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콧물과 코막힘
주변에서 보면 콧물이 나오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최근 들어 공기 오염이 부쩍 심해지면서 일년에 몇 달씩 콧물을 흘리는 아이도 흔합니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콧물을 많이 흘리면 혹시 축농증에 걸린 게 아닌가 고민을 하지만, 콧물이 나오는 것은 코 안의 점막이 자극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그렇더라도 콧물이 많이 나오면 중이염이나 축농증 같은 합병증이 잘 생길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콧물 외에 다른 증상이 동반될 때는 아이에게 다른 병이 있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간혹 아이가 감기에 걸려 콧물과 가래가 심하면 당장 뽑아야만 되는 줄 아는 엄마들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엄마는 아예 콧물 뽑는 기계를 구입해서 하루에 4회씩 열심히 뽑아주기도 하고, 또 어떤 엄마는 코가 넘어가면 기관지에서 가래로 변한다고 믿어 의사에게 코를 뽑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코는 넘어가도 기관지에서 가래가 되지 않으며, 코를 뽑는다고 감기나 비염이 빨리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코를 함부로 뽑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가. 콧물은 왜 나오는 걸까요?
콧물이 나오는 가장 흔한 원인은 감기입니다: 감기는 다른 말로 급성 비인두염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감기에는 비염이 동반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감기에 걸리면 코의 점막에 염증이 생겨서 콧물을 흘리게 된다는 뜻입니다.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오는 엄마들 가운데는 아이가 감기에 걸렸는데 비염이 동반된 것 같으니 콧물을 뽑고 치료해 달라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비염은 원칙적으로 먹는 약으로 치료하는 병이지 콧물을 뽑아주거나 코를 뻥 뚫리게 하는 점막 수축제를 뿌려 치료하는 병이 아닙니다. 콧물을 뽑거나 코에 약을 뿌리면 우선 당장 콧물을 멎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코 점막의 정상적인 기능에 장애를 일으켜 나중에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그래서 저는 콧물을 뽑거나 코에 약 뿌리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에 콧물이 줄줄 흐르기도: 주기적으로 일주일 이상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는 경우, 아이가 코가 가려워 후비고 비벼서 코피가 나는 경우, 그밖에 눈이 충혈되거나 눈밑의 피부가 검게 변하는 경우에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이때는 콧물을 멈추게 하는 약을 자꾸 먹이기보다는 소아과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코에 이물질이 들어가도 콧물이 나올 수 있어: 누렇고 냄새가 심한 콧물이 한쪽 코에서만 나온다면 아이의 코에 이물질이 들어가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장난감 총알․땅콩․휴지․밥알 등등 아이들의 코를 노리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심지어 일부러 이런 것을 코에 넣는 아이도 있습니다. 코에 이물질이 들어간 경우는 바로 소아과 의사의 진료를 받고 빼주어야 합니다. 만약 콧물이 누렇고 진하게 나온다면 이물질보다는 세균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합니다. 물론 이때도 소아과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나. 아기들은 코가 막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아기들의 코가 쉽게 막히는 이유는 숨을 쉬는 공기의 양에 비해 콧구멍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며, 분비물이 비교적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분비물이 코 안에서 말라 그대로 코딱지가 되면 안 그래도 작은 콧구멍이 작은 코딱지에도 꽉 막히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코가 막히는 원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코가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코는 별로 없는데 코의 점막이 부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코가 막혔는데도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는다면 그냥 지켜보면서 방 안의 공기가 건조하지 않게만 신경을 써주세요. 심하지 않으면 콧물을 풀지 않고 놔둬도 괜찮습니다. 그냥 놔두면 저절로 위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코에는 적당량의 콧물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
다. 코가 막혔을 때는 이렇게 해주세요
수분을 좀더 많이 먹입니다: 콧물의 주성분은 물입니다. 그러므로 코가 막혔을 때는 아이에게 수분을 더 많이 먹입니다. 콧물에 물기가 많아지면 묽어져서 끈적끈적한 콧물보다 훨씬 풀기가 쉬워집니다.
라. 코가 막히면 우선 코를 풀어 줍니다: 콧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코가 막힐 때는 우선 코를 풀어 줍니다. 말귀를 알아듣고 협조가 되는 아이들은 코를 풀 때 한쪽 코를 막고 양쪽을 번갈아가며 풀어 줍니다. 그래야 중이염을 예방하는 데 좋습니다.
