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일 화요일

신촌 이미지 한의원 02-336-7100 송강정철 시선집2

201.
祗恐回頭錯 머리 잘못 돌릴까 삼가 두려워서지
非關着脚難 발 붙이기 어려워서 그런건 아니라네.
丁寧伯子訓 정녕코 程伯子의 교훈에다
想象邵翁閒 邵康節의 한가함도 상상하시길...
1. 邵康節: 宋나라 학자. 주역에 정통하였음.


202.
操弓出塞日 활 지고 변방을 나간 날도 있었고
看劒引杯時 칼 보며 술잔을 들던 때도 있었지.
萬事今寥落 만사가 이제는 적막하나니
殘生寄一枝 남은 생을 一枝에 부치노이다.
1. 寥落: 쓸쓸함. 적막함. 2. 一枝: 장자 逍遙遊篇에 ‘鷦鷯棲於深林 不過一枝’라 하여 뱁새가 숲에 보금자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나무 한 가지에 불과하다는 뜻. 사람은 각각 자기 분수에 만족하여야 한다는 비유.


203.
舊日關東伴 옛날 關東서 짝하였던 이
今宵洛下觴 오늘 밤엔 서울에서 술마시네.
別離頻換歲 헤어진 후 자주 해가 바뀌었더니
鬚鬢各蒼蒼 수염과 귀밑머리 각기 시들부들 하고나.
1. 蒼蒼: 노쇠한 모양.



204. 對花漫吟 꽃을 대하며 읊다

花殘紅芍藥 꽃은 쇠잔해도 작약은 붉은데
人老鄭敦寧 사람은 늙었구나 정돈령이여.
對花兼對酒 꽃에다 술까지 겸했나니
宜醉不宜醒 마땅히 취해야지 깨서는 아니되리.
1. 漫吟: 일정한 글체가 없이 생각나는 대로 시를 지어 읊음.


205. 示栗谷 율곡에게 보이다

君子辭黃閣 군자는 黃閣을 사양하고
小人秉東銓 소인은 東銓을 쥐었네.
賢邪進退際 어진이와 간사한 이 나아가고 물러날 제
副學心恬然 副提學 그대는 태평이구려.
1. 黃閣: 재상의 관서. 의정부. 東銓은 吏曹 또는 그 관원의 딴이름. 東班인 文官의 제반 인사행정을 맡은 데서온 말


206. 夢中作 壬辰五月,適在江界時,夜夢作此,翌日蒙放,仍下召命,獎以忠孝大節,卽向行在,迎駕於平壤
꿈에 짓다(임진년 오월에 귀양지 강계에서 꿈에 이 시를 짓고 이튿날 방면되었다. 이에 소명을 내리고 충효대절로 推獎함으로 즉시 行在로 향하여 평양에서 大駕를 맞았다)

昭代收遺直 밝은 시대라 곧은이가 거두어지니
天墀曉鐸鳴 대궐 뜰에 새벽 목탁이 우는고야.
1. 遺直: 옛 성현의 風度가 있는 정직한 사람.



207. 失題 二首 실제 2수

何當化爲石 어느 때에 돌이 되어서
屹立暮江頭 저무는 강 머리에 우-뚝 설꺼나.
出象村集晴窓軟談 상촌집 청창연담에서 나옴.

208.
萬事何關客 만사가 객에게 무슨 관계리
惟知酒有無 오직 술 있고 없음을 알 뿐이니.
出芝峯類說廉潔卷,挽李友直性廉不事營爲,惟日飮無何,客有言及世事,輒以何關答之 지봉유설 염결권에서 나옴. 이우직의 만사에서, 성품이 청념하여 영위를 일삼지 않고 오직 날마다 술만 마실 뿐이며 객이 혹시 세상일을 어급하면 문득 무슨 관계냐 하였다.

<별집>

209. 剛叔逢上京訪高陽村居 강숙이 서울로 올라가면서 高陽의 시골집에 들리다

田間雨忽至 밭 사이에 비 문득 이르더니
雲外日方中 구름 밖엔 해가 방금 떳고나.
萬事人將醉 온갖 일에 사람은 취하려는데
千山路不窮 千山의 길은 아득히 다함이 없네.



210. 送安君昌國歸龍城 五首 용성으로 돌아가는 안창국을 전송하며 5수

久作經年別 해가 지나도록 이별한지 오래더니
聊同七日春 그대와 칠일 동안 봄을 즐겼고야.
交遊萬天地 벗이야 천지에 가득하지만
君是意中人 그대야말로 내 의중의 사람이나니.


211.
全家隱巖竹 온 집이 대와 바위로 숨었나니
孤棹漾江春 외로운 배는 봄 강에 출렁이네.
明時一欠事 밝은 때에 한 가지 흠이라면
君作釣魚人 그대가 고기 잡는 사람이나 된 것이지.


212.
海外年年病 바다 밖에서 연년이 병 앓는데
江邊處處春 강변엔 곳곳이 봄이구나.
未因乘興去 흥을 타고서 떠나들 못하고
空作獨醒人 헛되이 홀로 술만 깨었네.


213.
信疎天上客 천상의 객으로부터 소식이 드무니
交絶洞庭春 洞庭春도 함께 못하네.
病久驚逢節 병이 오래라 새삼 계절에 놀래고
年衰㤼送人 늙음에 이르러 사람 보내기도 두려워라.
1. 洞庭春: 술이름.


214.
殘生如老櫟 쇠잔한 인생 늙은 상수리나무 같지만
不願更逢春 다시 봄을 만나긴 원치 않네.
已具尋眞棹 眞境 찾아갈 배는 이미 갖추었나니
將爲入海人 장차 바다로 들어가리이다.
1. 櫟은 재목으로 쓸 수 없음으로 쓸모 없는 나무를 뜻하며, 樗와 병칭한다.



215. 瀟灑園書洪澄扇 自註余於丙辰秋,與洪飮永平大橋上,轉眄十七年矣,今年春相遇於瀟灑園,洪已不能識矣 二首 소쇄원에서 홍징의 부채에 쓰다(내가 병진년 가을에 홍과 더불어 여평대교 위에서 술을 마셨는데 눈 깜짝할 사이 십칠년이나 지났다. 今年에 소쇄원에서 만났는데 홍은 이미 알아보지 못하였다. 2수)

柳市橋邊飮 柳市의 다릿가에서 술 마시었지,
依然歲丙辰 의연 세월 병진년에.
衰容初不記 쇠한 얼굴 처음엔 기역 못하더니
驚笑十年人 놀라 웃는구려 10년 전 사람아.
1. 依然: 전과 다름이 없는 모양.


216.
梁園連谷口 양원은 곡구와 잇다아 있고
花鳥鬧芳辰 봄철이라 꽃과 새는 재재거리나니
偶爾牽幽興 우연이 그윽한 흥취에 끌려
尊前逢故人 술잔 앞에서 옛님을 만났네.
1. 梁園: 漢代의 양효왕의 동산. 전하여 皇室. 2. 芳辰: 봄철. 春節



217. 翫水亭贈曺敎官汝忠 二首 완수정에서 교관 조여중에게 주다 2수

日夕衣巾重 낮과 저녁으로 옷과 건은 무거워지는데
前山嵐氣濃 산 앞에 이내는 더욱 짙고야.
應須康濟酒 모름지기 몸 보하는 좋은 술이라
手進兩三鍾 손수 두세 잔 올리옵나니.
1. 康濟: 건강을 위해 保養함.


218.
白知松下鶴 흰 것은 솔 아래 학이고야
黃見草中牛 누런 것은 풀 속에 소이지야.
此景無人畵 이 경치 그릴 이 없어
山翁筆下收 山翁의 詩筆로 담아내나니.

2부 七言絶句
<원집>

1. 夜坐聞鵑 밤에 앉아 두견이 소리 듣나니

掖垣南畔樹蒼蒼 궁궐 담 남쪽 두둑엔 나무가 푸르고
魂夢迢迢上玉堂 꿈 속 혼은 멀리멀리 玉堂으로 가옵네.
杜宇一聲山竹裂 두견이 한 소리이 山竹에 스치울 때
孤臣白髮此時長 외론 신하의 흰 머린 길어 가옵나니.
1. 掖垣: 궁중의 正殿 곁에 있는 담. 2. 蒼蒼: 초목이 나서 푸릇푸릇하게 자라는 모양. 3. 玉堂: 홍문관의 별칭. 혹은 文士가 出仕하던 곳.



2. 漾碧亭 양벽정

滿天星月酒初醒 별과 달 하늘에 가득한데 술이 갓 깨었네.
赤葉黃花漾碧亭 붉은 잎과 노란 꽃의 양벽정이여.
夢裏分明宣政殿 꿈 속에 선정전 선명하니
玉旒高拱語丁寧 玉旒에 팔짱끼고 정녕코 말씀하시네.
1. 高拱: 높은 곳에서 팔짱을 끼고 있음.
3. 書感 감회를 쓰다

鏡裏今年白髮多 금년엔 거울 속에 흰 머리 더욱 많고
夢魂無夜不歸家 꿈 속 혼은 밤마다 집으로 가지 않는 날 없네.
江城五月聽鶯語 江城의 5월에 꾀꼬리 소리 들리는데
落盡棠梨千樹花 천 그루 팥배나무 꽃은 모두다 졌구나.
1. 棠梨: 팥배나무



4. 宿淸溪洞 청계동에서 자다

年來萬事入搔頭 여러 해 동안 온갖 일에 머리를 긁나니
天外無端作遠遊 하늘 밖 먼 곳까지 무단히도 나다녔지야.
偶向石門深處宿 우연히 石門 깊-은 곳에서 자노라니
碧潭疎雨荻花秋 푸른 못 성근 비의 물억새꽃 가을이여.
1. 年來: 여러 해 以來.



5. 咸興客舘對菊 함흥 객관에서 국화를 보며

秋盡關河候雁哀 가을 다한 변방에 철기러기 슬프고야,
思歸且上望鄕臺 돌아갈 생각에 또 望鄕臺에 올랐나니
慇懃十月咸山菊 시월에 핀 은근한 咸山의 국화여
不爲重陽爲客開 중양절 아니건만 객 위해 피었구나.
1. 關河: 關塞. 지방의 산하.



6. 次金判官希閔韻 판관 김희민에 차운하다

梅花折寄數枝寒 쓸쓸한 매화가지 몇 가지 꺾어 부치자니
照徹心肝着句難 마음을 환히 비춰 글 짓기 어렵구나.
何事年年滯京輦 무슨 일로 연년히 서울 수레 막히어서
暗香疎影夢中看 그윽한 향에 성근 그림자 꿈 속에나 보는지.



7. 與霞堂丈步屧芳草洲還于霞堂小酌 하당장과 방초주를 거닐다가 하당으로돌아와 술을 들다

散策芳洲倦却廻 꽃샘을 산책하다 피곤해 돌아와
殘花影裏更傳杯 남은 꽃 그늘에서 다시 술을 나누네.
年年南北相思夢 년년히 남북 오가는 꿈속 그리움이야
幾度松臺夜半來 몇 번이나 밤중에 송대를 이르렀을꼬.



