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일 화요일

신촌 이미지 한의원 02-336-7100 송강정철 시선집5

49. 別王天使敬民 왕천사(경민)을 이별하다

家住江南萬里餘 만리 밖 강남에 집이 있으니
秋風客路意何如 갈바람 나그네 길에 뜻이야 어떠한고.
纔聞鶴馭來仙躅 학 몰고서 신선이 왔다고 하더니만
忽見鸞簫過碧虛 문득 鸞簫소리가 푸른 하늘을 지나네.
消息幾時逢驛使 어느 때 驛使 만나 소식을 받으올까
蓬萊無復迓雲車 봉래산 구름수레 마중할 길 다시 없네.
相思賴有黃岡句 서로 믿고 그리는 황강의 글귀가 있으니
別後爭傳水竹居 이별 후 水竹의 삶을 다투어 전하리라.
1. 黃岡: 호북성 황강현 동쪽에 있는 산 이름. 소식의 적벽부에 나오는 黃泥之阪이 있는 곳.



50. 槐山挹翠樓次韻示主人 三首 괴산 읍취루 운에 차하여 주인에게 보이다 3수

醉後悠悠獨上亭 술 취하여 유유히 홀로 정자에 오르니
眼前無地着愁城 눈 앞엔 시름 달랠 곳 없어라.
乾坤逆旅飜千劫 천지는 逆旅라서 천겁에 뒤집히고
造化鑪錘鑄萬生 조화옹의 풀무는 萬生을 만들고나.
久謂彭殤元同貫 오래 살건 빨리 죽건 원래 한 꿰미니
莫言臧穀不同情 장과 곡이 같지 않과 마시기를.
年來笑殺箕山叟 근래엔 웃숩고나 기산의 늙은이
言實支離又說明 말도 실상 지라한데 이름까지 설명하네.
1. 彭殤: 장수와 단명. 2. 笑殺: 대단히 웃음. 3. 臧穀: 사내종과 어린아이. 둘이 모두 양을 치다가 양을 잃었다. 한 사람은 책을 보다가 한 사람은 장기를 두다가 잃었다 한다. 4. 箕山翁: 巢父와 許由.


51.
一別梧根舊驛亭 오근과 이별한 옛 역정에
使車何處駐山城 사신의 수렌 산성 어느 곳에 머물렀는고.
連峰雨裏黃花老 뭇 봉우리 비 속에 황국화는 시들었고
斷鴈聲中白髮生 외기러기 우는 속에 백발은 생기었네.
末俗豈知高士志 속인이 어찌 高士의 뜻을 알며
少年寧識老夫情 소년이 어찌 老夫의 정을 알리요.
聞君晩學養生法 들으니 그댄 늦으막에 양생법 익혔다 하니
爲善應須無近名 응당 선한 이는 近名이란 없으리라.
1. 近名: 명예를 추구함.


52.
水北山南處處亭 水北 山南이라 곳곳엔 정자인데
舊遊迢遞武珍城 옛 놀던 무진성은 멀기만 하지요.
天開瑞石祥龍蜿 서석산이 열리어 상스러운 용이 꿈틀거리고
地匝長松爽籟生 땅엔 낙낙장송 둘러 있어 바람소리 이네요.
麋鹿未抛靑草性 미록이라 靑草 좋아함 못 버리고
鵠鸞終是碧霄情 곡란이라 끝내 푸른 하늘 그리지요.
從今息影無何有 이제부터 安息 외에 무엇이 있을까요.
家失形容史失名 집에선 모습 잃고 史錄엔 이름 잃나니.
1. 麋鹿: 순록. 혹은 천한사람. 2. 息影: 그림자를 쉬게 함. 곧 활동을 그만두고 휴식함.



53. 昌道驛壁上見鄭子中詩,攬涕之餘,遂步其韻 창도역 벽위에 정자중의 시를 보고 눈물을 뿌린 나머지 그 운에 따라 짓다

飇輪去此欲何之 바람 수레 여길 떠나 어디로 가는가
獨立蒼茫結遠思 홀로 서서 아슬히의 먼 생각에 잠기었네.
千里秦城病司馬 천리 밖 秦城에 사마상여 병들었고
三年楚郡老樊遲 삼년동안 楚郡에서 번지가 늙었구나.
已經離別同弦矢 활줄과 화살같은 이별 이미 겪었지만
可耐幽明異路岐 幽明의 길 달라졌으니 이를 어찌 견디랴.
靑鶴峯頭望仙裏 청학봉 꼭대기의 망선대 속에서
月明中夜倘相期 달 밝은 밤에 혹시나 만나려는지.
1. 病司馬: 한나라 司馬相如는 일대의 문장가로 일찍이 消渴病이 있었다 한다. 2. 樊遲: 공자의 제자. 상여와 번지가 鄭子中에 비유. 3. 秦城과 楚郡: 남쪽 지방의 비유. 4. 弦矢: 활줄에 화살이 언져지자 마자 헤어지 듯 빠른 이별.



54. 題雅叔林亭 아숙의 임정에 쓰다

老夫於酒喜登場 老夫 술 있는 곳에 기쁘게 가나니
酒味甘來宦味凉 술 맛이 달면 벼슬 맛은 시들하네요.
今日君家賞蓮會 오늘 그대 집에서 연꽃을 감상하는 모임에
西池夕氣滿衣香 서쪽 못의 저녁 기운 옷에 가득 향그럽네요.
交情休說雨雲態 구름되고 비 되는 걸 우정이라 아니 하지만
樂事須憑長短章 모름지기 짧고 긴 시 짓는 건 즐거운 일이지요.
一別幾年重到此 이별한지 몇 해만에 여기에 다시 오니
竹間依舊讀書床 대나무 사이에 옛날처럼 글 읽는 상이 있네요.
1. 雨雲態: 두보의 빈교행 ‘翻手作雲 覆手作雨‘을 이름.




55. 挽栗谷 三首 율곡의 만사 3수

芙蕖出水看天然 물 위로 솟은 연꽃 볼수록 天然하니
間氣難逢數百年 수백년에도 만나기 어려운 빼어난 기운이리.
天欲我東傳絶學 하늘이 이 나라에 끊어진 학문을 전하려고
人生之子紹前賢 이 사람을 낳아서 앞 성현을 잇게 했나니
心中剩有環中妙 마음 속엔 環中의 묘리가 넉넉하고
目下都無刃下全 눈 아래엔 刃下全牛 전혀 없었네.
何處得來何處去 어느 곳에서 왔다가 어느 곳으로 가는가
此時相別幾時旋 이제 서로 이별하니 어느 때 돌아올꺼나.
1. 間氣: 특수한 기운을 이름. 2. 環中: 공허하여 融通自在함을 이름. 장자 제물론에 ‘樞始得其環中以應無窮’ 3. 刃下全: 어려울 일이 없다는 뜻. 장자 양생편에 ‘庖丁의 칼날에는 全牛가 없다’ 하였음.

56.
小學書中悟性存 소학이란 책에서 성리를 깨우침 있었으니
聖賢資質已三分 성현의 자질이 이미 삼분이나 있었네.
科程豈是功名事 과거의 길이 어찌 功名만의 일이리요
翰墨無非道義源 글월은 道義의 근원 아님이 없었네.
仙洞漫留龍麝跡 仙洞에는 龍과 麝의 흔적 가득하고
石潭空鎖水雲痕 石潭엔 공연히 물구름 자취만 잠겼네라.
泉臺想有無窮痛 황천에서도 슬픔은 다함 없나니
未報吾君不世恩 우리 임금 은혜를 갚지 못했서이리.

57.
先我而來去亦先 나 보다 먼저 왔다가 또한 먼저 가니
死生何不少周旋 죽고 삶을 조금도 주선(調整)하지 못하는가.
欲從眞歇臺邊月 진헐대 가의 달을 따르고져
會作毗盧頂上仙 마침 비로봉 위에 신선이 되었을테니.
千劫縱灰難得子 천겁이 비록 재 되어도 그대를 얻지 못하니
九原如作更逢賢 구원 이루어 진다면 다시 그대를 보려나.
無人解聽峨洋趣 아양곡의 흥취를 알아들을 이 없으니
却爲鍾期一斷絃 도리어 鍾子期 위해 거문고 줄 끊을 수 밖에.
1. 九原: 춘추 때 晉의 경대부의 묘지. 후에는 묘지의 범칭. 혹은 九泉. 黃泉. 2. 千劫縱灰: 추상적인 개념을 물질에 비유한 것을 현대시론에서는 존재론적 은유라고 한다. ‘천겁’이는 시간 개념이 ‘재’라는 물질로 비유되었다. 상상력의 폭과 절묘한 비유가 너무나 뛰어나지 아니 한가. 3. 峨洋曲: 백아가 거문고로 산수곡을 타니 종자기가 듣고서 ‘山峨峨 水洋洋’ 이라 하였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었다.



58. 次竹西樓韻 二首 죽서루 운에 차하다 2수

關東仙界陟州樓 관동의 선경은 三陟의 죽서루
虛檻憑危夏亦秋 빈 난간에 위태롭게 기대니 여름 또한 가을이구나.(서늘함)
天上玉京隣北戶 천상의 옥경은 北戶(窓)를 이웃했고
夢中銀漢聽西流 꿈 속의 은하는 서쪽 물소리 들리네.
疏簾欲捲露華濕 성긴 발 걷으려니 이슬이 함초롬 젖는데
一鳥不飛江色愁 새 한 마리 날지 않아 강색은 쓸쓸하네.
欄下孤舟將入海 난간 아래 외론 배는 장차 바다로 들어가려니
釣竿應拂鬱陵鷗 응당 낚시대에 울릉도 갈매기 스치이리.


59.
欲窮千里更登樓 천리를 다 보고자 다시 누에 오르니
雲海茫茫兩鬢秋 구름 바다 아득아득 양 귀밑머린 시들부들.
何處蓬萊常五色 봉래가 어디인고 늘 오색운 둘렀으리니
此歸江漢定同流 여기서 돌아가면 江漢과 함께 흐르리.
浮生有別佳人遠 덧없는 생에 이별 있어 佳人은 멀고
往事無蹤落日愁 지난 일 종적 없어 지는해는 쓸쓸하이.
安得淸樽永今夕 어쩌면 맑은 술 얻어다 이 저녁 느려내야
綠蘋洲渚對輕鷗 푸른 마름 갯가에 가벼히 나는 갈매기랑 대할꺼나.



60. 次峒隱韻 李公義健號 동은의 운에 차하다(이공 의건의 호)

漏歇東城燭盡燒 漏水 그친 東城에 촛불도 다 타니
捲來黃券坐無聊 읽던 책 덮고서 무료히 앉았지요.
崎嶇世路千重曲 기구한 세상 길은 천첩으로 굽었는데
湖海親朋一字遙 世間의 친한 벗은 일자 소식도 머네요.
梅落故園春欲暮 매화 떨어진 옛 동산에 봄은 저물어 간는데
病淹京國鬢先凋 병이 들어 서울에서 귀밑머리 먼저 세었지요.
歸心正似南飛鵠 돌아갈 맘은 꼭 남으로 나는 저 고니 같나니
深夜悠悠度碧霄 깊은 밤 유유히 저 푸른 하늘을 지나가지요.
1. 黃券: 冊. 옛날에 책이 좀먹는 것을 막기 위하여 黃蘗나무의 내피로 염색한 종이를 썼으므로 이름.



