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일 화요일

신촌이미지한의원 www.imagediet.co.kr 336-7100 송강정철4

156. 初月 초생달

初月依依下塞雲 초생달 아슴푸레 구름속으로 내려갈 제
邊城一閉正黃昏 邊城이 한번 닫히니 바로 황혼일레.
干戈敢說新停酒 戰時라 감히 이별의 술을 말하지 못하니
衰疾那堪更別君 병중에 또 그대와 이별함을 어찌 견디이리.
1. 新停: 지명. 이별의 장소를 비유.


157. 吟秋 가을에 읊다

愛看秋色轉淸酣 가을색 더욱 맑아짐을 사랑스레 보느니
盡日西風冷着衫 종일 서늘한 서풍(마파람)이 옷깃에 스미네.
吟罷百年無限意 百年의 한 없는 뜻을 읊고 나니
暮雲含雨過江南 저녁 구름이 비 머금고 강남을 가는고야.



158. 戱贈兪相 兪相泓相與公閒話,兪曰某有可笑,某之一婢生得一女甚有姿色,家居于外,時時來謁,某謂夫人曰,某性明慧,欲使之收衾枕何如,夫人曰不可無侍護之人,令某婢供使令甚好,異日岳丈過見,夫人言其故,岳丈曰汝何誤也,我已有桑中之戱也不侫色沮不敢言,無何,一少胥得之,置在松峴一高樓,出入鎖其門,不侫每過之,目渺渺而不能已也,公遂於座上口占一詩曰 유정승에게 희증하다 (유정승 홍이 일찍기 공과 더불어 한가히 담화를 나누는데 유의 말이 ‘모가 가소로운 일이 있습니다. 모의 한 여비가 딸 하나를 두었는데 자색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그 집이 밖에 있으므로 때때로 와보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모는 부인에게 이르기를 某女가 성질이 明慧하니 그로 하여금 금침을 보살피게 하는 것이 어떠하오, 하였더니 부인의 말이 모시는 이가 없어서는 안될지니 그를 시키는 것이 매우 좋다고 했습니다. 다른 날 장인이 찾아와 보게되어 부인이 그 연유를 말하니, 장인은 말하기를 너는 어찌 잘못하느냐. 내가 이미 桑中의 戱가 있었다, 했다는 것입니다. 나는 기가 막혀서 감히 말도 못했는데, 얼마 후에 한 젊은 서리가 그녀를 얻어다 송현의 한 高樓에 두고 출입할 적에는 그 문을 자물쇠로 걸어두니 내가 매양 지나가면 눈이 가물가물하여 견디지 못할지경입니다’ 하므로 공은 마침내 좌상에서 시 한 수로 읊다.)

佳期誤向夫人謀 부인과 謀議한 좋은 기약 잘못됐나니
唯諾雖勤竟謬悠 허락이야 잘해었도 끝낸 그르쳤구나.
却使靑娥來夢寐 도리어 靑娥를 꿈 속으로 오게 하나니
望中明滅夕陽樓 바라뵈는 그 樓가 석양 속에 깜박이누나.
1. 不佞: 자기의 겸칭. 2. 桑中: 정든 남녀의 밀회. 시경의 桑中이라는 시제 내용에 淫奔한 소재를 읊었으므로 이름.



159. 昭陽江送月嶽仙契 소양강에서 월악선계에 보내다

崖寺跏趺六月中 벼랑가 절 六月에 跏趺坐라
伯陽仙契呂家風 위백양의 仙契는 여동빈의 風이지야.
西下孤舟留不得 서로 가는 외론 배를 머물게 못하니
忽忽未暇問參同 하도 바빠 參同 물을 겨를조차 없어라.
1. 魏伯陽, 呂洞賓: 모두 道家의 流. 2. 參同는 參同契를 이름인데 위백양이 저술한 鍊丹法.



160. 贈許讚 玉果人,答牛溪書中,有稱道語 허찬에게 주다(옥과 사람, 우계에게 회답한 편지에 칭도한 말이 있다)

高人不出長蒿萊 高人이 出仕하지 않고 길이 초야에 묻혔나니
臨水柴扉日午開 물 곁의 柴扉는 오후에야 열였고야.
客舍門外三十載 客舍 문 밖에 삼십년을 지내면서도
不知隣有詠歸臺 이웃에 詠歸臺가 있는줄 모랐나니.
1. 稱道: 칭찬하여 말함. 道는 言. 2. 蒿萊: 거칠게 자라 무성한 풀. 황초가 우거진 풀. 3. 客舍: 여관. 4. 詠歸: 교외의 풍경을 바라보고 시를 읊으며 돌아감. 풍류를 즐긴다는 뜻.



161. 次思齊堂安處順韻 二首 사제당 안처순의 운에 차하다 2수

天末蒼蒼方丈山 하늘 끝 아스라히의 方丈山에
謫仙人與白雲還 謫仙이 흰 구름 더불어 왔고야.
傳家更有永思子 家業을 전하는 永思子 또 있어
竹裏琴書身獨閒 竹林 속에 홀로 한가로이 琴書를 읽나니.
1. 傳家: 대대로 가문에 전함.


162.
江上茅茨傍碧山 강 위 띳집이 푸른 산을 곁하나니
忘機鷗鳥恣飛還 機心을 잊어 까마귀 마음껏 날아드네.
柴扉終日無人到 柴扉엔 종일 오는 이 없으니
君與白雲誰是閒 그대와 흰 구름, 누가 더 한가한지.
1. 機心: 교묘히 속이는 마음.



163. 次金剛叔成遠韻 김강숙(성원)의 운에 차하다

南華山畔歡娛日 남화산 두둑에 기뻐 놀던 날
屈指如今二十霜 손 꼽아보니 하마 20년이네.
此會莫言鬚鬢改 이 자리에 귀밑머리 바뀌었다 마오려
引杯看劒意猶長 술 들며 칼을 보니 뜻이야 아직도 深長하나니.



164. 挽韓師傳胤明 한사부 윤명의 만사

潭老秋翁去不回 潭老 秋翁이 가서는 돌아오지 않나니
此生悲抱向誰開 이 인생 슬픔 회포 누구에게 열을꼬.
泉臺一閉無由見 저승문이 한 번 닫히어 뵐 까닭 없나니
西望高陽淚滿腮 서로 高陽을 바라면 눈물이 뺨에 가득하여이다.



165. 高陽山齋有吟寄景魯 李希參號,魯翁又字好古 十首 고양산재에서 읊어 경로에게 부치다(이희삼의 호는 노옹이요 자는 호고이다. 10수)

晝伴寒蟬夜伴蛩 낮엔 쓰르라미 짝하고 밤엔 귀또리 짝하니
莫言深谷少人蹤 깊은 골에 사람의 발자취 적다 마오려.
自從中歲交遊廢 中年부터 교유를 폐하여
旣學無情又學慵 이미 無情은 배웠고 또 게으름도 배웁나니.
1. 寒蟬: 쓰르라미. 해질녁에 ‘쓰르람, 쓰르람’하고 움.


166.
余之痛飮甚於哭 나의 痛飮은 우는 것 보다 심하니
不必黃龍是酒場 꼭 황룡만 酒場은 아닐지네.
待得妖氛霽城闕 城闕에 妖氛 사라짐을 기다려서
五雲深處奉君王 五色雲 깊은 곳에 우리 군왕 모시리.
1. 黃龍: 당나라 술마시던 명소.


167.
人非康節豈行窩 소강절 아니거든 어찌 行窩 있으료
醉後高眠卽我家 취후에 자면야 바로 내 집이지.
明日禹灣乘釣艇 내일날 禹灣에서 낚시배에 오르리니
功名回首等炊沙 功名에 머리돌림은 모래로 밥짓기랑 같으리.
1. 高眠: 高臥. 세속의 累를 벗어나서 마음 내키는 대로 삶. 2. 行窩: 宋史 邵雍傳에 호사가가 따로 집을 지어 雍(康節은 諡號)의 사는 바와 같이 집을 꾸며 두고 그 찾음을 기다렸다. 그래서 行窩라고 하였다 한다. 3. 等은 같다는 뜻.


168.
絡石盈庭老鳳仙 뜰에는 돌 얽힌 오랜 봉선화 가득하고
土階茅屋任蕭然 흙 계단 茅屋엔 쓸쓸함 맡겼네라.
時時載酒驪江去 때때로 술 싣고서 여강을 가면은
江水悠悠月滿船 강물 유유히 달빛이 배에 가득하나니.


169.
去時風雪來時雨 갈 땐 풍우요 올 땐 비이러니
古驛荒村草屋寒 荒村 옛 역에 草屋만 쓸쓸하이.
此路年年長作客 이 길에서 해마다 늘 나그네 되더니
始安東畔有溪山 비로소 계산의 동쪽 두둑에 편히 쉬는고나.


170.
小兒輕別不沾巾 아이는 이별 가벼히 여겨 수건 젖지 않지만
老子多情更戀人 늙은이는 정이 많아 고쳐 연연히 하네.
江上一杯回白首 강 위 한잔 술에 흰머리 돌리느니
客愁如草望中新 나그네 시름 풀과 같아 보는 중에 새롭고나.


171.
去國遲廻笑此行 머뭇거리며 서울를 떠나는 일 웃었더니
此行終是戀春城 이 걸음 끝낸 春城을 그리워하네.
江南處處非無竹 강남이라 곳곳에 대 없는건 아니지만
恐得三閭澤畔名 屈三閭의 澤畔이랄까 두렵고녀.
1. 國은 수도. 서울. 2. 屈三閭: 楚나라 굴원. 귀양살이 하면서 澤畔에서 行吟하였다.


172.
百觴猶未破愁城 백잔 술이 오히려 愁城을 못깨뜨리니
飮到參橫又日橫 밤 새도록 술마시고 해 지도록 술마시네.
浮世別離非怪事 덧 없는 세상에 이별이란 괴이한 일 아니건만
暮年岐路重含情 晩年에 갈림길에서 거듭 情을 품나니.
1. 參: 二十八宿의 하나. 서쪽에 있으며 세 별로 이룸. 參橫은 별이 비끼도록 곧 밤이 다하도록의 뜻.


173.
峽裏風濤半夜雷 산골짜에 바람과 물결 밤중에 우뢰인듯
旅遊秋枕夢頻回 나그네 가을 베갯밑에 꿈이 자주 찾는고야.
衰年每失佳人約 노년에 고운님 언약일랑 매번 잊어버리니
只待天明不待來 날 밝길 기달릴 뿐 오리라 기다리진 않으리.


174.
閒居無事理壺觴 한가롭게 지내니 일 없어 술이나 벗하나니
始覺人間日月長 인간사 日月에 장구함을 비로소 알겠네.
萬事欲抛塵土裏 만사를 塵土 속에 버리고져 하나니
世人莫笑此人狂 세인들이야 이 광인을 비웃지 마시길....


175. 贈黙佳人 묵가인에게 주다

問汝能辭三十斗 들으니 네가 삼십말(斗)을 사양했다하니
心如冰玉敢磷緇 너의 빙옥 같은 마음을 감히 변하게 하랴.
唯須滴露噓雲處 모름지기 이슬 떨어지고 구름 생기는 곳에
寫出春風無限思 春風이 무한한 뜻을 쏟아내나니.
1. 磷緇: 磷은 닳아 없어지는 것이고, 緇는 검게 변하는 것이다. 2 寫는 瀉의 뜻.



176. 題碧澗堂 沙村翁小草廬,在雙溪之上瑞石之下,一日翁以手筆題廬之北壁曰碧澗堂,翁去後,其子孫追慕請詩,惻然悲吟,書與師古,師古,其孫也 벽간당에 쓰다(沙村옹의 작은 초가가 쌍계 위쪽 瑞石의 아래에 있는데 하루는 옹이 손수 ‘벽간당’이라 써서 초가집 북쪽 벽에 붙였다. 옹이 가신후 그 후손이 추모하여 시를 청하므로 측연이 悲吟하여 사고에게 써 주었다. 사고는 그 孫이다.)

碧澗冷冷瀉玉聲 푸른 산골물 서늘서늘 옥소리 쏟나니
五更秋枕酒初醒 五更이라 가을 베갯밑에 술이 갓 깨네.
沙翁去後增嗚咽 沙翁이 떠나간 후엔 더욱 목 매여
風樹興懷不忍聽 풍수의 감회 참아 듣지 못할레라.
1. 周나라 사람 고어가 보모가 죽은 후에 노래하기를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라 하였음.



177. 自高陽向漢陽路中 四首 고양에서 한양으로 향하는 도중에 4수

塞外曾爲射鵰將 일찍기 변방 밖에선 수리 쏘던 장수이더니
草間今作畜鷄翁 지금은 풀 사이에 닭 기르는 늙은이네.
君年未老吾方壯 그대 아직 늙지 않았고 나도 지금 젊으니
他日黃龍酒一中 다른 날 黃龍에서 술 한잔 취해 보리다.
1. 射鵰手: 수리를 쏘아 맞힐 수 있는 일류의 명사수.


178.
北嶽望郞天下士 북악의 望郞은 천하의 선비고야
湖南軆相一生愁 호남의 體相(나)은 일생이 수심이네.
孤館小燈仍曉坐 외론 客舍 작은 등에 새벽토록 앉았느니
數杯淸涕萬行流 몇 잔 술에 맑은 눈물 만 줄기 흐르네야.
1. 體相: 체격과 相貌.