8. 聞隣友會棲霞堂以詩先寄 이웃에 친구들이 霞堂에 모인다는 말을 듣고 시로써 먼저 부치다

羣仙聯袂訪仙居 여러 신선들이 소매 연하여 仙家를 찾아가나니
花發碧桃山雨餘 산 비 지난 후에 벽도화 활짝 피었네.
勝事於我已無分 좋은 일이란 나에게 나눠진 게 없으니
白頭回處意何如 흰 머리 돌릴 때에 내 맘이 어떠 했으료.
1. 碧桃: 복숭아나무의 일종. 千葉의 희고 아름다운 꽃이 피며 열매는 매우 작고 먹지는 못함. 관상용으로 심음.



9. 次環碧堂韻 환벽당 운에 차하다

一道飛泉兩岸間 한 줄기 샘물이 양 언덕 사이에 날리우고
採菱歌起蓼花灣 여뀌꽃 물굽이에 마름 캐는 노래가 이네.
山翁醉倒溪邊石 산 늙은이 시냇가 돌에 취해 누우니
不管沙鷗自往還 아무려나 모랫가 갈매기는 왔다 갔다 하는고나.


10. 重尋萬日寺 거듭 만일사를 찾다

一龕燈火石樓雲 한갯 감실엔 등불이 밝고 石樓엔 구름이라,
往事茫茫只斷魂 지나간 일은 아득아득 혼을 끊을fp.
惟有歲寒雙栢樹 오직 추운 겨울 두 그루 잣나무만이
雪中蒼翠暎山門 눈 속에 푸른빛을 山門에 비추이네.



11. 題學祥詩卷 학산 스님의 시권에 쓰다

師住香山二十年 스님은 香山에 20년이나 지내시면서
藥爐經卷五更天 밤 지새며 藥爐로 불경을 읽으시더니
人間何事有難了 인간 세상에 어떤 일이 마치기 어려워
時遣沙彌一字傳 때때로 沙彌 보내어 一字를 전하시는가.
1. 五更: 새벽 3~5시. 2. 藥爐: 약을 다리는 화로. 3. 沙彌: 어린 僧.



12. 大岾酒席呼韻 대점의 술자리에서 시운을 부르다.

一曲長歌思美人 한 곡조 길게 노래하며 미인을 생각하니
此身雖老此心新 이 몸이야 비록 늙었지만 마음은 새로워라.
明年梅發窓前樹 내년에 창문 앞 나무에 매화꽃 피거든
折寄江南第一春 강남의 첫 번째 봄을 꺾어다 부치리다.



13. 行次金堤 二首 김제의 행차에 쓰다 2수

六十一塘蓮子花 예순 하나의 연못에 연꽃이
秋來香盡奈如何 가을되어 향기 다 했으니 어찌하리요.
客愁無寐碧城夜 나그네 시름겨워 잠 못 드는 碧城의 밤
明月滿天凉露多 밝은 달은 하늘에 가득한데 찬서리만 많고나.
1. 주역 61번째 괘가 風澤中孚이다.


14.
千里蓬山不可忘 蓬山일라 천리 밖 잊지 못하니
待臣衣帶御爐香 신하의 옷과 띠며 御爐의 향이여.
樓頭蕭瑟碧梧樹 누각 앞 벽오동은 소슬만 한데
一夜不眠秋氣凉 하룻밤 잠 못 들고 가을 기운만 시리네.
1. 蓬山: 옥당(出仕하는 곳)의 별칭. 2. 待臣: 임금을 가까이서 모시는 신하.



15. 詩山客館 시산 객관에서

不才無補聖明時 재주 없어 성인의 밝은 시대에 보탬도 못되고,
老去情懷酒獨知 늙어 가는 정회는 술만이 알아주네.
客路詩山纖月上 詩山의 나그네 길에 초생달이 오르니
黃昏更與美人期 황혼에 다시금 미인과 기약 하여이다.
1. 纖月: 초생달.



16. 燕子樓次韻 연자루에 차운하다

深夜城南獨倚樓 깊은 밤 성 남쪽 홀로 누각에 기대옵나니
玉川秋月影悠悠 玉川의 가을 달, 그림자 아득아득
淸光吾欲美人贈 맑은 빛 고운 님께 보내련만
路斷蓬萊山上頭 봉래산 꼭대기라 길이 끊겼네라.



17. 次霞翁韻 하옹의 운에 차하다

幽人忽起尋春興 幽人이 문득 일어나 봄 흥을 찾나니
川上夕陽經短橋 夕陽이 냇물 위의 짧은 다리를 지나네.
萬壽芳菲烟景暮 온갖 나무와 화초들이 저녁 연기 속에 있느니
野村新酒兩三瓢 시골의 갓 익은 술을 두세 잔 마시어라.
1. 芳菲: 향기가 나는 화초. 2. 烟景: 아지랑이가 낀 경치. 봄 경치.



18. 李夢𧶘家看梅 이몽뢰의 집에서 매화를 보다

病後尙餘垂死骨 앓은 후라 뼈만 앙상히 남았고야
春來還有半邊梅 봄이 와서 매화는 반 가지만 피었지야.
氣味一般憔悴甚 초췌한 氣味는 너와 내가 한가지니
黃昏相値兩三杯 황혼에 서로 만나 두세 잔 마시고야.


19. 贈鄭宏度兄弟彦洪彦湜 정굉도 형제에게 주다(언홍과 언식)

病起江湖白日長 병 앓다 일어나니 강호에 낮은 길기만 하여
角弓嘉樹細消詳 각궁, 가수 소상히 읽었더니
滎陽舊好逢聯璧 형양의 옛 우정 連璧을 만났나니
萬竹靑靑酒一觴 靑竹 울울이에 술 한잔 들고지고.
1. 角弓: 시경 소아편의 편명. 형제의 우애를 찬미한 시. 2. 聯璧: 한 쌍의 둥근 옥. 혹은 才學이 뛰어난 한 쌍의 벗. 3. 舊好: 예전의 情意.



20. 乘戰船下防踏浦 전선을 타고 방답포로 내려가다

戰船張帆截大洋 싸움배 돛을 펴고 大洋을 가르니
亂峯無數劒攢鋩 무수한 봉우린 칼끝을 모아놓은 듯,
東邊直擣扶桑穴 동쪽 가로 곧바로 왜놈의 소굴을 치면야
不用金湯禦犬羊 적 막을 金城湯池랑 필요없나니.
1. 擣 칠도. 2. 犬羊: 악한 사람의 비유. 3. 扶桑: 동쪽 바다의 해 돋는 곳에 있다는 神木. 또는 그 신목이 있는 곳. 혹은 일본. 4. 金城湯池: 방비가 아주 견고한 성.

21. 運籌軒醉題 自註族兄梁季溫思瑩爲兵使,余適忝按使,醉作一節而張之 운주헌에서 취하여 쓰다(족형 양계온 사영이 병사가 되고 내가 마침 안사가 되어서 취하여 절구 한수 지어 이를 펴다)

兄爲節度弟觀察 형은 절도사요 아우는 관찰사라
南服安危屬一家 남방의 안위가 한 집안에 달려있으니
坐使妖氛淸海徼 앉아서 바다에 떠도는 요망한 기운 맑게 하고서
運籌軒下酌流霞 運籌軒 아래에서 流霞酒 마실꺼나.
1. 流霞: 떠도는 운기. 혹은 신선이 마신다는 美酒의 이름. 2. 坐使: ‘여기 앉아서 저 떠도는 妖氛을 맑게 할 수 있다면‘의 바람의 뜻.



22. 雲水縣亂竹叢中見有古梅一樹 운수현 대숲에 古梅 한 그루가 있음을 보다

梅花一樹半無枝 매화 나무 한 그루 반이나 가지 없지만
標格依然雪月時 달빛과 눈 쌓인 속에 자태만 의연해라.
休道託根非處所 있을 곳 아닌데 있노라고 말하지 마시길
老兄心事此君知 노형(梅)의 심사를 그대(竹)가 알지 않는가.
1. 標格: 목표로 하는 품격.



23. 次剛叔韻 강숙의 운에 차하다

平波極目夕陽低 아스라히 반드러운 물결 석양은 지는데
醉後松間散馬蹄 취한 후에 솔 사이로 말은 달리네.
回首故園千里隔 머리 돌려 고향은 천리나 격해있거늘
一年芳草又萋萋 한 해라 芳草는 또다시 다보록하고나.
1. 極目: 시력이 미치는 한. 2. 散馬: 안장을 얹지 않는 말.



24. 北岳次趙汝式憲韻 趙公時爲都事 북악에서 조여식(헌)의 시에 차운하다(조공이 이때 都事가 되다)

一別修門月再彎 修門을 한 번 이별 후 두 달이 되었나니
五雲歸夢五湖間 五雲은 꿈 속 五湖로 돌아가네.
無人剗却鷄龍北 계룡산 깎을 이 없어
愁望難通木覓山 근심스레 바라나니 목멱산 통하긴 어려울레.
1. 五雲: 靑赤白黑黃의 오색 구름. 다섯구름. 혹은 황제가 있는 곳. 2. 五湖: 은둔하는 곳. 고대 吳와 越 지역의 五洲.



25. 原韻 원운을 붙이다

岡巒如畵水如彎 산등성이는 그림 같고 물은 활처럼 굽어있어
湖界蒼茫一望間 바라보면 湖西의 경계 아득하여이고.
恰似重峯三月暮 마치 춘삼월 重峯이 저물녁에
臨江登眺兩京山 강에 이르고 산에 올라 서울의 두 산을 보는 듯...



26. 銀臺直夜寄洪學士迪 銀臺에 야직하면서 학사 홍적에게 부치다

掖垣風雨夜厭厭 궁궐 담 밤엔 비바람 후둑후둑,
世事羈心白髮添 世事에 나그네 시름 흰 머리만 더해지네.
窓外芙蓉抱香死 창 밖에 芙蓉은 향기 품고 죽나니
五更燈火獨鉤簾 五更에 등불 밝히고서 홀로 발 걷고야.
1. 厭厭: 무성한 모양. 掖垣은 궁궐 正殿 곁에 있는 담.



27. 次朴希正韻 박희정이 시에 차운하다

高樓客散夜將闌 밤 늦어 객들 흩어지는 높은 누각에
歌罷滄浪蠟燭殘 滄浪曲 파하니 밀촛불이 쇠잔하이.
獨采蓮花何處贈 연꽃 홀로 따내어 어느 곳에 부치올까,
美人千里香雲端 향기론 구름 끝 천리 밖의 고운님께로.
1. 滄浪曲: 초사와 맹자에 실린 노래. 인생의 일은 모두 자연히 돌아가는 대로 맡겨야 한다는 뜻.