마.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건조한 공기를 들이마시면 콧물이 더 말라붙을 수 있고, 코 안의 점막이 자극을 받아 부으면서 코가 막히기도 합니다. 습도는 50~60%로 맞추는 것이 좋으나 코가 많이 막히면 의사와 상의해서 더 높일 수도 있습니다. 가습기를 사용할 때는 기본적인 주의사항을 잘 지켜야 합니다(가습기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가습기와 청정기 편을 참조). 그리고 코에 따뜻한 물수건을 대주면 일시적으로나마 막힌 코를 뚫어 줄 수 있습니다. 옛날 영화를 보면 엄마가 감기 걸린 아이를 안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목욕탕에 앉아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런 방법도 막힌 코를 뚫거나 가래를 묽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바. 흡입기나 뻥코로 살짝 한두 번 빨아 주는 것도 도움이 돼: 코에 식염수를 서너 방울 넣고 2~3분이 지난 후에, 아기용품점에서 파는 흡입기나 소아과에서 파는 뻥코를 이용해서 살짝 한두 번 빨아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너무 자주 빨아내거나 강하게 빨아내면 코 안의 점막이 손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뻥코 하나쯤은 장만해 두시면 좋습니다.
사. 면봉을 콧속 깊이 넣지 마세요: 면봉은 코 입구에 콧물이 딱딱하게 말라붙은 것을 제거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막힌 코를 뚫겠다고 면봉을 콧구멍 속으로 깊이 넣으면 절대로 안됩니다. 누가 그렇게까지 하겠느냐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간혹 그러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 콧물! 함부로 뽑지 마세요!!
콧물이 누렇게 나온다고 열심히 콧물을 뽑아주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입니다. 코에 약을 뿌리고 코를 뽑아내는 것은 단지 콧속을 잘 보이게 하여 진찰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약을 뿌리고 코를 빼주면 일시적으로 코가 뚫려 아이가 시원해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꼭 필요해서 소아과 의사가 뽑아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저는 콧물을 뽑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소아과 의사들이 콧물을 뽑고 약을 칙칙 뿌리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복해서 콧물을 뽑아주다 보면 코의 점막이 마르게 되어 코가 더 막힐 수 있으며, 콧물이 제거되면 코 점막이 부족해진 방어물질을 더 많이 만들어 분비시킴으로써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으며. 자칫 콧물 속에 들어있는 유익한 성분(병균과 대항하는 성분)까지 몽땅 없앰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 몸의 자연 치유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한 소아 알레르기 및 호흡기 학회의 전문가들은 진찰 이외의 목적으로 콧물을 뽑는 것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자. 코막힘을 둘러싼 오해 세 가지
(1) 오해 하나 : 콧물은 무조건 뽑아주는 것이 좋다? 콧물을 뽑는 문제는 의사의 재량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확실히 콧물을 뽑아주면 코 막힘이 덜해진다는 말은 맞습니다. 시중의 아기용품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흡입기 같은 기구는 아주 가벼운 압력으로 콧물을 뽑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아기가 코가 많이 막혀서 힘들어 할 때 한두 번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사용하는 강력한 기구를 이용해서 콧물을 뽑아내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그리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저는 감기에 걸렸을 때 콧물을 뽑아야 감기가 빨리 낫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 오해 둘 : 코가 뻥 뚫려야 축농증이 안 생긴다? 코가 뻥 뚫려야 축농증이 안 생긴다는 것 역시 의사들은 별로 동의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간혹 막힌 코를 뚫으려고 코에다 칙칙 뿌리는 약을 함부로 사용하는 분들이 있는데, 점막수축제는 일시적으로는 코를 뻥 뚫리게 하지만 나중에는 점막을 마르게 해서 코 막힘을 더 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코에 뿌리는 약은 함부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물론 괜찮은 약도 있지만 모든 약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은 후에 사용해야 합니다.
(3) 오해 셋 : 아기의 코가 막히면 코에 젖을 짜 넣는다? 아기의 코가 막혔다고 코에 젖을 짜 넣어주는 엄마들이 가끔 있습니다. 젖을 코에 넣으면 코에 자극을 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염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기가 코가 막혀 할 때는 코에 식염수를 서너 방울 넣은 뒤 비벼주는 것이 좋습니다. 옛날에는 젖을 빨 힘이 없는 미숙아에게 가느다란 깔때기를 이용해 코로 젖을 먹였다고 합니다만, 요즘은 소아과 의사들도 잘 모르는 20세기 초반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차. 코 막힌 데 기가 막히게 잘 듣는 약!!
먹는 약으로 항히스타민제나 에페드린 계통의 약을 복용하면 콧물을 줄이고 부은 점막을 수축시킬 수 있는데, 이런 약들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합니다. 코에 뿌리는 점막 수축제는 처음에는 코가 막히게가 아니라 기가 막히게 잘 듣습니다. 하지만 며칠 사용하다 보면 코가 더 막힐 수도 있고, 게다가 장기간 사용하면 축농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보고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아기에게 사용할 때는 반드시 소아과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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