179.
一聲長嘯倚東皐 한껏 긴 휘파람 불며 東皐에 기대었나니
萬事如今入二毛 만사는 이제 반백이 되었고나.
偶抱一疴人謂馬 우연이 병 하나 얻으니 사람들이 사마상여라 하고
適成三逕或云陶 마침 三逕을 이루니 혹은 도연명이라 하네.
1. 東皐: 봄의 논. 2. 二毛: 반백의 머리. 3. 司馬相如: 전한의 문인 일찍이 소갈병이 있었음. 3. 三逕: 陶潛의 귀거래사에 ‘三逕就荒’을 이름. 옛 놀던 세갈래 길이 황폐해졌음을 슬퍼한 내용.


180.
萬事悠悠付綠樽 만사를 유유히 녹잔에 맡기나니
此行無補聖明君 이 몸일랑 성군께 도움이 못되네.
春明門外千行淚 봄의 밝은 문 밖에 천 줄기 눈물이러니
爲雨蕭蕭響夜分 비가 되어 부슬부슬 밤중을 울리나니다.
1. 夜分: 밤중.



181. 霞堂四欠與龜峰分韻而作 하당의 네가지 흠(귀봉과 더불어 나누어 지었다)

白日嫣然松竹叢 밝은날 松竹 속에서 상긋 웃나니(자미화)
元來物色不相同 원래부터 物色과는 같지 않아라.
前灘正對輪蹄路 앞 여울이 車馬길과 바로 대하고 있으니
合作行人照眼紅 행인의 눈에 붉게 비치게 함이 적합하겠네.
右請移植紫薇花外灘上 (우는 자미화를 外灘 위로 이식하기를 청했다.)
1. 合作: 適合하다의 뜻.


182.
不向春天競桃李 봄날에 桃李花와 다투지 아니하고
却將紅艶寄霜風 도리어 紅艶 띄고서 서리바람에 부치다니.
豈知傍有松千樹 어찌 알리요 그 곁에 천 그루 솔이 있어
一色蒼蒼四序中 사계절 내내 한 색으로 푸르른 것을.
右請拔去松間楓樹新栽 (우는 솔 사이에 새로 심은 楓樹를 뽑아벌기를 청하다.)
1. 위 시는 단풍나무가 소나무 사이에 있음을 못마땅히 여기는 시. 2. 將은 거느리다의 뜻.



183. 附龜峰詩 귀봉에게 부치는 시

題品如何失重輕 品題 어쩌다 경중을 잃었서
牧丹紅紫近中庭 紅紫색 모란이 안뜰에 가까운지.
蒼髥古栢疎籬外 성긴 울타리 밖 푸른 수염의 오랜 잣나무
半夜風來有怨聲 밤중에 바람 불면 원망하는 소리를 내나니.
右籬外不合黜遠栢樹 (우는 울 밖으로 멀리 잣나무를 축출한 것이 합당치 않다는 것)
1. 題品: 高下優劣의 판정. 2. 蒼髥叟: 소나무의 異名.


184.
剖竹泠泠水有源 대나무 쪼개어 물 받으니 물은 근원이 있고
池邊瑤草細相分 못가에 아름다운 풀은 가늘게 서로 나뉘었네.
無雲擬見全天影 구름이 없어 온 하늘 빛를 볼 수 있으련만
莫遣靑絲惹縠紋 청사로 하여 주름 무늬 생기게 하지 말기를.
右池邊不宜亂植芳蕬 (우는 물가에 芳蕬를 난식하는 것은 옳치 않다는 것이다)
1. 遣: ~하게 하다. 2. 擬見: 볼 수 있으련만. 견줄 의. 3. 芳蕬로 하여 물 위에 주름이 생겨 하늘 빛이 제대로 보이지 않음을 타박하는 내용.



185. 弓王故都見杜鵑花 以下庚辰關東伯時 궁왕의 고도에서 두견화를 보다(이하는 경진년 강원 감사가 되었을 때에 것이다)

春風三月鐵原城 봄바람 이는 삼월의 철원성에
弓氏遣基草未生 弓裔의 유적엔 풀 아니 돋았네.
惟有冤禽雨中血 오직 두견이 비 속에 피를 토하니
滴來多少野花明 多少 떨어져 들꽃이 붉어라.



186. 襄陽妓有紅粧者戱賦一絶 양양 기생 홍장에게 절구 한수 희부하다

紅粧何必鏡湖間 홍장이 어찌 꼭 경호에만 있으랴
千載安詳此地還 천년 安詳이 이 땅에 돌아왔구나.
不復扁舟勞遠望 멀리서 편주 다시 오길 발라지 말고
一宵同倚玉欄干 하룻밤 나와 함께 옥난간에 기대어 보시지.
1. 紅粧: 연지를 찍은 화장. 전하여 미인의 뜻함. 2. 鏡湖: 고대 長江 이남의 대형 농지 수리 시설의 하나, 후한 때 태수 마진이 팠는데 거울처럼 평평하여 붙혀진 이름. 3. 安詳: 성질이 얌전하고 자세함.



187. 眞珠人 진주인

眞珠館裏眞珠人 진주관 속에 사는 진주인
邂逅相逢是夢裏 꿈 속에서나 서로 해후하나니
離別時多會合稀 이별은 자주고 회합은 드물어
海門咫尺猶千里 지척의 海門도 오히려 천리 밖이여라.
1. 海門: 海峽.



188. 昭陽江水西歸入漢 소양강 물이 서로 돌아 한강에 들어오다

昭陽江水西歸處 송양강 물이 서로 돌아드는 곳,
長篴一聲人倚樓 긴 피리 한 소리에 사람은 樓에 기대었네.
直欲乘舟問三島 곧바로 배 타고 三島를 찾고 싶지만
却疑三島隔神州 도리어 삼도가 신주에 막혔을까 의심스러라.
1. 三島: 신선이 산다는 봉래, 방장, 영주의 세 섬. 2. 神州: 신선이 사는 곳. 혹은 京畿.



189. 贈丁滄浪巖壽 정창낭(암수)에게 주다

濯纓濯足是誰子 갓끈 씻고 발 씻는 이 누구더냐
水濁水淸君是君 水濁, 水淸이 바로 그대로세.
料得主人難狀處 주인이 추축하여 형용키 어려운 곳에
一輪明月掩荊門 둥그레(한 바퀴) 밝은 달이 가시문을 가리었나니.
1. 料得: 추측함.



190. 題李丹丘崇慶詩軸 丹丘初號楓潭,楓潭在利川釜淵里,淸江第三子耈俊,爲丹丘後 이단구(숭경)의 시축에 쓰다(단구의 처음 호는 풍담인데 풍담은 이천 부연리에 있음. 청강의 셋째 아들 구준이 단구의 후사가 되었음.

鶴隣何處謫仙在 학의 이웃 어느 곳에 적선이 있는고
八載重尋舊路疑 팔년만에 거듭 찾으니 옛 길이 의심스러라.
門掩萬山花影裏 문 닫힌 만산의 꽃 그림자 속에
一溪寒瀑隔林知 한갯 시냇물 차가운 폭포가 숲 너머에서 알려주나니.



191. 送梁鼓巖之任娥林縣 居昌別號,鼓巖名子徵,字仲明 양고암을 보내어 아림현 任所에 가다(아림은 거창의 다른 이름. 고암이 이름은 자징, 자는 중명)

天語丁寧送遠臣 임금의 말씀이 정녕 遠臣을 보내옵나니
聖心惟在活窮民 오직 窮民을 살리려는 성심이시리.
三綱小學勤提誨 삼강과 소학 부지런히 가르쳐서
須念今朝榻下陳 오늘 아침 聖意의 진술 모름지기 생각하리.
1. 榻下: 임금의 자리 아래.


192. 瀟灑園題草亭 소쇄원 초정에 쓰다

我生之歲立斯亭 나 나던 해에 이 정자 세웠지요.
人去人在四十齡 사람이 가고 올제 40년이나 되었네요.
溪水泠泠碧梧下 새냇물 졸졸 흐르는 벽오동 아래
客來須醉不須醒 객이야 오시거든 모름지기 취하여 깨지나 마시길....
1. 泠泠: 물의 맑은 소리.



193. 村居漫興 此三首有親筆半草粧留簡帖 촌거만흥(이 세 수는 친필 半草로 간접에 장식되어 남아 있다)

身如獨鴈遠離羣 몸은 멀리 무리 잃은 외기러기 같은데
江漢茫茫隔暮雲 江漢은 아득아득 저녁 구름에 막혔네라.
歸夢猶知天北路 돌아갈 꿈은 오히려 북쪽 하늘 길은 알아서
夜深和雨過前村 깊은 밤 비와 어울려 앞 마을을 지나네라.



194.
向夕前林鳥赴羣 저녁을 쫓아 앞 숲에 새들 모여들고
路迷天寒藹停雲 희미한 길 추운 하늘에 停雲이 머흘해라.
山人久怪燈花喜 산인 된지 오래에 燈花 빛남을 이상히 여겼더니
京信無端落海村 서울 소식 뜻 밖에 海村에 떨어지네.
1. 停雲: 도잠의 시에 벗을 생각하는 ‘정운편’이 있는 데서, 전하여 친한 벗을 생각한는 우정을 이름. 2. 燈花: 불심지 끝이 타서 맺힌 불똥.


195.
禁庭珂珮別鵷羣 대궐 뜰에 늘어선 패옥 찬 백관을 이별하고
一病支離臥白雲 병으로 시들부들 흰 구름에 누웠지야.
欲識故人棲息地 벗의 사는 곳 알고 싶어서
竹裏茅屋俯江村 대 울타리 띳집의 강촌을 굽어 보나니.
1. 支離: 支離滅裂.


老驥悲鳴戀野羣(此下缺)
늙은 준마 슬피 울며 들의 무리를 그리워하네.


196. 戱贈大笑軒趙宗道號 대소헌에게 희증하다(조종도의 호)

眞狂子大笑軒 참으로 광인인 대소헌!
客於人世聖於酒 세상엔 객이지만 술에선 酒聖이네.
芝輪過去奉留之 지나가는 芝輪를 만류하나니
九十春光正花柳 구십일 봄빛에 꽃 피고 버들 푸르러라.



197. 詠懷大駕駐義州時 마음을 읊다(大駕가 의주에 머물을 때)

三千里外美人在 삼천리 밖에 고운님이 계신데
十二樓中秋月明 열 두간 樓에 가을달은 밝고나.
安得此身化爲鶴 어찌하면 이 몸이 학이 되어
統軍亭下一悲鳴 통군정 아래에서 한껏 슬피 울어보올까.



198. 登花石亭 此詩及‘山形背立本同根’絶句,同爲懸板 화석정에 오르다(이 시와 ‘산형은 등지고 섰지만 본래 뿌리는 하나’의 절구는 함께 현판이 되었다)

傷心花石獨登臨 마음 상하여 화석정 홀로 오르니
人物凄凉想古今 人物 처량하야 古今을 상상하네.
絃管寂寥山鳥噪 풍악은 고요하고 산새는 지저귀는데
溪林惟有搗寒砧 시냇가 숲엔 오직 차가운 다듬잇돌 소리 뿐.



199. 過麟山驛有吟 麟山驛在義州,李淸江濟臣,以金燧等不卽行刑,定配義州以卒,臨終吟出師未捷身先死之句 인산역을 지나며 읊다(인산역은 의주에 있음. 청강 이제신은 김수등의 관련으로 의주에 정배되어 마침내 죽었는데 임종할 때에 ‘출사가 민첩하지 못하여 신이 먼저 죽는다’하는 글귀를 읊었음.

佳(傍)人莫問淸江事 그대 청강의 일일랑 묻지 마오려
欲說淸江淚自潛 청강을 말하려 하면 눈물이 절로 잠기네.
中夜戀君千里夢 밤중 님 그리는 천리의 꿈에
北歸應度萬重山 만겹의 산을 넘어 북으로 돌아오나니.



200. 贈別南東岡赴完山尹 二首 남동강이 완산 府尹으로 부임할 때 증별하다 2수

南紀雄藩豊沛鄕 남쪽의 雄鎭은 풍폐의 고을
快心梅月屬東岡 시원한 매화 달이 東岡에 있네.
公庭盡日鳴山鳥 관청 뜰엔 종일 산새가 지저귀고
歌管聲中吸玉觴 노래소리 속에 옥술잔을 마시이네.
1. 豊沛: 全州가 이태조의 先鄕이므로 한고조의 고향인 풍패를 비유해 쓴 것임. 2. 雄藩: 雄鎭. 강성한 藩鎭.


201.
身遭盛世官躋尹 좋은 시대를 만나 벼슬은 尹에 오르고
器遇盤根刃發硎 어려운 일을 만나도 잘 드는 칼 베듯.
早晩交翁化蜀日 조만간 문옹이 촉을 다스리는 날엔
賜書爭覩下天庭 대궐에서 내려준 글을 다투어 보리라.
1. 盤根: 서리서리 얽힌 뿌리 혹은 처리하기 어려운 일. 2. 發硎: 칼을 새로 갈아 잘 듦을 이름. 3. 文翁: 한나라 사람. 蜀의 군수가 되의 선정을 베풀었다.

<별집>

202. 剛叔示以其先祖所製七言一絶謹次 己巳 강숙이 그 선조가 지은 칠언일절을 보여주므로 근차하다 기사년

手裁松竹尙平安 손수 심은 송죽일랑 아직도 편안하니
金姓人家枕一山 김씨 일가가 온 산을 베고 있네.
溫飽要須知所本 모름지기 溫飽은 근본을 알아야 하느니
昔人躬稼備艱難 先祖께서 몸소 농사지어 간난을 대비하셨네.
1. 溫飽: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음.