28. 山陽客舍 산양의 객사에서

身如老馬倦征途 몸은 늙은 말 같아 길가기에 지쳤으니
此地還思隱鍛爐 이 땅에 鍛爐 차려 숨어살까 생각하네.
三萬六千餘幾日 三萬六千일(百年)이 얼마나 남았을꼬,
東家濁酒可長呼 동녘집에 막걸리나 길게 불러 마실꺼나.
1. 鍛爐: 晉나라 해강이 山陽縣에 鍛爐의 생활을 했음. ‘산양’의 同音으로 인해 비유 함. 2. 長呼: 술 가져오라고 길게 부르는 모습.

29. 竹西樓 죽서루

竹樓珠翠映江天 죽서루의 珠簾과 翠竹은 강물에 비치고
上界仙音下界傳 천상의 仙樂은 하계에 내려오네.
江上數峯人不見 강 위엔 사람 없고 몇 개 봉우리만 있더니
海雲飛盡月娟娟 바닷구름 다 불고 달빛만이 곱고나.



30. 嶺東雜詠 영동잡영

行裝竊比永郞仙 내 행장 가만히 영랑선과 비기면
萬二峯頭碧海前 일만 이천봉 머리에 푸른 바다 앞이네.
千樹梨花渾似雪 천 그루 배꽃은 눈이 내린 듯
孤舟又下鏡湖天 외론 배는 또 거울호수를 내려가나니.
1. 竊比: 가만히 비교함. 2. 永郞仙: 신라 4선의 하나.



31. 磨天嶺 마천령

千仞江頭一杯酒 천길의 산등성이 위에서 술 한잔 마시고야
朔雲飛盡海茫茫 북쪽 구름 다 날고 바다는 아득아득
元戎秦捷知何日 元戎의 승전보는 어느 날에 들을꼬
老子逢春欲發狂 늙은인 봄을 만나 미칠 것만 같은데...
1. 元戎: 뭇 군사. 衆兵. 혹은 元師. 장군. 2. 捷 이길첩 捷報.



32. 過花石亭 화석정을 지나며

山形背立本同根 山形은 등지고 서 있었도 뿌리는 하나요
江水分流亦一根 강물은 나뉘어 흘러도 또한 근원은 하나이네.
花石古亭人不見 花石이라 옛 정자에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
夕陽歸路重銷魂 돌아오는 석양 길에 거듭 혼을 끊노라.
1. 銷魂: 넋이 빠짐. 魂銷.
李景臨誤以花石亭一絶,錄爲柳西崖作,朴玄石酷信其說,余明其不然,而朴公不信,余歸考家藏初草,明載此絶,而其編中碧澗亭題下,有松江先祖手筆,明知其錄在松江稿無疑,幷其本草送示玄石,而玄石終不解感.甚矣其固滯,曾以此說,告於尤菴先生,先生笑曰,此作明是松江作無疑,景臨後生,誤錄何怪,仍誦水流無彼此,地勢有西東之句曰,古亦有如此句法,右丈巖所錄
이경림이 잘못 알고 화석정 一絶을 유서애의 소작이라 기록했는데 현석이 그 말을 혹신하므로 나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으나 박공은 믿지 아니하였다. 나는 돌아와서 家藏한 初草를 상고한즉 분명히 이 절귀가 실려있고 그 편 가운데 벽간정이란 제목 아래 송강 선조의 手筆이 있으니 그 松江稿에 기록되어 있음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그 본초마저 현석에게 보였는데 현석은 종시 의심을 풀지 못하니 그 固滯란 너무도 심하다. 일찍이 이 말을 우암선생께 아룄더니 선생은 웃으면서 ‘이 시는 松江의 작임에 의심이 없다. 경림은 후생이니 誤錄도 있을 법하지 않느냐’하고 인하여 ‘水流無彼此 地勢有西東’이란 시귀를 외우면서 ‘옛날에도 이러한 句法이 있었다’ 右(문집은 縱書이기 때문)는 장암의 기록.



33. 白叅贊仁傑挽詩 백참찬 인준의 만시

孤忠一代無雙士 외로운 충정은 당대에 짝이 없었나니
獻納三更獨啓人 三更에도 홀로 좋은 뜻 일깨웠네.
山嶽降精生此老 산악의 精氣가 내려 이 분을 낳았으니
歸天應復作星辰 하늘로 돌아간 후 응당 다시 별이 되었으리.

34. 挽友 벗의 만사

人說人間勝地下 사람들 말이 인간세가 地下(저승)보다 낫다지만
我言地下勝人間 내 말은 지하가 人世보다 낫다하네.
左携栗谷右君望 왼쪽에 율곡 잡고 오른 쪽에 군망을 잡아
半夜松風臥碧山 밤 중 솔바람의 푸른 산에 누었으면.



35. 送金參判重晦朝京名繼輝 김참판 중회를 보내 明京에 가다(名은 계휘)

世事蕭條不可言 세상사 시들부들 말도 못하고
敦西風雨掩重門 敦西 비바람에 안팎문 꼭꼭 닫았네.
新霜已着經秋鬢 가을 지난 귀밑머리에 이미 새 서리 앉았건만
薊水燕雲又送君 薊水 燕雲으로 또 그대를 보내옵다니.
1. 蕭條: 쓸쓸한 모양.



36. 權都事用中來訪 권도사(용중)가 찾아오다

索居窮巷少人尋 궁벽한 마을에 쓸쓸히 지내니 찾는 이도 적고야
紅葉窓前一膝深 창 앞에 붉은 잎은 무릎까지 쌓였고나.
何意江南舊都事 어찌 알았으리 강남의 옛 都事가
夕陽鞍馬到荒林 夕陽에 말을 몰아 이 곳(荒林)까지 올줄이야.



37. 寄示牛溪 우계에게 부치다

禁掖何年捧玉音 대궐 안 어는 해에 옥음을 받들었던가
白頭三宿小臣心 흰머리 세 번 묵힌 小臣의 마음이여.
平生欲止陶公酒 평생에 도연명의 술을 끊고 싶지만
每到愁時淺淺斟 매번 근심스러울 때마다 조금씩 마실 수밖에...
1. 禁掖: 대궐 안. 궁중. 玉音은 임금의 음성.



38. 題龍頭會軸 先祖爲左贊成時,政府三公及左右贊成,俱是文科壯元,幷經典文衡或兩舘提學,故刱設龍頭契軸,一時稱爲盛事,丈巖所錄 용주회 시축에 쓰다(선조가 左贊成이 되었을 때 정부의 三公 및 左右贊成이 모두 다 문과 장원으로 어울려 經典 文衡이나 혹 兩館의 提學을 아울러 지냈으므로 고로 龍頭契軸을 창설하여 일시에 盛事로 칭하였음. 丈巖의 기록임.

五學士爲五狀頭 五學士를 五壯元이라 하니
聲名到我不相侔 그 명성 나에겐 맞지 않네.
只應好事無分別 다만 호사가들이 분별없이
等謂當時苐一流 우리들을 일컬어 당시 第一流라 하네.
1. 狀頭: 壯元.



39. 醉題鄭相芝衍宅 정승 정지연 댁에서 취하여 쓰다

塵中豈識今丞相 塵世라 지금의 승상을 어찌 알리요,
醉後猶呼舊佐郞 취한 후에 오히려 옛날처럼 좌랑이라 부르네.
握手前楹談絶倒 기둥 앞에서 손잡고 이야기 나누느니
終南山色送靑蒼 종남산이 푸른 빛을 보내어주네.
相公與先公,同在銓曹,爲下僚 상공이 先公과 더불어 銓曹에서 함께 하료가 되었다.
1. 談絶倒: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어 抱腹絶倒함을 이름.



40. 寓居桂林亭榭 계림정사에서 우거하다

秋雨荒臺鬼燐靑 가을비 나리는 荒臺에 도깨비불이 파랗고
古龕無主草冥冥 옛 禪龕엔 주인 없어 풀만이 어둑어둑
年年歲歲王孫恨 년마다 해마다 王孫의 한이
散作虫音夜滿庭 밤이면 벌레소리 되어 온 뜰에 가득하네.

41.東岡送酒 동강이 술을 보내다

岡翁菊酒遠題封 동강옹이 멀리서 국화주 보내옵나니
色奪秋波泂若空 가을 물의 색을 뺏아 맑기가 비어 있는 듯.
曉對雪山開一盞 새벽에 눈산 마주하고 한 잔 마시니
坐令枯骨起春風 앉은 채로 마른 뼈에 봄바람이 이는 듯.
1. 題封: 술 뚜껑에 封하였다고 쓰는 것을 이름. 2. 坐令: 앉은 채 그대로.


42. 讀老杜杜鵑詩 老杜의 두견시를 읊다

淸晨詠罷杜鵑詩 맑은 새벽 두견시 읊고 나서
白頭三千丈更垂 흰 머리 삼천장이나 다시 드리웠네.
涪萬雲安一天下 涪萬과 雲安는 같은 하늘이건만
有無何事若叅差 무슨 일 있고 없어 늘 잠방거리는지.
1. 參差: 가지런하지 아니한 모양 혹은 흩어진 모양.



43. 次藥圃韻 약포의 운에 차하다

壯歲從公直玉堂 젊은 시절 공을 따라 옥당에 宿直하며
玳筵銀燭興偏長 대모자리 은촛대에 흥이야 즈런즈런 하였는데
如今共把天涯酒 이제야 하늘 끝에서 함께 술 드니
時事茫茫鬢髮蒼 세상일 아득하고 귀밑머리만 늙었세라.
1. 玳筵銀燭: 玳瑁로 꾸민 은촛대. 혹은 밤의 화려한 연회. 2. 偏長: 어느 한 방면의 특별한 장점. 여기서는 흥이 매우 길다의 뜻.



44. 漢京寒食 한경에서의 한식

嚴城樹色曉蒼蒼 嚴城의 나무빛은 새벽되어 푸르르고
殘月依微在屋梁 쇠잔한 달은 집 들보에 아른아른
愁裏一春門獨閉 봄이 왔어도 근심 속에 홀로 문 닫으니
落花寒食意茫茫 꽃 지는 寒食에도 뜻만이 아득아득.
1. 寒食: 동지 뒤 105일 되는 날. 왕실에서는 종묘 및 각 陵園에 제향하고 민가에서는 조상의 성묘를 함. 2. 一春: ‘봄 동안 내내’를 뜻함.



45. 舟中謝客 先祖一日渡臨津,先有容在彼岸,及船到泊,二容進前相揖,各通姓名,乃曰吾輩在此,望見尊儀度不凡,私相語曰,成牛溪歟,閔持平歟,及此相對,始覺吾輩所料錯云,故卽吟此絶而謝之,丈巖所錄
배 안에서 손님에게 謝하다(선조가 하루는 임진강을 건너는데, 먼저 두 손이 저쪽 언덕에 있다가 배가 언덕에 당도하자 두손이 앞으로 나와 서로 읍하고 각기 성명을 통하니 이에 하는 말이 ‘우리들이 이쪽에서 尊丈의 儀度가 비범함을 바라보고 서로 말하기를 성우계인가 아니면 민지평인가 하였는데 이에 미처 서로 대면하고 보니 비로소 우리들이 착각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함으로 곧 이 절구를 지어 謝했다. 장암의 기록.

