중풍으로 쓰러진 뒤에 일어나는 떨림의 경우, 이것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분명하지요. 그러나 파킨슨병의 경우는 언제 시작됐는지 모르게 떨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큰특징으로는 태반이 반드시 몇 해 사이에 몸의 양쪽이 모두 떨리게 된다는 사실이지요. 어느쪽이든 한편의 팔이나 발에서 시작돼서 몇 개월, 혹은 1--2년 지나는 사이에 차츰 반대편의 수족도 떨리게 됩니다. 다시 3--4년 지나면 양쪽의 손발이 전부 떨리고 근육이 굳어지게 됩니다.
- 뇌졸증의 경우에 몸의 한쪽이 떨리는 수가 있지요. 이런 경우와 파킨슨병과는 떨리는 것이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뇌출혈 후의 떠는 증상은 반드시 한쪽에만 일어나며 무슨 동작을 하려고 할때 유달리 심하게 떨게 됩니다. 파킨슨병의 떠는 증상은 일초에 오 육회씩 아주 규칙적으로 떠는 것이 보통이지요. 뇌일혈 뒤의 이른바 소뇌성 떨림은 매우 불규칙하고 일초에 이 삼회의 비교적 느린 떨림인데 그때그때 떠는 속도가 달라지니까 일률적으로 회수를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 파킨슨병의 떠는 증상은 몸의 어디가 어떻게 돼서 생기는 것일까요?
좀처럼 그 메카니즘이 밝혀지지 않았었는데, 약 이십년전에 도파민이라는 뇌의 대사물질, 다시 말해서 뇌의 운동신경이 활동하는 데에 필요한 물질이 모자라게 되는 것이 이 병의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이론이 나왔지요. 그렇다면 왜 도파민이 부족하게 되느냐? 우리의 대뇌 아래에 있는 중뇌에는 흑질이라는 것이 있읍니다. 이것은 쌀알보다 조금 큰 신경구조로서 신경세포의 집합체인데 여기에 멜라닌이라는 까만 색소를 가진 신경세포가 많이 있기 때문에 얼핏 보기에 까맣게 착색된 것처럼 보이며, 그래서 그런 이름이 붙었지요.
이 혹질의 신경세포가 어떤 원인으로 변성해서 없어지면 거기서 만들어지던 도파민이 모자라게 됩니다. 본디 도파민은 대뇌의 선조체로 운반돼서 근육의 굳은 정도나 운동 등의 균형을 다스리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도파민의 공급이 끊어지니까 근육이 굳어지고 운동의 균형이 잡히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모자라는 도파민을 보충해 주면 운동신경이 다시 정상적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 아니겠느냐 하는 데에서 치료의 실마리를 찾게 됐읍니다. 다만 현재도 흑질의 신경세포가 왜 죽어 버리는지, 다시 말해서 병이 일어나는 원인은 모르고 있읍니다. 정상적인 혹질은 앞서 말한 대고 까만 색소를 지닌 신경세포가 모여있기 때문에 까만 빛깔을 하고 있는데, 파킨슨병에 걸리면 그 빛깔이 사라지고 새하얗게 되지요. 즉 도파민이 만들어지지 않게 됐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도파민이 없어지느냐, 혹은 어떻게 돼서 신경세포가 탈락, 사멸하느냐는 아직 밝혀지지않고 있읍니다. 이 병이 난치병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파킨슨병의 발병에 연령적인 특징이 있습니까?
옛부터 이 병은 오십세를 넘기고서 일어나는 예가 많다고 알려져 있었지요. 동양인은 백인과 달라서 사십세까지 발병하는 경우가 십프로쯤 있습니다. 이것을 약년성 파킨슨병이라고 부르는데 치료가 더 어렵습니다.
조기에 신경내과에서 진단받도록
- 파킨슨병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진행되고 증상도 심해진다고 하던데요. 어떤 경과로 진행되는 것일까요?
이 병은 만성병으로서 몇 해 아니 십수년이나 계속됩니다. 이 병의 진행을 미국의 야르라는 학자가 임상적으로 다섯 단계로 나누어 놓았지요.
우선 발병해서 반년에서 일년까지의 증상이 가벼운 시기-한쪽의 팔 또는 다리가 떨리고 근육이 가볍게 굳어지지만 반대쪽은 아직 아무렇지도 않은 단계입니다. 동작은 둔하지만 아직도 회사에 나가서 일할 수 있는 정도지요. 단지, 아직 마비가 되지 않아서, 글자를 쓰기는 쓰지만 쓰다가 도중에 팔이 움츠려져서 글자의 크기가 작아지곤 합니다. 이것을 의사들은 움츠림 현상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이것이 일년쯤 지나서 제2단계에 접어 들면 양쪽 수족이 떨리고 뻐근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일하기가 좀 어려워지지요.