61. 失音以下亂後作 二首 실음(이하는 난후의 작. 2수)

天公厭我多言否 하늘이 나의 말 많음을 싫어하시는가
喉挾纏風響挾嘶 목구멍에 風이 끼어 목소리 걸걸하네.
殆似寒蟬鳴暫歇 거의 가을 매미 울다 잠깐 쉬는 듯 하더니
還如病鵲舌初癡 또한 병든 까치의 혀가 갓 멈춘 듯.
是非正悔呶呶習 시비 가리며 떠들던 습관을 정히 뉘우치느니
開闔方諳袞袞機 열고 닫음이 바야흐로 天機의 흐름임을 알겠네.
呼馬呼牛都不應 말이라 소라 불러도 도무지 반응 없나니
臥看新月下山時 새 달이 서산을 넘을 때까지 누워서 바라보노라.
1. 嘶: 목쉴 시. 2. 袞袞: 盛하게 떠오르는 모양.



62.
口如含物舌如凝 입은 物을 머금음 듯 혀는 엉겨 붙은 듯
語欲期期黙欲仍 말하려면 더듬거리고 침묵하고자 하면 그대로 있네.
不中宮商寧中節 음률이 맞지 않으니 音節이 어찌 맞으며
未工酬酌詎工譍 수작인들 못하는데 대답인들 어찌 잘하랴.
仙家正學垂簾法 선가의 垂簾法을 참으로 배웠던가
癡坐還同面壁僧 멍하니 앉았으니 도리어 면벽하는 승과 같네.
玉麈向來無覓處 옥주는 근래 와서 찾을 곳 없나니
老夫從此謝賓朋 나는 이제부터 벗들을 사양하리라.
1. 期期: 말을 더듬는 모양. 2. 宮商: 궁과 상의 소리. 전하여 음률. 3. 垂簾法: 선가에서 조식할 때 눈을 반만 감고 있는 것을 수렴이라 한다. 4. 玉麈: 옥의 拂子. 晉나라 사람들이 淸談할 적에 손에 쥐고 흔드는 물건임.



63. 納淸亭卽事奉呈丁僉使行案 납청정 즉사로 정첨사 행안에 봉정하다

行宮欲別魂先斷 행궁을 떠나려니 혼이 먼저 끊겼는데
天樂重聞淚自零 천악을 거듭 들어 눈물이 절로 떨어지네.
喜事增悲垂老日 노년엔 기쁜일도 슬픔되나니
旅懷多苦送人亭 나그네 마음 送人하는 정자에서 더욱 슬퍼라.
年光似水悠悠去 세월은 물과 같아 유유히 흐르건만
客髮如霜種種星 나그네 머린 서리 같아 스멀스멀 희었고나.
焉得長安一杯酒 어느 때 서울에서 한 잔 술로
共看南岳眼俱靑 南岳 함께 보며 눈도 함께 푸르려나.
1. 行宮: 임금이 거동할 때 묵는 곳. 행재소. 2. 天樂: 궁중의 악을 말함. 3. 種種: 머리칼이 짧고 쇠잔한 모양. 4. 星: 희뜩희뜩할 성. 5. 靑眼은 반갑다는 뜻.



64. 納淸亭次韻 납청정 운에 차하다

世上身名都夢幻 세상의 몸과 이름이란 모두다 꿈이려니
眼中遊舊半凋零 눈에 든 옛 친구들은 반이나 가벼렸네.
愁來事業三杯酒 시름겨운 사업은 석 잔 술이려니
老去生涯一旅亭 늙어진 생애는 한 갯 여정(여관)이네.
進退未知朝對易 진퇴를 알지 못해 아침에 易을 대하고
陰晴欲卜夜觀星 음청을 점치고자 저녁엔 별을 보네.
行人無處不瀟灑 行人이란 瀟灑하지 않는 곳 없나니
淸遠香烟縷縷靑 맑고 먼 香烟이 올올이 푸르러라.
1. 瀟灑: 깨끗하고 산뜻함. 혹은 소탈한 모양. 맑고 고상하여 세속을 벗어난 모양.



65. 醉輒失睡,乃僕常症,而去夜尤甚,坐以達朝,傍人怪而問之,詩以解之 취하면 문득 잠이 달아나는 것이 나의 상습인데 간밤에는 더욱 심하여 앉아서 새니 옆에 사람이 괴이히 여겨 물으므로 시로써 풀다

新安酒罷夜凉多 술이 파하니 밤 기운 서늘한데
欲睡其如無睡何 잠을 자고 싶지만 잠이 아니오니 어찌할까요.
豈是抱醒應抱病 어찌 깨어 있으면 응당 병을 얻는지
只緣憂國不憂家 단지 나라 걱정 때문이지 집 때문은 아니지요.
虛館曙燈初隱映 빈 여관의 새벽 등은 갓 밝아 은은히 비취는데
半簾殘月正橫斜 반 주렴의 지는 달은 정히 비꼈가나니
明朝不用臨靑鏡 내일 아침 거울 보아 무엇할까요
未到龍灣髮盡華 龍灣에 이르기도 전에 머린 모두 희었는데.
1. 新安: 지명. 2. 如~何: ~어찌 할까. 3. 抱醒: 선비의 맑은 정신을 가지기 위해서 깨어있어야 한다는 뜻. 또한 그러면 병이 쉽게 이른다는 뜻.



66. 任學士堂後二難訪余于宣城之客舍,用前韻謝之 임학사(당후) 二難(형제)이 나를 宣城의 객사로 방문하였기에 전운을 써서 사하다

五月江城靑草多 오월의 江城에 靑草는 우거진데
賓筵不厭醉無何 손님 자리 싫지 않으니 아니 취코 어쩌리.
天涯亦有忘憂物 하늘 끝에서도 忘憂物(술)이 있으니
亂後猶存送老家 난리 후에도 오히려 늙은이 전송하는 집이 있구려.
詞伯一時雙璧至 詞伯은 한 시대의 쌍벽이더니
霽河千里片銀斜 霽河의 천리에 片銀이 비끼었네.
相留莫恨歸鞍晩 돌아갈 길 늦었다 한탄 마오려
客意離情且歲華 객의 맘은 이별의 정에 또 세월까지 보내나니.
1. 詞伯; 걸출한 詞客. 시문의 대가. 2. 雙璧: 한 쌍의 구슬. 전하여 양쪽이 모두 우열을 다툴 수 없을 만큼의 똑같이 뛰어남의 비유. 여기서는 형제. 3. 歲華: 시간. 세월. 혹은 해마다의 일정한 계절이나 시기. 세시. 4. 二難: 형제를 이름. ‘難爲兄 難爲弟’에서 나온 말.



67. 次韻贈李實之員外 春英號軆素官監司牛溪門人 二首 차운하여 이실지 원외에게 주다(춘영의 호는 체소, 벼슬은 감사인데 우계의 문인이다. 2수)

故園無主掩柴荊 옛 동산엔 주인 없고 가시문 가렸나니
愁外湖雲日日生 근심 밖에 湖雲만 나날이 생겼네.
半世功名期白髮 반평생 功名이란 백발의 기약이려니
一年胡虜撫靑萍 한 해의 왜놈 노략질에 청평검 어루만지네.
荒榛舊路長生洞 장생동 옛 길에 개암나무 거칠고
醉臥羈蹤細柳營 나그네의 종적은 취하여 細柳營에 누웠네.
聞道天兵方駐嶺 들으니 明軍이 바야흐로 영남에 머물었다니
捷書應已慰宸情 승전보는 응당 이미 임금을 위로했으리.
1. 細柳營: 한나라 장군 주아부가 세류성에 軍營을 두었음. 전하여 장군이 屯營을 두는 곳. 2. 長生洞: 道家가 수련하는 곳.


68.
擧世區區一識荊 온 세상이 구구히 한 번만 만날길 원하니
仍敎後輩喚先生 인하여 후배들이 선생이라 부르네.
天心正悔涪州謫 부주의 귀양살이 임금님도 후회했나니
高見會分楚水萍 높은 견식은 마침내 楚萍을 알았네.
酒席興濃時跌宕 술자리 무르익으면 때로 질탕도 하였고
名途意倦少經營 名利엔 뜻이 게을러 경영하는 일 적었네.
無人解得剛膓在 剛腸이 있는줄 아는 이 없으니
錯道黎渦却有情 黎渦가 도리어 정 있다고 그릇 말하네.
1. 識荊: 훌륭한 인사를 면회하여 이름이 알려짐을 비유. 이백이 한형주에게 올린 글에 ‘但願一識韓荊州’에서 나온 말. 韓은 형주의 태수 韓朝宗을 이름. 2. 涪州謫: 송나라 鄭이천이 부주로 귀양 갔다가 돌아온 고사에 비유. 3. 剛腸: 강직한 마음. 4. 楚萍: 楚昭王의 萍實을 얻었음을 이름.



69. 又用前韻 또 전운을 쓰다

幽蘭身世寄叢荊 幽蘭의 신세 가시나무숲에 의탁했나니
臭味雖殊亦一生 냄새와 맛은 비록 다를만정 삶은 하나이네.
壯志不衰霜起劒 장한 뜻은 쇠하지 않아 서리가 칼에 일고
孤蹤無定浪吹萍 외론 자취는 정처 없어 물결에 나부끼는 마름이려니.
凉風漸掃回鑾路 서늘 바람은 점차, 환궁하는 鑾駕길을 청소하고
殺氣應纏射賊營 살기는 응당 적을 쏘는 군영에 얽히었네.
從此太平知有象 이로써 태평의 상징임을 알게 되나니
窮荒草木動微情 궁벽한 곳의 초목들도 微情을 일으키리.



70. 再用前韻,奉贈坰叟峰翁,兼示孝移仲深實之三君子,求和 二首 거듭 전운을 써서 경수 봉옹에게 봉증하고 겸하여 효이, 중심, 실지 삼군자에게 보이어 화답하기를 구하다 2수

孤露那堪別紫荊 孤露에 형제마저 이별하니 어찌 견디리
二年鞍馬寄餘生 이년을 말 안장에다 남은 목숨 맡겼고나.
長空極目雲歸峀 긴 창공 멀리 보니 구름은 메부리로 돌아가고
獨夜無眠雨打萍 홀로 잠못드는 밤에 비는 마름잎 두들기네.
樂地向來方占取 근래에야 비로소 樂地를 찾으려는데
畏途何事久趍營 무슨 일로 무서운 길 오래도록 헤메이나.
年衰始覺相思苦 늙어서야 비로서 아나니 相思의 이 괴로움
强道無情是有情 무정타 강변함이 곧 有情이리.
1. 孤露: 어려서 부모를 여윈 사람. 2. 紫荊: 콩과에 속하는 낙엽 관목. 옛날 田眞형제의 고사로 하여 후세에 형제를 뜻하는 용어가 되었음. 3. 趍營: 무언가를 하기 위해 달린다의 뜻.


71.
俗遠郊扉卽有荊 俗流 먼 들에 가시나무 사립문
疏籬一面澗泉生 성긴 울 한쪽엔 산꼴 샘이 솟고
行藏竊比山中木 행장은 山木에 비하노니
世事今如水上萍 세사야 지금엔 물 위에 마름 같아라.
歸夢每尋湖外路 돌아갈 꿈은 매양 湖外의 길을 찾는데
征鞍猶滯塞西營 가야할 말은 오히려 변방 서쪽 營에 머물렸고나.
衰年宦味君知否 노년의 벼슬 맛을 그대 아는지
冷落眞同太上情 쓸쓸한 것 꼭 太上의 정과 같아라.
1. 山木: 장자에 ‘산에 나무는 재목이 못되어 오히려 천년을 견디었다’는 고사를 이름. 2. 冷落: 쓸쓸함. 호젓함. 3. 太上情: 太上은 忘情이라 하였음.