我非成閔卽狂生 나는 성우계도 문지평도 아니라 미치광이지.
半百人間醉得名 반평생을 술로써 이름 얻었나니
欲向新知說平素 새로 알아 내 삶을 이야기 하자면
靑山送罵白鷗驚 청산이 꾸짖고 백로도 놀래리라.



46. 送寄伯魯孝曾歸南中 남중으로 돌아가는 기백로(효증)을 보내고

君歸正及梅花動 매화 필 때 그대가 돌아가니
折取當窓第一枝 창가에 첫 번째 매화 한 가지 꺾어다가
寄我洛城殘雪裏 서울이라 殘雪 속, 내게 부쳐주면
故鄕消息故人知 고향 소식을 벗(나)도 알으리.
1. 正及: 바로 그 순간.



47. 題學禪詩軸 二首 학선의 시축에 쓰다

下山經歲憶山詩 산을 내려온지 여러 해라 산을 추억해 지은 시
惠遠襟期支遁詞 혜원의 마음이요, 지둔의 글이라.
蹤跡似雲紛不定 발자취 구름처럼 어지러이 일정함 없어
纔着北出又南之 잠깐 북에 나타났다 또 남으로 달려가네.
1. 惠遠, 支遁: 모두 晉나라 高僧. 2. 襟期: 마음에 생각함. 또 그 말.


48.
袖裏依然海上詩 소매 속엔 의연히 바다시 들어있고
相逢今月白雲詞 서로 만난 오늘 밤엔 흰구름 문장이라.
年來濯髮扶桑計 여러 해 품어왔던 扶桑에서의 머리감을 계획
一葉扁舟任所之 一葉片舟 가는대로 이 몸을 맡길꺼나.
1. 扶桑: 동쪽 바다에 해 돋는 곳에 있다는 神木. 또는 그 신목이 있는 곳. 2. 濯髮: 머리를 씻음. 세속의 때를 씻고 고결함을 지킴의 비유.



49. 用韻贈山僧 용운하여 산승에게 주다

一病江南故國遙 강남 한 病에 고국은 아슬하야
久無車馬渡溪橋 시냇가 다리를 건너는 車馬 없은지 오래라.
時時乞句山僧至 때때로 시 구하고자 산승이 이르니
莫道柴門太寂寥 사립문이 마냥 적막만 하다곤 마시기를.



50. 別藥圃 약포와 작별하다

西海行旋過竹州 서해를 돌아 竹州를 지나니
亂山關樹夕陽愁 뭇 산 關樹에 석양이 시름겨워라.
離心正似芭蕉葉 이별의 마음이란 꼭 파초잎 같아서
秋雨山中夜夜抽 산중 가을비에 밤마다 뽑히느니.
1. 關樹: 관문에 있는 나무.



51. 道逢丐子 길에서 걸인을 만나다

夫篴婦歌兒在背 애 업고서 남편은 피리불고 아내는 노랠 불러
叩人門戶被人嗔 남의 집 문을 두드리다 욕을 먹네.
昔有問牛今不問 옛날에 問牛하던 일 있어 지금 물어보진 않지만
不堪行路一沾巾 지나는 길에 눈물 적시는 건 참지 못할레라.
1. 問牛: 問牛喘의 준말. 漢나라 정승 丙吉이 死傷者가 길에 가득한 것을 보고서도 묻지 않다가, 사람이 소를 심하게 몰아 소가 혀를 빼물고 헐떡이는 것을 보고 ‘소를 몇 里程이나 몰고 왔느냐’고 물었다는 고사. 묻기가 죄스럽고 부끄럽다는 뜻.



52. 偶吟 우연히 읊다

年來不讀養生書 여러해 동안 양생서 읽지 않았지,
萬事都忘醉夢餘 취한 꿈속에 萬事일랑 모두다 잊고서.
家近華山靑入座 華山 가까운 집에 푸른빛이 자리에 드나니
閉門終日似逃虛 문 닫은 종일이 逃虛와 같고나.
1. 逃虛: 虛의 세계로 달아남. 道家적 의미로 은둔하여 도를 닦음을 비유. 2. 華山: 陳搏이 五代時에 화산에 은거하며 백일이나 잠만 자고 일어나지 않았다 한다.



53. 移寓風樹亭 풍수정으로 옮겨가서 우거하다

江雨霏霏江草萋 강비 부슬부슬 강풀은 다보록한데
山花落盡杜鵑啼 산꽃은 모두 떨어지고 두견이 울제
芳時如許人難住 향그러운 이 때를 머물기도 어려워
辛苦移舟又向西 간신히 배 옮겨서 또 서로 간다네.



54. 廣寒樓前水細如帶,浚而拓之,旣又移竹小嶼,遂把杯長吟
광한루 앞 물줄기가 가늘어 띠와 같으므로 파서 넓히고 또 대나무를 소서에 옮기고 나서 잔을 들고 길게 읊다

恢拓銀河弄明月 은하수 지어내어 밝은 달 희롱하며
栽培苦竹挹淸風 대나무 재배하여 맑은 바람 끄러 왔네.
一年南國巡宣化 일년 남국에 이는 좋은 德化는
只在淸風明月中 단지 맑은 바람 밝은 달 속에...
1. 남원 광한루는 하늘 세계를 상징적으로 땅위에 재현한 건축물로 물은 은하수를 상징하며, 3개의 小嶼는 신선이 산다는 三神山을 뜻한다. 2. 宣化: 덕화를 폄.



55. 送人歸龍城 용성으로 가는 이를 보내며

銀漢樓頭烏鵲橋 銀漢樓(광한루) 머리의 오작교,
舊遊回首夢迢迢 머리 돌려 옛 놀던 곳 꿈속에 아득아득.
當年手植江心竹 그 해에 손수 심었던 江心의 대나무는
千尺如今已上霄 지금쯤 천척이나 자라나서 하늘에 올랐겠지.



56. 朴景進漸家口號惜別 박경진 점의 집에서 석별을 읊다

雪晴南陌馬蹄忙 눈 개인 남쪽 두둑에 말 발굽은 바쁜데
城樹依微暝色蒼 城樹는 희미하야 푸른빛이 뵐동말동
怊悵故人西海別 서해로 떠나는 벗이여 슬프고야
一燈傾盡五更觴 한 등불 다하도록 五更까지 술잔 드나니.



57. 無題 무제

劉何沉醉屈何醒 劉伶은 어찌 취했고 屈原을 왜 깨었던가.
二老行藏未易評 二老의 行藏 평하기 쉽지 않나니
人去至今多說話 사람은 가고 이곳엔 이야기만 많고야.
世間惟有飮留名 세상엔 오직 술꾼만 이름을 남기리니.
1. 劉伶: 晉나라 사람으로 竹林七賢의 한 사람. 지극히 술을 좋아하여 일찍이 酒德頌을 지었음. 2. 屈原: 전국시대 楚의 大夫이며 문학가. 참소를 당하여 소원되매 離騷를 짓고, 멱라수에 빠져 죽었음. 3. 行藏: 세상에 나가서 道에 맞는 일을 행함과 물러가서 숨음.
58. 病中書懷 병중에 회포를 쓰다

家懷湘楚靑山遠 집 생각의 저 남방의 푸른 산은 멀고
身繫安危白髮長 安危에 몸이 매여 백발만 길었네.
每到五更愁未睡 매번 五更에도 시름으로 잠 못 들고
臥看明月下西廓 서쪽 행랑 아래 누워 밝은 달을 보나니.
1. 湘楚: 楚나라 湘南. 송강의 고향이 남쪽에 있음으로 비유하여 이름.



59. 壺山客舘 호산객관

天下傷心送客亭 천하에 마음 상하느니 객 보내는 정자여
江流不盡亂峯靑 강물 끝없이 흐르고 亂峯은 푸르러라.
江南處處春風起 강남 곳곳에 봄바람 이나니
萬竹林中酒半醒 萬竹의 숲 속에 술이 반이나 깨었네라.
1. 亂峯: 여기저기 솟은 고저가 고르지 않는 산봉우리.



60. 題梁別坐溪亭 梁별좌(벼슬명)의 시내가 정자에서 쓰다

迢遞高亭獨倚闌 아스라히 높은 정자 호젓이 난간에 기대니
峽灘如雨響生寒 산여울이 비소리 같아 찬 기운 울리우네.
田翁到老無餘事 田翁은 늙어지어 할 일이 없는지라
一部農書信手看 농서 한 벌을 이리저리 보나니.
1. 迢遞: 높은 모양. 2. 信手: 손이 움직이는 대로 둠.



61. 醉後口號 취한 후에 읊다

塞垣何處獨憑樓 변방 울타리 어느 곳 홀로 樓에 기대었나니
萬事驚心白盡頭 만사에 놀란 마음 모-두 희었네.
欲向蓬萊問消息 봉래산 향하야 소식을 묻고져
夕陽無限碧雲愁 석양에 푸른구름 시름만 그지없네.



62. 送僧入月出山 월출산 들어가는 승을 보내며

月出山中道甲寺 월출산 속 道甲寺의
白雲蒼壁舊題詩 흰 구름 푸른 벽에 그 옛날 시 적었지.
吾衰已負重尋約 나 쇠약하야 다시 찾을 언약 저버리고
送爾秋風落葉時 가을 바람 잎 질 때에 너만 보내는고야.



63. 贈別栗谷 時與栗谷言事未契有此作 율곡에게 증별한다(이 때 율곡과 시사를 이야기하다 맺지 못하여 이 시를 짓다)

君意似山終不動 그대 뜻은 산과 같아 끝내 움직이지 않고
我行如水幾時廻 나의 행은 물과 같아 어느 때에 돌아올까.
如水似山皆是命 산 같고 물 같아 이 모두 운명인지
白頭秋日思難裁 가을날 흰머리로 생각하기 어려워라.



64. 別林子順悌作 임자순(제)을 이별하고 지음

曉起覓君君不在 새벽에 일어나 그대 찾으니 그대 없고
長河雲氣接頭流 은하수 구름 기운만 두류산에 드리웠네.
他日竹林須見訪 다른 날 竹林으로 선뜻 찾아주옵시면
濁醪吾與老妻謀 나는 아내와 더불어 막걸리 준비하여이다.
1. 長河: 큰 강. 혹은 銀河. 天河.



65. 寄贈苔軒 태헌에게 보내다

欲采黃花贈所思 黃菊花 캐내어 그리운 이께 보내고져
碧雲仙路杳難期 푸른 구름의 仙路라서 기약하기 어렵고나.
未堪風雨空山裏 빈 산속에 비바람 섞어 치니
一盞靑燈不寐時 한 잔 푸른 등불에 잠 못 들어 하는고야.
1. 未堪風雨: 견딜 수 없을 만큼 풍우가 심함.



66. 題魯希聖山亭 노희성의 산정에서 쓰다

松下精廬俯玉溪 소나무 아래 精廬에서 玉溪를 보느니
玉溪秋水繞墻啼 갈물 옥 같은 시내는 담을 싸고 우네.
山翁睡起捲葦箔 山翁이 잠에서 깨어 갈대발을 걷으니
庭院無人風露淒 정원엔 사람 없고 바람과 이슬만 쓸쓸하이.
1. 精廬: 학문을 닦거나 책을 읽는 곳. 書院. 書齋.