제3단계로 접어들면 주로 몸통이 굳어지면서 자세의 장애가 일어납니다. 몸이 앞으로 구부정하게 굽어지지요. 서 있을 때도 무릎이 쭉 펴지지 않으며 팔꿈치도 구부정하고 걸음걸이에도 아장아장 잘게 걷는 특징이 나타납니다. 이 단계에서는 혼자 기동하는 것이 위태로와서 부축이 필요하지요.
발병해서 육 칠년쯤 지나면 부축이 없이는 혼자서 걷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이 제4 단계이지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제5단계에서는 줄곧 누워서 꼼짝달싹 못하게 됩니다. 혼자서는 몸을 뒤척이지도 못하고, 식사도 못하며 옷을 입거나 벗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지요.
환자의 상태를 구체적인 예로 들어 볼까요? 온몸의 근육이 굳어져서 몸의 왼쪽 반신은 다른 사람이 팔꿈치나 무릎을 구부리거나 펴려고 해도 딱딱하게 굳어 좀처럼 굽혀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스스로도 물론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것을 경직으로 인한 무동증이라고 부릅니다. 손가락도 제대로 쭉펴지지 않고 구부리려고 해도 시간이 걸리지요. 또 돌진증이라는 증세도 있습니다. 누가 툭 치거나 발이 무언가에 걸려서 몸이 앞으로 홱 쏠리게 되면 멈추질 못하고 돌진해서 물건이나 벽에 부딪쳐 버리는 증상이지요. 그리고 발뒤꿈치를 올리지 못하고 발바닥을 질질 끌며 아장아장 걷는 것도 하나의 특징입니다.
역시 빨리 발견해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그럴때는 병원의 무슨 과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하지요?
최근 큰 병원에는 신경내과가 마련돼 있어요. 그 과가 파킨슨병에 관해서는 가장 전문적인 과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가까운 곳에서 신경내과가 눈에 띄지 않으면 내과의에게 잘 부탁해도 진단은 충분히 내릴 수 있을겁니다.
- 진단이 내려질 때까지는 갖가지 검사가 있겠지요? 다른 원인으로 떠는 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그렇지요. 근전도 검사를 비롯해서 각종 검사를 하는데, 파킨슨병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일은 역시 언제, 어떤 증상으로 시작돼서 그것이 어떠한 경과로 점점 진행돼 왔는가를 정확히 알아 보는 것입니다.
약의 복용으로 증상을 억제한다.
- 파킨슨병이라고 진단이 내려졌을 경우, 어떠한 치료가 시작됩니까? 모자라는 도파민을 보충하면 된다고 아까 말씀하셨는데...
십수년 전부터 도파라고 하는 약으로 치료를 해왔습니다. 이 약을 먹으면 흡수돼서 그중 일부가 뇌로 운반되고 거기서 도파민으로 만들어져 모자라는 몫을 보태 주지요. 근본적인 치료나 예방은 현재의 지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마는, 나타나고 있는 증상을 억제해서 당장은 몰라 볼 정도로 낫게 하고 병의 진행을 조금 막을 수 있지요. 그런 뜻에서 이약이 개발돼서 쓸 수 있게 됐을 때, 의사들은 대단히 감격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진료한 환자의 약 삼할(오래 않고 있는 사람이나 새로운 환자도 포함해서)에게는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한마디로, 남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던 사람이 혼자서 옷을 입고, 버스를 타고, 통근하며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해나가는 정도까지 회복됐습니다.
또 환자의 다른 삼할은 회사에 다닐 정도는 못 되지만 집안에서 하는 자기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됐어요. 따라서 이 약물치료법으로 두드러지게 나은 케이스가 육 칠할이 되는 셈입니다. 또 그다지 눈에 띄게 낫지는 않았어도 약을 들고 있으면 분명히 몸의 컨디션이 좋다는 환자가 또 이 삼할은 있지요 그러니까 합쳐서 팔 구할의 환자가 약을 복용해서 좋아졌다는 얘기가 됩니다.
하긴 어떤 병이라도 마찬가지지만 파킨슨병의 경우에도 약효가 없는 예도 있고,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나는 예도 있어요. 파킨슨병의 경우 약이 듣지 않는다는 케이스는 발병하고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환자에게 많습니다. 그러니까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지요.
- 그러나 근본원인을 없앨 수 없다면 이 약은 장기간 계속 복용해야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약을 들지 않으면 이내지 삼일 후에는 원래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평생 복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드는 양을 증상에 따라 가감하는 일이 긴요하지요. 한번 먹기 시작했다고 해서 제멋대로 복용해도 좋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정기적으로 의사의 진찰을 받고 그 지시에 따라 약을 먹어야 합니다.
