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 나는 풀먹는 한의사다 / 손영기 지음
끓는 물에 개구리를 갑자기 넣으면 파닥거리며 바로 뛰쳐나오지만, 찬물에 넣어 서서히 끓이면 별 저항없이 죽는다고 한다. 상상만으로도 잔혹한 이야기를 필자가 여기서 하는 것은 고혈압과 당뇨병 문제가 개구리 삶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고혈압과 당뇨 모두 마이너스 건강법을 통해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인데, 임상에서 경험해 보면 고혈압보다 당뇨 치료가 더 어려움을 느낀다. 혈압강하제나 혈당강하제를 치료약으로 착각하는 분들은 뭐 그리 어렵냐고 말씀들 하시나, 고혈압과 당뇨의 완치는 洋藥의 의존없이 수치를 안정시키는 데 있음을 아셔야 할 것이다.
고혈압 환자는 중풍의 무서움을 인식하는 덕에 혈압에 대한 주의력이 높고 그 증상의 변화가 심해 환자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는 반면, 당뇨 환자는 우선 당뇨 후유증의 무서움을 모르고 그 후유증 자체가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나기에 몸 관리에 소홀하다. 비컨대 끓는 물에 갑자기 들어갔다가 튀어나오는 개구리는 고혈압 환자의 상황이고, 서서히 끓여지는 물에 몸 익는 줄도 모르는 개구리는 당뇨환자의 입장인 셈이다.
필자는 자신이 심각한 상태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충격요법을 사용하곤 한다. 고혈압 환자에게 중풍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이 그 예인데, 당뇨에는 충격요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물론 당뇨 후유증으로 눈 멀고 발 썩은 사진을 보여 드리면 되겠으나, 한약 팔려고 별 방법을 다 쓴다는 오해를 받기가 두려워 참는다. 당뇨 후유증으로 돌아가신 할머님의 투병과정을 어려서 보아 온 필자에게는 혈당 수치가 좀 높다는 것만 빼고는 아주 건강하다고 말씀하시며 음식 가리기를 무시하는 당뇨환자가 너무나 안타깝다. 자신이 현재 끓는 물 안에 놓여 있음을 아시는지…. 점점 익어가는 자신의 살 냄새를 맞고도 뛰쳐나오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볼 때면 답답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아무리 천천히 끓여진다 하더라도 물이 끓는 것은 표시 나기 마련인바, 당뇨 환자의 개구리 살 익는 냄새는 ‘저혈당증’으로 나타난다. 즉 저혈당증은 당뇨병의 전구 증상인 것이다. 미국인의 4분의 1이 앓고 있다고 보고된 저혈당증은 우리 나라에도 만연해 있으나, 의료인들이 거의 눈치채지 못하기에 ‘신경성’과 같은 전혀 다른 병명이 붙는 경우가 허다하다. 저혈당증의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이 心症과 身症으로 크게 나뉘니, 자신은 분명 몸이 아픈데도 병원으로부터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듣는 분이라면 눈여겨 보시기 바란다.
*** 心症
마음이 공허할 때가 있다.
머리가 혼란스럽다.
건망증이 심하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열등감으로 괴롭다.
감정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쉽게 흥분한다.
인내력이 없다.
특정한 어떤 것에 특히 초조해진다.
항상 긴장되어 있다.
침착함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자살하고 싶어진다.
*** 身症
눈이 희미해지고 사물이 이중으로 보일 때가 있다.
햇빛이 어지럽다.
갑자기 일어나면 어지럽다.
좋은 식사를 하고 날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식을 땀을 흘리고 잠에서 깰 때가 있다.
곧장 맹렬할 식욕을 느낀다.
흥분하면 손에 땀이 배인다.
이따금 심장의 고동이 빨라진다.
근육이 굳어질 때가 가끔 있다.
저혈당증은 혈액 중의 포도당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감소된 상태로서, 三白 가공식품(백미, 흰 밀가루, 백설탕)의 섭취로 인한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의 부족을 원인으로 삼는다. 삼백 식품처럼 섬유질이 부족한 음식은 소화 흡수가 빠르게 이루어져 혈액 내 당분을 순식간에 증가시키고, 이렇게 증가된 당분을 처리하기 위해 췌장이 한꺼번에 쏟아 낸 인슐린은 혈액 중의 당분을 세포 내에 가두어 버려 혈당이 갑자기 떨어지는 상황을 연출하니, 이것이 바로 저혈당증이다.
