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5일 화요일

복령

소나무

옛날 강원도의 어느 산골에 한 선비가 간신들의 모함으로 죄인이 되어 숨어 살고 있었다. 선비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통나무로 집을 짓고 화전을 일구고 숯을 구워서 팔아 목숨을 이어 갔다.

선비한테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들은 재주가 뒤어나서 아버지는 이 아들이 언젠가는 집안을 다시 일으키고 자기의 억울한 누명도 벗겨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열심히 학문과 예절을 가르쳤다.

아들의 나이 열다섯이 되어 과거를 볼 준비에 몰두하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아들은 몸이 퉁퉁 붓고 밥맛이 없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더니 결국 자리에 눕고 말았다. 아버지는 좋다는 약은 다 구하여 써 보았으나 별 효험을 보지 못했고, 아들의 병은 갈수록 더 깊어졌다.

어느 날, 아들을 간호하느라 지친 아버지가 마당가에 있는 소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쉬고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그때 꿈인지 생시인지 수염이 하얀 노인이 뒷산에서 내려오더니

“이놈, 자식이 다 죽어 가고 있는데 잠만 자고 있느냐?”

이렇게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노인은 짚고 있던 지팡이로 선비의 어깨를 내려 치더니 그 지팡이를 발밑에 꽂아 두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선비가 깜짝 놀라 깨어나 보니 지팡이에 맞은 어깨가 아직도 얼얼하였고 노인이 지팡이를 꽂았던 자리를 보니 조그만 구멍이 하나 나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 구멍을 막대로 찔러 보니 무언가 덩어리가 들어 있는 듯하였다. 조심스럽게 흙을 파내었더니 제법 커다란 공 같은 덩어리가 하나 나왔다.

“그래, 이것은 신령님이 내 아들의 병을 고쳐 주기 위해 내려 주신 것이 틀림없어.”

선비는 그 덩어리를 잘게 썰어 정성스럽게 달여 아들에게 먹였다. 과연 아들은 그것을 먹고 부은 것이 내리고 입맛이 좋아지며 기력이 회복되어 오래 지나지 않아 건강을 되찾았다. 그 뒤로 이 덩어리를 신령님이 주신 약재라 하여 복령(伏靈)이라 이름 지었다.

복령은 베어낸 지 여러 해 지난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여 혹처럼 크게 자란 균핵이다. 땅속 20~50센티미터 길이에 달린 것을 소나무 그루터기 주변을 쇠꼬챙이로 찔러서 찾아낸다.

복령은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작용이 있다. <신농본처경>에는 “오래 복용하면 안혼·양신하여 장수한다.”고 적혀 있고, <동의보감>에는 “입맛을 좋게 하고 구역을 멈추며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킨다. 폐위로 담이 막힌 것을 낫게 하며 신장에 나쁜 기운을 몰아 내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수종과 임병(淋病)으로 오줌이 막힌 것을 잘 나오게 하며 소갈을 멈추게 하고 건망증을 낫게 한다.”고 적혀 있다.

<동의보감>에는 복령의 약효에 대해 이렇게 요약했다.

비허로 붓는 데. 복수, 담음병, 게우는 데, 설사, 소변이 잘 안 나오는 데, 가슴이 두근거리는 데, 불면증, 건망증, 만성 소화기성 질병 등에 쓴다.

복령은 소나무의 정기가 뭉쳐서 생긴다. 봄철에 소나무를 베어 내면 줄기는 잘려 없어졌을지라도 뿌리는 가을이 될 때까지 살아 있게 된다. 뿌리가 여름 동안 열심히 땅속의 영양분을 빨아들이지만 줄기가 없으므로 영양분을 위로 올려 보내지 못하고 뿌리 한 부분에 모아 갈무리하는데 이 갈무리한 덩어리가 바로 복령이다.

복령에는 상당한 항암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복령의 주요 성분인 파키닌다당류는 그 자체로는 함암활성이 없지만 1~6가지의 결합을 떼어 버리고 1~3결합만 남겼을 때 암세포에 대한 억제율이 96.88퍼센트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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