203. 題保閒堂 庚午 보한당에 쓰다(경오년)

生世身閒旣不易 세상에 나서 한가롭기란 쉽지 않지만
得閒能保固應難 얻은 한가로움을 보존키는 진실로 어렵네.
松江我亦專閒趣 송강 나 역시 오로지 한가로움에 뜻이 있어
野水閒雲伴釣竿 들물과 한가로운 구름에 낚시대 벗한다네.



204. 次水月亭韻 曾爲鄭渫記亭詩有懸板 二首 수월정 운에 차하다(일찍이 정접을 위하여 亭에 기하였고 시도 현판에 있음. 2수)

浮世功名五十年 덧없는 세상 功名에 50년을 지내다가
歸來四壁客無氈 돌아오니 네 벽뿐이라 靑氈도 없네.
惟有松風與杉月 오직 솔바람과 솔달이 있어
取之應不費文錢 취하여도 응당 돈이 들지 않으리라.
1. 四壁: 집이 가난하여 네벽 밖에 없다는 말. 2. 無氈: 왕희지가 도둑이 들었는데 靑氈舊物도 없었다고 한다.


205.
烟霞深鎖岳陽天 烟霞에 깊이 잠긴 악양의 하늘은
正以鴻濛未判前 꼭 홍몽이 판명되기 전과 같아라.
分明方丈神仙子 분명히 방장산의 신선께서
隔斷漁樵晉客船 漁樵한는 晉客의 배를 막으셨으리.
1. 鴻濛: 천지 자연의 원기. 혹은 천지개벽 이전을 이름. 2. 晉客: 도연명의 桃花源記에 晉나라 어부가 모릉도원을 찾았다는 고사에서 인용.


3부 오언절구

1 次息影亭韻 식영정 운에 차하다

幽人如避世 幽人이 세상을 피하여
山頂起孤亭 山頂에 외론 정자를 세웠고야.
進退朝看易 아침엔 易을 보아 진퇴를 정하고
陰晴夜見星 저녁엔 별을 보아 陰晴을 아네.
苔紋上古壁 이끼 무늬는 해 묵은 벽을 오르고
松子落空庭 솔방울은 빈 뜰에 떨어지네.
隣有携琴客 이웃에 거문고 가진 객이 있어
時時叩竹扃 때때로 대사립을 두둘기나니.



2. 風樹亭 풍수정

水國連朝雨 水國엔 아침마다 비오고
山村盡日風 山村엔 온종일 바람부네.
落花香片片 떨어진 꽃은 조각조각 향기로운데
飛絮雪濛濛 비들가지는 눈처럼 푸슬푸슬.
節序春將盡 節序는 봄도 다하려는데
功名夢亦空 공명은 꿈에서도 없나니
何人是我友 어떤 이가 바로 내 벗인고 하면
漁戶兩三翁 고기 낚는 두 셋 늙은이라네.
1. 節序: 절기의 차례. 2. 飛絮: 바람에 날리는 버들개지. 3. 濛濛: 흐릿한 모양.



3. 次老杜韻 늙은 두보의 운에 차하다

霽月光初滿 비 개어 달빛은 가득도 하련만
頑雲撥不開 잔뜩 낀 구름은 헤쳐도 거치지 않네.
今宵好風景 오늘밤 풍경 좋으니
何處有亭臺 어느 곳에 누대 있는고.
盛會難頻得 성한 모임이 자주 있는게 아니니
佳辰不再來 좋은 날도 다시 오진 않으리.
如何老杜句 어찌하여 老杜의 구절은
一詠一回哀 한 번 읊으면 한 번 슬플까...
1. 撥: 덜 발.



4. 江村醉後戱作 강촌에서 취한 후에 짓다

此日先生醉 오늘 내가 취하여
狂奔暮水濱 미친 듯 저물녁 물가로 달리느니
應同浮海志 응당 바다에 떠갈 뜻이지
不比赴湘人 굴원에 비하자는 건 아니네.
箒妾攀衣泣 아내는 옷 당기며 울고
篙師倚棹嗔 뱃사공은 노 기대어 화를 내나니
悠然發長嘯 유연히 긴 휘파람 불어서
萬里振蒼旻 만리 창공에 떨치우네.
1. 先生은 자신에 대한 자칭. 2. 浮海: 논언의 ‘道不行 乘榭浮于海’을 들어 비유한 것임. 3. 赴湘人: 楚나라 굴원이 소상강 명라에 빠져 죽었음으로 이름. 4. 篙師: 뱃사공



5. 春日與二三子會酌 봄날 두 세 제자와 모여 마시다

五十年前事 오십년 전에 일들일랑
蒼茫醉後天 취후에 아득한 하늘일레.
春花洛城滿 洛陽城엔 봄 꽃이 가득하고
雪水石崖懸 눈 녹은 물은 돌 비탈에 걸리었네.
莫恨靑樽臥 술잔이 누었다 한하지 마시길
方酣白日眠 바야흐로 낮잠이 무르익었나니.
慇懃二三子 은근한 두 세 제자들
何處可終焉 어느 곳에서 몸을 마치일꼬.



6. 挽李僉正克綱 이첨정(극강)의 만사

義以同源重 의는 근원이 같아 중하여지고
情緣數見親 정은 자주 보아 친하였나니
南湖一分手 南湖에서 손 잡아 헤어진 후
良覿杳無因 아득하여 좋이 뵐 인연 없었네.
幽問胡爲遽 저승길 어찌 그리 갑자스런고
浮生摠不眞 덧없는 생 모두 참이 아닐지니
百年雙谷宅 백년이라 쌍곡의 유택에
回首益沾巾 머리 돌리면 옷깃에 눈물 더할 뿐.



7. 用鄭文晦韻贈李延祚 정문회의 운을 사용하여 이연조에게 주다

今日爾曹困 오늘날 너희들이 곤해 있으니
何年天綱開 어느 해에 천망이 열리이요.
楚萍須遇聖 楚萍도 모름지기 공자를 만났고
豊劒會逢雷 豊劒도 마침 雷煥을 만났느니
滓賤聊安命 미천해도 오로지 命에 편안하여
行藏且付杯 행장일랑 우선 술잔에 맡기고서
松山與竹塢 솔 산과 대 언덕 더불어
暮齒共徘徊 늙으막에 함께 노니려나.
1. 天網: 하늘이 악인을 잡는 그물. 2. 楚萍: 楚昭王이 강을 건너다 말만한 萍實을 얻었는데 공자에게 물으니 ‘覇者가 얻는 것’이라 하였다. 3. 豊劒: 豊城縣의 보검으로 龍泉劒, 太阿劒이 묻혔있었는데 뇌환이 紫氣가 있었음 보고 발굴했다.



8. 次壽翁韻 수옹의 운에 차하다

世事那堪說 세상 일을 어찌 말하리
他鄕亦可留 타향에서도 또한 살 수 있나니
捲簾看月色 발 걷어 달빛을 보고
倚枕聽溪流 베갯밑에 기대어 시냇물 소리도 듣노라.
病眼濛濛霧 병든 눈엔 흐릿흐릿 안개가 끼고
霜毛箇箇秋 센 머리엔 히끗히끗 가을이네.
歸心逐波浪 돌아갈 맘만 물을 쫓아
日向漢江頭 날마다 한강으로 가나니이다.



9. 追次洪太古韻奉別金學士信元 홍태고의 운에 추차하여 김학사(신원)와 봉별하다

北郭眞如夢 北郭의 세월 참으로 꿈과 같나니
東城又隔年 東城에서 또 한 해를 보내네.
浮生今已矣 덧없는 생도 이제 다했나니
老淚獨潛然 늙은이 홀로 눈물에 잠겼네라.
天上修仙籙 천상에선 仙籙을 고치려니
人間了俗緣 인간의 속연일랑 다했고나.
荷衣與蕙帶 荷衣에 蕙帶랑 하고서
來去駱山巓 낙산 곡대기로 가리이꼬.
1. 荷衣: 연잎으로 만들었다는 옷. 또는 고결한 사람이나 은자의 옷.



10. 金沙寺 금사사

十日金沙寺 십일을 금사사에서 지내니
三秋故國心 나라 걱정에 삼년을 지낸 듯.
夜潮分爽氣 밤 밀물은 시원한 기운을 나누고
歸鴈有哀音 돌아가는 기러기는 슬피 우니네.
虜在頻看劒 오랑캐 남아 있어 자주 칼을 보나니
人亡欲斷琴 知音이 없어지어 거문고랑 끊고 싶어라.
(自註指高而順) (고이순을 가리킴.)
平生出師表 평생에 읽은 출사표를
臨亂更長吟 난리에 임하여 다시금 길게 읊나니.
1. 出師表: 촉한의 제갈량이 魏나라를 치려고 출병할 때 後主 劉禪에게 올린 글.



11. 次肅寧寓酒母家 숙녕에 가서 주모의 집에 우거하다

客裏還遙酒 나그네 생활 속에도 도리어 술을 만나니
床頭萬瓮雲 床머리 만 항아리에 구름 어리네.
飜思吏部飮 吏部에서 술 마시던 일 생각나니
欲作孔融樽 공융의 술잔을 만들고 싶구나.
久雨苔侵席 오랜 비에 이끼는 자리를 침노하고
微風柳映門 미풍에 버들 그림자 문에 어른거리는데
幽懷誰與說 그윽한 회포랑 누구와 이야기 하리요,
隣舍兩三君 이웃집에 두 셋 친구랑!
1. 孔融: 후한의 학자. 漢室을 구하고자 했으나 성공 못 하고, 누차 조조를 간하다가 미움을 사서 피살되었음. 공융이 일찍이 간신을 제거하고자 사람들을 모아서 잔치를 열어 의논하였는데 그때의 술잔을 비유하여 이름. 2. 吏部: 중앙 관청의 하나. 문관의 任免, 勳階 등에 관한 사무를 맡음.



12. 挽人 二首 벗의 만사 2수

絶塞頻傳札 먼 변방에선 자주 편지 하였고
江都共攀杯 江都에선 함께 술 들었지.
亂離空涕淚 난리 속에 헛되이 눈물 흘리고
岐路且徘徊 기로에서 또다시 배회하였네.
不謂纔旬月 이야기도 못했느니 겨우 한달 새에
居然隔夜臺 이승과 저승으로 나뉠줄이야.
蒼茫廣石里 아슬한 廣石里여
何處寄餘哀 어느 곳에 이 남은 슬픔 부치올까.
1. 旬月: 만 1개월. 2. 夜臺: 墓穴. 居然은 편안한 모양.


13.
城闕今灰燼 성궐은 이제 재만 남았고
名園已草萊 이름난 동산도 풀 뿐이네.
當時翠松下 당시의 푸른 소나무 아랜
無復縞衣來 학이 다시 아니 오네.
屋掛三更月 집 위엔 三更의 달이 걸리고
臺餘一樹梅 臺엔 한 그루 매화만 남았나니
傷心石溪水 마음 상케 하는 돌 시냇물만이
依舊綠如苔 여전히 이끼처럼 부르고나.
1. 縞衣: 희고 고운 명주 옷. 여기서는 학의 비유.



14. 次西坰燕山途中韻 서경의 연산 도중의 운에 차하다

地盡幽燕界 幽燕의 경계에서 땅은 다하고
天廻斗極春 하늘엔 북극성의 봄이 돌아오네.
玉階頒鳳曆 玉階에선 봉력을 나누어 주고
瓊閣起鷄人 瓊閣에는 鷄人이 일어났네.
正覺羣陰釋 정녕 깨닫길 뭇 그늘을 풀고
方看一氣新 바야흐로 한 기운 새로움을 보나니
君恩與帝力 임금의 은혜와 상제의 도움에
涕淚滿衣巾 눈물이 옷자락에 가득하여이다.
1. 玉階: 대궐 안의 섬돌. 2. 鳳曆: 달력. 봉황은 天時를 안다 하므로 이름. 3. 鷄人: 官名으로 새벽에 百官을 불러서 깨우는 직임.

<속집>

15. 次壽翁韻 柳順善號,丁亥至月閉關日,蟄菴居士拜,以下,亂前作 三首 수옹의 운에 차하다(유순선의 호. 정해 지월 閉關日에 칩암거사라 拜함. 이하는 亂前의 작임. 3수)

萬里秦城客 만리 밖 秦城의 나그네
三年楚郡留 삼년이나 초군에 머물렀네.
美人天共遠 미인(임금)은 하늘과 함께 멀고
徂歲水同流 세월은 물과 함께 흘러 가나니
夢斷麒麟閣 기린각의 꿈은 깨어지고
吟悲蟋蟀秋 귀뚜라미 가을을 슬피우네.
防身一長劒 몸을 지키는 긴 칼 한자루에다
世事入搔頭 세상일에 머리만 끍나니.
1. 秦城, 楚郡: 중국의 지명을 들어서 우리의 서울과 현지를 비유한 것임. 2. 麒麟閣: 漢宣帝가 功臣像을 그려서 기린각에 걸었는데 모두 12인 이였다. 곧 공신이 됨을 이름.


