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의 한약이야기
『기옹은 이렇게 말했다』중에서....
Ⅰ....
韓藥을 집에서 다려먹을 때, 한국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물을 많이 붓고 몇시간이고 졸일수록 좋다 생각하고, 그리고 삼베천으로 말아 쫘악 자아낼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그릇된 습성이 있다.
韓藥을 다린다는 뜻은 물분자들이 활성화되어 약재의 성분을 때려낸다는 뜻인데, 그것은 약재의 성분이 원형태로 보존되는 범위에서 이루어질수록 더 좋은 것이다.
따라서 오래 끓이는 것은 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들면, 薄荷나 龍腦와 같이 휘발성․방향성이 있는 약재는 그 휘발성․방향성 때문에 그 약재의 효능이 있는 것인데 그것을 오래 다리면 그 냄새나 맛이 전부 없어질 것임으로 소용이 닿는 바가 없을 것이다.
반대로 六陳良藥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약재가 묵고 오래될수록 좋다는 뜻이다(진피와 같이).
이런 六陳藥材들은 반대로 그 휘발성이 다 날아간 다음에 쓰는 것이 좋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약재에는 이와같이 제각기 다른 자기 특성이 있어서 참으로 약을 제대로 다릴려면 약재를 물이 끓는 시간에 따라 따로따로 집어넣어 끓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첩에 같이 묶인 약재를 따로 끓일 수는 없을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약탕관에 물을 약재가 깔리는 것보다 두층정도의 물을 덥수고 그것을 대강 큰 잔으로 한컵나올 정도도 재갈재갈 끓이는데 약 한시간이상을 초과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스불일 경우 처음에 쎄게 불길을 MAX(최대)올 놓았다가 끓기 시작하면 불길을 MIN(최소)보다 약간 크게 한 4․50분 유지시키다가 마지막에 5분이나 10분정도 그 양을 보아가면서 다시 불을 크게해서 한번 다시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탕관에서 다 끓은 약재를 삼베천에 엎어 짜낼 때 너무 완벽하게 짜내는 것은 좋지않다.
막판에는 침전물이 많이 빠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약을 들이킬 때 주저하는 것이 그릇에 최종적으로 깔리는 침전물인데 한국사람들은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라는 속언이 있듯이 약은 무조건 귀한 것이라는 상념 때문에 그리고 비싼 돈주고 산것인데(예들들어 용이 들은 약같은 것) 아깝고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그 침전물을 악착같이 다 들이키고 또 모잘라 손가락으로 찍어 쪽쪽 빨아먹는다.
그런데 이것은 내 몸을 망치는 행위인 것이다.
약효는 이미 위에 뜬 물로서 충분하다. 약효는 싸인(기호)체계일 뿐이다.
침전물은 위장관에 부담만을 주는 백해무익한 것이다.
그리고 더구나 그 침전물속에는 몸속에서 분해안되는 무기물질이나 광물질이 함유되어 있을 때가 많다.
첩약속에는 石膏, 滑石, 雲母, 硃砂, 芒硝, 白礬 輕粉 등 정상적으로 인체에 무리를 주는 광물질이 섞여 있을 때가 많다. 따라서 이런 것들은 반드시 침전시켜서 내버려야 하는 것이다.
한약을 먹을 때 반드시 위에 뜨는 약물만 내고 가라앉는 일체의 침전물은 아깝다말고 내버릴 것이다.
이점이 우리나라 한약먹는 습관에서 가장 계몽이 안되어있고 누구든지 애매하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나도 최근에 강순수선생님의 方劑學의 속에서 깨달은 것이다.
Ⅱ....
丹이라는 것은 둥글다는 뜻으로 丸․元․圓과 다 통하는 뜻이다.
그런데 약 이름에 丹자를 붙이는 것은 대개 값비싸고 소중한 약재가 들어갔을 때 그런 이름을 붙이는 것같다.
공진단(拱辰丹: 鹿茸, 當歸, 山茱萸, 麝香)과도 같이.
