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5일 화요일

속단

속단

옛날 어느 마을에 뛰어난 의술을 지닌 의원이 있었다. 그는 산에서 약초를 캐서 팔기도 하고 이 마을 저 마을로 다니며 환자를 고쳐 주기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어느 날 의원이 어느 마을을 지나다가 한 젊은이가 죽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의원이 그 집으로 가 보니 식구들이 죽은 젊은이를 붙잡고 통곡을 하고 있었다.

의원은 약병에서 환약 두 개를 꺼내어 젊은이의 입을 벌려 집어 넣고는 물을 삼키게 하였다. 과연 조금 있으니 환자는 숨을 쉬기 시작하였다.

“이틀 뒤에는 회복될 것입니다.”

“의원님 고맙습니다. 죽은 제 아들을 살려 주셨습니다. 대체 그 약을 어떤 약입니까?”

“환혼단(還魂丹)이라고 합니다.”

의원이 죽은 사람을 살려 냈다는 소문이 퍼지자 사방에서 환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의원은 그 마을에 머물면서 정성을 다해 환자를 치료해 주었다.

그런데 그 마을에는 욕심 많고 마음시가 고약한 약장수가 있었다. 약장수는 환혼단에 대한 얘기를 듣고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 약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어 큰돈을 벌어 보겠다고 결심을 했다.

어느 날 약장수는 값진 음식을 차려 놓고 의원을 초대했다.

“선생님이 만든 환혼단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었습니다. 나와 같이 힘을 합쳐 약을 만들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이것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약입니다. 돈벌이 도구로 쓸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돈을 많이 드릴테니 그 약을 만드는 비법을 저한테 파십시오.”

“안됩니다. 그것은 나쁜 일입니다.”

“아니 이 돌팔이 놈이 감히 내 말을 거역하겠다고?”

약장수가 손뼉을 한 번 치자 그의 하인들이 의원을 뒤뜰로 데리고 가서 몽둥이로 마구 때려 초주검이 되게 하여 집 밖으로 내던졌다. 의원은 간신히 산으로 올라가 약초를 캐 먹으며 한 달쯤 몸조리를 하다가 몸이 회복되자 다시 마을로 내려와 약을 팔며 환자를 치료했다.

이 소문을 들은 부자 약장수는 하인을 불러 명령했다.

“이놈을 가만 두지 않겠다. 그놈의 다리를 부러뜨려 산골짜기에 갖다 버려라.”

하인들은 의원을 마구 때려 초주검이 되게 하여 산에 갖다 버렸다.

그때 마침 한 젊은이가 나무를 하러 산에 올라갔다가 골짜기에서 신음하는 사람 소리를 듣고 달려 내려갔다. 가까이 가서 보니 바로 자기 목숨을 구해준 바로 그 의원이 아닌가.

“의원님,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그러나 의원은 이미 대답할 기력도 없었다. 젊은이는 의원을 업어 가까운 풀밭에 가서 눕혔다. 풀밭에는 보라색 꽃이 피고 깃털처럼 생긴 잎이 달린 풀이 많이 있었는데 의원은 그 풀을 뜯어 먹으면 부러진 뼈와 상처를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젊은이는 그 풀을 많이 뜯어서 의원을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풀을 달여서 의원에게 복용시켰더니 두 달쯤 뒤에 부러진 다리와 상처가 차츰 아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원은 젊은이에게 말했다.

“나는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없으니 자네가 부러진 뼈를 치료하는 약초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하게.”

두 사람이 얘기를 끝내기도 전에 약장수가 하인들을 데리고 들이 닥쳤다. 약장수는 하인들에게 의원을 죽이라고 명령했다. 결국 의원은 하인들에게 맞아 죽고 말았다.

젊은이는 의원의 일을 이어받아 뼈를 고치는 약초를 세상에 널리 알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환혼단을 만드는 방법은 전수되지 못하였다. 다만 다친 뼈를 붙이는 그 약초는 훗날 속단(續斷)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속단은 허리 아픈 데, 관절염, 타박상, 갈비뼈 부러진 데, 갖가지 염증, 골절 치료약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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