72. 孝移琢句甚精工,非俗下科臼,僕效嚬,狀其詩之內不出焉 효이가 글귀를 조탁하는 것이 매우 정공하여 속된 투가 없으므로 나는 본받아 그 시의 內不出함을 따르려 하였다

擲金佳句軼陰何 金石 울리는 좋은 글귀 陰何를 넘어서서
遊戱篇章日日多 유희의 시문들이 나날이 많나니
猛士銛鋒盛秘匣 勇士의 날랜 칼끝 갑 속에 감추우고
美人粧額掩輕羅 미인의 丹粧 얼굴 엷은 비단으로 가리웠네.
三年巧笑須傾國 삼년의 巧笑는 모름지기 나라를 기우렸고
百勝神功要息戈 백번 이기는 神功은 싸움을 멈추었나니
若使兩陳評地位 만약 양 진의 지위를 평한다면
應虛一座待君過 응당 한 자리 비워두고 그대 지나길 기다리리.
1. 擲地作金石聲: 땅에 던지면 아름다운 金石 소리가 난다는 뜻으로 시문이 잘 되어 辭句가 아름답고 운치도 훌륭함을 이름. 2. 陰何: 양나라 陰鏗과 何遜. 모두 시인임.



73. 寓聚勝亭,書示成仲深文浚 취승정에 있으면서 성중심 문준에게 써 보이다

盈車謗集是何因 수레가 찰만큼 비방이 모이니 이는 무슨 까닭인가
垂戒丁寧荷愛人 사랑주신 이들 정녕코 훈계 하지야.
隔壁喚茶時聽語 벽 넘어 차를 부르니 때로 말이 들리고
近窓燒燭或呈身 창 가까이 촛불 켜니 혹 몸이 드러나네.
天涯寧有紅裙夢 하늘 끝에서 어찌 紅裙의 꿈이 있으리
人世應無白首春 人世엔 응당 백발의 봄은 없나니
萬里相隨香一炷 만리를 함께 따르는 一炷香 피워놓고
臥看新月下江津 강나루 내려가는 새달이나 누워서 보오리라.
1. 紅裙: 붉은 치마. 혹은 미인을 일컬음.



74. 夜懷 二首 밤의 회포 2수

不語悠悠坐五更 말없이 유유히 五更에 앉았느니
雨聲何處雜溪聲 어느 곳인지 빗소리 개울물 소리랑 섞였고나.
窓前老驥饑猶橫 창 앞에 늙은 말은 주려도 오히려 날뛰고
雲裏寒蟾暗更明 구름 속 시린 달은 어둡다 다시 밝고나.
白首始知交道薄 백발되고야 비로소 아나니 사귐의 엷음이여
紅塵已覺宦情輕 홍진의 벼슬살이 情도 이미 가벼워졌음을 깨닫네라.
年來一事抛難去 年來에도 버리기 어려운 일 하나 있으니
湖外沙鷗有舊盟 호숫가 沙鷗의 옛 맹세 있음이여.
1. 橫: 橫行의 뜻. 거리낌없이 마음대로 돌아다님.


75.
客裏漫漫秋夜長 객지의 가을 밤은 즈른즈른 길기도 한데
灘聲得雨抑還揚 여울물 소리는 비 얻어 줄다가 도로 솟네.
羈心已自驚新節 나그네 마음이라 새 節氣에 절로 놀라는데
歸夢無由到故鄕 꿈조차 고향으로 돌아갈 길 없구나.
今代幾人憂國事 지금 시대 몇 사람이나 나라를 걱정하며
老來何術振王綱 늙어지어 무슨 수로 기강을 떨칠꺼나.
差强猶有檀公策 그래도 조금 나은 檀公의 꾀가 있으니
東去瀛洲鏡面蒼 동쪽으로 거울 푸른 영주로나 갈꺼나.
1. 差强: 조금 낫다. 2. 瀛洲: 삼신산 하나. 동해 중에 있는 신선이 산다는 곳. 3. 鏡面蒼: 물에 거울처럼 비쳐진 푸른 산수를 이름.



76. 挽盧玉溪子膺禛,戊寅冬 노옥계 자응(신)의 만사 무인년 겨울

母恩無路答天恩 母恩에 답하느라 天恩에 답할길 없더니
萬死餘骸更國門 만번 죽고 남은 몸이 다시 國門이라.
銓敘責隆罷鑑識 銓敍의 책임 높아 감식에 지치었고
膏肓病革謝精魂 고항의 병이 더하여 정혼이 凋謝하였네.
傳家德義千金重 집에 전하는 덕의는 천금같이 중했고
曠世聲名四海尊 세상에 드문 명성은 사해가 존중했네.
未遂西林讀書願 서쪽 숲에 글 읽자던 소원 이루지 못하니
此生長是此心昏 이 삶에 길이길이 이 마음 어두워....
1. 銓敍: 인재를 가려서 敍任함. 玉溪가 이조판서로 있었음을 이른 것임. 2. 罷: 고달플 피. 革 중해질 극. 3. 凋謝: 시들어 떨어짐. 쇠해짐. 4. 曠世: 세상에 드묾.



77. 練光亭對月 二首 연광정에서 달을 대하다 2수

深夜澄江靜不波 밤 깊은 맑은 강가 물결은 고요한데
桂輪升壁素華多 桂輪(달)은 벽에 올라 하얀 빛 가득하여이다.
天邊島嶼微微見 하늘가 섬들은 푸름푸름 드러나고
樓外汀洲漠漠斜 누 밖에 물가는 아득아득 비끼었네.
超忽直疑遊紫府 저 멀리 紫府에 노니는 듯
杳冥還似泛銀河 또한 아슬히 銀河에 떠있는 듯
萬家岑寂嚴城閉 嚴城은 닫히었고 뭇 집들은 적막한데
惟有沙禽掠岸過 유독 모랫가 새만이 언덕을 스쳐 지나네.
1. 汀洲: 얕은 물 가운데 토사가 쌓여 물 위에 나타난 곳. 2. 超忽: 멀리서 아득한 모양. 3. 岑寂: 적막함.



78.
緣空一鏡委金波 공중 타는 거울(달) 하나 금빛 물결이 던져지니
朱箔疎纖影更多 붉고 섬세한 발에 그림자 고쳐 많아라.
夜久素娥和露冷 밤 깊은 항아는 이슬 젖어 스늘하고
樓高仙桂近人斜 樓 높으니 선계의 계수나무 사람 곁에 비끼었네.
明籠水國迷銀界 밝음이 수국을 감싸니 은세계 희미하고
光溢天衢沒絳河 빛은 천계에 넘쳐나서 은하가 잠겼고나.
旅思悠悠愁不寐 나그네 심사 유유히 시름겨워 잠 못드는데
驚禽移樹幾飛過 놀란 새 나무 옮기며 몇번이나 날아가는고.
1. 絳河: 銀河. 2. 疎纖: 성글면서도 섬세함.



79. 失題 二首 실제 2수

投金江上結精廬 투금강 위에 精廬를 지었느니
內相何年別玉除 內相이 어느 해에 대궐을 떠났느뇨.
萬軸詩書橫卷秩 만축의 시서는 권질이 가로 놓이고
一村桑柘繞扶疏 한 촌락엔 뽕나무 즈른즈른 드리웠네.
山蔬登案是兼味 산나물 상에 오르니 이것이 겸미이며
漁父滿船非索居 어부는 만선하니 쓸쓸한 삶 아니고나.
聞道望京新揭號 들으니 望京이란 새 칭호를 걸었다 하니
暮年吾欲賦歸歟 노년에 나도 돌아가 살고 싶고나.
1. 精廬: 학문을 닦거나 책을 읽는 곳. 學舍 또는 書齋. 2. 內相: 한림학사의 미칭. 玉除: 옥으로 잘라 만들거나 옥으로 장식한 계단. 혹은 조정. 3. 扶疏: 초목의 지엽이 무성한 모양. 4. 賦歸: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감. 공자가 陳에서 ‘돌아가자 돌아가자(歸與 歸與)’라고 읊은 데서 유래.


80.
身世年來水上萍 신세가 요즘와선 물 위에 마름이나니
功名如酒醉還醒 功名은 술과 같아 취했다 도로 깨는고야.
新貴舊交皆眼白 새 귀인, 옛 친구 모두들 白眼시 하는데
西陽東竹盡山靑 서쪽 볕, 동쪽 대는 온 산이 푸르네야.(반갑다의 뜻)
候人林逕微微掃 사람을 기다려 숲 길을 푸슬푸슬 쓰는데
防虎柴扉密密扃 호랑일 막느라 사립문은 꼭꼭이도 닫았네.
秋晩幸尋藍島去 늦은 가을 다행히 藍島를 찾아 가오니
亂松無數水泠泠 여기저기 소나무는 무수하고 물소리는 맑기도 하고야.



81. 朝天途中 三首 명나라 길에 3수

峽天途中氣未平 골짜기 지나는 길 심기도 불편한데
塞天寒雨苦難晴 변방의 찬비는 괴롭게도 갤줄을 몰라라.
雲侵岳色微微白 구름 낀 산색은 푸슬푸슬 흰데
川帶秋光遠遠明 내 두른 가을 빛은 아득아득 밝고나.
强道鄕心關客路 억지로라도 관문 나그네 길에 고향생각이나 말하지
莫言詩料慰浮生 시 재료 浮生을 위로한다 마시기를.
何時行到遼陽館 어느 때 요양관에 이르러
一上高樓望帝京 높은 누에 한번 올라 帝京 보오올까.


82.
坐對虛簷幾度更 빈 처마에 앉아서 天度는 얼마나 바뀌었나
吟詩聊作夜虫聲 밤 벌레 소리에 애오라지 시만 읊었네.
如何客恨終難遣 어찌하여 나그네 恨 보내기 어려운고
又是秋天不肯明 가을 하늘은 또한 밝으려도 않는구나.
亂世方知忠孝大 난세엔 바야흐로 충효가 큼을 알지만
危途誰識死生輕 危途엔 生死가 가벼운 줄은 누가 알리.
廟堂應有平戎策 조정에선 응당 난리를 평정할 계책 있으리니
驕虜方淪海上盟 교만한 오랑캐가 해상의 맹약을 어기었고나.
1. 度: 日月星辰의 운행을 재기 위하여 天體의 全周를 360한 새김.


83.
蔽日浮雲萬里長 해 가린 뜬 구름 만리에 긴데
大風吹起忽飛揚 큰 바람 불어와 문득 날아 오르네.
會看妖祲收寰宇 마침 요망한 기운 세상에 걷히니
遙望祥雲繞帝鄕 멀리서 상스러운 구름 대궐을 두름을 보네.
攬轡未應羞范子 攬轡澄淸은 응당 범방에게 부끄럽지 않고
埋輪早欲學張綱 埋輪은 일찍이 장강에게 배우려 했네.
平生自喜吟梁甫 평생에 양보음 즐겨 읊었나니
不把行裝問彼蒼 행장 꾸리고서 저 하늘에 묻지 않을리.
1. 寰宇: 세계. 천하. 2. 攬轡澄淸: 말의 고삐를 잡고 천하를 깨끗이 한다는 뜻으로 재상이 되어 어지러운 천하를 바로 잡으려고 하는 큰 뜻을 이름. 3. 范滂: 後漢 사람. 영제 때에 黨事로 인하여 환관에게 죽음을 당하였다. 4. 梁甫吟: 노래 이름. 제갈량이 즐겨했음. 양보는 태산 아래에 있는 작은 산. 안평중의 모략으로 죽은 세 장사를 이 산에 장사지냈음을 읊은 노래. 5. 張綱: 후한 사람. 광릉 태수를 지냈으며 매우 충직하였다. 후한서에 여덟 사신을 보내어 풍속을 巡問하게 하였는데 장강이 유독 그 수레를 洛陽都亭에 묻으면서 ‘豺狼이 세력을 잡았는데 狐狸 따위를 묻게 되었느냐’ 하였다.