67. 夜坐聞雁 밤에 앉아 기러기 소리를 듣다

邊城獨雁月俱來 변성의 외론 기러기 달과 함께 와서는
淚盡懷君響更哀 님 그려 눈물 다하고서 울음 고쳐 슬퍼라.
天外建章長入望 하늘 밖 建章殿이 멀리 眺望에 들어오니
老夫從此不登臺 늙은 몸 이제부터 臺에 아니 오르리.
1. 更은 다시의 뜻. 고시조처럼 ‘고쳐‘로 풀었음. 이하도 이에 준함.



68. 正月十六日作 自註今日,乃河西栗谷諱日 정월 16일에 짓다(오늘은 바로 하서 율곡의 휘일)

湛老栗翁今日逝 오늘은 湛齋, 栗谷이 돌아간 날
從前食素老難能 종래의 소반도 늙어지니 못하겠네.
出處各應殊霽潦 出處는 각기 형편 따라 다르지만
衿懷均是一條冰 가슴에 머금은 맘이야 똑같이 한 가닥 얼음.
1. 食素: 고기나 생선이 섞이지 않은 반찬(尸位素餐). 예전엔 제사 때 素飯을 먹었음. 2. 霽行潦止: ‘비가 개면 움직이고 비가 오면 머물고‘의 뜻으로 각기 형편에 맞게 행함을 이름.



69. 新年祝 五首 신년을 축하하여 5수

新年祝新年祝 새해를 축하하야 새해를 축하하야
所祝新年掃犬羊 새해에 비는 바 오랑캐 쓸어내고
坐使鑾輿廻塞上 임의 수레 변방에서 오게 하시여
仰瞻黃道日重光 거듭 빛나는 黃道의 해를 우러러 보기를.
1. 黃道: 태양이 운행하는 軌道. 혹은 천자가 거동하는 길. 2. 坐使: 앉아서 할 수 있다면. 정철은 귀양지에 있음으로 여기서도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뜻. 3. 鑾輿: 천자가 타는 마차. 鑾駕. 4. 新年祝은 새해에 빈다는 뜻이지만 축하하다로 풀었음.


70.
新年祝新年祝 새해를 축하하야 새해를 축하하야
所祝新年朝著淸 새해에 비는 바 朝廷이 맑아져서
痛掃東西南北說 동서남북 붕당일랑 모두 쓸어내고
一心寅協做昇平 일심으로 공경하고 협력하여 태평성대 지어내기를.
1. 昇平: 泰平한 세상.


71.
新年祝新年祝 새해를 축하하야 새해를 축하하야
所祝新年年穀豊 새해에 비는 바 새해엔 곡식이 풍성하야
白屋更無民戚戚 초가집에선 백성에게 근심일랑 다시 없고
丹墀再聽樂肜肜 대궐에는 즈런즈런 풍악소리 다시 듣기를...
1. 白屋: 초가. 가난한 집. 혹은 庶民 丹墀는 붉은 칠을 한 궁전의 지대. 전하여 궁전, 대궐. 2. 戚戚: 근심하는 모양.
3. 肜肜: 화평하고 즐거운 모양. 혹은 따뜻한 모양.

72.
新年祝新年祝 새해를 축하하야 새해를 축하하야
所祝新年邦亂平 새해에 비는 바 나라에 난리가 평정되야
湖海老臣歸故里 湖海의 늙은 신하 고향으로 돌아가서
臥看梅蘂雪中期 눈 속에 매화 꽃봉일 누워서 보게되기를.


73.
新年祝新年祝 새해를 축하하여 새해를 축하하야
所祝新年士志堅 새해에 비는 바 선비의 뜻이 굳어
夷險生死惟一視 평탄함과 험함, 죽음과 삶 이 모두를 하나로 보아
是非榮辱莫周旋 시비와 영욕일랑 주선을 마르시기를.



74. 自歎 자탄

歸田不早竟趨塵 일찍이 전원으로 돌아가질 못하고 風塵을 쫓았으니
除却人非自誤身 人欲을 버리지 못하여 스스로 몸을 그르쳤네라.
羸得鏡中千丈白 얼굴은 해바라져서 거울 속엔 백발만 천장이니
莫言圖畵在麒麟 麒麟閣에 그림있다곤 말하들 마시길...
1. 麒麟閣: 前漢의 武帝가 기린을 얻었을 때 건축한 누각. 宣帝가 공신 11인의 상을 그리어 閣上에 걸었다.



75. 到永柔縣 영유현에 이르러

梨花時節雨霏霏 배꽃 피는 시절에 비는 주룩주룩
滿目干戈獨掩扉 병장기 눈에 가득하니 홀로 사립문 닫았네.
迢遞塞天愁玉輦 아슬한 변방 하늘 임금님 걱정에
老臣危涕日沾衣 늙은 신한 눈물이 날마다 옷에 젓나니.
1. 危涕: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림.


76. 亂中別人 난리 속에 사람과 이별하다

亂中相値海山秋 난리 속에 함께 海山의 가을을 맞았으니
惜別何嫌數日留 여러날을 머물다 헤어진들 무엇이 싫으리요.
燭淚五更花吐燼 五更이라 촛눈물 다하야 꽃을 토하는데
覊懷一夕雪渾頭 하룻밤 객지 시름에 머리엔 눈만 흩뿌렸느니.



77. 次李孝移延冕韻示栖坰 癸巳赴京時,柳公根爲副使 이효이(정면)의 시에 차운하여 서경에게 보이다(계사년에 중국에 갈 때 유공 근이 부사가 되었다)

家在迢迢漢水陽 아스라히 한강 남쪽에 집은 있나니
客中消了幾炎凉 몇 해나 객지에서 지내었던고.
鴨江西去薊門樹 압록강 서쪽으로 薊門樹를 지나가나니
又是一年行路長 긴 행로에 또 일년이 가는고야.
1. 陽: 남쪽 양.



78. 重陽前夜在江都旅寓 중양절 전날 밤 강도의 여관에서

江都風雨夜厭厭 江都에 비바람이 밤 중에 후둑후둑
萬目干戈客滯淹 병장기 가득하여 객의 갈 길 막혔네라.
無限別愁無限淚 한정 없는 슬픔에 한정 없는 눈물이라
海村何處有靑帘 海村 어느 곳에 술기(旗)는 걸렸는고.
1. 厭厭: 무성한 모양.

<속집>

79. 待李景魯希參不至 이경노(희삼)을 기다리는데 오지 아니하다

登山望望遠來人 산에 올라도 멀리에 오는 이 없고
愁外湖天草色新 시름 찬 세상에 풀색만 새롭구나.
日暮東橋橫萬頃 해지는 東橋에 햇빛이 만 이랑에 누었으니
誰憑驛使寄音塵 누가 驛使 편에 소식 전해주려나.
1. 望望: 뜻을 잃은 모양. 2. 音塵: 소식. 편지.



80. 奉贈俛仰相公和敎之韻宋純號 二首 면앙 상공의 화교한 운에 봉증하다(송순의 호. 2수)

待漏西門韻水蒼 대루원 西門에 韻水는 푸르고
麒麟香動啓明堂 계명당엔 기린향이 진동하네.
天顔有喜身先識 임금님 기쁜 얼굴 내가 먼저 알리니
黼坐前頭玉燭長 보좌 앞머리에 玉燭은 길이 밝으리.
1. 待漏院: 百官이 아침 일찍 출조하여 參朝하는 시각까지 기다리는 곳. 漏는 물시계로 漏刻이 울리는 것을 기다렸다가 入朝한 까닭에 이름. 2. 玉燭: 옥 촛불. 혹은 사철의 기후가 고르고 날씨가 화창하여 일월이 환히 비치는 일.


81.
剔盡巖苔萬丈蒼 萬丈의 푸른 바위에 이끼를 깎아내어
暮年棲息有茅堂 晩年의 서식처라 띳집을 지었네라.
仙亭見說牛鳴外 들으니 소 울음 밖 仙亭이 가까외라
秋月春風興更長 가을달 봄바람에 흥이야 고쳐 길다네.



82. 次贈李潑 차운하여 이발에게 주다

綠楊官北馬蹄驕 푸른 버들 官北의 말 발굽은 씩씩한데
客枕無人伴寂寥 객의 베갯가엔 사람 없어 寂漠함과 짝했네라.
數箇長髥君拉去 서너 개 긴 수염을 그대가 뽑아가니
老夫風采便蕭條 老夫의 풍채가 문득 쓸쓸하여라.



83. 失題 실제

楚山千疊久逃虛 초산이라 천 첩첩에 은거한지 오래더니
五色時看繞帝居 五色雲 때때로 帝宮을 둘렀세라.(때때로 보다)
聞說大庭喧蹈舞 듣기에 大庭엔 시끄러이 발 구르며 춤춘다기에
白頭霑灑老臣裾 흰머리 늙은 신하는 옷자락으로 눈물을 깨치나니.
1. 帝居: 天帝의 거처. 혹은 제왕이 거처하는 도성.



84. 戱贈林子順悌 임자순께 희증하다

百年長劒倚孤城 백년을 긴 칼 차고 孤城에 의지하야
酒倒南溟鱠斫鯨 남쪽 바다로 술마시고 고래잡아 안주 하쟀더니
身世獨憐如倦翼 홀로 가련한 이내 신세 고달픈 새와 같아
謀生不過一枝營 生計란 고작 一枝에 지나지 않으이다.



85. 高興倅林士久吉秀欲於本縣相別詩以讓之 고흥원님 임사구(길수)가 본현에서 상별하고자 함으로 시로써 사양하다

湖外難逢自遠朋 湖外라 먼데 친군 만나기 어렵나니
白頭輕別怨高興 白頭에 이별 가벼이 여기는 고흥이 원망스러라.
津亭南望蓬瀛近 津亭에서 남쪽을 바라면 봉래, 영주 가깝거니
日暮扁舟擬共登 저물녁 조각배에 함께 오르려 하였거늘.
1. 蓬瀛: 蓬萊와 瀛洲. 모두 삼신산의 중의 하나.



86. 又贈士久 또 임사구에게 주다

酒入愁膓已破城 술이 드니 근심스런 속이야 풀리고야
百年田地眼前平 백년 田地는 눈 앞에 평탄하이.
明朝掛席南川漲 내일 아침 돛 달고서 南川으로 들면
天外煙波霽色明 하늘 밖 烟波속에 갠 빛이 밝으리.
1. 掛席: 掛帆. 돛을 달고 향해를 시작함.



87. 輿霞堂丈步屧芳草州還于霞堂小酌 三首
하당장과 더불어 방초주를 거닐다가 하당으로 돌아와 술 마시다

石溜泠泠入小池 물방울 똑똑 작은 못에 떨어지고
落花無數泛淪漪 떨어진 꽃은 무수히 잔 물결에 떠있네라.
山翁老去機心少 山翁이야 늙어갈수록 機心이 적어서
細草靑苔睡鴨依 가는풀 푸른 이끼에 조는 오리들 의지삼나니.
1. 石溜: 메마른 자갈밭. 혹은 바위 사이로 흐르는 시내. 泠泠: 물의 맑은 소리. 2. 淪漪: 잔 물결. 細波. 3. 機心: 교묘히 속이는 마음.