이처럼 췌장이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과중한 노동을 반복함에 따라 기능이 쇠퇴하여 결국 인슐린을 정상적으로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되는 것은, 저혈당증이 당뇨병의 전구 증상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따라서 당뇨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저혈당증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에 대처하는 식생활의 실천이 요구된다. 자신의 살 익는 냄새를 감지하면 물이 끓기 전에 밖으로 뛰쳐나오는 개구리처럼, 자신이 저혈당 상태임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를 개선하여 장차 다가올 당뇨병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럼 인슐린 문제로 야기되는 만성 퇴행성 질환인 당뇨병의 완치를 위해 인슐린의 역할부터 알아보자. 혈액 내의 포도당이 에너지로 변환되려면, 세포 내 에너지 생산공장인 미토콘드리아로 운반되기 위해 세포막을 통과해야 하는데, 포도당을 세포막으로 통과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인슐린이다. 만약 인슐린의 양이 부족하거나 활동이 부진하게 되면, 세포 내에 잘 흡수되지 않아 혈액 속에 남아도는 포도당이 생겨 혈당치가 높아지게 되고, 신장을 통해 오줌으로도 배설되니 이것이 단맛 나는 오줌 즉 당뇨이다.
한의학에서는 당뇨를 소갈이라 해서 多飮, 多食, 多尿를 3대 증상으로 삼는데, 그 원인을 음식부절, 비위적열, 심지실상, 간화치성, 심화편성, 신수부족의 여섯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土鬱의 관점에서는 여섯가지 모두 하나에서 야기되는 바, 음식부절과 비위적열은 ‘토울’, 심지실상과 간화치성, 심화편성은 ‘목항화왕’, 신수부족은 ‘금쇠수고’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특히 금쇠수고를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대표적인 만성 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을 비교해 볼 때 두 가지 모두 土鬱에 따른 목항화왕과 금쇠수고에서 비롯하지만, 병세가 급격히 나타나는 고혈압은 목항화왕의 원인이 강하고,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되는 당뇨는 금쇠수고의 원인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뇨에 쓰이는 한약재는 공통적으로 潤金, 補水하는 약효를 지니니, 윤금의 대표 약재인 천화분을 가리켜 소갈의 성약이라 일컬음은 당연하겠다.
당뇨의 식이 요법에 있어서도 金氣와 水氣를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풍부한 섬유질 섭취는 金氣를 기르고,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은 水氣를 북돋는다. 영국의 왕립의학조사회의가 연구한 당뇨 식이 요법인 다음의 HFC는 섬유질 위주의 식사법으로서, 미국 국립 영양연구소와 켄터키 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당뇨에 확실한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1. 전분질은 70-80%를 섭취한다. 전분질은 곡류와 야채에서 섭취하는데, 그 곡물도 현미나 통밀같이 정제되지 않은 것으로 한다.
2. 지방은 10% 미만으로 섭취한다.
3. 설탕과 알코올은 억제한다.
이상 HFC에서도 언급되듯이, 당뇨를 ‘섬유질 부족 병’이라 말할 정도로 당뇨병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서 섬유질의 중요성은 크다.
섬유질은 소화가 서서히 되기에 腸에서의 당분 흡수를 느리게 하여 혈당을 일정하게 조정하니, 백미, 흰 밀가루 대신에 현미, 통밀만 먹어도 당뇨에 상당히 좋다. 현미, 통밀은 삼백 식품에 비해 섬유질 뿐만 아니라 비타민, 미네랄도 풍부하다. 또한 인슐린 생합성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연’과, 인슐린 분비를 돕는 ‘칼륨’, ‘칼슘’, 인슐린을 활성화시켜 혈액중의 당분을 세포 안으로 흡수시키는 데 있어 인슐린과 공동으로 작용하는 ‘크롬’, 췌장 기능을 회복시키고 세포가 포도당을 연소시키는 작용을 하는 ‘망간’ 등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
요컨대 당뇨 완치의 길은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곡물과 야채, 과일로 만들어진다. 이처럼 당뇨병은 식이요법만으로도 관리가 어렵지 않은 까닭에 암, 고혈압, 중풍 등의 다른 성인병보다 오히려 치료가 쉽다. 그런데 이러한 식이요법과 함께 운동을 병행한다면 더욱 좋겠다. 췌장과 인슐린이 정상적일지라도 포도당을 받아들이는 세포가 부족하면 이 역시 당뇨의 원인이 되니, 포도당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근육세포를 운동을 통해 증가시킬수록 혈당조절이 잘 되는 것이다.
육류, 유가공품 중심의 식생활과 운동 부족은 포도당을 받아들이지 않는 지방 세포만 늘리고, 근육세포는 줄여서, 연소되지 못한 포도당이 혈액 속에 남아돌게 되어 당뇨발병률을 높인다. 과거 공산국가에서 당뇨병을 잘 먹고 일하지 않는 지주들에게나 생기는 ‘지주병’이라 불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채식으로 뚫린 길을 운동하며 열심히 뛰어갈 때 당뇨완치를 이룰 수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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