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정책론
DRG지불제도는 시범단계에서 확대 실시가 가능한가?
우리나라에서 DRG지불제도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의료보장개혁위원회’에서 현행 행위별수가제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DRG지불제도의 단계적 도입이 건의되면서 부터이다. 정부는 이러한 건의를 받아들여 1995년 ‘DRG지불제도 도입검토협의회’를 구성하고 실무작업반 및 책임연구기관을 지정하였다. 이후 1997년부터 3차에 걸쳐 DRG시범사업이 실시되었다. 1차 시범사업에는 의료계의 반대로 많은 기관이 참여하지는 못하였지만 2차 시범사업부터는 참여 기관수가 급격히 확대되었으며 2002년 1월부터 7개 질병군(4개 진료과)의 입원에 대해 요양기관이 행위별수가 또는 포괄수가제 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후 DRG지불제도는 그 확대, 개편시행을 두고 많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DRG지불제도의 확대시행 가능여부에 대해 알아보았다.
1. 질병군별 포괄수가제도란?
포괄수가제는 입원환자를 주진단 및 기타진단, 수술․처치명, 연령, 진료결과 등을 기준이 유사한 질환군으로 분류, 환자군 별로 사전에 일정한 급여액을 정하여 진료비를 정액 지불함으로 병원진료의 효율성을 제고하며 동시에 진료비 청구 및 지불관련 행정서비스의 단순화를 기하는 제도 즉 한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제공된 의료서비스 개별의 사용량과 가격에 의해 진료비를 계산,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어떤 질병의 진료를 위해 입원했었는가에 따라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지급하는 지불방식이다.
※ DRG(Diagnosis Related Groups)는 “진단명 기준 환자군”이라고 번역되며, 병원경영개선의 목적으로 미국의 예일대학팀에 의해 1960년대 말부터 10여년에 걸쳐 개발된 입원환자 분류체계로, 질병군별(DRG) 분류체계에서 모든 입원환자들은 주진단명 및 부상병명, 수술명, 연령, 성별, 진료결과 등에 따라 진료내용이 유사한 질병군으로 분류되는데, 이 때 하나의 질병군을 DRG라고 함.
2. DRG의 필요성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DRG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① 행위별수가제도에서 의료비상승 가속화에 대한 보완
② 치료재료와 약제 구매가격 절감 동기 유도
③ 진료비 청구․심사시 복잡하고 과중한 업무량의 단순화
④ 어려운 수가 관리의 단순화
⑤ 의료인, 보험자가간 마찰․갈등요인 해소
* 질병군별 포괄수가제도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
○ 환자 입장 : 실질적인 보험급여범위의 확대와 비급여범위 축소로 환자본인부담금이
행위별수가제에서 보다 경감되는 효과
○ 요양기관 입장 : - 진료의 자율성 보장
- 진료비 청구업무의 간소화에 따른 행정비용 절감 효과
- 수가계산 방식의 간편화․단순화로 진료비 부담과 관련한 환자와의 마찰
감소와 비용 효과적인 진료에 따른 진료수익 증가
○ 기타 : 지불단위가 세분화된 행위별수가제에 비하여 지불단위의 포괄화로 수가기준 관리가 용이해지며, 불필요한 행위 및 약제․재료사용 감소로 보험재정의 증가 억제 효과 도모
3. 우리나라 DRG지불제도 도입과정
1) 시범사업 실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간 3회에 걸쳐 총 8개 질병군에 대해 시범사업 실시
※ 참여 요양기관 1,582개(종합전문병원 15개, 종합병원 10개, 병원 125개, 의원 1,333개)
구 분
시 범 사 업
1차
1997
2차
1998
3차
1999
2000
2001
계
54
132
798
1,268
1,645
종합전문
2
11
16
16
15
종합병원
22
61
95
111
108
병 원
19
29
78
106
131
의 원
11
31
609
1,035
1,391
2) 본사업 시행
; 2002년 1월부터 8개 질병군(4개 진료과)의 입원에 대해 요양기관이 행위별수가 또는 포괄수가제 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으로 시행되었다.
※ 대상 질병군(7개) : 수정체수술(안과), 편도․아데노이드수술(이비인후과), 충수절제술, 항문 및 항문주위수술, 서혜 및 대퇴부탈장수술(외과), 제왕절개분만, 자궁 및 자궁부속기수술(산부인과)
3) 시범사업의 성과
저수가, 비급여 증가, 진료행태 왜곡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의료비 적정화는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가가 어려웠지만, 재원일수 감소, 항생제 사용 감소 등 진료행태 정상화를 시범사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DRG지불제도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DRG지불제도가 도입될 경우, 서비스 제공량 감소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가 발생할 수 있고, 코드 조작 등이 용이하여 업코딩 등 부정 청구가 증가할 여지가 있지만 시범사업 평가 결과, 의료의 질 저하가 유의하게 나타나지는 않았고, 업코딩 등 부정 청구도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론 DRG지불제도에 대한 의료기관의 수용성이 제고되었다.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수단이라는 시범사업 초기의 불신을 극복하고 많은 의료기관들을 DRG지불제도에 참여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의료기관의 경험을 넓힐 수 있었다.