88.
江湖流落敢忘君 강호에 이리저리 헤매인들 임금이야 잊을손가
身似離鴻獨去羣 신세가 홀로 무리 잃은 기러기 같구나.
猶有山中數杯酒 다행이 산중에 몇 잔 술이 있어
落花時節惜相分 꽃 지는 시절 서로 나뉘는게 못내 슬퍼라.


89.
勝日山中復一杯 산중 좋은 날에 다시 술 한잔
小窓西畔碧桃開 작은 창 서쪽 두둑에 벽도화 피었구나.
流年冉冉人將老 흐르는 세월 유유히 사람도 장차 늙어지니
歸思臨高未易裁 돌아가 높이 임할 생각 끊기가 아니 쉬워라.
1. 冉冉: 세월 같은 것이 가는 모양.



90. 寒泉精舍有吟 歲在丙子初夏,與霞堂丈人,聯榻此寺,講論近思錄記其事 한천정사에서 읊다(병자년 초여름에 하당장과 더불어 이 절에서 자리를 나란히 하여 근사록을 강론하고 그 일을 기록하다)

古寺烟霏山木蒼 오랜 절에 연기 일고 산 나무는 푸른데
平臺散策袖生凉 平臺 산책길에 소매가 스늘하이
窓前向日葵心苦 창문 앞 해 향한 접시꽃은 괴로웁고
天外投林鳥翼長 하늘 밖 숲 찾아든 새 날갠 기-나니.



91. 贈道文師 도문사에게 주다

小築新營竹綠亭 조그맣게 竹綠亭 새로 짓고서
松江水潔濯吾纓 송강이라 맑은 물에 갓끈을 씻고야.
世間車馬都揮絶 세상에 車馬일랑 모두 물리치고
山月江風與爾評 山月과 강 바람을 너와 함께 평하리.



92. 大岾酒席呼韻 대점의 술자리에서 호운하다

天恩遙與野梅新 멀리 天恩이야 野梅 더불어 새로워라.
照徹茅茨二月香 이월의 달빛이 띠집에 두루 비추나니
垂死病人能拜命 죽음 드리운 病人에게 벼슬를 내리시어
親朋壺榼自鄕隣 친한 벗들이 술통 들고서 이웃에서 찾아드네.
1. 拜命: 벼슬아치가 됨. 임관됨. 관직에 취임할 때 군주 앞에서 절하므로 이름. 2. 照徹: 두루 비춤.



93. 玉果永歸亭題詠 옥과 영귀정에서 읊어 쓰다

平臨鳥背乾坤逈 새 등뒤에 고르게 깔린 乾坤은 멀고
高揭雲間日月明 구름 사이 높이 걸린 일월은 밝네.
十二曲欄吹玉篴 열 두 굽이 난간에 옥 피리 소리
三山未卜此三淸 三神山에도 이 三淸은 아니 있으리.



94. 楓溪寄梧陰 풍계에서 오음에게 부치다

雨後楓溪瀑水凉 비온 후 楓溪에 폭포소리 서늘하고
坐來環佩響鏘鏘 앉아보니 패옥소리 쟁강쟁강
須臾客去空山靜 잠깐사이 객은 가고 산은 비어 고요한데
深夜星辰自動光 깊은 밤 별들이 스스로 빛을 발하네.
1. 環佩: 고리 모양의 패옥.



95. 酒席口號 술자리에서 읊다

今夜江南露洗天 오늘밤 강남에 하늘이 맑게 개어
碧虛千里月輪懸 千里의 푸른 허공에 달 바퀴 매달렸네.
移樽更向門前設 문 앞으로 술자리 다시 옮겨
去去留留摠黯然 가는 이 오는 이 모두 다 슬플레라.
1. 設은 陳設(음식을 床에 차려 놓음)의 뜻. 2. 去去留留: 去留의 뜻. 가고 가고, 머물고 머물고.



96. 靈隱寺 영은사

十里逃虛已喜跫 逃虛의 십리 길 발걸음 기쁜데
知心况復故人逢 하물며 마음 아는 벗을 다시 만났네라.
溪頭煮酒收松子 시냇가 솔방울 주워 술 데워 마시고
醉入山樓已動鍾 취한 채 山樓에 드니 벌써 종서리 울리네.
1. 逃虛: 허의 세계로 도피해 간다는 뜻.



97. 次霞翁韻 하옹시에 차운하다

草屋前頭月一輪 초가집 앞엔 달 바퀴 하나
寒梅心事寄殘春 찬 매화 심사일랑 쇠잔한 봄에 부치네.
當杯未覺經年病 술잔 대하여 오랜 병도 잊고서
醉後題詩掃壁塵 취한 후에 벽먼지 쓸어내고 시를 쓰나니.



98. 乘戰船下防踏浦 싸움배 타고서 답방포로 내려가다

轅門南畔下琵琶 轅門의 남쪽에 비파를 내려 놓이니
海色天光暮更多 바다색 하늘빛이 저물녁에 고쳐 더하네.
老去佳辰長作客 늙어지어 좋은 날에도 길이 나그네 되니
踏靑明日又誰家 내일은 또 어느 집에서 踏靑일랑 하리꼬.
1. 轅門: 끌채를 세워서 만든 문. 곧 軍門. 陣營의 문. 2. 踏靑: 푸른 풀 위를 걷는다는 뜻으로 보통 봄날에 郊外의 산책을 이름. 3.下琵琶: 백락천의 시 비파행에 ‘비파가 끝나자 배에서 내리다’가 있음. 배에서 내린다는 뜻.



99. 運籌軒醉題 운주헌에서 취해 쓰다

煙花三月下江沱 꽃 피는 삼월에 江沱를 내려가니
人道浮來博望槎 사람들 말하기를 박망사가 떠온다고.
今日轅門看劒飮 오늘은 원문에서 칼 보며 술 마시니
白頭隨處沐恩波 늙은 몸 가는 곳마다 恩波에 젖는고나.
1. 江沱: 양자강과 그 지류인 타강. 일설에는 양자강을 타강이라고도 함. 2. 博望槎: 박명은 漢나라 縣이 이름. 무제가 장건을 박망후로 봉하였다. 3. 煙花: 繁華. 초목이 무성하고 꽃이 화려하게 핌.



100. 松浦舟中逢金剛叔成遠林士久吉秀 송포의 배 속에서 김강숙(성원)과 임사구(길수)를 만나다

壬戌年間如一夢 임술년간이 하룻밤 꿈과 같아
三人鬚鬢各棲霜 세 사람 모두 수염과 귀밑머리에 서리 앉았네.
他鄕幸遇同心友 타향에서 다행히 마음 맞는 벗이야 만났지만
碧海春風去路長 푸른 바다 봄바람에 갈길만 멀도멀샤.



101. 聽潮樓月下作 趙重峯丙戌疏曰鄭某按湖南,氷壺自潔,赤心奉公,其許國,念炳炳,於聽潮樓之詩云云 청조루 달 아래서 짓다(조중봉의 병술년 소에 이르기를 ‘정모가 호남을 살필적에 氷壺처럼 맑고 赤心으로 奉公하였으니 그 나라 대한 경경한 일념은 청조루의 시에 있다’고 하였다.

壯士襟期一劒知 장사의 가슴 속을 한자루 칼이 아나니
聽潮樓上月明時 청조루 위에 달이야 밝고야.
不報君恩不返國 君恩을 아니 갚으면 돌아가지 않으리니
寧爲精衛繞南陲 차라리 정위새 되어서 남쪽 변방을 휘감으리.
1. 襟期: 마음에 생각함. 또, 그 일. 2. 精衛: 새 이름. 炎帝의 딸이 동해에 빠져 化한, 전설상의 새로 늘 西山의 木石을 물어다가 동해를 메우려 했으나 이루지 못하였다 함.



102. 錦城別安申之 금성에서 안신지와 이별하다

離人亭畔草靑靑 이별하는 정자 가에 풀은 푸릇푸릇
千里歸鞍拂曉星 천리길 돌아가는 안장일레 새벽빛 떨치우네.
孤客病淹漳浦日 외론 객은 병에 젖어 갯가에 섯나니
宦情羈思不須醒 宦情과 客愁로 술 깨지 못할레라.
1. 宦情: 벼슬을 하고 싶은 마음. 2. 羈思: 나그네 생각.


103. 次錦城東軒韻 금성동헌에 차운하다

歸思滔滔萬折東 돌아갈 생각은 도도히 동으로 가는데
蒼溪峽裏竹林中 산골짝 푸른 시냇가 죽림속엔
空階一夜梧桐雨 하룻밤 빈 섬돌의 오동잎 빗소리
携鏡明朝減舊容 내일 아침 거울 대하면 옛 얼굴 아릴지네.
1. 萬折東: 만번 꺽여도 동으로...


104. 謁曺溪廟 조계묘에 알현하다

沙翁去世幾回春 沙翁이 가신지 그 몇 해던가
一經窮山草木緡 깊은 산 외딴 길에 초목이 우거졌네.
門下少年今白首 門下의 소년이 지금엔 백발이니
此生元是夢中人 이 삶이란 본시 꿈속인 것을...
1. 緡: 낚시줄 민. 성할 민.



105. 次長溪韓大胤林居韻字彦冑號碧溪 장계 한 대윤 임거의 운에 차하다(자는 언주, 호는 벽계)

長溪屈曲走如蛇 긴 시내 굽어굽어 뱀 같이 가건마는
竹林茅簷是子家 竹林 속 띳집이 바로 그대의 집이네야.
他日蹇驢乘興往 다른 날 나귀 타고 흥에 겨워 가면은야
釣竿吾欲坐晴沙 낚시대 가지고서 맑게 갠 모랫가에 앉으리.



106. 附原韻 원운에 붙이다

松江才調抱龍蛇 송강의 재주 龍蛇를 안아있어
變態無窮作一家 변화 무궁하여 일가를 이루었네.
今日訪公偸少暇 오늘 공을 방문하니 잠깐 틈을 내어
開樽邀我坐溪沙 시냇가 모래위로 술 가지고 나를 맞네.
1. 偸暇: 틈을 냄. 2. 龍蛇: 비상한 인물. 성현, 영웅.



107. 安參議自裕家對酒戱吟 時南東岡彦經同往賊詩字季弘 안참의(자유)의 집에서 술을 대하여 희음하다(이 때 동강 남언경이 함께 가서 시를 지었다. 자는 계홍이다)

君家有酒酸且醎 그대 집에 술이 있어 시고도 짜니
酸味還同鄭季涵 신맛이야 도리어 정계함과 같아라.
於國於家俱不用 나라에도 집에도 모두 도움 안되니
不如歸去臥江南 돌아가 강남에 눕는 것만 못하리.