- 부작용이 생길 염려는 없나요?
일년 이상을 계속 복용하면 약간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람이 많지요. 제일 주된 증상은 전과는 거꾸로 대단히 분주하게 움직이게 되는데 무도병(뇌의 운동조절 기능 장애로 얼굴, 손발의 근육이 멋대로 움직인다 - 편집자주)처럼 몸이 움직이지요. 또 하나, 노인에게 흔한 것으로는 환각이나 망상에 사로 잡혀 정신병 비슷하게 되는 수가 있읍니다. 그런 뜻에서도 되풀이해서 말씀드립니다마는 전문의에게 정기적인 진찰을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되도록 움직이고 걷도록
- 약 말고 다른 치료법은 없나요?
또 하나, 수술을 하는 치료법이 있읍니다. 이것은 간뇌 안에서, 앞서 말한 선조체의 도파민 감소로 말미암아 근육이 땅기고 떠는 증상을 빚게 하는 신경구조를 수술하는 것이지요. 렌트겐검사와 몇 미크론의 가느다란 전극을 사용한 생리학적 검사 데이터를 컴퓨터로 처리해서 그 부위에 정확하게 직경 삼밀리미터의 작은 수술소를 만들어 이상한 움직임을 하게 하는 신경세포의 중추를 전기로 태우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주 안전하게 부작용도 없이 떠는 증상과 근육의 땅김이 몇 초 안에 완전히 사라집니다.
- 역시 수술을 하기에 적합한 증상이나 시기가 있겠지요?
그렇지요. 환자의 증상이나 경과를 잘 살피면서 수술이 적당한지 어떤지를 정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약이 듣지 않는 경우인데 약을 복용하면 근욕의 땅김이나 경직은 낫지만 강하게 떠는 증상이 가시지 않을 때는 수술을 하지 않을 수 없지요.
또 위궤양을 앓고 있다든가, 부작용이 매우 심해서 약을 먹을 수 없는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로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지를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파라는 약 자체는 안전한 것이고 다른 병, 이를테면 폐렴이나 감염증의 약과 함께 먹어도 염려가 없으므로 꽤 광범위하게 쓸수 있으나, 수많은 환자 가운데에는 약만으로는 진정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있어요. 특히 심하게 떠는 증세에 대해서는 수술을 하는 편이 좋다는 데이터가 나와 있지요.
- 수술은 어려운가요?
어렵다면 분명히 어렵지요. 뇌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직경 몇 밀리미터의 작은 수술소에 대해 일밀리미터의 십분의 일(백미크론)이상의 오차는 허용되지 않을 정도의 엄격성과 정확성으로 바늘을 찔러야 하므로 우리 의사들은 상당히 신경을 씁니다. 그러나 수술받는 환자에게는 무척 안전한 수술로서 부작용도 없고, 사망율은 현재로선 일단 영이라고 해도 좋으며, 맹장수술보다도 위험도가 낮다고 생각되지요. 현재로는 구십팔퍼센트의 예에서 떠는 증상을 영구히
없애는 데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십년 동안의 의학의 기술적인 진보는 대단한 바가 있어요.
- 이 파킨슨병이라는 것이 장기간에 걸쳐서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없는 병이라니 환자로서는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관리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절실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랜 기간을 지내려면 다른 병, 가령 폐렴에 걸린다든가, 당뇨병을 앓는다든가, 또 그밖의 여러 감염증도 일어나고, 이를 뽑는 수도 있겠지요. 음식물을 삼키는 것이 어려워지므로 이 병에는 유별나게 기관지염과 폐렴이 곧잘 따라 다닙니다. 그런 때에 도파를 계속 먹어도 괜찮겠느냐고 환자들로 부터 자주 질문을 받습니다마는, 그대로 계속해서 다른 약이나 항생물질과 함께 복용해도 아무 걱정이 없읍니다. 그런 뜻에서도 도파는 아주 다루기 쉬운 약이지요.
그런데 도파의 부작용으로 메스꺼운 증세가 있으나, 그것을 억제하는 아주 좋은 약이 요사이 생겼으므로 그 약을 함께 복용하면 됩니다.
또 하나, 환자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일은 되도록 스스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지요. 툭하면 집에 틀어박히기가 일쑤인데 그것이 제일 나빠요. 집안이든 바깥이든간에 괜찮으니까 되도록 걸어야 합니다. 적어도 하루에 일이킬로미터쯤은 걸으라고 움직일 수 있는 환자에게 저는 언제나 권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신변잡사나 집안일이라도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해보는 것이 몸의 쇠약을 막는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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