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이 날 때
가. 열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한밤중에 아이가 열이 펄펄 나면 엄마들은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모릅니다. 열은 우리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몸을 지키기 위해서 나는 것으로, 병이 아니라 열이 나는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상입니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면 열은 우리 몸에 나쁜 것이 아니라 치료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대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감기 같은 병 때문에 열이 나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심각한 병을 알리는 신호로 열이 날 수도 있으므로 아이에게 열이 있으면 일단 신경을 쓰는 게 좋습니다.
나. 어떤 때 열이 난다고 하나요?
체온은 사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어: 한 마디로 정상일 때의 체온보다 체온이 올라간 상태를 열이 난다고 합니다. 사람은 항온 동물이라서 체온이 거의 일정한데, 어린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서 체온이 약간 높은 편입니다. 체온은 사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고 하루 중에도 약간의 차이가 생깁니다.
정상적인 체온은 몇 도인가요?: 1세 이하는 37.5도, 3세 이하는 37.2도, 5세 이하는 37도, 7살이 넘으면 어른과 비슷한 36.6~37도가 정상적인 평균 체온입니다. 어린 아이일수록 어른보다 체온이 높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는 체온을 항문으로 재는 것이 정확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항문보다는 겨드랑이로 재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겨드랑이로 체온을 잴 때는 땀을 잘 닦고 3~5분 정도 충분히 잘 눌러서 재야 정확히 재집니다. 그리고 소아과에 가서 열을 잴 생각은 마십시오. 열은 열이 있을 때 집에서 재야 합니다.
열이 있다고 판단하는 체온은?: 나이에 따라서 약간 다르지만 흔히 항문에서 38도, 구강에서 37.8도, 겨드랑이에서 37.2도 이상인 경우에 열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또 하나 평소에 계속 36.5도였던 아이가 갑자기 37도가 되어도 열이 있다고 봅니다. 열이 있는지 정확히 알려면 평소에 체온을 자주 재서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다. 열이 나면 소아과 진료를 받으십시오!!
열이 나는데, 당장 소아과에 가기 힘들 때는 일단 해열제를 먹이면서 기다려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열이 24시간 이상 지속되면 소아과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해열제는 열이 38도가 넘는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열제는 열을 1도에서 1.5도 정도만 떨어뜨릴 뿐입니다.
라. 열이 날 때 바로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
생후 3개월도 안된 아기가 열이 나면 감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패혈증이나 폐렴, 뇌막염 등의 심각한 병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생후 3개월도 안된 어린 아기의 경우에는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으므로 집에서 해열제를 먹이면서 기다리기보다는 바로 소아과 의사의 진료를 받는 편이 좋습니다. 열이 39도가 넘거나, 전에 경련을 일으킨 적이 있거나, 경기를 하거나 할 때도 바로 소아과 의사에게 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기가 많이 아파 보이고 깨워도 잘 깨지 않거나 의식이 없거나 머리가 심하게 아프다거나 목이 뻣뻣한 경우에도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이런 경우는 뇌막염이나 다른 중한 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갑자기 침을 잘 못 삼키고 질질 흘리는 경우에는 후두 쪽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열이 40.5도가 넘으면 심각한 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바로 소아과 의사에게 보여서 원인을 밝히고 치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열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심하지 않는 열이라도 하루 이상 지속되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소아과 의사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열이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를 때는 망설이지 말고 소아과 의사를 찾아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제일 안전한 방법입니다.
마. 이럴 땐 응급실로라도 가야 합니다!!
3개월 이하의 아기가 열이 날 때
열이 나면서 많이 아파보일 때
열이 나면서 의식이 몽롱하거나, 의식이 없거나, 머리를 심하게 아파하거나, 목이 뻣뻣하거나, 경련을 하거나, 기침을 하면서 숨쉬기 힘들어 할 때
열이 나면서 다리를 절거나 움직이지 못할 때
6개월 이전의 아기가 겨드랑이로 잰 체온이 38.1도 이상일 때
6개월 이후의 아기가 겨드랑이로 잰 체온이 39.7도 이상일 때
바. 열이 날 때 원인은 대개 감기입니다
열이 나는 경우 대개의 원인은 아이가 감기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목이 아프고 열이 나고 기침과 콧물이 나오면 여러분들이 다 아시는 것처럼 감기에 걸린 것입니다. 하지만 열감기라는 것이 그리 간단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열이 나는 소위 열감기라 불리는 것들 중에는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 심장이나 콩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아이가 감기 증상을 보이면서 열이 많이 날 때는 소아과 의사의 진료를 받고 치료를 하는 것이 좋은데, 경우에 따라서는 항생제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면 의사가 그만 치료하자고 할 때까지 반드시 의사의 지시대로 약을 먹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 열나면 꼭 정상체온까지 떨어뜨려야 하나?