108. 附東岡詩 동강의 시에 붙이다

人間師表安參議 인간에 사표가 안참의라면
天下風流鄭季涵 천하에 풍류는 정계함일세.
惟有飄飄遺世者 오직 세상 버리고서 푸슬푸슬 다니는 이
不如名字姓云南 이름자는 모르고야 姓은 남가이네.
1. 飄飄: 방랑하는 모양.



109. 隣人送菊 이웃 사람이 국화를 보내다

隣翁寄我黃金花 이웃 늙은이 나에게 황국화를 보내주어
置在曲欄明月下 밝은 달 아래 曲欄에 두었지요.
花不分明香滿堂 꽃은 分明치 아니해도 집안 향기 가든한데
世間誰是知音子 세상엔 누가 있어 知音이 될까요.
世間惑作歲寒(세간은 혹 세한으로도 한다)



110. 送人入頭流山 두류산 들어가는 이를 보내며

頭流山在白雲表 두류산이 흰 구름 밖에 있느니
獨往神傷吾未從 그대는 가고 나는 못 가 마음 상해라.
手弄天王峰上月 천왕봉 위의 달을 손으로 만지건든
淸光須寄喚仙東 맑은 빛일랑 仙童을 불러다 꼭 부쳐 주시길.
1. 仙東의 東자는 童자의 오기자인 듯.



111. 雪後登嶽 눈 온 뒤에 산에 오르다

掃雪獨登蒼玉屛 눈 쓸고 홀로 푸른 옥 병풍에 오르니
眼前銀海極茫茫 눈 앞 은바다 끝 없이 악득하여이다.
猶嫌遐眺礙三角 그래도 멀리 보옴이 삼각산에 가릴까봐
更上一峰天地長 다시 한 봉우리 오르니 천지가 장구하구려.
1. 玉屛은 嶽에 대한 비유. 2. 猶嫌: 그래도 의심이 간다는 뜻.



112. 嶺東雜詠 영동잡영

百川纔及古城門 百川이 옛 성문에 미치자 마자
萬瀑難窮始發源 근원 알 수 없는 萬瀑動이 되었네라.
此去毗盧頂上路 여기서 비로봉 꼭대기 길로 가자하면
幾重山隔幾重雲 몇 겹 산과 몇 겹 구름이 막혔는고.



113. 望漢樓 망한루

望漢樓上漢江遠 망한루 위에 한강은 멀고나
漢客思歸歸幾時 돌아갈 생각의 한양 나그네 어느 때 돌아가나.
邊心寄與柳亭水 변방 마음 柳亭의 물에 부치나니
西入海門無盡期 기약없이 끝없이 서해로 드는구나.
1. 寄與: 보내 줌. 부쳐 줌. 2. 無盡期: 다함없고 기약 없다. 無字가 盡자와 期자 모두에 걸린다.



114. 湖亭憶朴思菴 호정에서 박사암을 추억하다

江上高臺春草深 강 위 높은 대에 봄 풀은 짙은데
仙遊往跡杳難尋 신선 놀다간 자취일랑 아득하여 찾기가 어려워라.
若非跨鶴淸都去 만약 학을 타고서 淸都를 아니 갔다면
正是騎星故國臨 곧바로 별을 타고서 고국을 굽어 보시리.
1. 跨: 걸터앉을고. 사타구니를 벌리고 탐. 2. 淸都: 三淸의 玉京을 이름.



115. 寄示牛溪 우계에게 부치다

苦調難諧衆楚音 괴로운 음조는 세상 무리완 어울리기 어렵나니
病夫於世已無心 病夫라 이미 세상엔 마음 없서라.
遙知湖外松林下 멀리서 헤아리길 (그댄) 湖外의 松林 아래서
歲暮寒醪滿意斟 세모에 찬막걸리 마음 껏 마시이리.



116. 舟中口號 배 안에 읊다

萬事如今各白頭 萬事는 지금엔 모두 백발이여라.
夕陽西下水分流 석양은 서로 지고 물은 나뉘어 흐르네.
蓬山何處美人在 봉래산 어느 곳에 고운님이 계신고
江月欲生江樹愁 江月은 돋으려 하는데 江樹는 시름겹나니.



117. 次贈竹房僧 죽방승에게 차운해 주다

削立巉巉萬仞岡 우뚝이 깎아 세운 만 길의 산등성이
歸雲一片在斜陽 돌아가는 구름 한 조각 夕陽에 비끼었네.
居僧獨掩竹房坐 스님 홀로 竹房을 가리고 앉아서
却謂雲忙身不忙 도리어 이르길 내 몸은 아니 바쁜데 구름은 바쁘다 하네.
1. 巉巉: 높고 험한 모양. 험준한 모양.


118. 送崔彦明滉觀察海西之行 최언명(황)의 해서 관찰행을 보내며

黃鶴仙人海西去 누런 학을 타고서 신선이 海西로 가나니
首陽山下芙蓉堂 首陽山 아래 부용당일레.
芙蓉五月淸香發 五月이라 芙蓉엔 맑은 향이 발하니
與子政聲誰短長 그대의 善政과 더불어 어느 것이 더 나을지.
1. 政聲: 善政으로 들리는 명성.



119. 閒居卽事 한가히 지내며 쓰다

聞道蓬萊化日升 들으니 봉래산에 化日이 올라서
頑雲捲盡瑞雲凝 頑雲일랑 모두 걷히고 瑞雲만 응겼다하네.
山中近日不關戶 근일엔 산중에 문 아니 걸으니
恐有求詩斫雪僧 승이 눈 걷으며 찾아와 시 구할까 두려워라.
1. 化日: 潛夫論에 ‘化國之日 舒而長’ 2. 頑雲: 잔뜩 낀 구름.



120. 放舟 배를 띠우다

睡起江村曉放舟 江村에서 자다 깨어 새벽에 배 띠우니
峽流風定正安流 산골물이 바람 자며 편안히 흐르네.
吾行日日應千里 내 걸음은 날마다 십리씩 갈 것이니
可到三山又十洲 三神山과 十洲에 닿을 수 있겠지.
1. 十洲: 신선이 산다는 열 섬.



121. 盧議政思愼嘗種前朝牧丹賞玩,後孫又以此求詩於當代諸公 노의정 사신이 일찍이 前朝의 모란을 심어 완상하였고 후손이 또 이것으로 당시의 諸公에게 시를 구했다

種得前朝舊牧丹 前朝의 옛 모란을 심어 두고서
携壺月日對靑山 나날이 술 지고 청산을 찾았지야.
豈知歌舞華堂上 어찌 알았으리요 가무하던 華堂 위에
春燕營巢亦未閒 봄 제비가 둥지 틀기 바쁘다는 걸...
1. 前朝: 前의 조정. 先帝의 治世.



122. 別風樹亭 풍수정을 이별하며

好在西湖風樹亭 좋이 있거라 西湖에 풍수정이여
如今鬢髮已星星 이젠 수염과 귀밑머리 이미 희끗희끗하느니
重來早晩吾何卜 내 어찌 조만간에 다시 오겠다 약속하리
將入深山獨掩扃 장차 깊은 산에 들어가 홀로 빗장을 잠글 것을.
1. 星星: 머리털이 희뜩희뜩한 모양.



123. 口號 읊다

蓬山相望碧雲層 봉래산 바라보니 층층리에 푸른 구름이라
再造鵷班病未能 병든 몸 다시 鵷班에 서진 못하리라.
秖是孤臣死不死 단지 외론 신하는 죽든 살든
百年方寸一條冰 백년의 맘이 한 조각 얼음인 것을.
1. 蓬山: 여기서는 궁궐을 이름. 2. 鵷班: 백관이 조정에 들어갈 때 서열지어 나가는 것을 이름.



124. 送人歸龍城 용성으로 돌아가는 이를 보내며

仙遊回首帶方城 머리 돌려 대방성(남원)의 仙遊를 생각하니
年鬢蕭條換十星 귀밑머리 쓸쓸히 10년이나 지났네라.
爲問廣寒樓下竹 묻노니 광한루 아래 대나무는
如今不改舊時靑 지금도 변함없이 옛처럼 푸르른지.



125. 次復菴韻朴公漸號 복암 시에 차운하다(박공 점의 號)

松聲欲靜漏聲殘 솔바람 소리 고요해지려니 漏聲도 쇠잔하이
酒興方濃宦興闌 술흥이 무르익자 벼슬 흥이 막혔네라.
好是一年三月暮 좋은 건 일 년 춘삼월의 저물녁
萬條花發照長安 만 가지에 꽃이 피어 장안을 비추이네.
1. 漏聲: 물시계의 물이 떨어지는 소리.



126. 病中偶吟 병중에 우연히 읊다

壽逾知命位三公 壽는 50에 이르렀고 자리는 정승이라
雖死猶勝八十翁 오히려 죽는다 해도 80늙은이 보다 나으리.
唯有人間未盡酒 오직 인간에 못 다한 술이 있으니
數年加我願天同 내게 몇 년만 더해 준다면 소원을 이루겠네.



127. 江榭遣閔 강사에서 수심을 보내다

歸心恰似廣津波 돌아갈 마음은 廣津의 물결 같은데
西下終南咽更多 西로 종남을 내려갈제 목메임 고쳐 많아라.
直北山前回白首 곧바로 북악산 앞으로 흰 머리 돌리며
一杯愁絶夕陽斜 석양에 한 잔 술로 근심을 끊나니.



128. 馬上逢朴參判口號以贈 말 위에서 박참판을 만나 읊고 주다

馬上逢君一携手 말 위에서 그대 만나 손 한번 잡으니
街童指點也無嫌 거리 애들이 손가리킨다해도 무엇이 싫으리.
只恨秋山煙雨裏 다만 한되는 건 가을산 안개비 속에
萬家無處覓靑帘 萬家 있으되 靑帘을 찾을 수 없는 게지.



129. 贈成進士名輅字重任 三首 성진사에 주다(이름은 로, 자는 중임)

重任天資十分好 그대는 천품이 여러 모로 좋거늘
如何耽酒老夫如 어찌 술을 탐하는 건 늙은 나와 같으뇨.
男兒三十猶非少 男兒 나이 30은 적은 나이 아니니
切已工夫愼莫徐 절실한 공부랑 삼가 게을리 말기를.


130.
人生四十四年內 내 인생 마흔 네살 동안
痛飮形骸土木如 술 실컷 마시어 몰골이 土木같네.
嗜慾前頭趍更疾 좋아하는 것의 앞머리론 나아감 그리 빠른 걸
矜持裏面步何徐 긍지의 속면으론 발걸음 어찌 느린지.
1. 嗜慾: 즐겨하고 좋아하고자 하는 욕심.


131.
心經附註規模密 심경에 붇친 주는 규모가 정밀도 하이
學者觀之藥石如 학자가 그것을 보면 藥石과 같겠네.
鷄犬牛羊勤譬諭 鷄犬과 牛羊의 절실한 비유
勗哉吾黨敢虛徐 우리들이 감히 허수이하여 천천히 하리이꼬.
1. 藥石: 약과 침. 혹은 경계가 되는 유익한 말. 2. 虛徐: 허수이 하고 천천히 하다.