<속집>

84. 題翫水亭 완수정에서 쓰다

爲君寂寂訪山雲 그대 위해 고요히 산 구름 찾아왔나니
嗟我棲棲乙白紛 아아 나는 기로에서 서성대는 인생이고나.
但得盤中芝蕨軟 다만 쟁반 위에 연한 지초, 고사리 있다면
何須身後姓名芬 어찌 死後에 꽃다운 이름 원하리.
千年瘦鶴俱仙骨 천년의 파리한 학은 仙骨을 가추었고
五鬣疎松盡蘚文 오렵의 성긴 소나무는 모두가 이끼 무늬네.
醉上藍輿沙路細 취하여 남빛 가마 타고 모랫길을 가느니
孤村杳杳已迎曛 외론 마을 아른아른 이미 해를 마중했네.
1. 棲棲: 바쁘고 안정되지 아니한 모양. 2. 五鬣: 오엽송.


5부 排律과 古詩

<원집>

5언고시
1. 霞堂凉夜 하당의 서늘한 밤

秋夜自無寐 가을밤 절로 잠 못들어
散步臨前楹 걸어서 앞 난간에 이르니
明月東方來 밝은 달 동쪽에 올라서
照我胸襟淸 나를 비추어 가슴을 맑히는고야.
凉風度溪水 서늘한 바람 시냇물 지나서
時有松筠聲 때때로 솔과 대를 울리우는데
悄悄無與語 시들부들 더불어 말할이 없고
耿耿空復情 선뜻선뜻 공연히 다시 정을 돋우네.
還掩綠蘿帳 돌아와 녹라장 가리느니
令人華髮生 사람에게 흰 머리만 자라게 하네.
1. 悄悄: 근심되어 기운이 없는 모양. 2. 綠蘿帳: 푸른 등나무로 만든 帳. 3. 耿耿: 마음에 잊히지 아니하여 염려가 되는 모양. 혹은 불빛이 반짝이는 모양.



7언고시
2. 挽笑菴 소암의 만사

笑以名菴笑何事 笑로 암자 이름 삼으니 무슨 일을 웃었는고
笑殺浮生何草草 아 우숩구나 浮生이 어찌 이리 허망한가.
回頭更笑世道危 머리 돌려 다시 웃으니 세상길 위태로워
一笑不休頭盡皓 한번 웃어 쉬지 않으니 머리 모두 희었네.
頭盡皓眼亦皓 머리도 모두 희고 눈마저 하애지니
二豎忽乘扁鵲走 죽을 병 문득 들어 편작이 달아났도다.
茫茫天意不可問 망망한 天意일랑 물질 못하나
旣豐以德還嗇壽 덕은 넉넉한데 도리어 壽는 어찌 아끼셨는고.
駒城西頭松檜蒼 駒城의 서쪽 머리 松檜는 푸르른데
魂兮於此歸徘徊 혼이여 여기와서 노니시라.
笑矣乎 아아 우숩워라
天地萬事一長休 천지 萬事 하나로 길이 쉬었나니
死者不知生者哀 죽은 이는 산자의 이 슬픔 모르리라.
1. 草草: 근심하는 모양. 혹은 허둥지둥하는 모양. 2. 二豎: 질병 또는 병마. 晉나라 경공이 병으로 누워 있을 때 병마가 아이 둘로 화신하여 왔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 扁鵲은 고대의 명의. 3. 笑矣乎: 먹으면 한없이 웃는 병에 걸린다는 버섯 이름. 여기서는 매우 우숩다의 뜻.



3. 哀泰山守 태산 군수를 애도함.

泰山守年少心則老 태산 군수 나이는 젊어도 마음은 老鍊해
與我結爲忘年交 나와 더불어 忘年의 교우를 맺었지.
東隣西社一壺酒 동쪽 이웃, 서쪽 모임에 술 한 병에
以興而隨不待招 흥 따라 찾아가지 부르길 기다리지 않네.
陶然隨處外形骸 陶醉해서 이른는 곳마다 모습조차 잊어버리니(度外)
世人謂狂吾謂眞 世人은 미쳤다지만 나는 眞이라 하네.
鳴琴半夜妾傳觴 밤중에 거문고 울리는데 첩이 술잔을 올리나니
倒着接羅如隔晨 탕건 거꾸로 쓰던 일 어제만 같고나.
已矣乎 아아
浮生眞夢幻 덧없는 생이 참으로 꿈만 같나니
鬱崛靑霞松下塵 우뚝한 청하는 소나무 아래 먼지가 되었고나.
1. 接羅: 두건을 이름. 이백의 시에 ‘倒着接羅花下迷’가 있음. 2. 鬱崛: 울창하고 높은 모양. 3. 靑霞: 용모가 출중함을 이름. 한나라 장군 반초가 미간에 十丈의 청하가 있었음.



4. 未斷酒 술을 끊지 못하다

問君何以未斷酒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하여 술을 못끊나.
楚國秋天霜月苦 楚國의 가을 하늘 서릿달이 괴로워라.
蘆洲水落鴈影孤 노주에 물이 빠지고 기러기 그림자 외로운데
千里秦城隔湘浦 천리의 秦城은 상포와 막혔고나.
佳人相憶不相見 佳人을 그려도 보지 못하니
風雨千林獨閉戶 비바람 이는 천숲에 홀로 문 닫았네.
1. 秦城은 서울에 비하고 湘浦는 자신을 초나라 굴원에 비하여 쓴 것임. 佳人은 임금의 비유.



5. 已斷酒 이미 술을 끊다

問君何以已斷酒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하여 술을 끊었나.
酒中有妙吾不知 술 속에 묘리 있다지만 나는 모르리.
自丙辰年至辛巳 병진년에서 신사년에 이르기까지
朝朝暮暮金屈巵 매일 아침 매일 저녁 술 마셨지만
至今未下心中城 지금껏 마음 속 愁城을 깨지 못했나니
酒中有妙吾不知 술 속에 묘리 있다지만 나는 모르리.
1. 金屈巵: 구부러진 손잡이가 달린 금제의 술잔.



6. 西州鶴贈徐君受用諸生韻 徐公名益時爲舒川倅 서주의 학을 서군에게 주면서 제생의 운을 쓰다(서공의 이름은 益. 이때 서천의 원님이 되었음)

西州鶴何處住 서주의 학은 어는 곳에 머물렀는고
使我隔水遙相望 나와 물 격하여 멀리 서로 바라네.
飛來日夕望遠堂 낮과 밤으로 망원대에 날아오니
太守初發松花釀 太守님 처음으로 松花酒를 열었네.
松花釀熟無別味 송화주 익어서 별 맛은 없지만
但覺入喉香汪汪 단지 목구멍에 들어서 향내는 자란자란.
樓前細雨壓鴻濛 누 앞에 가는비는 천지에 자욱한데
醉後我欲狂歌放 취한 후에 나는 광기의 노래 부르고져.
諸生詩句挾風霜 여럿 사람의 시귀는 바람 서리 스몄는지
一再吟來牙頰爽 한번 두 번 읊어보면 이와 뺨이 상쾌하네.
人生所貴是同調 人生은 同志를 귀히 여기나니
落葉西南君莫悵 이리 저리 날리우는 낙엽일랑 슬퍼 마오려.
扁舟期君雲夢澤 조각배로 그대와 운몽택을 내려가서
十載煩襟期一盪 십년의 번거로운 가슴 한끗 씻어보았으면.
夜深共唱采蓮曲 밤 깊어 함께 蓮캐는 노래 부르노니
瓦甌江底金波漾 강바닥 금빛 물결 항아리에 치런치런.
離君聊以贈所思 그대와 이별함에 애오라지 생각한 바를 주는 것은
表在中心不在貺 情表란 마음에 있지 물건에 있지 않음이네.
1. 汪汪; 물이 깊고 넓은 모양. 2. 雲夢澤: 楚의 七澤의 하나. 9백 리 사방의 큰 늪. 지금의 호북성 효강현 서북쪽이라 함.



7. 華表柱 화표주

華表柱鶴何在 화표주의 학이 언제 있었던가
秋雨冥冥秋草靑 가을비 어둑어둑, 가을풀 푸르네라.
千載一歸喧萬口 천년만에 한 번 돌아와 만 사람을 들썩이니
城郭人民俱有情 성곽과 사람들 함께 有情이네.
鶴亦不能無心否 학도 역시 無心이 안되는가
來旣支離況死生 오기도 지리했는데 하물며 生死에서랴.
曾聞丁也化爲鶴 일찍이 들으니 丁令威가 학이 되고
更見鶴復化爲丁 다시 보니 그 학이 다시 화하여 정령위가 되었다니
爲丁爲鶴無乃勞 丁이 되고 鶴이 되는 것 차라리 수고롭나니
不如一去終雲扃 한번가서 구름빗장에 마침보다 못하리라.
設使千載每一歸 설령 천년에 매번 한번씩 온다해도
萬劫半在遼陽城 만겁에 반은 요양성에 있으리니
安有眞仙不忘家 어찌 진선이 집을 잊지 못하여
平分人世與天庭 人世와 천상을 나누어 살겠는가.
吾將沽酒遼陽市 나는 장차 遼陽市에 술을 사서
大醉不省黃庭經 대취한 후에 황정경일랑 살피지 않으리라.
1. 雲扃: 구름으로 된 빗장. 선계의 비유적 표현. 2. 黃庭經: 도가의 경서.


<속집>
7언배율
8. 失題 실제

識面曾從一命初 일찍이 一命의 처음부터 면식이 있어
同憂同樂十年餘 십여년이나 근심과 기쁨을 같이했지요.
危言古劒開霜匣 바른 말은 서리같은 옛 칼이 갑을 여는 듯
直氣明虹射碧虛 곧은 기운은 밝은 무지개가 푸른 허공을 쏘는 듯
眼目豈徒穿禹貢 眼目은 어찌 우공만을 뚫었으리
股肱終始捍皇輿 팔 다리 되어 시종토록 皇威을 지키었지요.
貧同原憲室懸磬 가난은 원헌과 같아 집엔 懸磬 뿐이고
淸似鄴侯家滿書 맑기는 업후와 같아 집안엔 서책이 가-득
萬事好違惟道合 만사가 잘 틀려져도 오직 도에 합하였고
半生多口與世疎 半生에 口舌 많아 세상과 성글었지요.
麒麟縱被人間繫 기린이 비록 人間에 얽매였지만
金石寧爲衆楚沮 金石같은 마음이 어찌 뭇사람에게 저지될까요.
末路風埃心古昔 말로의 풍진에도 마음은 예와 같았고
旅遊簪組夢鄕閭 벼슬길 다녔어도 꿈은 고향에 있으련만
無醫未起膏肓疾 의원없어 고황의 병 못 이르키니
有淚空沾嶺海裾 눈물이 공연히 嶺海의 옷깃을 적시네요.
盈篋謾驚箴儆切 상자에 가득한 간절한 잠언에 부질없이 놀래이고
伏苫何耐典刑如 거적에 엎드려 그대(典刑) 있는 듯 하니 어찌 참을까요.
生難相訣死難餞 살아서 헤어지기도 어렵더니 죽어서 전송키도 어렵나니
此恨茫茫何日除 아슬한 이내 한이 어느날에 끝날까요.
1. 一命: 처음 벼슬길에 나온 것을 이름. 初仕. 2. 禹貢: 서경의 篇名. 3.懸磬: 집이 가난해서 보이는 것이라고느 들보만이 磬架처럼 보이고 아무 것도 없음. 4. 原憲: 공자의 제자. 집이 매우 가난하였다. 5. 鄴侯: 당나라 李泌이 업후의 封을 받았는데 집이 부유하여 서적이 많았음. 6. 衆楚: ‘孟子衆楚人咻之‘ 7. 嶺海: 고향을 떠나 있는 변방. 8. 苫: 喪人의 거적. 9. 典刑: 여기서는 ’그대 모습’의 뜻.