그런데 丹중에서 가장 흔한 것으로 은단(銀丹)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일본사람들이 일제시대때 개발하여 동남아상권에 팔아먹은 약인데 그 원래 이름은 仁丹이었다.
마치 인단을 안먹으면 紳士축에 못끼는 듯한 인상을 주게 만든 것이 일본제국주의의 인단무화였다.
우리 아버지도 평생 항상 주머니에 인단을 넣고 다니셨고 나는 때때로 아버지주머니에서 훔쳐내어 잘 먹었다.
그런데 내 기억으로 인단만 먹으면 입에서는 화아하고 좋았으나 뱃속이 좋질 않았다.
인단속의 화아한 기운은 박하의 기운이다. 그런데 박하는 찬약이다.
그래서 속이 냉한 사람에게는 좋지않다.
속이 냉한 사람이 인단을 사용하는 것은 해롭다. 나는 肝이 강해 土氣가 눌리므로 胃가 좋질 못하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같은 목양체질인데도 불구하고 위가 더웠고 소화력이 왕성하셨다.
하여튼 나의 체질에 맞는 정상적 음식이외의 모든 것은 상용하거나 장복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은단을 덮고 있는 은가루도 몸에 좋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Ⅲ...
알로에도 찬약이다. 그래서 排便을 돕는 성질이 있다.
그런데 위장이 찬 사람이 장복하는 것은 물로 해로운 것이다. 알로에도 한방에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노회(蘆薈)라 하여 옛날부터 있었던 약이다.
性味, 苦․寒․無毒하며, 肝․心․脾로 歸經하며, 효능은 淸熱通便하고 殺蟲除疳하며 凉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약파는 사람들의 말은 될 수 있는대로 믿지 않는 것이 좋다.
그들은 그 약을 팔기 위해 그 일면만을 말할 뿐이다.
제대로 된 약장수치고 자기가 파는 약을 長服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든 약은 일시적인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약으로 건강해질 수는 없다 이것은 가슴깊이 새겨들어야 할 명언이다. 만고에 변함이 없는 진리다.
Ⅲ...
모든 약에 대해서 그 좋은 효과만 알고 나쁜 효과를 모르는 것은 참으로 우매한 것이다.
약방의 감초라는 말 때문에 감초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신농본초경찬』에는甘草는 味가 甘하고 氣가 平하여 오장육부의 한열사기를 두루두루 다스리고, 筋骨을 단단하게 하며 肌肉을 잘 生長시켜 힘이 부쩍부쩍 나게하고, 상처에는 그 독을 풀어주고, 그것을 久服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장수하게 된다(甘草…味甘氣平, 主五臟六腑寒熱邪氣, 堅筋骨長肌肉倍力, 金創解毒, 久服輕身延年.)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이런 것은 다 허황된 말이다.
감초에는 매우 다양한 좋은 작용이 있는 것은 현대의 약리학도 성분학적으로 밝혀 놓고 있지만, 감초를 많이 먹으면 간장내의 스테로이드분해가 억제되어, 저카륨혈증이 유발되어 온몸이 붓고 배가 창만하게 될 수도 있다.
몸이 붓는 환자에게 감초를 많이 주면 몸이 더 붓고, 살찌는 환자는 살이 더 찐다. 감초를 삼가는 것이 좋다.
Ⅳ..
보통 한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약을 지어주면서 하루 세첩을 꼭 다려먹으라하고, 환자들은 또 하루 세첩을 다 안먹으면 큰일나는 줄로 생각하는데 이것 또한 약에 대한 상식이 크게 잘못된 것이다.
약은 복용방법에도 그 획일적 기준이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약을 먹어 내 몸에 부담이 가거나 좋지않다고 생각될 때는 그 약이 제아무리 좋은 것이라해도 계속 복용하는 것을 심각히 재고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로부터 瞑眩(명현)이라는 것이 있어 良藥을 복용하면 그 직후에 몸에 이상한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 있으나 이 명현이란 좋은 효과를 위한 몸의 적응기전을 말하는 것으로 해로운 부작용과는 구분되는 것이다.