16.
行藏聊守拙 행장은 오로지 분수(拙)만 지키고
勳業謝封留 훈업은 留侯로 봉한 것 감사하나니
暫得仙家法 잠시나마 선가의 법을 얻어서
猶爲靜者流 오히려 靜者의 流가 되었네.
壺中玩日月 壺中에 해와 달을 감상하며
象外度春秋 物象 밖으로 봄 가을을 보내네.
不用牛山客 우산의 나그네랑 되지 말기를
閒愁白盡頭 공연한 시름으로 머리만 하얗게 세나니.
1. 守拙: 처세에 옹졸한 줄 알면서도 그 옹졸함을 고치지 않고 지금 처해 있는 分福에만 만족함. 2. 封留: 漢나라 장랑이 삼만호의 侯를 사양하고 留侯로 봉해 줄 것을 자원하였다. 3. 壺中: 도가의 용어. 신선 장신이 항상 병 하나를 허리에 달고 다니는데 천지로 화해서 그 가운데 해와 달이 있고 밤이면 그 안에서 잤다 하였음. 4. 牛山: 晏子春秋에 ‘제경공이 牛山에 노닐다가 낙조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한다.


17.
未挽龐公去 떠나는 방덕공을 만류치 못했나니
誰令孔父留 그 누가 공소부인들 머물게 하리.
一花元並蔕 한송이 꽃이야 원래 그 꼭지와 어울리지만
萬水不同流 만 가닥 물은 그 흐름 같지 않네.
斬竹仍開舍 대나무 베어내어 집을 짓고
燒畬且待秋 묵은 밭 일으켜 가을을 기다리느니
於良亦足矣 아- 이만해도 기쁘고 족하지 않은가,
白玉久簪頭 白玉簪(벼슬)이야 오래도록 꽂아보았나니.
1. 龐公: 龐德公은 東漢사람으로 일찍이 峴山의 남쪽에 살고 城市에 들어오지 않았으며, 劉表가 자주 청했으나 굴하지 않고 처자를 거느리고 鹿門山에 올라가서 採藥不返 하였음. 2. 孔父: 孔巢父. 이백과 더불어 竹溪六逸의 한 사람으로 벼슬을 사하고 돌아가 숨어 살았음. 3. 燒畬: 산의 풀을 불살라 개간한 火田.



18. 又次壽翁韻 또 수옹의 운에 차하다

別鶴招難至 갔던 학은 불러도 이르지 않고
眞仙去不留 진선은 떠나서 머물지 않네.
戀君雙鬢髮 님 그리워 두 귀밑은 하얀데
歸海衆川流 바다로 돌아가니 뭇 내가 흐르네야.
蓮燭鸞坡夜 한림학사의 밤에 金蓮燭 밝히고서
銀船鳳沼秋 봉소의 가을에 銀船을 드리웠더니
病來慵轉甚 (이젠) 병이 들어 게으름 더욱 심하여
一月不搔頭 한 달을 머리도 빗지 않았네야.
右自述 (우는 자술)
1. 鸞坡: 한림학사를 이름. 당나라 덕종이 翰林學士院을 金鸞坡로 옮겼기 때문. 2. 蓮燭: 金蓮燭. 당나라 영호도가 한림승지로 있을 때 궁중에서 夜對하다 촛불이 다되니 帝는 금련촉을 내려주었다고 한다. 3. 鳳沼: 鳳凰池를 이름. 中書省을 지칭한 것임. 혹은 대궐 안에 못. 4. 銀船: 술그릇을 이름. 백거이의 시에 ‘銀船酌慢巡...’이 있음.


19.
海國人長病 바닷가 사람은 오래도록 병을 앓고
峰菴樹獨留 산봉우리 암자엔 나무만 홀로 남았네.
全家七十口 온 집안 일흔 식구
一日東西流 하루 아침에 동서로 流離되다니.
無食敢求飽 먹지 못하니 어찌 배 부르며
無衣常畏秋 입지 못하니 늘 가을이 두려워.
隨身有舊犬 나를 따르는 옛날의 개가 있어
愁恨對垂頭 머리 드리우고 마주앉아 시름하나니.
右歎兄(우는 형을 한탄함)



20. 次息影亭韻 식영정 운에 차하다

秋山落葉滿 가을산에 낙엽은 가득한데
何處問君亭 그대의 정자를 어디서 물을꼬.
一水低殘月 물 위엔 쇠잔한 달이 나직하고
中天耿小星 중천엔 작은 별이 깜박이네.
虫音滿幽室 벌레소리는 깊숙한 방에 가득한데
樹影散空庭 나무 그림자는 빈 뜰에 흩어졌네.
時復攬衣出 때로 다시 옷자락 걷고 나와서
手開巖畔扃 손수 巖畔에 빗장을 여나니.



21. 次洪太古迪寄韻 號荷衣官舍人 홍태고(적)가 부쳐준 운에 차하다(호는 하의, 벼슬은 사인)

蓬山舊儔侶 봉산의 옛 친구가
千里寄書音 천리 밖에서 글월을 보내왔네.
霄漢仙蹤杳 하늘가 신선 자취는 아득도 한데
江湖酒病深 江湖에서 술병만 깊었네.
鵷行隨玉輦 원행으로 玉輦도 따랐고
鵝隊傍山陰 거위떼의 산음에도 접했더니
回首十年事 돌이켜보면 십 년 전의 일
茫茫傷客心 아득아득 나그네 마음만 상하네라.
1. 霄漢: 하늘 2. 山陰鵝隊: 왕희지가 거위를 좋아하여 산음에 도사가 좋은 거위를 기르고 있음을 알고 찾아가 사려하니 도덕경을 써주면 전부 주겠다 함으로 半日에 다 써주고 채롱에 담아 가지고 왔다 한다. 3. 鵷行: 조정에 늘어선 관리의 행렬.



22. 寄智堂上人 二首 지당 상인에게 부치다 2수

愁多鬢映雪 시름 많아 귀밑에 눈(雪)이 비치고
病久眼生雲 병이 많아 눈에 구름이 생기네.
舊醉迷千日 옛 취하던 일 천일이나 희미하고
新詩減十分 새로 시 지으면 흥이야 십분 감소했네.
閉門生太拙 문 닫고 사는 건 너무나 옹졸하고
浮海志徒勤 바다에 떠갈 뜻은 헛된 부지런이리.
憔悴玉川子 초췌한 옥천자여
風塵長憶君 풍진 속에 길이 그대를 생각하나니.


23.
山下飛疎雨 산 밑에 성근비 나리우고
山中多白雲 산 중엔 흰구름 많나니
一重人不到 한 겹에 사람이 아니오니
千里路還分 천리길도 도리어 나뉘어 지네.
學道正如此 도를 배우기는 정히 이와 같으면서
求詩何太勤 시 구하는 건 어찌 그리 부지런던고.
歸掩石頭室 돌아가 石頭室 닫고 있으면
他年吾訪君 다른 해에 내가 그대를 찾아가리니.
1. 石頭室: 석두화상의 방. 석두화상이 세상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문 닫고 수도하였다 함.



24. 挽柳深甫 유심보의 만사

獨許非常調 홀로 비상한 가락을 허락하고
渾疑異色人 도무지 색다른 이를 의심하였네.
詼諧雖應俗 익살이야 비록 俗世에 따르지라도
氣岸肯同塵 기개야 감히 塵世와 같으리요.
縱飮仍添病 술 실컷 마시어 병을 더하고
傷兒竟隕身 아이 잃은 슬픔에 끝내 몸을 망쳤나니
東風吹旅櫬 동풍이 나그네의 상여를 불러
萬里落南瀕 만리 남쪽 물가에 떨어지네.
1. 氣岸: 의기. 기개. 2. 落南瀕: 水路를 통해서 旅櫬(객지의 상여)을 落鄕시킴을 이름.



25. 次瀟灑園韻 二首

林壑隱雲表 林壑이 구름 너머에 있어
生君道者心 그대의 道心을 생기게 했네.
風松送靈籟 솔바람은 신령한 소리를 보내 주고
月竹散淸陰 달빛의 대나무는 맑은 그늘을 흩뿌리네.
爰以淺深酒 이에 얕고 깊은 술에다
遂成長短吟 드디어 길고 잛은 吟詠이라.
山人豈無友 산인이 어찌 벗이 없으리
時下兩三禽 때때로 두 세 마리 새가 나려오나니.


26.
耿介高蹤客 지조 있는 고상한 선비가
山中獨掩扉 산중에 홀로 사립문 닫았나니
水因靑嶂合 물은 푸른 산봉우리와 어울리고
籬以紫藤圍 울타린 자주빛 등넝쿨이 둘렀구나.
非是隱淪志 숨어 살자는 뜻은 아니지만
自然車馬稀 車馬가 자연히 줄었나니
此間有眞樂 이 사이 참된 낙이 있어
幽事未全微 幽事에 아주 적은 건 아니라네.
1. 耿介: 지조가 굳어 변하지 아니하는 모양. 혹은 덕이 빛나고 큰 모양. 2. 高蹤: 고상한 행적.



27. 贈梧陰 오음에게 주다

一別年應換 한번 이별 후 해 바뀌었더니
三年路益迷 삼년이라 길 더욱 희미하네.
客心春鴈北 객의 마음은 봄 기러기 북쪽에 가고
歸夢漢江西 돌아갈 꿈은 한강의 서로 가네.
黃閣多新面 황각엔 새 얼굴 많고
靑山有舊棲 청산엔 옛 집이 있나니
寧同問津叟 차라리 나루 묻는 늙은이랑
長與白鷗兮 흰 갈매기 오래도록 더불었으면.
1. 黃閣: 재상의 관서.



28. 自江南還石堡戊子 강남에서 석보로 돌아오다(무자)

免作江南鬼 강남의 혼을 면했더니
還爲石底龜 도리어 돌 밑에 거북이 되었네.
曉朝輸嚥息 이른 아침을 밥 먹는 일로 보내고
天地入期頤 천지도 期頤가 되었네.(할 일이 없네)
夢幻看人事 인간사를 夢幻인양 보고
行藏付酒卮 행장이야 술잔에 맡겼느니
溪橋舊白髮 溪橋의 백발도 오래되었고
髣髴二天詩 二天 시 방불하구나.
1. 嚥息: 밥 먹고 숨쉬는 일. 期頤: 百歲를 이름. 2. 二天: 남의 특별한 은혜를 하늘에 비겨 이른 말. 후한서 소장전에 ‘人皆有一天 我獨有二天’이 있음.



29. 次東關韻奉贈西止翁鄭仁源西遊庚寅 동관 운에 차하여 사지옹(정인원)의 西遊에 차하다(경인)

春回山木變 봄이 돌아오니 산에 나무도 변하고
雪盡谷流添 눈이 다하여 골짝 물도 불었네.
別苦杯心凸 이별의 괴로움에 술잔은 우북하고
詩豪筆穎尖 시는 호방하여 붓끝이 날카롭네.
羈愁集白首 객지 시름은 흰머리에 모이고
靈籟自蒼髥 신령한 소리는 소나무에 울리나니
醉犯金吾禁 취하여 금오위의 금지를 범할지라도
君嫌我不嫌 그대는 꺼리나 나는 아니 꺼린다오.
1. 蒼髥: 소나무의 異名. 2. 金吾: 金吾衛를 말함. 통행금지 위반자를 다스렸음.



30. 挽具修撰 忭,時爲太常正 구수찬의 만사(이름은 변, 당시 태상정이 되었음)

苦行人皆識 고행이야 사람들이 모두들 알았지만
高懷世莫知 높은 포부는 세상이 몰랐네.
一官多物議 한 벼슬에도 物議가 많아서
百里久棲遲 백리 고을에 오래도록 머물렀다네.
舊業尋湖甸 옛 업이라 호남을 찾아와
殘生寄酒巵 남은 생을 술잔에 부치었더니
傷心太常篆 마음 상케 하는 太常의 篆이
春草洛西碑 봄 풀 속 洛西의 碑에 있고나.
1. 物議: 세상 사람의 평판 혹은 세상 사람의 비난. 2. 百里: 사방 백 리 의 땅. 여기서는 守令의 이칭으로 쓴 것임. 3. 棲遲: 은퇴하여 삶. 놀며 지냄.



31. 追次洪太古韻,奉贈一壑金學士 信元,壬辰秋,以下亂後作 홍태고의 운에 차하여 일학 김학사에게 봉증하다(이름은 신원. 임진 가을, 이하는 난후의 작임)

甚矣吾衰也 나의 쇠약함 너무 심해라
頭霜眼亦花 서리 앉은 머리에 눈에도 꽃이 피었네.
露從今夜下 오늘 밤부터 서리가 내리려니
月向故園斜 달은 고향을 향해 비끼었네.
匹馬黃牛峽 필마는 황우협을 달리고
孤舟碧海涯 외혼 배는 푸른 바닷가로 가나니
那堪喪亂際 어찌 견디리 이 난리 중에
更此別懷加 다시 이별의 회포마져 더하다니.
1. 眼花: 老眼이 와서 눈에 불똥 같은 것이 어른어른하는 것.



32. 送副使金公瓚先下湖南視師時在江都 부사 김공(찬)을 보내어 먼저 호남으로 내려가서 시사하게 하다(이때 강도에 있으면서)

始識諸君飮 비로소 알겠네 그대들이 술 마시는 일
聊寬此日愁 애오라지 오늘의 슬픔을 풀자는 것이지.
亂離雙白鬢 난리 중에 양 귀밑머리 하얀 늙은이
滄海一孤舟 외론 배 한 척에 몸을 싣나니
絶塞君王遠 변방에 임금님은 멀고
危途歲月流 위태로운 길에 세월만 흐르네.
隋家賀若弼 수나라 하약필 처럼 (적을 멸하고)
歸詠錦江樓 금강루로 돌아와 시나 읊조렸으면.
1. 賀若弼: 수나라 文帝 때에 吳州摠管이 되어 대군을 거느리고 강을 건너 陳나라의 金陵을 취하고 陳나라를 멸하였음.