5언고시
9. 李生廷冕工詩嗜酒,薄於世味,病酒而齄,因自號爲齄,戱題古詩三十韻,投贈求和
이생 정면이 시에 정공하고 술을 즐기며 세상맛에는 拙薄했는데 술病으로 인하여 코끝이 붉어지니 스스로 호를 삼아 齄라 하였다. 그래서 고시 삼십운을 희제하여 주며 화답을 구하다

東方有一士 동방에 한 선비가 있으니
面赤心亦赤 얼굴도 붉고 마음 또한 붉어라.
愛酒不愛錢 술은 사랑하고 돈은 아니 사랑하며
好詩又好客 시을 좋하하고 또 벗을 좋아하네.
棲于京城西 서울 서쪽에 살면서
十年把一冊 십년에 책 한 권을 잡았으니
硏窮到突奧 연구가 심오하여
人一能己百 사람의 一能에 자신은 百能이라.
紛紛名利場 어지러운 명리의 마당엔
頭掉眼亦白 머리 흔들고 눈 또한 흘기네.
吾嘗勸之仕 내 일찍이 벼슬 권했더니
笑指歸雲碧 웃으며 돌아가는 저 구름 가리켰네.
此物於世間 이 사람 세상에 있어
其介堅如石 그 절개 돌같이 굳고나.
訪余龍山亭 용산정으로 나를 찾아왔을 때
屬余辛卯厄 나는 신묘년의 재액을 당했나니
淸談雜詼諧 맑은 이야기 농담과 섞이어서
痛飮江天夕 江天 저물녁에 술 실컷 마시었지.
居然嶺外別 모르는 사이 嶺外의 이별이라
萍水俱無跡 물 위 마름인양 종적 없더니
爾來龍灣城 근래에 용망성에서
對床寒暑易 寒暑가 바뀌도록 평상을 마주했네.
一語三發嘆 한번 말에 세 번 한탄하니
山河異疇昔 山河가 어제와 다르고야.
經年戎馬窟 戎馬의 소굴에서 해를 보내나니
玉輦黃沙磧 玉輦은 누런 먼지 쌓인 곳에 있고
衣冠汚犬羊 의관은 犬羊에게 더럽히어
殺氣天地積 살기가 천지에 쌓였고나.
吾君有至誠 우리 임금 지극한 정성있어
天子垂恩澤 天子가 은택을 드리웠나니
須臾掃腥穢 선뜻 더러운 것 쓸어버리고
歸眄淸疆場 돌아보며 국토를 맑게 했네.
傳聞兩王子 전하는 소문엔 두 왕자
歸與沈遊擊 심유격 장군과 더불어 돌아오고
又聞宋經略 또 들기를 송경락이
功成罷兵革 공을 이루어 전쟁을 파했다 하네.
老而不死幸 늙은이 죽지 않아 다행인지
再覩王業赫 王業의 빛남을 다시 보오니
霑巾嗚咽淚 수건 적시며 목메인 눈물
喜倒悲還劇 기뻐서 넘어질 듯 도리어 슬픔 심해라.
齄乎可以出 딸기코여 出仕를 하사이다
濟世非君責 세상을 구하는 일 그대 책무 아닌가.
勉爾平生學 그대께 권하노니 평생의 배움으로
歸與天下宅 천하의 집으로 돌라를 가사이다.
裁作舜衣裳 순임금의 의상을 지어내어
信手遊刀尺 손 가는 대로 刀尺을 놀리사이다.
齄也再拜言 딸기코 거듭 절하며 하는 말이
信美非吾適 좋으나 내게는 맞지 않네요.
終當守吾拙 끝내 나의 拙樸함 지키려니
捨是更請益 그만 두고 다시 (다른 말씀이나) 더 청하시지요.
先生大笑曰 선생(自稱)이 크게 웃으며 말하길
固哉君之癖 완고해라 그대의 性癖이여
存亡等凡楚 존망은 凡과 楚가 같으며
得失同秋奕 득실은 秋奕과 같으네.
平生太玄經 평생에 太玄經 읽었어도
不必丘園帛 丘園의 束帛을 기필 못하니
吾衰萬事慵 노쇠한 나는 만사가 게을러서
久矣厭形役 形役 싫어진지 오래네.
遠憶松江鱠 멀리 송강의 농어가 생각나서
欲擧王喬舃 왕교의 부석을 들고 싶나니
君看架上蒼 그대 시렁위의 海東蒼 보시기를
每整秋天翮 언제나 하늘 날 날개를 다듬나니
齄乎君去否 딸기코 그대는 아니 가려나.
舞袖妨地窄 춤추는 소매는 땅이 좁아 걸리나니
相期天外逍遙遊 天外에 서로 만나 노릴고져
吾輩之名脫死籍 우리들 이름은 死籍에서 벗어났느니.
1. 歸與: 돌아가자고 재촉하는 말. 2. 刀尺: 사람을 진퇴, 임면 시킴의 비유. 3. 突奧: 突은 굴뚝. 奧는 아랫목. 둘다 깊다는 뜻. 4. 凡楚: 범은 小國l이고 초는 大國이지만 흥망에서는 같다는 뜻. 5. 秋奕은 사람이름. 맹자에 ‘秋奕通國之善手也’ 6.丘園: 언덕과 동산. 향촌. 전하여 은거하는 곳. 혹은 세상을 피해 숨어 삶. 7. 束帛: 한 묶음의 비단. 비단 5필을 각각 양끝에서 마주 말아서 한 묶음으로 한 것. 賢者에게 국왕이 旌招하면서 주는 예물. 8. 鳧舃: 신선의 신발. 9. 王喬: 王子喬. 전설 상의 신선 이름. 후한 때 왕교가 섭땅의 현령이 되어 매월 朔望에 예궐 하므로 현종이 거마를 보내지 않고 살펴 보게 하였는데 왕교가 올 무렵에 동남쪽에서 오리 한 쌍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그물을 쳐서 잡고 보니 신발 한 짝만 있었다고 한다. 10. 松江鱸: 송강은 地名. 張翰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의 농어와 蓴羹을 찾아 귀향하였음. 정철의 號도 여기서 나옴. 11. 海東蒼: 海東靑. 사냥용 매의 일종.



10. 有僧將入楓岳漫書以贈 중이 있어 장차 풍악으로 들어가려 함으로 만서하여 주다

東溟萬里際 동해바다 만리 가에
白玉峰巒揷 백옥의 봉우리 꽂혔고나.
毗盧最上層 비로봉이 맨 위층에 있어
勢欲鴻濛壓 기세가 온 세상 누루려 하네.
華人願東生 중국인은 동쪽에 태어나길 願이니
此山天下甲 이 산이 천하에 으뜸이리.
我昔一登之 나 예전에 한번 올랐느니
日月看吐納 해와 달이 토했다 삼키고
雷聲脚下聒 우뢰 소리 다리 아래서 시끄러워
塵世醯鷄合 塵世는 혜계와 어울리더라.
歸語下界人 돌아와 하계 사람에게 이르니
漫謂吾言雜 부질없이 내 말 잡되다 하네.
携笻此中行 막대 쥐고 이 속으로 가는
碧眼何處衲 눈 푸른 이는 어느 곳의 僧일까.
1. 醯鷄: 초파리. 술, 간장, 된장, 초 따위에 잘덤벼든는 파리.



11. 代人戱別梧陰 사람을 대신하여 오음을 戱別하다

幼歲不知別 어릴적엔 이별을 모르고서
見人垂淚笑 우는 사람 보면 웃었지요.
自語一生中 스스로 말하길 일생 중에
會多離別少 만남은 많고 이별은 적다 했는데
今來忽不然 지금엔 와선 문득 그렇지 않으니
人事亦難料 사람 일은 역시 헤아리기 어렵네요.
出門삼子裾 문을 나가 그대의 옷깃을 잡으니
愁膓熱如燎 시름겨운 속은 뜨거워 탈 것만 같나니
有耳不我聞 귀 있어도 내겐 들리지 않고
有目不我眺 눈 있어도 내겐 보이지 않네요.
颯颯竹風呼 푸슬푸슬 댓바람은 울고
凄凄山日照 쓸쓸히 山日은 비추이나니
願作車中塵 원컨대 수레 속에 티끌이 되어서
隨君度嶺嶠 그대 따라 산봉우릴 넘었으면
願作案上筆 원컨대 책상 위에 붓이 되어서
隨君助吟嘯 그대 따라 吟嘯를 도왔으면
室爲照君燈 집에선 그대 비추는 등불 되고
江爲濟君棹 강에선 그대 건네는 노가 되어
如形之有影 形에는 그림자 있듯
動靜必相要 동정을 반드시 함께 했으면.
不然生作嗚咽泉 그렇지 않으면 살아서 嗚咽泉이 되거나
不然死作界面調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 界面調가 되거나
不然化作斑竹泣湘江 그렇지 않으면 화해서 斑竹되어 소상강에 울거나
不然化爲精衛入海徼 그렇지 않으면 精衛새되어 바다로 들어가거나
君如不信四不然 그대 만약 네가지 不然을 아니 믿으시면
聽我臨歧一聲呌 갈림길에서 한끗 울부짓는 내 소릴 들으시기를.
1. 界面調: 시조, 가곡, 가사를 읊는 곡조의 일종. 애수와 비상한 느낌을 줌. 2. 精衛: 상상의 새. 염제의 딸이 동해에 빠져 화한 전설속의 새로 늘 서산의 목석을 물어다가 동해를 매우려 했으나 이루지 못하였다 함.



12. 閒居口占 한가롭게 지내며 읊다

浮雲過長空 뜬 구름이 긴 창공을 지나가니
一點二點白 한 점 두 점이- 하얗고나.
流水歸北海 흐르는 물은 북해로 돌아드니
千里萬里碧 천리 만리가 푸르고야.
白者何爲白 흰 것은 어찌 하야며
碧者何爲碧 푸른 것은 어찌 푸르른가.
此理欲問之 이 이치 묻고져 하는데
雲忙水亦急 구름도 바쁘고 물도 또한 급하고나.



13. 江界謫中次梁靑溪大樸韻 강계의 귀양지에서 양청계(대박)이 운에 차하다

黃昏有佳月 황혼에 고운 달이 있어
吾與美人期 나는 미인과 더불어 기약했지.
劒閣卒來坦 검각산도 급히 오면 평탄커늘
太行何事危 太行山이 무슨 일로 위태하리.
誰能識上古 누가 능히 上古을 알까마는
方欲問無爲 바야흐로 무위를 묻고져.
滿酌一杯酒 한 잔 술 가득 부어
共歡堯舜時 함께 요순 시절을 기뻐하나니.
1. 劒閣: 長安에서 蜀으로 가는 길에 있는 大劒, 小劒의 두 산의 요해. 閣道가 통함으로 이름.