4) 시범사업의 한계
전체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지불제도로서의 평가가 미흡하였다. DRG 적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단순 질병군만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였기 때문에, 전체 입원환자에 대해서 DRG 적용이 가능한지, DRG를 전체 입원환자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부족하였다. 또한 포괄수가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적극적 시도가 미흡하였다. 시범사업이라는 한계로 인해, 아래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검토와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마지막으로 시범사업에 많은 의료기관들이 참여하였지만, DRG가 의료비 통제 수단이라는 의료계의 의구심을 해소시키지 못하였다.
4. DRG제도 개선의 필요성
1) 현 제도의 문제점
시범사업과 2002년 이후 본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의료기관의 선택제 방식을 취함으로써 당초 기대하던 DRG제도의 효과는 반감되고 있다.
선택제 하에서 진료행태의 합리화가 필요한 기관들은 행위별수가제에 남게 되고, 진료행태가 합리적인 기관만 DRG지불제도를 선택하게 되어서 결과적으로는 DRG지불제도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되며, 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행위별수가제 하에서 불필요하게 늘어난 진료내역을 매년 인정해 주어야하기 때문에 의료비 절감 효과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DRG지불제도의 부작용도 선택제 하에서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데 DRG지불제도 하에서는 코드 조작이나 의료의 질 저하 등 의료기관의 부정적 행태를 막기 위해 심사기관에서 의료기관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지만, 선택제 하에서는 행위별 기관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의 부정적 행태를 막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선택제 하에서 진료비 지불억제와 합리적인 의료행태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우므로 개정이 필요하다.
2) DRG제도의 확대방안
DRG제도를 전체의료기관에 확대하여 강제적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겠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거셀 것이므로 전면도입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점차 확대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실현가능한 대안일 것이다. 하지만 의료기관은 DRG지불제도를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고, 보험자는 선택제 방식 하에서 대상 질병군을 확대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는 입장차이 때문에 DRG지불제도의 확대는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보험자의 반대에 부닥칠 수 있다.
따라서 DRG지불제도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의료제공자의 반대로 인해 현재와 같은 선택제 방식이 일정 기간 지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다음과 같은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단순 질병군을 대상으로 한 선택제 방식의 DRG지불제도를 현상 유지하거나 점차 축소하고, 전체 입원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DRG지불제도 모형 개발이 필요하다. 즉 대상 질병군을 늘리는 확대 전략에서, 적용 기관이 적더라도 전체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DRG를 적용하는 기관을 확보하고 이러한 기관을 늘려나가는 전략으로 DRG지불제도 확대 전략의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DRG지불제도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DRG지불제도의 경쟁력을 제고하여 의료기관들이 DRG지불제도를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즉 DRG로 지불방식을 변경할 경우 수가 수준을 적정화하여 참여 유인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으며, 행위별수가제를 적절히 혼용하여 DRG지불제도의 유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유연성 제고를 통해서 의료기관의 위험 부담을 줄여주어야지만 새로운 제도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행위별수가보다는 DRG지불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의료기관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DRG 포괄 범위 및 급여 확대
-적정 DRG 수가 개발
-급성기 입원과 장기 입원의 구분
-의료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와 같은 전략이 단계적으로 실시되고 전면도입을 이루기 위한 infra 구축을 해야 할 것이다.
5. 결론
DRG지불제도는 시범사업부터 본사업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논란이 되어왔다. 장기간의 시범사업 뒤 실시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와 이익단체들의 여러 반대에 부딪쳐 현 상황은 당초 목표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도의 유연성을 제고시키고 현 상황의 문제점을 극복하기위해서 DRG확대실시는 불가피하며 그 내용은 반대여파를 고려한 단계적이고 전략적인 계획이 되어야할 것이다. 즉, 위에서 언급한 단기 입원을 대상으로 한 DRG지불제도의 단계적 도입과 더불어 외래, 장기요양, 재가서비스 등으로 포괄수가제를 확대하고, 인두제 등 관련 분야 지불방식의 개선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행위별수가제, 포괄수가제, 인두제 등 여러 가지 지불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혼합형 지불제도를 도입하여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합리적 의료행태와 비용절감이라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여야 할 것이다.
6. 참고문헌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02.7.21
질병군별(DRG) 포괄수가제 제도 개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03
건강보험 DRG 지불제도 개선연구, 보건산업진흥원-보건복지부, 2001
의료급여 DRG지불제도 도입 연구 (2),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02
DRG지불제도 확대적용방안 연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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