33. 客夜惜別 밤에 객과 이별하며

我豈輕離別 내 어찌 이별을 가벼히 여기리
人無惜去留 사람들이야 가고 옮을 애서치도 않지만.
渾疑竊屨客 신 훔치는 이(좀두둑)로 의심하는데
敢借代言牛 감히 代言牛를 빌리올까.
夜雪迷長道 밤에 눈 내리어 먼 길은 히미하고
江冰閣小舟 강은 얼어 작은 배를 멈추게 했나니
干戈死生際 난리라 죽고 사는 이 때에
獨立萬端憂 홀로 서서 만 가지를 근심하여이다.
1. 閣은 擱의 뜻. 2. 竊屨: 맹자 진심편에 ‘혹인이 개가 신을 물고 간줄 모르고 이웃에 사이가 좋지 않은 이를 의심한 고사’로 근거없이 엉뚱한 의심을 하는 것을 이름. 3. 代言牛: 말을 대신한 소. 함흥차사가 父情을 일깨우기 위해 소와 송아지를 몰고 함흥으로 갔음. 소는 父子之情의 말을 대신 것임.



34. 奉從事二妙 나를 따르는 두 소년에게 주다

從事諸從事 따르고 섬기는 여러 종사들이여
長歌痛哭年 길게 노래하는 통곡의 해로세.
君王杳沙塞 임금님은 아득히 변방에 계시고
宗社委腥羶 종묘사직은 추하게 버려져 있네.
已有平戎策 이제야 오랑캐 평정할 계획 있어
方開動樂船 바야흐로 풍악 울리며 배 움직이나니
何人是元結 그 누가 바로 원결인고,
欲乞中興篇 중흥의 글 한 편 얻고 싶나니.
1. 元結: 당나라 天寶새대 사람으로 大唐中興頌을 지었다.



35. 失題 二首 실제 2수

恩波流浩蕩 은혜로운 물결 널리널리 흘러서
品彙更昌亨 모든 것이 다시금 창성하리니.
玉輦當春省 玉輦은 봄을 당하여 (民을) 살피고
靈泉應世淸 靈泉은 세상이 맑아질 응보이네.
乾坤開泰運 천지엔 태평의 운이 열리고
日月繼离明 일월은 밝음을 이었음에
板上題詩賀 판자 위에서 시를 지어 하례하느니
榮陞古郡名 옛 고을의 이름이 영예롭게 오르리라.
1.离는 離卦의 의미. 밝음.


36.
我臥淹漳疾 나는 병 들어 누었는데
君收截海翰 그대는 바다를 가르는 書翰 받았는지.
百年聊此日 백년에 오로지 이 날 하루
萬事苦無歡 만사가 모두 기쁘지 않아
壯志頻看劒 장한 뜻에 자주 칼을 보며
淸尊獨倚欄 술 마시고 홀로 난간에 기대었나니
待他王子起 王陽 일어서는 날 기다려서
竊效貢公彈 우공의 彈冠을 본받으련다.
1. 彈冠: 손가락으로 갓의 먼지를 턺. 전하여 벼슬에 나아갈 준비를 함. 2. 王陽과 公禹: 漢나라 사람으로 서로 교분이 두터웠음. 한서에 이르길 '王陽在位 公禹彈冠‘ 이라 했으니 이는 왕양이 이미 자리에 올랐으니 공우도 장차 벼슬하게 된다는 뜻이다. 3. 竊效: 가만히(즈으기) 본받다.



37. 宣川次壁上韻 선천에서 벽상의 운에 차하다

何處蓬山客 어느 곳인가 봉산의 나그네
乘槎海上過 뗏목 타고서 바다 위를 지나느니
詩爲無盡藏 시는 무진장 읊었고
酒是大方家 술도 대방가이네.
雨後靑天遠 비 온 뒤 청천은 멀고
愁來白髮多 시름으로 백발은 더욱 많네.
那堪舍人頂 어찌 견딜꼬 舍人峯의 꼭대기서
獨立望京華 홀로 서서 서울을 바라는 마음.



38. 愛蓮堂 在平壤懸板尙在 애련당(평양에서 지으신 것인데 현판이 지금도 있음)

曾爲關外使 일찍이 관문 밖에 사신 되어
飛步上池堂 나는 걸음으로 池堂에 올랐지요.
五月芙蕖滿 五月이라 연꽃이 가득하여
三更枕席香 三更의 베갯밑이 향기로왔지요.
隔年仙夢斷 격년 사이 仙夢도 깨어지고
重到客襟凉 객의 마음 거듭 서늘하나니
會把如船葉 마침 배와 같은 잎을 지고서
留連酌玉漿 玉漿을 부어마시며 묵어가지요.
1. 玉漿: 신선의 음료수로 이슬을 말한 것임.



39. 失題 실제

不信最奇絶 최고의 절경이라 믿지 않았더니
及來心轉淸 와서 보니 마음 절로 맑아지네.
泉爲王溜出 샘은 옥방울 되어 솟고
山作石屛橫 산은 돌병풍 되어 비끼었네.(둘렀네)
縱被浮名縛 비록 뜬 이름에 얽혔다지만
猶能勝地行 오히려 좋은 곳에 다닐 수 있으니
無由永今夕 이 밤 길게 느릴 길 없어
策馬問前程 말 채찍하여 앞 길을 묻는다.

<별집>

40. 遊南岳聯句 남악에서 놀때의 연구

衣草人三四 초의 입은 서너 사람
於塵世外遊龜峰 塵世 밖에서 노닐고(귀봉)
洞深花意懶 골짝인 깊어서 꽃의 뜻 게으르니
山疊水聲幽栗谷 산 첩첩에 물 소리 그윽하네.(율곡)
斷嶽盃中畵 끊어진 뫼뿌린 잔 속에 그림이요
長風袖裏秋松江 긴 바람은 소매 속에 가을이네.(송강)
白雲巖下起 흰 구름 바위 밑에서 일어나나니
歸路駕靑牛牛溪 돌아가는 길엔 靑牛 타고 가리이꼬.(우계)



41. 霞翁以舊書出示 하옹의 옛 편지를 내어 보이다

三十年前札 삼십년 전의 편지를 보니
丁寧紙上言 종이 위에 쓰인 말 정녕도 하네.
墨痕新似昨 墨痕은 어제와 같이 새로운데
交義老彌敦 交義는 늙어서 더욱 돈독하네.
未可輸塵蠹 먼지나 좀벌레에게 줄게 아니라
端宜示子孫 마땅히 자손에게 보여야지.
親朋滿天地 친한 벗이야 천지에 가득하지만
雲雨手能飜 손 뒤집어 구름되고 비 된다네.
1. 手能飜: 두보의 ‘빈교행’에 나오는 말로 ‘손을 뒤집어 구름을 만들었다가 손을 엎어 비도 만드나니’를 이름.


4부 七言律詩

1. 送辛君望宣慰使之行 신군망 선위사의 행을 보내다

作客天南歲欲頹 남쪽에 객이 되어 한해가 가려하니
望鄕無日不登臺 대에 올라 고향을 아니 바란 날 없었네.
前山向夕層陰結 앞산은 저녁됨에 층층이 그늘지고
古木逢秋病葉摧 고목은 가을 되어 병든 잎 꺾이었네.
關路此時分去住 이제 관문 길에서 감과 머뭄을 나뉘나니
塞垣何處獨徘徊 변방 어디메서 홀로 배회하려나.
羈心正似霑霜菊 객지 시름 정히 서리 맞은 국화 같나니
節過重陽苦未開 중양절 지났어도 괴로워 아니 피누-나.



2. 西湖病中憶栗谷 서호의 병중에 율곡을 그리다

經旬一疾臥江干 병이 들어 열흘이나 강가에 누었더니
天宇淸霜萬木殘 하늘의 맑은 서린 온갖 나무에 이울었네.
秋月逈添江水白 가을달 멀리 비쳐 강물은 희고
暮雲高幷玉峯寒 저녁 구름 높이 떠 쓸쓸이 玉峯과 어울렸네.
自然感舊頻揮涕 자연히 옛 감회에 자주 눈물 나나니
爲是懷人獨倚闌 그리운 이 생각에 홀로 난간에 기대었네.
霞鶩未應今古異 저녁놀과 따오기는 고금이 다르지 않은데
此來贏得客心酸 이 걸음은 스산한 마음만 얻었고야.
1. 江干: 강가. 江畔. 干 물가 간. 2. 霞鶩: 落霞與孤鶩齊飛. 해질 무렵의 물가 풍경. 落霞는 낮게 뜬 저녁놀, 鶩은 따오기.



3. 次思菴韻 사암의 운에 차하다

身如病鶴未歸山 이 몸은 병든 학되야 산엘 못가느니
溪老松筠谷老蘭 시내엔 늙은 松竹이요, 골짝엔 늙은 蘭이라.
漢水秋風愁裏度 한강수의 가을 바람은 근심 속에 지나고
楚雲鄕路夢中漫 楚雲의 고향 길은 꿈속에서 흩어졌네.
人情閱盡頭全白 人情이란 모두 겪어서 머리는 전부 희였고
世味嘗來齒更寒 세상맛 맛보면 이 다시 시려라.
遠憶松江舊釣侶 먼 추억 松江에 낚시하던 옛 벗들...
月明搖櫓下前灘 밝은 달에 노저어 앞 여울로 내려가나니.
1. 楚雲: 초나라 구름. 남방의 구름.



4. 原韻 원운을 붙이다

琴書顚倒下龍山 琴書 지고 허둥지둥 용산을 내려가니
一棹蕭然倚木蘭 노 하나에 쓸쓸히 목란배에 기대었네.
霞帶夕暉紅片片 놀은 저녁빛을 띠어 조각조각 붉고
雨增秋浪碧漫漫 갈물은 비 더하여 아실아실 푸르네라.
江蘺葉悴騷人怨 강리의 잎은 시들어 시인이 원망하겠고
水蓼花殘宿鷺寒 수료화는 쇠잔하여 잠든 해오라기 춥겠구나.
頭白又爲江漢客 머리 센 이 몸이 또한 江漢의 객이 되어
滿衣霜露泝危灘 서리 이슬 옷 젖은채 겁한 여울을 거스르네.
1. 騷人: 굴원이 離騷를 지었기 때문에 시인을 의미함. 2. 蘺: 천궁이리. 江蘺는 천궁이의 다 자란 것.



5. 客中述懷 객중 술회

吾將耄矣幾時退 나 장차 늙어가니 어느 때에 물려나려나,
才與不才關不關 재주야 있건 없건 관계치 않으리.
毁譽任人心亦定 헐뜯거나 기리거나 사람들에게 맡겼으니
安危付命淚方乾 안위일랑 命에 부쳐 눈물도 말랐고나.
隻溪峽裏乾坤大 척계의 산협 속엔 천지는 넓고
萬竹林中日月閒 萬竹의 숲 속에 日月은 한가하니
漁夫牧童相爾汝 어부와 목동이 서로 너나들이 하며
幅巾藜杖且盤桓 폭건에 여장 깊고 오며가며 하여이다.
1. 盤桓: 뜻을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양. 혹은 머뭇거려 멀리 떠나지 아니하는 모양. 2. 幅巾: 머리를 뒤로 싸 덮는, 비단으로 만든 頭巾. 隱士 등이 쓰는 것. 3. 藜杖: 명아주로 대로 만든 지팡이.



6. 西山漫成 서산에서 우연히 읊음

明時自許調元手 밝은 시대라 정승감 자부했더니
晩歲還爲賣炭翁 늙으막에 도리어 숯 파는 늙은이 되었네.
進退有時知有命 진퇴는 때가 있어 命 있음을 알겠고
是非無適定無窮 시비는 맞음이 없으니 정녕 끝없이 이어지리.
膏肓未備三年艾 고항에 병들어도 삼년 쑥 못 구하고
飄泊難營十畝宮 유랑생활에 열 이랑 집도 못 가추었나니
惟是老來能事在 오직 늙어감에도 능사가 있어
百杯傾盡百憂空 백잔 술 모두 비워 백가지 근심을 잊고져.



7. 新院山居寄示習齋 신원에 산거하며 습재에게 부치다

邇來門徑謝鉏荒 요사인 문 앞 길을 닦지도 않았나니
爲是輪躋異洛陽 車馬 잦은 서울과 다르지야.
借問山中半日睡 묻노니 산중의 반나절 잠이
何如陌上一生忙 일생이 길 위에서 바쁨과 어떠하뇨.
墻根樹密身逃暑 담 밑에 나무 짙어 더윌 피하고
石竇泉寒齒挾霜 돌움에 샘이 시려 이에 서리 낀듯.
時把桑麻話田父 이따금 농부의 농사 짓는 이야기에
不知西嶺已頹光 서산에 이미 해 진 줄도 모르네라.
1. 邇來: 요사이. 근래. 2. 謝鉏荒: 거친 길 호미매길 사양하다. 3. 桑麻: 뽕나무와 삼. 전하여 養蠶과 紡績. 田父는 농부. 4. 陌上塵: 거리의 먼지. 정착하지 아니하고 떠돌아다님의 비유.