14. 和藥圃詩題興雲卷 李海壽字大中,官吏議,全義人 약포의 시에 화답하여 흥운의 권에 쓰다(이해수의 자는 대중, 벼슬은 이조참의. 전의인)

吾與藥圃仙 나는 약포신선과 더불어
生同丙申年 병신년에 함께 났지요.
湖堂同北肩 호당에서 함께 어깨하고
西塞同揮鞭 西塞에서 함께 책찍을 휘둘렀지요.
愚雖不及賢 愚가 비록 賢에 미치지 못하여도
懷抱卽依然 회포는 의연했나니
宜無不同焉 마땅히 같지 않음 없으련만
所事何太懸 하는 일 어찌 이리 달라졌는지.(懸隔)
藥老喫酒如喫緊 약포는 술마신되 조금씩 하지만
吾則飮酒如及川 나는 술마시기를 냇물 마시듯.
藥老終日不語如參禪 약포는 종일 말이 없어 참선하는 듯 한데
吾卽終日詼諧驚四筵 나는 종일 농담이라 주위를 놀라게 하지요.
今看贈雲篇 지금 운에게 준 시편을 보니
枯瘦議論偏 수척하여 의론이 치우쳤네요.
雲也病如沾雨鳶 운은 병이 들어 비 젖은 솔개 같고
吾人快似看雲鸇 우리는 쾌하여 구름 본 송골매 같네요.
鳶乎鳶乎欲戾天 솔개야 솔개야 하늘에 이르고 싶으면
須往再拜藥老前 모름지기 약포 앞에 가서 두번 절하고
黃精采采江上田 강가 밭의 黃精을 캐고 캐어서
餌服閱歲顔色鮮 해 지나도록 먹어서 얼굴 좋아지거든
然後追陪藥老同上毗盧顚 그런 후에 약포 모시고 비로봉 꼭대기에 올라
手撫溟海鵬喝褰 손으로 바다 어루만지며 붕처럼 소리치며 떠올라라.
求我松翁一氣邊 송강 나를 그 한쪽 가에서 찾아서
共視萬劫流綿綿 만겁에 면면히 흐름을 함께 보자꾸나
嗟汝旣往其勉旃 아 너는 가서 힘쓰거라.
1. 喫緊: 매우 요긴함. 혹은 사태가 매우 절박함. 긴장함. 여기서는 매우 긴요하게 조금씩만 마신다는 뜻. 2. 枯瘦: 여위고 파리함. 수척함. 3. 戾: 이를 려. 4. 閱歲: 한 해 이상이 지남. 5. 追陪: 陪行. 웃어른을 모시고 감. 6. 綿綿: 길게 이어지는 모양. 7. 勉旃: 힘씀. 또는 힘쓰도록 함. 勉勵.



15. 贈別韓察訪性之 한찰방 성지에게 증별하다

君與我同生丙申年 그대와 나는 함께 병신년에 태어났나니
生年直酒星 나던 해가 바로 酒星이니
酒星何處落 酒星이 어느 곳에 떨어졌는가.
落處是東溟 떨어진 곳 바로 동해 바다이니
東溟萬古流不盡 동해 바다는 만고에 흐름이 다함 없는데
人世紛紛水上萍 인간 세상은 분분히 물 위에 마름이네.
離合悠悠天地老 離別과 會合 유유하여 천지도 늙었나니
與君長醉花津亭 그대와 더불어 화진정에서 길이 취하여나 보리라.
1. 酒星: 술을 맡았다는 별.



7언고시
16. 次玉川子送孤竹之韻 옥천자가 보내온 고죽 운에 차하다

玉川子家本在江南 옥천자가의 집이 본래 강남에 있거늘
何爲棲棲洛陽裏 어찌하여 서울에서 서성이는고.
行裝草草無定居 행장은 쓸쓸하고 거처 없으니
朝向西隣暮北里 아침엔 서쪽 이웃, 저녁엔 북쪽 마을.
長安無所親 장안에 친한 이 없으니
呼我爲故人 나를 불러 벗이라 하시길.
故人無復舊容顔 그 벗이 다시 예전 모습 없으니
惟我東來君獨歎 내가 동으로 오자 그대 홀로 한탄하네.
君獨歎豈是知我者 그대의 한탄이 어찌 바로 나를 알까
我今孤露無遊方 나는 지금 孤露되어 정처 없이 노니네.
仙山東路海棠洲 仙山 동쪽길 해당화 물가에
白鷗送我鳴沙行 흰 갈매기 나를 보내며 명사로 가는고야.
鳴沙擧目十餘里 명사로 눈 드니 십여리라
日暮沙頭喧驛吏 해 저문 모랫가에 驛吏는 시끄러운데
棠花片片落芳草 해당하는 조각조각 고운 풀에 떨어지고
花裏征人方醉倒 꽃 속에 행인은 금방 취하여 쓰러졌네.
醉倒人是觀察使 취해 쓰러진 이가 바로 관찰사라
徒御紛紛擁千駟 수종꾼은 분분히 천 수레를 옹위했네.
朝朝暮暮烏兎走 매일 아침 매일 저녁 해와 달은 달리나니
樂事百年誰敢後 百年의 즐거운 일 뉘라 감히 뒤질손가.
兒童拍手也不妨 아이들 손벽치는 것도 무방커니
昨日少年今白首 어제의 소년이 오늘엔 백발이네.
玉川子相思在何許 옥천자의 相思일랑 어느 곳에 있는지
持此誇之慰羈旅 이걸 가지고 자랑하면 나그네 마음 위로 되려나.
誇之未足動君心 자랑하여도 그대 마음 움직이기 부족하니
去來榮落猶寒暑 榮落의 가고 옮도 寒暑같으리.
然則前言戱之耳 그런즉 앞 말은 농담일 뿐.
太上無憂又無喜 太上은 근심도 없고 기쁨도 없네.
今日我問酒 내 오늘 술에게 묻노니
酒與我誰賓主 술과 나는 누가 손이고 누가 주인인고.
酒爲百味之最長 술은 百味 중에 최상이요.
我是凡民之俊秀 나는야 범인 중에 俊秀로세.
此語欲問孤竹子 이 말을 고죽자에게 묻고자 하니
浮碧練光何處是 부벽루 연광정의 어느 곳에 있는지.
孤臣不盡鼎湖淚 외로운 신하는 鼎湖의 눈물 다하지 않았나니
莫道戊辰年間事 무진년간의 일일랑 묻지 마오려.
同遊皆是第一流 함께 놀던 이 모두다 제일류라
我亦當時最少年 나도 또한 그 당시 가장 소년이로
揮毫百紙一時盡 붓 휘둘러 백장 종이 한 순간에 다하니
後人强名仙槎篇 뒷사람이 억지로 仙槎篇이라 이름했네.
同時輩流今散去 함께 했던 무리들 지금은 흩어지어
西海茫茫音信阻 西海에 아득아득 소식조차 막혔고나.
春鸎已至人不來 봄 꾀꼬린 이미 이르렀거늘 사람은 오지 않으니
我雖有酒誰共杯 나에게 비록 술 있어도 뉘와 함께 마시이리.
手中杯天上月 손에 잔 들고 하늘 위 달을 보오니
年年長此別 해마다 이 이별 길기도 해라.
長此別老盡 이 이별 길어 늙음이 다했거니
人老願不逢春 늙은이 봄 만나길 원치 않네.
明年佳氣九華陌 내년에 佳氣가 서울에 가득하련만
却恐更作江南客 도리어 두렵고나 다시 강남의 객이 되올까.
萬曆庚辰首夏 만력 경진 첫 여름
蟄菴居士 칩암거사가
書于三陟之竹西樓 삼척 죽서루에서 쓰다.
1. 棲棲: 바쁘고 안정되지 아니한 모양. 2. 徒御: 수행하는 종. 3. 烏免: 해와 달 곧 일월의 별칭. 해 속에는 세 발 달린 까마귀가 살고, 달 속에는 토끼가 산다는 전설에서 나온 말. 전하여 세월. 4. 鼎湖: 땅 이름. 황제가 큰 솥을 완성하고 용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곳. 혹은 임금의 죽음을 이름. 5. 仙槎篇: 皇華集. 사신들을 접대하며 쓴 시문집. 6. 九華: 궁전이나 기물에 아름다운 장식을 한 것을 이름. 구는 많다는 뜻. 7. 佳氣: 山川의 맑고 고은 기운. 혹은 경사스러운 구름기.



<별집>
5언고시
17. 安琢請賦三景走筆書之 三首 안탁이 삼경을 부해달라 하므로 필주하여 쓰다 3수

蓮池 연지
活水鏡樣澄 活水 거울처럼 맑나니
方池纔丈許 모난 못은 겨우 한길 쯤 되네.
亭亭玉井根 우뚝 솟은 玉井의 연꽃
翠盖森相擧 푸른 덮게(연잎) 빽빽히 서로 들었네.
淸香襲杖屨 맑은 향은 막대와 신발에 스미니
散步逢淸潛 산보하다 보면 맑은 물가에 이르네.
採採欲誰贈 캐고 캐서 누구에게 주려나
日暮徒延佇 해 저물도록 오래도록 서있기만 하나니.(기다리다)
1. 亭亭: 우뚝 솟은 모양. 혹은 아름다운 모양.


18.
梅庭 매화뜰
山家雪西圍 산집에 눈이 사방을 두루고
歲暮蒼烟合 歲暮에 푸른 연기 어울리느니
梅兄報春信 매화는 봄소식 알리느라
粲粲窺午榻 곱게 곱게 오탑을 엿보네.
喚起羅浮夢 羅浮夢 떠올리며
一笑破殘臘 한번 웃어 남은 섣달을 깨뜨리나니(시간을 보낸다)
寧隨桃李蹊 어찌 桃李의 小路를 따르리
繞樹日千匝 하루에 천 번이나 나무 둘레를 도나니.
1. 午榻: 한 낮의 평상.(낮잠) 2. 粲粲: 고운 모양. 아름다운 모양. 3. 羅浮夢: 나부산은 중국 광동성에 있는데 옛날에 조웅이 술에 취하여 산 밑에서 잠이 들었는데 꿈에 미인을 만나서 즐기고 깨어보니 큰 매화나무 아래 누워 있었다 한다.


19.
竹巖 죽암
巖吾甚愛之 바위를 나는 무척 사랑하나니
風雨無淄磷 풍우에도 변하질 않네요.
此君亦不俗 대나무도 또한 속되지 않으니
霜雪增精神 눈 서리에도 정신은 더욱 또렷하지요.
何須邀二仲 구태여 二仲을 맞이할까요
兩美絶可人 兩美(竹巖)가 사람에게 매우 좋거늘.
日夕嘯其下 아침 저녁으로 그 아래서 휘파람 부노니
誰有聲色塵 聲色의 티끌이 뉘 있을까요.
1. 此君: 대(竹)의 이칭. 2. 二仲: 求仲, 羊仲을 이름. 蔣栩의 문앞 길이 三逕인데 그의 從遊는 오직 구중과 양중이 있었음. 3. 兩美: 대와 바위를 이름.



7언배율
20. 挽人 今有手墨筆帖姓名欠攷 만인(지금 수묵이 필첩에 있는데 성명은 미쳐 상고할 수 없음)

闌刪棋壘猶殘子 헐어진 바둑판엔 아직도 바둑알 남았는데
歷亂書堆已擁塵 어지러이 쌓인 책엔 이미 티끌만 앉았고나.
遊釣宛然雖有處 낚시놀인 완연히 자리를 남겼지만
音容窅爾只傷神 용모와 음성은 아슬하여 마음만 상하네.
孤旌隴首花侵紼 외론 銘旌의 언덕머리엔 꽃이 상엿줄을 스치고
一笛山陽淚滿巾 한 가닥 山陽笛 소리에 눈물이 수건 가득 베었네.
薦墨更誰徵禰 누가 다시 천거하여 禰衡을 부르리요
家聲空復撫徐麟 집안의 명성은 속절없이 徐麟을 어루만지네.
穿楊妙藝今難見 버들잎 쏘던 묘한 재준 이제 보지 못하나니
蕪沒遺堋草自春 잡초 우거진 遺墓에 풀만이 봄되었고나.
1. 闌刪: 한창을 지나 쇠하여 가는 모양. 2. 歷亂: 어지러워 순서가 없는 모양. 3. 窅爾: 멀리바라보다. 爾는 然의 뜻. 4. 銘旌: 葬事때 쓰는 죽은 사람의 관직,성명 등을 적음 旗. 5. 山陽笛: 옛 벗을 생각함을 이름. 晉나라의 向秀가 山陽의 옛집을 지나다 피리 소리에 느낀 바 있어 思舊賦를 지은 고사에서 나온 말. 6. 禰衡: 요동사람으로 공융이 그를 조조에게 천거하였음. 7. 徐麟: 陳書에 서린의 母 장씨가 오색 구름이 봉이 되어 왼 어깨에 앉는 꿈을 꾸고 서린을 낳았다. 그 뒤에 중 寶誌가 그 이마를 만지며 이는 천상의 石麒麟이라고 하였다. 여기선 남겨진 아이에 대한 비유. 8. 穿楊: 활 잘 쏘는 것을 이름. 戰國策에 이르길 ‘양유기가 활을 잘 쏘는데 백보 밖에서 버들잎을 쏘아 백발백중하였다’ 하였음. 9. 蕪沒: 잡초가 우거져 덮임.