132. 詠紫薇花 자미화를 읊다

一園春色紫薇花 온 동산에 봄빛의 紫微花는
纔看佳人勝玉釵 미인이 옥비녀를 겨우 이기는 듯.
莫向長安樓上望 장안의 樓에 올라 바라봄을 바라지 마시길
滿街爭是戀芳華 온 거리가 다투어 향기로운 꽃들을 사모하나니.
1 .纔看: 겨우~을 본다.



133. 隣友昨夜遊賞白嶽雪景醉未赴 어제밤 이웃의 친구들이 백악의 설경을 놀며 감상했는데 취하여 가지 못했다

三更雪月山頭篴 三更의 雪月에 산머리서 피리를 부니
百萬長安盡起眠 백만의 장안이 모두 잠에서 깨고나.
唯是此翁聞不得 오직 이 늙은이만 듣지 못하여
醉魂方在伏羲天 취한 혼이 바야흐로 伏羲天에 있었나니.
1. 伏羲天: 가식이나 설명이 필요없는 천연의 太古 시대.



134. 禁府蓮亭獨坐 금부의 연정에 홀로 앉다

傍人莫道此身忙 그대여 이 몸이(내가) 바쁘다 마시길
欲把名場換酒場 名場을 酒場과 바꾸고 싶나니.
時向曲欄成獨坐 때때로 曲欄 향하여 홀로 앉으면
玉池荷氣滿襟香 玉池의 연꽃향 옷깃에 가득하여이다.
1. 名場: 영리를 구하는 곳. 酒場은 술마시는 곳.



135. 訪梧陰閑居不遇 오동나무 그늘의 한거를 찾았는데 만나지 못하다

幽居寂寞近城市 적막히 ane혀 사는 집이 성시와 가까운데
雨後終南翠色多 비 후라 종남산에 비취빛 많구나.
滿地梧陰人不見 오동 그늘은 땅에 가득한데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
夕陽搖棹下楊花 석양에 노 저어 楊花로 가나니이다.



136. 謝延豊倅送酒 연풍 원님이 술을 보내어 사하다

延豊美酒勝新風 연풍의 좋은 술은 신풍보다 나아서
色到銀杯泂若空 은잔에 따르면 맑아 비어있는 듯.
雪後遠朋來問疾 눈 온 뒤에 먼 곳의 벗이 문병을 오나니
亂山歸路錯西東 亂山의 돌아가는 길이 동서로 섞이었으리.



137. 歸來 돌아오다

歸來不必世相違 꼭 세상을 등지자고 돌아온게 아니라
偶似陶公悟昨非 우연히 도연명처럼 어제의 잘못을 깨달았기 때문이네.
采采黃花聊取醉 황국화 실컷 따다 취토록 즐기거늘
倒巾高詠鴈南歸 두건도 벗거진 채 남으로 온 기러기를 소리 높여 읊나니.


138. 夜行 야행

嶺月初生度夜溪 東嶺에 달 갓 돋을 때 시내를 건너니
分明沙石各東西 沙石 분명하여 동서를 알겠더니
淸輝不到陰崖裏 그늘진 비탈엔 맑은 빛이 비치지 않아
入谷還愁去路迷 갈 길 희미하니 골짝기로 온게 도리어 걱정이네.



139. 金大諫重晦救三尹有吟 김대간 중회가 삼윤을 구하여 읊다

早秋風力暖同春 이른 가을 바람이 봄처럼 따뜻하니
寒者宜之熱者嚬 추운 이는 좋다하고 더운 이는 찡그리네.
留待五更霜後鴈 五更의 서리 앉은 후에 기러길 기다리느니
一聲高起上層旻 한껏 소리치며 하늘 높은 곳에 오르기를.



140. 題學祥詩卷 학상의 시권에 쓰다

香爐峰寺別經年 향로봉 절을 이별한지 해를 지났더니
東上毗盧玉倚天 동으로 비로봉에 올라 하늘에 기대었고야.
無限滄溟萬里眼 무한한 푸른 바다 萬里가 눈 속이니
永郞消息海中傳 영랑의 소식을 海中에 전하여 주리.



141. 失題 실제

二十年前石門路 이십년 전 石門 길
重來不獨山川改 다시 오니 山川만 변한 게 아니고야.
高歌一曲對君笑 한 곡조 높이 부르며 그대와 웃으리니
何處人間酒如海 인간 어느 곳이 술바다 같으료.



142. 鷗浦寓舍贈崔生 구포우사에서 최생에게 주다

潮水初生錦葉飛 밀물이 갓 올라오고 단풍잎 나릴울제
玉人京國送將歸 玉人이 창차 서울을 가려하네.
緘書欲問書雲信 봉서에 書雲의 소식을 묻고져
今夜妖星退紫微 오늘밤엔 妖星이 紫微를 물러났는지.
1. 書雲: 옛날엔 동지, 하지, 춘분, 추분에 臺觀에 올라 오색의 구름기운을 바라보며 길흉을 점치고 策에다 썼다고 한다. 2. 紫微: 북두성의 북쪽에 있는 성좌. 天帝가 거처하는 곳이라 함. 전하여 천자의 대궐.



143. 月夜作 달밤에 짓다

秋風乍起愁枯竹 갈바람 잠시 일어 마른 대나무 시름겨웁고
嶺月初生是美人 재위로 달 갓 돋으니 바로 미인이로세.
不覺依然成再拜 나도 몰래 의연히 두 번 절하고 나니
孤臣此夜白髮新 이 밤에 孤臣의 백발은야 새롭구나.



144. 贈韓察訪性之 한찰방 성지에게 주다

祥雲察訪性之歸 祥雲 찰방 한성지가 돌아를 가니
鄭季涵何不飮酒 정계함이 어찌 술을 아니 마시리.
爲問工曹參判公 공조참판공에게 묻나니
翰林風月今何有 翰林의 風月은 요즘 어디에 있나뇨.
1. 翰林: 학자 또는 문인의 모임. 혹은 한림원의 약칭.



145. 挽金重晦 繼輝字,號黃岡官大憲 김중회의 만사(계휘의 자, 호는 황강, 벼슬은 대헌이다)

可笑人生一紙書 가소로워라 인생이여, 한 장 편지가
計音偕至意何如 부음과 함께 오니 그 뜻이 어떠한지.
中夜縣司爲位哭 밤중에 고을 官司에 位 만련하고 우나니
楚山風雨亦簫疎 楚山에 비바람도 소슬만 하고나.



146. 新年祝 五首 신년축 5수

新年祝新年祝 신년을 축하하여 신년을 축하하여
所祝新年少酒杯 신년에 비는 바 술은 조금만 마시고
讀盡心經近思錄 心經과 近思錄 모두 읽어서
許君親見聖賢來 임금께서 성현이 왔음을 친히 보았다 하시도록.
1. 心經: 송나라 진덕수가 경전과 여러 학자의 저술에서 심성 수양에 관한 격언을 모아 편찬한 책. 近思錄; 송나라 주희, 여주겸이 편찬한 책. 주무숙, 정명도, 정이천, 장횡거의 설에서 일상 생활의 수양에 필요한 622조를 추려서 14문으로 분류하였음.


147.
新年祝新年祝 신년을 축하하여 신년을 축하하여
所祝新年有子賢 신년에 비는 바 어진 아들 있어
不向人間爭寵利 세상에 나아가 寵利를 아니 다투고
還從物外臥林泉 도리어 物 밖에 마음 두어 林泉에 누었으면.


148.
新年祝新年祝 신년을 축하하여 신년을 축하하여
所祝新年風俗醇 신년에 비는 바 풍속이 醇厚하야
家有愛君憂國士 집엔 君을 사랑하며 나라를 걱정하는 선비있고
世無非古是今人 세상엔 옛날은 그르고 지금은 옳다는 이 없기를.


149.
新年祝新年祝 신년을 축하하여 신년을 축하하여
所祝新年諸疾除 신년에 비는 바 모든 병 없어지어
閱盡人間百八十 人間에 백 팔십을 다 지내고서
終爲仙鶴上蒼虛 끝낸 仙鶴이 되야 하늘에 오르기를.


150.
新年祝新年祝 신년을 축하하여 신년을 축하하여
所祝新年芳景遲 신년에 비는 바 꽃다운 풍경 더디 가서
入耳無非好消息 귀에 들리는 것은 좋은 소식 아님이 없고
滿前皆是美男兒 눈 앞에는 모두들 美男兒 되어지기를...



151. 湖老南松老西去,去留之際,烏得無情卽援筆長吟 호로는 남으로, 송로는 서로 가니 떠남과 머뭄에 즈음하여 어찌 정이 없겠는가. 즉석에서 붓을 쥐고 길게 읊다

南天片月龍城古 남쪽 하늘 조각달은 龍城에 옛스럽고
西塞孤雲鶻峀遙 서쪽 변방 외론 구름은 鶻峀에 아슬하네.
達水似諳征客恨 달수는 나그네의 시름을 아는 듯
東流直上漢陽橋 동으로 흘러 곧장 한양교로 가나니.



152. 次李孝移廷冕韻,呈西坰峰叟 峰叟卽一峰李民覺,公赴京時,西坰爲副使,一峰爲書狀 이효이(정면)의 운에 차하여 서경과 봉수에게 주다(봉수는 곧 일봉 이민각인데 공이 명나라 서울에 갈 때 서경이 副使가 되고 일봉이 書狀官이 되었다)

荒村下馬步斜陽 荒村에 말 내려 석양에 걷노니
水木淸陰近夕凉 水木의 맑은 그늘 저녁에 서늘하이
莫道去年隨玉輦 지난해 玉輦의 수행일랑 말 마시길
火雲千里塞天長 천리 변방 하늘에 불구름이 일었나니.



153. 登舍北高亭口占 집 북쪽의 높은 정자에 올라 읊다

高亭獨上望新晴 높은 정자에 홀로 올라 갓 갠 모습을 보나니
不盡長江無限情 다함 없는 長江에 다함 없는 情이라.
若爲化作橫天鶴 만약 하늘에 비낀 학이 된다면
飛到秦京叫一聲 秦京에 날아가서 한껏 울어보리라.



154. 醫閭山次人韻 의려산에서 사람의 운에 차하다

來如相待去如迎 기다리는 듯 오고 맞이하는 듯 가니
勢欲南奔又北走 형세가 남으로 가고 또 북으로 기고나.
但見幽營靑未了 단지 幽營에도 푸름이 끝나지 않음을 보지만
今人那得古人情 지금 사람이 어찌 옛 사람의 情을 얻으리요.



155. 謝朴吉怊送酒 박길초가 술을 보냄에 사례하다

玉粳仙釀遠提携 玉粳의 선주를 멀리서 가지고
風雨人從碧水西 비바람 속에 碧水 서쪽으로 왔고야.
正爲此翁行草草 정히 이 늙은이 行世 초라하다 하여
更煩楊浦訪寒棲 거듭 번거롭게 양포의 寒屋까지 찾아주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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