8. 每憶松江舊業荒 매번 생각하니 송강의 옛 별장도 거칠었음을

鍛爐中散離山陽 풀무장이 해중산도 산양을 떠났으리니
消殘物外烟霞想 物外의 烟霞想 사라지고
辦得人間卯酉忙 인간의 벼슬사이에 바쁜네라.
一歲九遷都夢寐 일년에 아홉번 옮기던 일 모두 꿈이려니
修門重入幾星霜 修門에 거듭 들어간 적이 몇 해던고
舂糧更適南州遠 舂糧 가지고서 다시금 南州로 멀리가나니
宣政無由覲耿光 선정전의 성덕을 뵈올 길 없어라.
1. 烟霞想: 노을과 안개에 대한 느낌 곧 산수를 사랑하는 마음. 은거하는 마음. 2. 星霜: 세월. 3. 耿光: 밝은 빛. 聖德의 형용. 4. 卯酉: 옛날 관인은 묘시에 입직하고 유시에 퇴근하였다. 5. 修門: 대궐을 이름. 6. 舂糧: 장자 소요유 편에 ‘適百里者 宿舂糧’이 있음. 먼 길을 가기위해 양식을 찌어서 준비함을 이름. 7. 稽中散: 晉나라 사람 해강이 中散大夫를 사직하고 山陽에 숨어 풀무장이를 하였음.



9. 冬至 동지

客裏又逢冬至日 객지에서 또 冬至를 맞아
閉門高臥悄無人 문 닫고 누웠느니 고요히 사람 없고야.
年華忽忽那能駐 세월은 홀홀히 가는데 어찌 멈추이리,
燈火悠悠自可親 등불만 유유히 절로 친하여라.
草屋風霜淹土窟 초옥의 풍상으로 토굴에 잠겼느니
玉墀環珮隔楓宸 환패 울리던 옥 계단의 궁궐은 막혔네라.
羈心正似橫天斗 나그네 마음이 정히 하늘에 비낀 별과 같아
深夜光芒北照秦 깊은 밤 북쪽 서울로 비추이네.
1. 光芒: 광선. 빛. 2. 高臥: 세속의 累을 벗어나서 마음 내키는 대로 삶. 3. 年華: 세월. 4. 楓宸: 제왕의 궁전. 옛날에 궁중에 단풍나무를 많이 심었으므로 이름. 5. 秦은 진나라 서울. 서울의 비유.



10. 望洋亭 망양정

驚濤擊石怒雷騰 놀란 물결 돌을 치니 성난 우레 튀겨나고
餘沫吹人骨戰兢 남은 포말 사람에게 불어 뼈가 부들부들.
剗却玉山飛片片 玉山 깍아내어 조각조각 날리우고
折來銀柱落層層 銀柱 찍어내어 층층이 떨어지네.
腥傳海雨魚龍鬪 비린내가 海雨에 전하니 魚龍이 싸우고
光射扶桑日月升 광채가 扶桑을 쏘니 日月이 오르네야.
行盡關東一千里 關東의 일천리를 다 다니고
望洋亭上獨來登 홀로 와서 망양정에 오-르나니.
1. 扶桑: 동쪽 바다의 해 돋는 곳에 있다는 神木. 혹은 그곳. 2. 戰兢: 戰戰兢兢. 2. 騰은 치솟아 오름.



11. 次鎭川板上韻 진천 판상의 운에 차하다

身如倦馬苦難前 몸은 치친 말과 같아 나아가기 어렵고도 괴롭고야
心似藏弧不復弦 마음은 다시 줄 매어지지 않는 감쳐진 활인 듯.
金闕玉樓星象表 금궐 옥루는 星象의 곁이고
棘裏茅屋海雲邊 가시울타리의 띳집은 海雲의 가이네.
關河近臘催春信 관하엔 섣달 가까워 봄 소식을 재촉하고
草樹連村起夕烟 초목 잇다은 촌락엔 저녁 연기 솟고야
白髮漸多人已老 백발이 점점 많아져 이미 늙었나니
不知何日是歸年 어느 날이 돌아갈 해인지 모를레라.
1. 星象: 별이 나타난 형상. 2. 金闕玉樓: 신선이 사는 곳.



12. 春雪 봄눈

春陰漠漠結重雲 봄 그늘 아득아득 겹겹이 구름이 맺혔는데
片片隨風灑更飜 (눈이) 조각조각 바람따라 뿌렷다 뒤집었다
柳絮入簾疑有跡 버들가지 발에 들어 자취 있는듯 하더니
梅花落地更無痕 매화꽃 떨어질 땐 고쳐 흔적도 없고나.
瓦溝檜頂須臾事 기와골 화나무 꼭대기에 (눈이) 잠깐 새 일이더니
漁戶江村一半昏 강촌의 고기집이 반이나 저물었네.
想得武珍山下屋 아마도 저 무진산 아래의 집은
竹裏蕭瑟掩柴門 소슬한 대 울타리에 사립문 닫았으리.



13. 次梧陰示韻 二首 오음이 보여준 운에 차하다

名利場中足是非 名利를 찾는 곳엔 시비 가득하니
百憂叢裏鬢毛稀 백가지 근심 모두 모여 귀밑머리 성글었네.
何妨犀帶更韋帶 犀帶를 韋帶로 고친들 어떠하리,
欲把朱衣換白衣 朱衣를 白衣로 바꾸고도 싶거늘.
節序逢春懷杳杳 계절은 봄이 되야 회포 아득아득한데
簾櫳到曉月依依 발 드리운 창가엔 새벽 되어 달빛이 어슬어슬 하고나.
人間何事何人意 人間의 어느 일이 어찌 사람의 뜻이리.
草綠江南歸未歸 풀 푸른 강남을 가려는지 못가려는지!
1. 白衣: 無位無官의 사람. 朱衣: 붉은 빛깔의 公服. 또는 붉은 옷을 입는 직위. 2. 犀帶: 무소 뿔로 장식한 허리띠. 韋帶: 장식이 없는 평민용 가죽띠.


14.
五十六年知已非 오십육년 知己도 이미 틀려가니
長安陌上故人稀 장안의 길 위엔 벗님네 드물고야.
淸官寄信先揮手 淸官이 서신 하면 손 먼저 젖지만
酒客通名欲倒衣 酒客과 이름 통하면 옷도 거꾸로 입고져.
小院草靑誰共踏 뜨락의 푸른 풀은 뉘와 함께 밟을꼬...
短檠燈影許相依 短檠의 등잔불 그림자와 서로 의지 했나니
春來不厭聞禽語 봄이 와서 새소리 듣는건 싫지 않지만
只恐啼鵑又喚歸 두견이 울면서 또 돌아가자 부르까 두렵고나.
1. 短檠: 짧은 燈檠 걸이. 2. 倒衣: 너무 반가워 옷도 거꾸로 입고 나간다는 뜻.



15. 寒食日待漏出城 한식날 물시계 소리 기다려 성을 벗어나다

卯年寒食雨淋淋 토끼해의 한식날 비가 주룩주룩
泥水街衢一膝深 거리엔 흙탕물 한 무릎이나 깊었네요.
崇禮門前待漏意 숭례문 앞에서 시간을 기다리고
宣仁路上駐車心 선인로 위에서 수레를 멈추었지요.
池塘靑草何時歇 池塘의 푸른 풀은 언제나 다하려는지
閶闔紅雲不可尋 대궐의 붉은 구름은 찾지를 못하네요.
惟是戀君心獨在 오로지 임 그리는 마음만 호젓이 남아
夜來歸夢華山陰 밤되면 꿈속 화산의 북쪽으로 돌아가지요.
1. 閶闔: 천상의 문. 전하여 대궐 문. 2. 山陰: 산 북쪽.(江陰은 강 남쪽)



16. 鷗浦漫興 구포의 흥치

槐花陌上繁蟬集 길 위 회화나무 꽃에 매미들 모여있고
荷葉樓中小醉醒 연잎 우거진 樓에서 살짝 취했다 깼지요.
高閣晩凉乘雨至 높은 누각에 저녁의 서늘한 기운 비 타고서 오는데
亂岑斜日隔雲明 봉긋봉긋한 봉우리에 비낀 해는 구름에 가려서 밝지요.
年荒未可收妻子 흉년이라 처자도 거두지 못하거니
世難那能卜此生 어려운 세상에 이 생을 어찌할까요.
慙愧海天雙白鷺 부끄러이 바닷가에 한 쌍의 해오라기만
滄波萬里去來輕 만리 창파를 가벼이 오가네요.




17. 槐山挹翠樓次韻示主人 三首 괴산 읍취루에 차운하여 주인에게 보이다 3수

何處仙遊集小亭 어느 곳 신선들이 이 작은 정자에 모였던가
紫霞香霧蘂珠城 붉은 놀, 향그런 안개의 예주성에.
吹殘玉笛山花落 옥피리 불고나니 산꽃이 떨어지고
彈罷瑤琴嶺月生 옥거문고 타고나니 재 위에 달이 솟네.
萬古鳥忙須擧酒 萬古에 새처럼 바빠서 모름지기 술을 드니
群賢水逝合忘情 뭇 현자 물처럼 가 버리어 情을 잊을 듯.
丹丘見說深如海 듣기를 丹丘는 바다처럼 깊다하니
我欲移家隱姓名 나는 이곳에 집을 옮겨 姓名을 숨기고져.
1. 蘂珠城: 예주궁. 예궁. 도가에서 하늘에 있다는 신선이 사는 궁전. 향초가 무성한 궁전이라는 뜻. 2. 丹丘: 신선이 사는 곳. 밤도 낮같이 환하다 함.


18.
好事當年搆此亭 당시의 호사자 이 정자 지을 때에
碧山如畫對層城 푸른산을 그림처럼 層城에 대했네요.
千章古木軒前繞 천 장의 고목은 처마 앞을 둘렀고
三伏淸風枕上生 삼복의 맑은 바람은 베개 위에 이네요.
滿地莓笞民少訟 온 뜰엔 이끼 솟고 백성엔 송사 적어
半天歌吹客多情 中天에 노래소리 객의 마음 살갑네요.
由來得失槐安國 본디 부귀가 있고 없고는 괴안국의 꿈이려니
獨有人間飮者名 세상엔 유독 술꾼만 이름을 남기지요.
1. 槐安國: 개미의 서울. 당나라 순우분이 자기 집 남쪽에 늙은 회화나무 밑에서 술에 취하여 잤는데 꿈에 대괴안국 남가군을 다스리어 20년간이나 부귀를 누리었다가 깨었다는 고사.


19.
西遊憶上統軍亭 서쪽에서 놀다 통군정에 올랐을적에
鴨綠江流繞塞城 압록강은 흘러서 邊城을 둘렀더라.
千里勝筵空往跡 천리 밖의 좋은 잔친 헛되이 지나간 자취려니
一時豪氣已殘生 한 시절 豪氣는 이미 쇠잔하여라.
關河有路頻驚夢 관하는 길이 있어 자주 꿈에 놀래지만
存歿無端更愴情 삶과 죽음은 무단이 다시금 슬프네라.
常愧惡詩磨不得 연마하지도 못한 졸시가 늘 부끄러워서
東槎集裏舊聯名 동사집 속의 옛 이름들을 들쳐보나니.
1. 憶은 추억한다는 뜻. 2. 關河: 關門과 黃河. 서울 집을 상징. 3. 東槎集: 皇華集. 중국 사신이 왔을 때 그들을 접대하며 지은 시문집.



20. 枕碧亭次亡兄韻 침벽정 망형의 운에 차하다

亡兄詩句壁間留 亡兄의 싯구가 벽간에 남았나니
小弟今來淚迸眸 아우 이제와 보고 눈물이 솟내라.
千里海雲誰祭暮 바닷구름 천리 밖 뉘라서 墓祭를 받들꼬
一年寒食獨登樓 일년의 한식날 홀로 루에 오르니
堤邊細柳垂垂綠 둑가에 실버들은 츠른츠른 푸르고
波上輕鷗點點浮 물결 위 가벼운 갈매기는 점점이 떠있네.
風景宛然人事改 풍경은 이처럼 완연한데 사람은 변하였으니
醉生愁死定誰優 취해 삶과, 시름에 죽는 것 어느 것이 나을꼬.



21. 贈漆江翁金判校彦琚 二首 칠강옹에게 주다(김판교 언거) 2수

少年豪氣盍朋簪 젊을적 호기있게 벗들 모여서
萬事悠悠酒淺深 萬事 유유히 맘껏 술 마셨지.
蓬館舊遊渾似夢 蓬萊館서 옛 놀던 일 꿈만 같아
碧天明月奈如今 푸른 하늘 밝은 달은 지금은 어떠한고.
衡茅晝掩誰相問 대낮에도 사립문 닫았나니 누구에게 물을까
篇翰時成獨自吟 이따금 시 지으면 혼자서 읊노라.
憔悴一春經歲病 봄 되어 오랜 병 더욱 초췌하니
漆江烟雨若爲尋 칠강의 안개비에 어찌 찾으려나.
1. 若爲: 如何. 어찌, 어떻게. 2. 盍簪: 벗이 함께 모임. 3. 衡茅: 형문. 모옥 곧 누추한 집. 4. 篇翰: 시문.


22.
白頭梳短不勝簪 하얀 머리 빗질도 짧아 비녀를 이기지 못하니
一臥江南歲月深 한 번 누운 강남에 세월도 깊구나.
棊酒賓朋二三四 바둑과 술 함께 하던 벗 두 서넛
水萍身世去來今 언제나 신세는 마름풀 같아.
郊原霽色宜春望 들엔 비 개어 봄 구경키 좋커니
風詠高懷入醉吟 고상한 회포를 취흥에 읊노라.
始信人間仙境在 人間에 선경 있음을 비로소 믿나니
海中蓬島不須尋 바다 속 봉래산일랑 찾지 않을레.
1. 去來今: 불교에서 과거와 미래와 현재(어제, 오늘, 내일). 곧 삼세의 略.