명백한 부작용이 지속될 때는 복용을 당연히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보약같은 것은 대개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먹는 것인데 그것이 아무리 좋다 할지라도 몸에 무리가 가기 시작하여 그것이 누적되면 나쁜 효과가 나타난다.
보약에는 當歸와 같이 점성(粘性)이 강한 약들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것은 대개 위장에 부담을 준다.
이런 약을 하루에 세첩씩 들이킨다는 것은 실로 우매한 짓이다. 더구나 요즈음 같이 모든 음식이 비후(肥厚)한 것일 때에.
나는 한약을 평상적으로 하루에 한첩을 기준으로 하여 느낌에 따라 자율적으로 가감한다.
하루 세첩의 원칙은 우매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재탕도 해먹지 않는다.
요새같이 약이 흔한 세상엔 유감없이 버리는 것이 좋다.
Ⅴ...
약이란 한마디로 인간의 정성이다. 요즈음 한의원에서 약을 비닐팩에 포장하여 주는데 이것은 한약의 보편화에 크게 기여했을 뿐아니라 그 편리함 때문에 때로 우리가 불가피하게 이용치 않을 수 없는 방법이지만, 약은 반드시 첩약으로 지어와서 집에서 대려먹는 것이 좋다.
시간제 타이머가 붙은 전기약탕관도 그리 나쁠 것은 없으나 재래식 도기탕관에 가스불로 대려먹는 것만 하지는 못하다.
허나 도기탕관이 요즈음은 악독한 유약을 바른 것이 많다하고 또 현대생활에 여간 정성을 드리지 않으면 가스불로는 약을 태워먹기 십상이므로 그런 경우는 오히려 전기탕관도 부방할 것이다.
허나 전기탕관의 경우는 탕관이 테프론코팅을 한 것은 독이 됨으로 절대 써서는 안된다.
순수 파이렉스 유리그릇만을 사용할 것이다. 제일 좋기는 역시 무해한 전통도기탕관에 가스불로 대려먹는 것이다.
전남 증광같은데서 만드는 도기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약을 대릴 때 뚜껑을 밀폐하여 압축솥으로 대리는 방법은 약물이다.
그것은 약성을 파괴시키는 우매한 짓이다. 많은 한의원에서 시간단축을 위해 압축솥을 쓰는데 그것은 좋지 않다.
끓이는 과정이 반드시 정상기압에서 氣가 순환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뚜껑이 없이 창오지로만 막았던 것이다. 창호지는 우수한 기의 필터였던 것이다.
Ⅵ...
약을 다리는 원칙은 中庸이다. 약재에 따라, 그 최종산물의 중용상태를 점검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같은 약이라도 다리는 방법에 따라 그 약효가 천차만별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Ⅶ...
불수산(佛手散)이라는 약이 있다.
『方藥合編』上統百十一에 있다. 그리고 궁귀탕(芎歸湯)이라는 약이 있따.
그런데 이 약은 둘다 補血약의 대표로 꼽는 당귀(當歸)와 活血약의 대표로 꼽는 천궁(川芎), 단 두종의 처방으로써만 구성되어 있다.
궁귀탕의 경우는 당귀와 천궁이 똑같이 닷돈씩 들어가 있고 불수산은 당귀가 여섯돈이고 천궁이 넉돈으로 되어있다.
5:5와 6:4라는 비율의 문제만으로 이 두 약은 이름과 횬으을 달리하는 전혀 다른 약이 되어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같은 약재라도 그 방제의 구성에 따라 전혀 다른 약이 된다는 것이 바로 한약의 큰 특징이다.
그런데 과연 5:5와 6:4의 비율의 차이만으로 그렇게 큰 차이가 날 것인가? 그것은 일면 수긍이 갈듯하면서도 잘 납득이 되질 않는다. 실제로 이 兩者간에 그렇게 현저한 효능의 차이가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허나 현대적인 성분검사만으로 그 명칭을 달리하는 존재이유를 검증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뭔가 숨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Ⅷ...