열나는 아이의 체온을 정상체온으로까지 떨어뜨리는 것이 해열제 사용의 목표는 아닙니다. 정량의 해열제를 쓰면서 아이가 불편해 하지 않고 열성 경기를 하지 않을 정도로만 떨어뜨려 주면 열이 약간 있더라도 상관 없습니다. 열 그 자체가 몸에 나쁜 것은 아닙니다. 병에 걸렸을 때 열이 나서 체온이 높아지면 우리 몸의 기능이 그만큼 활발해져 병의 치료에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어느 정도의 열은 아기의 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고, 치료중이라면 너무 민감하게 열! 열! 그러지 마십시오. 아무리 좋은 해열제를 사용해도 열은 1~1.5도만 떨어집니다.
아. 이런 때는 열나는 원인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병이 완전히 나을 때까지 치료해야 합니다: 열이 나면서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면 장염일 가능성이 많고, 열이 나면서 소변을 자주 보고 소변을 볼 때 아파하면 요로감염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열이 나면서 귀가 아프다고 할 때는 중이염을 의심합니다. 이렇게 명확히 병 이름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병이 완전히 나을 때까지 치료해야 합니다. 특히 요로감염에 걸리면 배가 아플 수도 있는데, 이때 배가 아프다고 함부로 항생제나 배 안 아프게 하는 약을 먹이면 나중에 진단을 붙이기가 힘들어집니다. 요로감염은 요로감염 자체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반될 수 있는 요로 역류나 신장의 기형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컸을 때 신장의 기능을 잃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5일 이상 열이 나면 가와사키 병도 의심해야: 가와사키라는 병의 이름을 들어보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가와사키에 걸린 아이는 5일 이상 열이 나고 임파선이 붓고 눈과 입술이 빨갛고 손발에 발진이 생기고 붓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5일 이상 열이 나게 되면 소아과 의사들은 이 병을 한번쯤 염두에 두고 진료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병은 흔히 알려진 만큼 많은 아이들이 걸리는 병은 아니므로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가와사키라는 병이 아니더라도 5일 이상 열이 나면 감기 말고 다른 병이 있는 것은 아닌지 소아과 의사들은 고민을 합니다.
자. 열꽃이 피었을 때
열이 난 후 몸에 붉은 두드러기 같은 것이 돋는 경우 열꽃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때의 열꽃은 병이 악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회복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얼굴이나 다리에는 적고 주로 몸통, 목, 귀 뒤쪽에 나타납니다. 대부분 1~2일 이내에 아무 흉터 없이 깨끗하게 좋아집니다. 아기가 열이 난 다음 몸에 꽃이 피어도,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면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개는 바이러스성 발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꽃이 피는 병이 많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병명이 무엇인지는 의사가 직접 보아야만 알 수 있습니다. 온몸에 열꽃이 퍼졌다가 며칠이 지난 다음 가라앉으면 괜찮지만, 계속될 때는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차. 열은 무조건 떨어뜨려야 한다구요?
열이 나는 것 자체는 우리 몸에 좋은 측면이 있습니다: 자동차도 시동을 건 뒤 엔진이 어느 정도 열을 받은 후에 출발해야 제대로 나가듯, 우리 몸도 병이 나면 몸의 기능을 높이기 위해 체온을 높입니다. 이때 체온이 알맞게 올라가면 우리 몸의 기능이 좋아져서 병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되지만, 너무 높게 올라가면 불쾌감과 함께 식욕이 떨어지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경기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높은 열은 떨어뜨려 주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아이의 체온이 38도 이상이면 일단 열이 많이 있다고 판단하고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열 자체는 병이 아니라 증상에 불과하므로 열을 떨어뜨린다고 곧 병이 낫는 것은 아닙니다.