23. 客懷 객의 회포

文武非才愧聖明 문무에 재주 없어 聖德에 부끄럽나니
銅章雖貴亦伶俜 銅章이 비록 귀하다지만 그 역시 시들부들.
夢中屢得西州信 꿈 속에선 자주 서주의 서신을 받았지만
天外遙瞻北極星 하늘 밖 멀리에 북극성만 바라노라.
秋晩海田鴻不到 늦은 가을 바닷가 밭엔 기러기 아니 오고
夜深山澤酒初醒 山澤엔 밤이 깊어 술마저 갓 깨었네.
客懷多少誰相問 多少의 나그네 심정 누구와 나누리
惟有莎鷄咽小庭 오직 작은 뜰에 베짱이만 울고 있나니.
1. 伶俜: 외로운 모양. 방랑하는 모양. 2. 銅章: 銅魚符를 말하는 것으로 벼슬아치의 신표. 3. 莎鷄: 베짱이. 일설에는 귀뚜라미라 함.



24. 次廣寒樓韻 광한루 운에 차하다

江客悠悠獨倚樓 강 나그네 유유히 홀로 樓에 기대었나니
水晶簾捲玉闌頭 수정발 걷고서 옥난간 머리에 섰고야.
渚晴鷗鷺來還去 물가는 개어 갈매기, 백로 오거니 가거니
日暮牛羊散不收 날은 저물었는데 소와 양들은 흩어져 거둘지 않네.
蓼水遙看秋後淨 멀리 여뀌꽃 물가 가을 후 맑아졌느니
竹輿時復雨中遊 때때로 대수레 타고 비 속에서 노니네.
傍人欲問吾行止 그대여 내 삶을 묻고 싶거든
須向淸都上面求 모름지기 청도 위쪽에서 찾으시게나.
1. 淸都: 천상을 이름. 달 세계인 광한루에 비유.



25. 靑溪洞次思菴韻 청계동에서 사암의 운에 차하다

歲晩幽居卜斷原 세말에 幽居을 끊어진 들에 정하니
白茅爲盖石爲門 띠로 지붕 이고 돌로 문을 만들었지요.
千章樹合疑無路 천 장의 나무가 서로 어울려 길이 없는 듯 의심가고
三峽波深欲問源 세 골짝 물이 깊어 그 근원 알고 싶지요.
寒竈每聞山鳥語 가난한 부엌에 매번 산새 소리 들리고
曉簷時見宿雲痕 새벽 처마엔 때로 구름 자고간 흔적을 보지요.
無人喚起庭前鶴 뜰 앞에 학을 불러 일르킬 이 없으니
明月孤亭獨對樽 밝은 달 외론 정자에서 홀로 술을 대하지요.



26. 贈別李都憲明甫名德聲 이도헌 명보에게 증별하다(이름은 덕성이다)

霜臺執法玉堂仙 霜臺에 법 관장하는 玉堂의 신선이여
別後流光似急川 이별후 세월이 급한 냇물처럼 흘렀구려.
世事十年頭盡改 세상일 십년에 머리색 모두 바뀌었으니
離懷一夕席頻遷 이별의 회포에 하루 저녁에도 자릴 여러번 옮기네.
依然水寺樓中面 의연한 水寺를 누 속에서 대하느니
誦得林僧袖裏篇 숲 속에 스님은 소매 속의 책편을 외우네.
衰老向來多涕淚 늙어서 노쇠해 가니 눈물이 더욱 많아
不堪持酒上秋筵 秋筵에 술잔 지는 걸 견디지 못할레라.
1. 霜臺: 御史臺의 雅稱. 어사대는 법률을 관장함으로 秋官에 배당하여 霜이라 함.



27. 納淸亭次韻 二首 납청정 운에 차하다 2수

海內干戈何日定 바닷가 전쟁일랑 언제나 끝나련가
斷蓬身世自飄零 떨어진 쑥잎 신세 절로 나부끼느니
隔水暝烟生渺渺 물 건너 어둔 연기는 아른아른 솟고
背人斜日下亭亭 등 뒤의 저문 해는 즈른즈른 지노라.
常嫌到處遭簧舌 늘 이르는 곳마다 참소 받을까 의심스럽나니
却笑生年直酒星 도리어 나 나던 해에 酒星을 만난것도 우습고나.
關塞萬重兼萬里 關塞는 만겹에 만리이려니
望中香嶽爲誰靑 바라뵈는 香嶽이야 뉘 위해 푸르난고.
1. 斷蓬: 가을에 말라서 여기저기 날리는 쑥잎. 2. 酒星: 술을 맡았다는 별.


28.
衣纔盖軆身常冷 옷이 겨우 살을 가리니 몸은 늘 춥고
頭不勝簪髮盡零 머리는 비녀도 이기지 못하니 머리칼 모두 떨어졌네.
去國正愁關外路 나라를 떠나려니 관문 밖 길이 정이 서러워
送人同上水邊亭 가는이와 함께 물가 정자에 올랐네라.
經年未得南天信 해 지나도록 남쪽에선 서신오지 않고
永夜遙看北斗星 긴긴 밤 멀리 북두성만 바라노니
莫道此翁衰歇甚 이 늙은이 너무 노쇠했다 마오려
龍蛇袖裏劒光靑 龍蛇의 소매 속엔 아직도 검광이 푸르나니.
1. 龍蛇: 비상한 인물. 혹은 은퇴하여 明哲保身함.



29. 次韻贈李員外實之 二首 차운하여 이원외 실지에게 주다 2수

江水悠悠感逝年 유유히 흐르는 저 강물은 세월과 함께 가니니
白頭勳業愧先賢 白頭의 훈업일랑 선현에게 부끄럽구나.
離懷袞袞臨岐日 갈림길에서 이별의 회포는 더욱 즈른즈른한데
苦淚漼漼發語前 말 하기도 전에 슬픈 눈물 성글성글 맺혔네.
遼左海山歸鳥外 요동의 왼쪽 海山은 돌아드는 저 새 밖이요
漢陽城關暮雲邊 한양의 성궐은 저녁 구름 가이려니
今宵恐有還鄕夢 오늘밤 꿈에 고향으로 돌아갈까 두렵워-
夢裏還鄕倍黯然 꿈속에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 더욱 슬프리니.
1. 感: 세월과 함께 감응한다는 뜻. 2.. 袞袞: 盛하게 떠오는 모양. 3.. 漼漼: 눈물을 흘리며 우는 모양. 4.黯然: 어두운 모양. 혹은 슬퍼하는 모양.


30.
絶塞風雲異去年 먼 변방 風雲이 지난 해와 다르려니
統軍亭上會羣賢 통군정 위에 여러 어진이 모였네라.
微茫樹色靑天外 푸른 하늘 밖 나무 빛은 아른아른 한데
隱映江光白鳥前 흰 새 앞에 강 빛은 슬핏슬핏 하고야.
愁不到來詩側畔 시 읊는 곳이라 근심일랑 이르지 않고
興難抛去酒傍邊 술 곁에 있어 흥이야 버리기 어렵고나.
歸程定有迎人席 돌아가는 길에 마중 자리 있으리니
一笛淸秋響杳然 맑은 가을 한 가닥 피리소리가 아득히에 울리이네.
1. 隱映: 겉으로 환히 드러나지 않게 비침. 2. 微茫: 흐릿한 모양. 모호한 모양.



31. 送聖節使洪君瑞之行名履祥 성절사 홍군서의 행을 보내다(이름은 이상)

離懷忽忽對淸樽 이별의 회포에 총총이 술잔을 대하느니
風雨龍灣草樹昏 용만엔 비바람 섞어 치고 초목은 저물었네.
萬壽岡陵會慶節 岡陵같은 祝壽로 임금의 생신에 朝會하나니
二年兵甲再生恩 이년의 병란에 은혜가 재생함이리.
光陰荏苒隨流水 세월은 느릿느릿 물 따라 흘러가고
鴻雁差池過海門 기러기는 들숙날숙 해협을 지나느니
燕市悲歌今在否 연시의 슬픈 노래는 지금도 남았는지!
爲余先弔望諸君 날 위하거든 望諸君을 먼저 弔問하시길.
1. 岡陵: 시경 小雅 天保에 ‘如岡如陵... 以莫不增’ (작은 언덕, 큰 언덕과 같아... 더하는 복이 한이 없도다)의 구절로 임금의 다복을 빎을 이름. 2. 荏苒: 세월이 천연함. 시일을 자꾸 끎. 3. 差池(치지): 서로 어긋난 모양. 가지런하지 아니함. 4. 燕市悲歌: 燕趙悲歌士의 고사. 연과 조 두 나라에 고래로 憂國의 슬픈 노래를 부르는 선비가 많았음으로 비분강개하는 우국지사를 이름. 5. 望諸君: 樂毅. 전국 시대 연나라 昭王의 장수. 趙, 楚,韓, 魏, 燕 다섯 나라의 연합군을 거느리고 齊나라를 쳐서 70여 성을 빼앗았으나 소왕이 죽은 후 뒤를 이은 혜왕은 그를 중용치 아니하여 趙나라로 가서 중용되었음.



32. 送聖節使書狀官宋仁叟英耈 성절사 서장관 송인수(영구)를 보내다

湖西幕客塞西人 호서의 幕客 변방 서쪽으로 가려니
離合紛紛一愴神 모였다 흩었졌다 분분함에 마음 슬퍼라.
別酒莫辭連日醉 연일 취하였다고 이별주랑 사양 마오려
歸舟將發九龍津 돌아가는 배가 장차 구룡진을 떠날지니.
荒城古柱風烟冷 황성의 옛 기둥엔 바람 연기 스늘하고
孤竹遺墟草樹新 孤竹의 남긴 터엔 초목만이 새롭나니
收得山河錦囊裏 山河의 경치를 비단 주머니 속에 넣었네라.
世間金玉摠非珍 세상의 金玉일랑 모두 보배가 아닐지니.
1. 幕客: 幕府의 빈객으로 예우를 받는 사람.



33. 大凌河曉坐 새벽에 대능하에 앉아서

四更邊柝大河流 四更의 딱따기 소리가에 大河는 흐르는데
一夜思歸白盡頭 돌아갈 생각에 하룻밤 머리 모두 희었네.
不是越吟懷故土 越吟이 고향을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非關吳詠戀扁舟 吳詠이 조각배를 그리는 것도 아니리.
三宮草樹寒聲逈 三宮(대궐)의 초목은 찬 소리 멀리서 들리는데
五廟風烟暝色愁 五廟의 바람 연기는 저문 빛에 슬프네야.
聞道嶺南猶賊窟 들이니 嶺南은 아직도 적굴이라니
廟堂誰爲借前籌 조정을 위해 누가 前籌를 빌리려나.
1. 越吟과 吳詠은 모두 남쪽 나라의 노래. 2. 五廟: 제후의 묘. 3. 前籌: 漢고조 때 韓信이 나서서 계책을 젖가락으로 설명하였음을 이름.



34. 九連城 구련성에서

薊門歸路接雲平 계문 돌아가는 길 구름 닿아 펀펀한데
一騎輕躋散曉晴 경쾌한 말발굽 타고서 갠 새벽을 가지요.
城擁九連山翠合 城은 九連을 안아 산 푸름과 합하고
河分八渡渚霞明 河는 八渡로 나뉘어 물가엔 놀이 밝지요.
丹心可耐客中破 단심이야 객지라도 견뎌내지만
白髮每從愁裏生 백발은 언제나 근심 속에 생하지요.
迢遞玉樓消息斷 먼-곳 玉樓엔 소식조차 끊겼나니
海天何處是神京 바닷가 어느 곳이 바로 仙境일까요.



35. 臘月初六日夜坐 癸巳冬寓居江都時作此絶筆也 섣달 초육일 밤에 앉아서(계사년 겨울 강도에 우거할 때 작인데 이것이 절필이다)

旅遊孤島歲崢嶸 외론 섬에서 나그네 되어 세월은 츠름츠름 샇여가는데
南徼兵塵賊未平 남쪽 변방의 戰場엔 적이 아니 평정되었네.
千里音書何日到 천리 밖에선 서신이 언제나 이르려는지
五更燈火爲誰明 五更의 등잔불은 눌 위해 밝았는고.
交情似水流難定 사귄 정은 물과 같아 멈추기 어려웁고
愁緖如絲亂更縈 근심의 가닥은 실과 같아 흩트려도 다시 얽키네.
賴有使君眞一酒 원님에게 眞一酒 있음에 기대어
雪深窮巷擁爐傾 눈 깊은 窮村에서 화로 안고 마시노라.
1. 崢嶸: 험준한 모양. 혹은 세월이 쌓이는 모양. 2. 使君: 州의 장관. 원님. 3. 徼: 변방요. 국경지대. 4. 眞一酒: 인간의 고난이나 번뇌를 하나로 해소시키는 태평성대를 이루는 술.

<속집>

36. 次廣寒樓韻以下亂前作 광한루운에 차하다(이하는 난전의 작임)

天上十二白玉樓 천상의 열두간 백옥루는
銀河淸淺掛西頭 맑고 옅은 은하수의 서쪽 머리에 걸렸지요.
年年七夕佳期至 해마다 七夕이라 좋은 시절 이르면은
夜夜雙星怨淚收 밤마다 견우 직녀 원망의 눈물 거두었지요.
莫道相思是遠別 서로 그리는 먼 이별이라 마세요
從來此地有重遊 이제껏 이 땅에선 거듭 만나봄 있나니
可憐人世隔南北 가련해라 人間에 남 북으로 막혔있어
碧海茫茫何處求 푸른 바다 아득한데 어느 곳에서 찾을까요.
1. 雙星: 나란히 보이는 두 별. 여기선 견우성과 직녀성.