21. 挽致道 姓名逸壬申 치도의 만사(성명는 전하지 않음. 임신년)

屈指庚交有幾人 손 꼽아 보니 동갑내기 몇이나 있나
與君童穉卽情親 그대와 어릴 적부터 정다웠나니
曾隨嬉戱爲同隊 일찍이 장난치며 무리를 이룰적엔
未信賢愚是異倫 賢과 憂가 다른 무리라 믿지 않았네.
門派共分提學後 문파는 함께 提學의 뒤로 나뉘고
郊居相望柳溪濱 교외의 거처는 서로 바라뵈는 버들 시냇가였지.
陶琴古寺連床慣 古寺에서 床 연하며 (도연명의) 거문고 즐김 익숙하였고
鄕約平蕪並馬頻 들에 함께 말달리며 향약에 자주 갔었지.
聞過自多逢益友 내 허물 이야기하는 益友을 만나서
襲薰偏喜接芳隣 좋은 이웃으로 접하며 향기 스미니 너무 좋았지.
泓渟悄悄涵襟宇 깊은 웅덩이 고요히 가슴에 잠겼느니
圭玉溫溫蘊席珍 도담스레 쌓인 규옥(致道)은 자리에 보배리.
志士每憐成老大 志士는 매번 늙어짐을 애석이 여기나니
中疴何意遽沉淪 어찌하여 병이 들어 그리 급히 가셨는가.
此下疑缺 이하는 결이 있는 듯
1. 庚交: 同庚. 동갑의 交友. 2. 異倫: 무리 륜. 다른 무리. 3. 平蕪: 잡초 무성한 들. 4. 提學: 지방의 학사를 통할하던 벼슬. 5. 悄悄: 조용한 모양. 6. 溫溫: 온화한 모양. 혹은 윤택한 모양. 7. 圭玉: 上圓下方의 옥. 천자가 제후를 봉하는 신표이며 또 제사나 朝聘 때에도 이를 손에 든다. 8. 老大: 늙어짐. 9. 沈淪: 零落. 죽음.



7언고시
22. 布帆無恙掛秋風 此下科作 돛을 펴고 근심없이 가을바람에 가다(이하는 科擧時의 작임)

歸去來兮胡不歸 돌아가자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荊楚江山佳可遊 형초의 강산 놀기에 아름답나니
山中秋光桂自霰 산중 가을 빛에 계수나무꽃은 절로 싸라기눈이 되고
日夕江湖歸思悠 江湖의 낮과 밤은 돌아갈 생각에 아득하네.
扁舟長掛一幅練 조각배 한폭의 돛 높이 걸고(練은 하얀 베)
暮影搖蕩滄江流 저녁 그림자 흔들며 강으로 흘러라.
江流無恙抱長風 강에 흐르며 근심없이 긴 바람 안았으니
櫓聲雅軋蘆花洲 노화주가에 노 젖는 소리 삐걱 삐걱-
長安何處日邊遙 장안이 어디메요 日邊(대궐)이야 아슬한데
短棹滄波歸興幽 잛은 노 푸른 물결 돌아가는 흥이 그윽해라.
年來來作宦遊人 년내에 와서는 벼슬길 다니나니
旅食東南萍水浮 동남의 떠돌이 살이 물에 뜬 마름일레라.
佳山佳水去來身 아름다운 산과 물 오가던 이 몸이
十稔紅塵今白頭 십년의 홍진 속에 이젠 백발이 되었구나.
乾坤風雨客味酸 천지의 비 바람에 객지 맛이 스산하니
半世功名還可羞 반평생 功名일랑 도리어 부끄러워라.
鴻驚天末夜有霜 하늘 끝 밤서리에 기러긴 놀래이고
鯉魚風冷芙蓉愁 이어풍 서늘하여 부용은 시름겹네.
荊門烟樹剡溪月 형문의 烟樹는 섬계의 달이라
夢入鄕山秋色稠 꿈에 고향 산천 보오니 가을색이 짙구나.
歸心暗牽舍人興 돌아갈 마음 은근히 舍人의 흥을 끄니
拂袖可泛吳江舟 소매 떨치고 吳江에 배 띠울만 하리.
休官行色一葦船 벼슬 없는 행색에 一葦船 타고서
水國風烟勞遠眸 水國의 바람과 연기 멀리 바라보기도 피로해라.
檣烏飛起宿霧中 돛대의 까마긴 묵은 안개 중에 날아가고
別浦茫茫歸路脩 別浦는 아득아득 갈길은 멀기도 해라.
凉生蘋末帆影忙 마름 끝에 서늘 바람 이니 돛 그림자 빨라지고
一葉滿載江南秋 一葉片舟에 江南의 가을 가득히 실었고야.
遙看山在水雲外 멀리 보니 물 구름 밖에 산이 있어
解纜端可窮冥(缺) 닻줄을 풀면 마침(端) 깊은 곳에 이르리.
閒中詩興望中饒 한가한 시흥에 望中이 넉넉하니
鱸膾蓴羹非我求 농어회 순나물국 내 구하는 것 아니네.
名區從此晩計在 이름난 땅에 이제부터 晩年의 계획 있으리니
宦海浮榮波上漚 宦海의 뜬 영화는 물결 위에 거품일레.
傍人休道(缺) 그댄 이르지 마오려-
海客無心隨白鷗 海客이라 무심히 백구를 따르나니.
1. 日邊: 대궐 부근. 2. 宦遊: 관리가 되어 타향에서 지냄. 3. 鯉魚風: 음력 9월의 철바람. 가을 바람. 4. 荊門: 가시나무 문. 5. 烟樹: 아지랑이 또는 안개가 끼어 흐릿하게 보이는 나무. 6. 舍人: 한 집안의 잡무를 맡은 사람. 7. 一葦船: 작은 배. 8. 宦海: 관리의 사회. 官場.



23. 老病有孤舟 辛酉榜弟五名 병든 늙은이에게 외로운 배가 있어(신유방에 다섯번째)

茫茫宇宙此生涯 망망한 우주에 이 생애
日月不爲畸人留 일월은 畸人 위해 머물지 않고
居然老病忽相催 어느덧 늙음과 병은 문득 서로 재촉하나니
萬事人間成謬悠 인간 萬事가 아득만 하여이다.
還丹已誤麓門期 丹으로 돌아가려해도 녹문의 기약 이미 툴렸고
一劒未倚崆峒秋 한 자루 칼로써 공동산의 가을도 의지하지 못하였네.
行裝何處任漂泊 행장은 어느 곳인지 방랑에 맡기우고
蓬轉萬里惟孤舟 떠도는 쑥잎 신세 만리에 외로운 배로써
天涯去住倚一棹 하늘 끝의 去住을 노 하나에 기대니
一棹滿載千斛愁 노 하나에 천곡의 시름이 가득 하고야.
窮愁何耐抵死苦 곤궁한 근심에 죽도록 괴로워 어찌 견디리.
爲國一念無時休 나라 위한 일념은 쉬는 적 없나니
風塵兵甲滿天地 風塵에 병란이 천지에 가득하여
料理百計堪白頭 온갖 계획 세우느라 머리 모두 희었고
平生勳業鏡中失 평생의 勳業은 거울 속에 잃으니(늙음이 거울에 비쳐짐을 이름)
久矣夢斷伊與周 伊尹 周公의 꿈이 끊어진지 오래네.
藜羹尙有肉食慮 명아주국 신세로서 오히려 고관의 걱정을 하나니
獨夜壯氣橫斗牛 밤에 홀로 장한 기운 斗牛星을 비끼네.
誰敎𤨏力整乾坤 누가 작은 힘으로 건곤을 바로잡으라 시켰던가
不許寸誠陳冕旒 조그만 정성이라도 임금께 아뢸 길 없고나.
徘徊躑躅誰與依 배회하며 머뭇거리니 뉘와 더불어 의지할까
江湖浩渺隨白鷗 넓고 아슬한 江湖에 흰 갈매기나 따를꺼나.
流離遷次影伴身 流離와 방랑에 그림자 짝하여
巫峽旅帆瀟湘遊 巫峽의 나그네 돛되어 소상강에 노닐꺼나
衷情掩抑訴無處 충정은 억눌려 호소할 곳 없나니
惟有白日臨衾裯 오직 白日이 있어 衾枕에 비추이네.
飄零死生隔弟兄 아우와 형은 흩어지어 生死가 막히었고
金玉札翰違朋儔 벗들의 금옥같은 편지도 어긋났나니
蒼梧帝舜跪敷袵 창오산 순임금께 무릎 꿇어 옷깃 펴고
楚魂湘水吟夷猶 소상강의 楚魂을 읊은며 주저하네.
停橈蜀魂起再拜 두견(蜀魂)이 소리에 노 멈추어 두번 절하고
止棹北辰瞻天陬 (노 멈춘채) 하늘가에 북두성 보나이다.
衰容誰念廓無歸 휑하니廓 돌아갈 곳도 없는데 쇠한 얼굴 누가 기억하리.
一物獨荷皇恩優 한 목숨 유독 임금의 큰 은혜을 입었나니
姓名休道舊拾遺 옛 拾遺(벼슬)과 이름일랑 묻지 마오려
憔悴謾(缺)漁人羞 초췌한 모습 부질없이 어부에게 부끄럽나니.
誰云鼎鼐調元手 누가 이르리 조정의 으뜸 손이
却把短棹還滄洲 도리어 짧은 노를 쥐고 창주로 돌아왔다고.
孤舟盡日渡口橫 외론 배는 종일토록 나루터에 비끼었고
濟川不被商家收 내 건너 은나라에 걷우어지지 않네.(등용되지 않음)
江邊芳杜聊采采 강변에 芳杜(향초) 애오라지 캐고 캐어서
延佇日夕憑柁樓 타루에 기대어 아침 저녁으로 우두커니 섰나니
美人持贈杳雲端 미인에게 전하려해도 구름 끝이 아득하여
哀涕一任懸雙眸 쇠잔한 눈물 두 눈동자에 맺었네라.
乘桴緬懷魯聖志 뗏목을 타려했던 공자의 뜻을 생각하니
有言不行應有由 말만 하고 못 행한 것 응당 까닭이 있네.
1. 畸人: 畸는 고독을 뜻함. 장자에 ‘畸人者畸於人而侔於天....’ 2. 謬悠: 텅비고 멂. 혹은 荒唐無稽함. 3. 鹿問期: 後漢 양양 방덕공이 그 처와 함께 鹿門山에 숨고 세상에 나오지 아니하였음. 丹은 仙家의 鍊丹임. 4. 崆峒: 감숙성에 있는 산 이름. 칼을 들고 고동산을 지키지도 못한다는 뜻. 5. 蓬轉: 뿌리 뽑힌 쑥이 바람에 굴러다님. 사람이 정처 없이 떠돌아다님의 비유. 6. 伊尹: 은의 재상. 탕왕을 도와 걸을 쳐서 탕왕이 천하를 통일하게 하였음. 7. 周公: 周 무왕의 동생. 무왕을 도와 은의 주왕을 쳐서 周왕조을 세우고 무왕이 죽은 뒤 섭정하면서 관숙, 채숙의 반란을 평정하여 왕실의 기초를 다졌으며 제도와 예악을 정하였음. 공자가 성인이로 받드는 이로 공자가 꿈에 주공을 뵈었다 함에 비유. 8. 掩抑: 막음. 가림. 억누름. 혹은 마음이 울적한 모양. 9. 肉食慮: 肉食은 후록을 받는 사람. 곧 대부 이상의 벼슬아치. 몸은 비록 藜羹을 먹는 야인이지만 나라를 걱정한다는 뜻. 10. 冕旒: 면류관. 앞뒤의 끈에 꿰어 늘어뜨린 주옥. 천자는 열두 줄. 제후는 아홉 줄. 상대부는 일곱 줄. 하대부는 다섯 줄임. 여기서는 임금의 비유. 11. 夷猶: 망설이는 모양. 주저하는 모양. 12. 拾遺: 벼슬 이름. 두보가 일찍이 십유벼슬을 지냈기 때문. 13. 鼎鼐: 솥과 가마솥. 재상의 지위에 비유. 調元手란 말과 함께 서경에 조정의 정치를 요리에 비유한대서 유래. 14. 濟川商家: 은고종이 열명에게 ‘若濟川用汝作舟楫’라 하였음. 내가 川를 건널때 너는 노가 되라는 뜻은 곧 신하가 되어 등용된음 이름. 15. 柁樓: 키를 잡는 船室의 다락. 16. 乘桴: 논어에 ‘道不行 乘桴浮于海....’



