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이란 특정 침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느 날 다쿠앙 선사가 야규 다지마노카미의 대문 앞을 지나가다가 안에서 무사들이 훈련 삼아 칼싸움하는 소리를 듣고 혼잣말을 했다.
"허허, 사범이라는 것들이 형편없군."
문지기가 그 소리를 듣고 즉시 다지마노카미에게 알렸다. 그랬더니 다지 마노카미가 화를 내며 명령했다.
"당장 그 건방진 놈을 끌고 오너라!"
다쿠앙은 도장으로 끌려 들어왔다. 다지마노카미는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물었다.
"그대는 출가한 몸이면서도 검술을 좀 아는 모양인데 도대체 무슨 유파를 익혔는가?"
"으하하하....."
다쿠앙이 느닷없이 크게 웃더니 말했다.
"그대는 천하제일의 사범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제보니 검술은 참으로 서투르기가 짝이 없군. 무슨 유파를 익혔는가가 검술의 비결은 아니오. 검을 사용하는데 무슨 유파인가 하는 따위가 왜 필요하단 말이요."
다쿠앙의 당당한 태도에 다지마노카미는 좀 기가 죽었다.
"그렇다면 할 수 가르쳐 주시기 바라오."
다지마노카미가 안절부절못하다가 목도를 들고 일어서면서 말했다.
"그대는 어떤 무기를 택하겠소?"
"소승은 출가한 몸이라 아무 것도 들지 않겠소. 자아, 무슨 유파를 써서든 빨리 쳐보시오."
다쿠앙이 대답하고 도장 한복판에 우뚝 섰다. 다지마노카미는 놀랬다. 한치의 빈틈도 없는 자세였다.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랐다. 다지마노카미는 목도를 내려놓고 다쿠앙에게 무릎을 끓으며 엎드려 간청했다.
"황송합니다. 정말 스님이야말로 지덕이 뛰어난 성승이십니다. 어떤 경우에도 동요되지 않는 심법의 수업을 하교하여 주십시오."
다지마노카미의 그릇에 마음이 움직인 다쿠앙은 그에게 심법의 비결을 전수해 주었다.
필자가 알기로 여기에 나오는 다꾸앙 선사는 한국사람으로 청빈한 생활을 하며 단무지(일본어로 다꾸앙)이란 무로 만든 반찬을 개발한 승려로 알고 있다. 필자는 튼살과 화상치료에 침치료를 응용하여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다른 한의사들은 필자의 침치료에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암침, 동씨침, 체침, 자오유주침, 8체질침등 아무런 한의학적 침법과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싸움의 고수는 승리만 하는 것이 중요하지 특정 침법과는 관련이 없다. 즉 예를 들어 태권도 9단도 싸움을 못하면 동네 불량배에게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의술이란 어짜피 환자의 만족도이며 환자들이 판단해주는 것이지 특정 침법에 귀속되어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필자도 한의학적인 침법이론이나 경락이론은 존중하며 다른 내과적이거나 근골격계를 시술할 경우에는 한의학적인 방법으로 치료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