37. 病後戱吟 병 후에 희음하다

一病經年與死隣 한 병이 일년이 넘어 죽음에 이웃하더니
忽然枯木暗回春 홀연이 고목엔 몰래 봄이 돌아왔지요.
山中更有悲歌士 산중에 다시 슬픈 노래 부르는 선비 있을꺼나
昭代重生爛醉人 밝은 시대에 거듭 흥건히 취하였나니
湯劑轉頭輸麯蘖 탕제는 어느새 누룩술로 바뀌었고
笑談隨手換吟呻 신음 소린 선-뜻 웃음소리로 바뀌었지요.
濡毫試撰河淸頌 붓을 젖셔 시험삼아 河淸頌을 지으니
佳氣葱葱繞紫宸 좋은 기운은 푸릇푸릇 대궐을 둘렀네요.
1. 葱葱: 초목이 푸릇푸릇한 모양. 2. 紫宸: 천자가 정사를 보는 궁전 혹은 쉬는 궁전. 3. 隨手: 손이 가는 대로. 혹은 뒤쫓아, 즉시.



38. 次慶喜樓韻寄白麓 辛應時字君望號白麓 경희루 운에 차하여 백록에게 부치다(신응시의 자는 군망. 호는 백록)

仙人昨下閬風岑 선인이 어제 낭풍잠을 내려가니
裂素爲衣翠作襟 해진 하얀 자투리 옷에 푸른 옷깃이라.
烟霧樓中不見影 이내 자옥히 다락에 둘러 그림자 보이지 않고
鳳笙天外或聞音 하늘 밖에 문득문득 생황소리 들리네.
含情脉脉托宵夢 情 함초롬히 머금고 밤 꿈에 의탁하며
倚柱依依生夕陰 기둥에 기대이면 저녁 그늘 즈른즈른 이네.
獨向西池采荷葉 홀로 서쪽 못에 가서 연잎을 캐나니
淸芬無路寄同心 향기러운 이것을 벗에게 부칠 길 없네.
1. 閬風: 山名. 곤륜산 위에 있는 신선이 사는 곳. 2. 脉脉: 끊이지 아니하는 모양. 3. 依依: 무성한 모양. 혹은 확실하지 아니한 모양.



39. 朴景進家獨坐 朴漸字景進官吏議,壬辰,被倭害 박경진의 집에 홀로 앉아(박점의 자는 경진. 벼슬은 吏曺參議. 임진년에 왜놈에게 피살되었음)

霜落千山樹葉堆 서린 내린 千山에 나뭇잎은 쌓였는데
棘籬寒菊爲誰開 가시울에 찬 국화는 누굴 위해 피었나요.
今年且盡客多病 올해도 다 가고 객은 병이 많나니
明月欲生人不來 밝은 달 돋으려는데 사람은 아니 오지요.
無竹小軒頻問主 대(竹) 없는 작은 작은 마루 주인께 자주 묻다가
有懷秋日獨徵杯 가을날 회포에 혼자서 술을 청하니
兒童伴我西簷坐 아이들 나와 함께 서쪽 처마에 앉아서
深夜長庚又送回 깊은 밤 돌아가는 長庚星을 또 보내지요.
1. 長庚: 저녁에 서쪽 하늘에 보이는 큰 별. 태백성.



40. 西湖病中憶栗谷 서호 병중에 율곡을 생각하다

君恩未報鬢先秋 임금의 은혜 갚기도 전에 머린 먼저 세어서
壯志如今已謬悠 장한 뜻 지금엔 이미 글렀다네.
松菊每懷陶令徑 도연명의 松菊길 매번 생각하나니
蓴鱸欲問季鷹舟 장계응의 배를 타고 蓴鱸를 묻고 싶네.
交遊隔世吾何托 사귀던 일도 이젠 막혔으니 나 어디에 의지하리
名利驚心可以休 名利에 놀란 마음 가이 쉬어야겠네.
惟是槽頭看春酒 오직 槽頭에 봄 술을 보느니
月中三峽細分流 달빛 속에 세 골짝이 가늘게 나눠 흐르네.
1. 謬悠: 텅 비고 멂. 혹은 황당무계함. 2. 陶令徑: 도연명. 令은 벼슬 이름(관아의 長). 도연명은 벼슬을 버리고 松菊竹 기러던 옛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3. 蓴鱸: 蓴羹鱸膾. 순챗국과 농어회. 晉나라 張翰(자는 季鷹)이 고향의 名産인 순챗국과 농어회가 먹고 싶어 관직을 사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갔음.



41. 新院山居寄示習齋權擘號,官參議 신원의 산집에서 습제에게 보내다(권벽의 호, 벼슬은 참의)

野院蕭條草樹荒 시골집 쓸쓸하여 초목은 황량한데
亂蛙無數叫斜陽 뒤섞인 개구리 수도 없이 석양에서 우네.
臨岐更覺親朋少 갈림길에 이르러 벗 적음을 다시금 깼닫느니
感物偏傷節序忙 感物에 세월 빠름이 심이 마음 상해라.
身厭葛衫凉換暑 갈포 적삼 싫어지니 더위는 서늘해지고
面慙銅鏡髮垂霜 구리 거울 속 서리 드리운 머리칼이 부끄럽나니
龍泉尙有干霄氣 용천검은 아직도 하늘 찌를 기운 있어
匣裏時時見紫光 갑 속에 때때로 붉은 빛이 보이건만.



42. 宿桂林兄江亭 名瑠,於公姊兄,尹任甥姪,尹元衡動危言.竟死 계림형의 강가 정자에서 묵다(이름은 유, 공에게 자형이고, 윤임의 생질임. 윤원형의 위언으로 마침내 죽었다)

王孫畵閣抗楊花 왕손의 화각이 양화도에 솟았나니(버티다)
一水中分兩岸沙 한가닥 물이 중간에 나뉘어 양 언덕 모랫가로 흐르네.
落月滿天飛白雪 떨어지는 달빛은 하늘 가득히 날리우는 흰 눈이요
宿雲鋪地走靑蛇 묵은 구름은 땅에 펴져 달리는 푸른 뱀인듯.
菱歌相間棹歌發 마름 노래 사이 가에 뱃노래도 일고
帆影遠隔山影斜 돛 그림자 멀리 산 그늘 넘어에 비끼네.
四十二年如去鳥 사십 이년이 가는 새와 같으니
浮生不飮奈愁何 덧없는 생에 술이 아니면 이 시름을 어찌하리.
1. 畵閣: 아름답게 단청한 누각.



43. 述懷 술회

十年前事悔何追 10년 전 일을 뉘우친들 어찌 따르랴
白首窮廬謾自悲 백발로 초라한 오막집에서 공연히 스스로 슬플 뿐.
鷄肋正宜輸俗客 계륵은 마땅히 속인에게 돌아갔고
蛾眉今已付餠師 미인은 지금엔 이미 떡장수에게 주어졌네.
香凝燕寢窓燈冷 향기 응긴 燕寢에 창가 등불이 싸늘하고
雪擁柴扉竹日遲 눈 내린 사립문에 해가 더디네.
林巷幸無車馬跡 산골이라 다행이 거마 오지 않으니
心經一部手中披 心經 한 부를 손에 펴서 보고야.
1. 燕寢: 천자가 쉬는 궁전. 혹은 편히 쉬는 좋은 잠자리. 2. 鷄肋: 조조가 漢中을 얻으려다 포기한 고사로 한중을 일러 계륵이라 하였다. 닭 갈비는 먹을 것이 없으나 그냥 버리기도 아깝다는 말로 그리 소용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경우를 이른다. 3. 蛾眉: 누에나방의 촉수처럼 초승달 모양으로 길게 굽은 아름다운 눈썹. 혹은 미인. 4. 餠師: 떡파는 사람. 全唐詩話에 寧王이 떡장사의 처를 빼앗아 살았는데 묻기를 ‘네가 아직도 餠師를 생각하느냐’하니 말 없이 눈물만 흘리기에 드디어 餠師에게 돌려주었다 한다.



44. 喚仙亭次韻在順天 환선정 운에 차운하다(순천에 있음)

杯水難容萬里船 한 잔 물이 萬里船을 용납키 어렵듯이
今時豈合古人賢 지금 사람이 어찌 옛 어짐과 같으리요.
層城枯木三秋後 겹겹이 城의 枯木은 三秋의 후요
大野閒雲落景前 큰 들의 한가한 구름은 落照의 앞이네.
往事再尋頭盡白 지나간 일을 다시 찾으니 머리 모두 희었고
玆遊一罷夢應牽 이 놀음 한번 파하면 꿈이 응당 이끌리리.
空江夜久生明月 빈 강에 밤은 깊어 달은 밝은데
笙鶴如聞降列仙 笙鶴이 들이는 듯 여러 신선 내려오려나.
1. 笙鶴: 周靈王의 태자 晉이 신선이 되어 학을 타고 피리를 불며 하강하였다 한다.



45. 次梧陰示韻 二首 오음이 보여준 운에 차하다 2수

行藏竊比鄭當時 행장을 정당시와 가만히 비한다면
落拓何如杜牧之 큰 기상이야 두목지와 어떠한지.
直以醉鄕消歲月 곧바로 醉鄕으로 가서 세월을 보내나니
敢言昭代策安危 밝은 시대에 어찌 안위를 꾀한다 하리.
能抛台鼎難抛俗 삼정승 던질 순 있어도 俗趣는 버리기 어렵고
已廢交遊不廢詩 교유야 폐했어도 시는 폐하기 어렵고야.
莫道柴門欠絲管 사립문에 풍악 없어 흠이라 마시길
四山松檜雨中吹 사방 산에 송회 소리 비 속에 이는 것을.
1. 竊比: 가만히 비교함. 2. 落拓(낙탁): 기상이 큼. 3. 醉鄕: 취중의 별천지. 4. 台鼎: 三公의 지위. 5. 絲管: 絲竹. 거문고와 퉁소. 현악기와 관악기. 전하여 음악. 6. 鄭當時: 漢나라 관리. 이름은 莊. 항상 驛馬를 四郊에 두어 故人을 遊門하였고 손이 오면 귀천을 가리지 않고 환대하였다. 무제 때에 大司農이 되었다가 손의 累로 낙직되었음. 7. 杜牧之: 만당의 시인. 시를 잘하여 小杜라 일컬음.


46.
骯髒從前不中時 강직한 뜻은 지금껏 시속엔 맞지 않았고
向來高論欲卑之 이제까지의 高論도 이젠 낮추어야 겠네.
三牲非樂一簞樂 고기 밥은 아니 좋으나 한 그릇 도시락밥은 즐거웁고
蜀棧不危平陸危 험준한 잔교는 아니 위태롭대 평지는 위태롭네.
事到奈何須得酒 일이 어찌할 수 없을 땐 모름지기 술 마시고
語猶詮次合忘詩 말을 똑바로 하고자 하면 문득 시을 잊네.
只嫌半夜無眼處 다만 싫은 건 잠이 아니 오는 밤에
三籟悠然自送吹 三籟 소리 유연히 스스로 불어옴이네.
1. 骯髒: 살찐 모양. 혹은 강직한 모양. 2. 詮次: 확실하게 정한 순서. 3. 蜀道: 四川省으로 통하는 험준한 길. 촉의 棧道. 전하여 경치가 좋고 또 험준함을 이름. 4. 三籟: 天籟, 地籟, 人籟를 이름. 우주만물의 모든 자연의 소리.



47. 題靜虛軸次霽峰韻 제봉의 운에 차하여 정허의 시축에 쓰다

巖棲屈指十回春 巖幽를 손 꼽아보니 십년이라
謝笏重來白髮新 벼슬 사양하고 다시 오니 백발이 새롭고야.
水石朋儔雖可愛 水石이랑 친구들이야 비록 사랑스럽지만
蓬萊消息杳難因 봉래산 소식은 인연하기 아득만 하네.
山風夜起愁枯竹 산바람 밤에 일어 마른 대는 시름겨운데
嶺月初生是美人 재 위에 갓 돋은 달은 곧바로 미인일레라.
詩卷藥鑪仍不寐 시권에 약화로 벗하여 잠 못 드는데
屋頭寒磬報淸晨 지붕머리 寒磬은 맑은 새벽을 알려주누나.



48. 挽玉峯白彰卿 옥봉 백창경의 만사

海內悠悠知己少 천하가 넓고 넓어도 知己는 적건만
惟君與我夙心親 오직 그대와 나 일찍이 마음으로 친하였지.
湖山未遂連墻約 湖山에서 담 이웃하며 살자던 약속 못 이루고
幽顯飜成隔路人 幽明이 뒤집히어 길 막힌 이가 되었고나.
紫陌風埃歌激烈 紫陌의 풍진에 노래는 격렬하고
錦城烟雨淚酸辛 금성의 烟雨는 눈물에 스산코나.
遺孤受托非無意 남겨진 아이을 부탁받아 뜻 없는 건 아니지만
奈乏劉家德義新 劉家의 덕의를 새롭게 할 덕성이 모자람을 어쩌리.
1. 紫陌: 서울의 도로를 이름. 2. 錦城: 삼국의 蜀漢의 도읍. 비단을 관장하는 관아를 두었던 까닭에 이름. 西都의 성을 일컬음. 3. 幽顯: 저승과 이승. 4. 奈乏劉家: 유비의 아들이 그 아버지만 못 했음에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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