24. 小風波處便爲家 集仙仙客問生涯,買得漁舟度歲華,案有黃庭尊有酒,少風波處便爲家 風波 적은 곳을 곧 집으로 삼다(집선의 선객에게 생애를 물었더니 고깃배 사서 세월을 보낸다 하네. 책상에는 황정경있고 술잔에는 술이 있나니. 풍파 적은 곳을 곧 집으로 삼다)

江天杳杳江日遲 江天 아득아득 강 해는 더딘데
江流鏡淨無纖瑕 강물은 거울같이 맑아 조그만 티끌조차 없고나.
孤舟身世別甲子 외로운 배 신세 甲子도 이별하니
水國處處皆吾家 水國의 곳곳이 모두 내 집이네.
黃庭一部酒一尊 황정경 한 부에 술 한동이라
適我所適經年華 내 가고 싶은 곳 다니며 세월을 보내여라.
朱衣聯璧白鷗驚 朱衣의 聯璧에 백구가 돌래고
面是故人相矜嗟 얼굴보니 故人이라 서로 嗟歎하네.
仙凡相去風馬牛 仙人과 凡人이 風馬牛처럼 서로 떨어져 있는데
子從何處來歸些 그대는 어느 곳으로 부터 여기에 이르렀는가.
云余俱是集賢士 나를 이르길 모두들(俱) 집현전 학사로
手捧象笏頭烏紗 손에는 상홀 들고 머리엔 오사모 쓰며
含香日趍玉皇前 향 머금고 날마다 玉皇前에 나아가
天語咫尺殊恩加 天語 지척에서 특별한 은총을 받았다 하더이다.
君胡爲乎寂寞濱 그대는 어찌하여 적막한 물가에
時遇大行猶龍蛇 大行할 때를 만나 오히려 龍蛇가 되셨는지요.
悠然不答莞爾笑 유연히 대답않고 빙그레 웃으며
引取瓦甌斟流霞 항아리 끌어안고 流霞酒 부어 마시네.
流霞斟罷意更閒 유하주 마시고 나니 뜻이야 다시 한가하여
詩中字字皆天葩 시 속에 글자글자 모두가 천파로다.
塵寰局束釣船寬 塵世는 자유롭지 못하지만 낚싯밴 널직하니
莫以有涯窮無涯 有涯(유한한 삶)로써 無涯를 다하라 마르시길.
薪窮火傳醉夢酣 섶이 다하면 불이 전하여 취한 꿈이 달더니
灰寒金鼎餘丹砂 재 식은 금솥엔 丹砂만 남았네.
危如蹈刃險陟山 위태롭게 칼날 밟듯 험하게 산을 오르니
後車不復懲前車 앞수레의 懲戒를 뒷수레가 따르지 못해라.
君胡爲乎膏火中 그대 어찌 膏火 속에
角上蠻觸徒紛挐 蝸角 위의 만과 촉의 다툼 되었나. (다만徒)
飛廉戢威息纖纊 飛廉이 위엄 거두고 섬광이 그치니
馮夷窟宅恬無譁 馮夷의 굴집은 고요하여 시끄러움 없네.
來無所戀去無逐 그리운 바 없이 오고 쫓던 바 없이 가니
暮泊淸渭朝三巴 저녁엔 맑은 渭水 아침엔 三巴
津無所問歧不泣 나루를 물을 까닭 없고 갈림길에서도 아니 우니
千里誰遣毫釐差 천리길에 조금의 차이라도 누가 남기우리.
金波安處趁明月 金波(달빛) 편안한 곳에 明月이 쫓고
錦浪靜時隨桃花 錦浪 고요할 때에 桃花가 따르네.
隨身琴酒共一篷 몸에 딸린 거문고랑 술을 거룻배에 함께 실었나니
物外伴侶惟魚鰕 物外의 짝일랑 고기와 새우 뿐.
功名富貴是何物 功名과 부귀- 이게 무엇인고
千駟萬鍾君莫誇 천수레(千駟馬) 만녹봉(萬鍾祿)도 그대 자랑 마오려.
此身縱榮此心病 이 몸이야 비록 영화롭다지만 이 마음은 병들었나니
鬂髮不禁吹鬖사 머리칼, 귀밑머리 바람에 헝클어짐을 금하지 못해라.
何如天外樂天放 天外의 자연스런 삶의 즐거움 어떠한지
閱盡世界沙復沙 (나는) 온 세상 다 겪고나니 모래에다 다시 모래네.
須臾酒盡忽回棹 잠깐새 술이 다하여 문득 노를 돌리니
水鳥依依山日斜 물새는 아른아른 산 해에 비끼었네.
天長水闊不知處 하늘은 깊고 물은 넓어 어느 곳인지 모르나니
鶴上之仙非子耶 학을 탄 신선이 그대가 아니신지.
1. 聯璧: 한 쌍의 옥. 두 사물이 나란히 아름다운 것의 비유. 혹은 서로 친밀하게 지내는 뛰어나게 훌륭한 두 사람. 2. 風馬牛: 구애하는 소나 말의 암컷과 수컷이 서로 찾아도 이를 수 없다는 뜻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음을 이름. 3. 龍蛇: 비상한 인물. 혹은 은퇴하여 明哲保身함. 4. 莞爾: 빙그레 웃는 모양. 5. 流霞酒: 신선이 마시는 술. 6. 天葩: 葩는 華를 뜻함. 7. 局束: 구속되어 자유롭지 못함. 8. 前車: 前車覆後車戒 앞차가 엎어진 것을 보고 두차가 경계하여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뜻으로, 전인의 실패를 보고 후인은 이를 경계로 삶는다는 뜻. 9. 膏火: 膏火自煎 촛불은 스스로 소멸함. 재주나 재산 때문에 스스로 화를 입게 됨을 비유. 장자에 ‘山木自寇也 膏火自煎也’ 10. 蠻觸: 장자에 달팽이 왼쪽 뿔에 만씨, 오른쪽에 촉씨가 있어 서로 타투었다는 이야기. 하찮은 일로 서로 싸움을 비유함. 11. 紛拏: 서로 엉클엊 때리고 침. 12. 飛廉: 바람을 맡은 신. 13. 纖纊: 섬은 가는 비단. 광은 솜. 14. 毫釐: 자 눈 또는 저울 눈의 毫(1釐의 10의 1)와 釐(分의 10의 1). 전하여 아주 짧은 거리나 극히 적은 분량. 15. 馮夷: 풍이. 河神의 이름. 16. 天放: 자연 그대로임. 人爲를 가하지 아니함.



25. 聖恩歌答江湖白鷗 성은가에 답하는 강호의 백구

畵省夜聽蓬瀛水 화성의 밤중에 봉영의 물소리 듣나니
手搴薇花拜靈脩 紫微花(백일홍) 뽑아들고 임금께 절하고야.
鷄聲曉催紫雲闕 자운궐에 닭 울음 새벽을 재촉하고
鶴影秋孤明月洲 명월주의 학 그림자 가을에 외롭고나.
涓埃未報雨露恩 雨露의 은택은 먼지나 물방울 만큼도 갚지 못하니
一約猶遲方外求 方外에서 만나자고 한 약속 아직도 드디네.
人間幸逢聖明主 인간에 다행이 성군을 만나지어
十年松江違白鷗 십년동안 松江의 백구와 어긋났고나.
奔忙羈跡陌頭塵 장안의 먼지 속에 분망한 나그네 자취
浩蕩前期沙上秋 호탕했던 예전 기약은 모래 위에 가을이네.
唐虞日月卽我朝 요순의 日月이 바로 우리 조정
玉節江東淸發謳 玉節이 江東에 이르니 맑은 노래 일어나네.
寒湖鳥語曉送誠 찬 호숫가에 새도 전송하는 정성을 알고(曉)
急流中人遲退休 급류 속에 있으며 辭職이 더디다 하네.
猩袍日晩學士班 성포입은 학사의 반열에 해가 저물고
鷺夢雲空漁父舟 백로 꿈꾸는 雲空에 어부의 배리로다.
平沙十里雨霽後 평평한 십리 모랫가에 비갠 후
回笑三秋蓼月幽 三秋에 蓼月의 그윽함이 도리어 우습고나.
江湖淸趣我豈無 강호의 맑은 흥취 난들 어찌 없겠냐만
只緣天庭恩禮優 단지 天庭의 恩禮가 두덥기 때문이네.
微臣縱之一字補 보잘것 없는 신하 비록 一字 도움도 없지만
聖恩看同夔契儔 聖上께오선 기와 설 같은 이로 보시네.
邦謨珍重納言地 나라 살림 꾀하는 진중한 納言의 처지라
是以東華吾久留 이렇기에 나는 東華에 오래 머무나니
歸來一計泛泛計 돌아가 강호에 떠다닐 계획은
庶待邦家餘債酬 바라건대 나라에 남은 빚 다 갚는 걸 기다려서....
1. 畵省: 尙書省(재상의 관서). 胡粉으로 벽에 고현, 열사의 초상을 그렸으므로 이름. 2. 蓬瀛: 蓬萊와 瀛洲를 이름. 여기에선 玉堂을 말함. 3.靈脩: 신명이 멀리 나타나는 일. 혹은 임금의 별칭. 4. 涓埃: 물방울과 먼지. 전하여 극히 작은 것을 이름. 5. 方外: 세속을 초월한 세계. 혹은 지경 밖. 秦나라 安期生(方士, 도가에서는 해상의 신선이라고 일컬음)이 벼슬을 마다하고 훗날 방외에서 서로 만나자 하였음. 6. 玉節: 使節의 符節을 이름. 7. 退休: 사직함. 8. 蓼月: 여뀌에 비친 달빛. 9. 夔契: 堯 시대의 기와 설을 이름. 10. 納言: 순임금 때에 임금의 말을 백성에게 전하고, 백성의 말을 임금에게 아뢰어 상하의 정을 소통시키던 벼슬. 11. 猩袍: 붉은 빛깔의 도포. 홍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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