해열제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간혹 열은 무조건 빨리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해열제를 먹이는데도 계속 열이 난다며 써스펜 좌약을 추가로 더 넣거나 부루펜 시럽을 얼마간 더 먹이는 엄마들도 많습니다. 열을 빨리 떨어뜨리는 방법은 소아과 의사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의 종류에 따라 열이 나는 기간이 차이가 나기도 하고, 어떤 병은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잘 안 떨어지므로 해열제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열이 심하지 않다면 굳이 해열제를 먹일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 몸에 이상이 있으면 이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단 원인을 밝혀내면 치료를 하게 되는데, 그 치료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열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카. 열을 금방 떨어뜨리는 해열제 주사?
미국에서는 아무리 열이 심해도 아이에게 해열제 주사를 놓지 않습니다. 저의 아이도 열이 40도 가까이 나서 제가 새벽 5시까지 잠도 못 자며 물로 닦아주고 고생을 했지만 주사를 놓지는 않았습니다. 주사 한 방이면 아이도 편하고 저도 편할 수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잠을 설친 것은 제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이에게 주사를 놓는 것은 의사와 엄마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아이들이 고생하는 것과 안전성 사이에서 미묘한 줄다리기를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우리 아기라면 주사를 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도 주사를 놓지 않습니다. 물론 자신의 아이들이 열이 나도 주사를 맞히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저의 선배 중에서도 해열제 주사를 놓는 것을 권장하는 분도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라 저도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은 다른 아이들이 열이 나도 주사를 놓겠지요. 주사가 필요한 때는 당연히 맞아야 합니다. 주사 자체가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닙니다. 주사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주사를 맞을 때 소아과 의사와 상의를 하시면 됩니다.
타. 열이 나면 덮어둔다?
최근 신토불이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 아이에게는 우리나라의 전통요법이 좋다는 생각에서 열나는 아이를 이불로 폭 싸두는 엄마들이 더러 있습니다. 엄마들이 반드시 알아두셔야 할 것은 전통 민간요법이 과거에는 합당한 방법이었지만 현재는 더 좋은 방법이 있을 수 있고, 만일 그런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그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열나는 전염병이 많았으며 그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격리 차원에서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꼼짝 않고 있어야 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열 날 때 바람 쐬지 말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전염을 막기 위한 옛날 사람들의 지혜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거의 모든 전염성 열병을 치료할 수 있으므로 전염을 막기 위해 개인이 손해보는 방법을 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열이 많이 나면 옷을 모두 벗기고 수건에 미지근한 물을 적셔 닦아주어야 합니다. 물론 치료를 하면서요.
파. 열이 심하면 머리가 나빠지나요?
간밤에 아이의 열이 40도가 넘었는데 혹시 뇌세포가 파괴되지는 않았을까요? 하고 묻는 엄마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감기처럼 흔히 볼 수 있는 병에 의해서 열이 펄펄 나는 경우, 열 때문에 뇌세포가 파괴되거나 머리가 나빠지지는 않습니다. 열이 40도가 넘어도 말입니다. 열나는 병 중에서 뇌에 손상을 주는 병이 있는 것이지 감기 때문에 열이 많이 난다고 해서 머리가 나빠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열이 나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하는 어른들의 말씀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습니다. 예전에는 뇌염이나 결핵성 뇌막염 등 열이 난 후에 머리가 나빠지거나 엄청난 후유증이 생기는 병이 많았고, 그 병에 진단을 붙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열이 나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생각했던 것이니까요. 단, 체온이 41.7도가 넘으면 뇌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또 주위에서 보면 열이 심하면 병도 심하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열이 심한 것과 병이 심한 것은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수족구병과 같이 별다른 후유증을 남기지 않지만 열이 펄펄 나고 아기가 힘들어 하는 병이 있는가 하면, 결핵성 뇌막염같이 열이 나는 정도와 상관없이 나중에 심한 후유증이 생기는 병도 있으니까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