파두(巴豆)는 대극과(大戟科)에 속한 상록교목인 파두나무의 종자인데, 반알만 먹어도 복통이 오고 大下가 되는 峻下逐水의 극약이다.
그런데 쥐는 이 파두를 아무리 먹어도 끄떡없다. 인간에게 극독약인 파두는 쥐를 살찌게 하는 것이다.
반하(半夏)도 마찬가지다. 인간에게는 유독하여 그를 먹으면 인후염이 걸리는데 꿩은 그것을 먹고 살만 찐다.
Ⅸ...
동물은 몸이 불편하면 평소에 먹지 않던 풀을 뜯어 먹는다. 동물은 본초의 도사들이다.
Ⅹ...
사랑은 감미롭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에겐 쵸콜렛을 선사한다. 甘味는 緩和의 작용이 있다.
마음이 각박할 때 사탕을 먹으면 마음이 좀 느슨해지고 여유가 생긴다.
보채는 아기에게 단 것을 물리는 것도 동일한 본초학적 지식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후르시쵸프가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아이젠하우어는 후르시초프가 먹는 커피잔에 설탕을 많이 넣게했다. 후르시쵸프의 긴장을 완화시킬려는 작전이었다.
이렇게 한의학적 지혜는 정치에까지 유효하다.
ⅰ..
오이는 淡味의 대표다. “淡味”란 심심한 맛이다.
심심하다 하는 것은 결코 싱겁다는 뜻은 아니다. 淡味는 利竅의 작용이 있다.
모든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잘 빠져나가게 한다. 오이를 먹으면 소변이 잘 나간다.
그리고 변비에도 도움을 받는다.
ⅱ..
인삼을 떼부짱이라고 한다면 산삼은 하늘하늘하게 날씬한 미녀와 같다.
ⅲ..
체구가 건장하게 생겼는데 힘이 없다. 이때는 補氣藥을 써라! 뛰기도 잘하고 빠닥빠닥 꼬리기도 잘하는데 빼짝말렀다. 이때는 補血藥을 써라!
ⅳ..
농부가 씨뿌리고 언제 비료를 주는가? 모낸 후 얼마지나서 새싹날 때 준다.
그때 발육이 가장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애기들에게 귀룡탕보약을 먹어두면 평생 건강에 좋다고는 알고 있으나 언제 먹이는 것이 좋은지는 모르고 있다.
귀룡탕을 먹일려면 두세살안팎에 먹여야 한다. 그때 발육이 가장 현저한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아직 생명의 자리가 다 잡히질 않었기 때문에 효험이 크다.
그런데 男女七歲不同席이라, 7․8세를 지나 성징이 발달할 때 귀룡탕을 쓰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다.
자지가 매일 빠닥빠닥 서있는 중학생에게 녹용든 보약을 먹이면 애버리기 십상이 것이다.
세상 모르고 무럭 무럭 자라나는 아주 어린 시절에 용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요즈음 부모들이 이런 상식이 없어 애를 비만하게 하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아예 병신을 만들어 버리는 사례가 너무 많다.
보약먹고 불량소년․소녀가 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이다.
ⅴ..
부자같이 더운 약은 대개 식혀 먹고 황련, 황금, 대황같은 찬 약은 대개 뎁혀 먹는다.
이것은 적지에 정찰병을 보낼 때 적군의 입혀 보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위장전술인 것이다.
ⅵ..
카레라이스의 카레는 사실 단순한 양념이라는 뜻인데, 그 카레속에는 육두구(肉荳蔲)라는 한약재가 주원료가 되어있다. 이것은 신․온한 성미를 가지고 있다.
왜 더운 지방인 인도의 사람들은 날씨가 더운데 왜 더운 육두구를 먹는가?
그것은 우물이 여름일수록 상대적으로 차겁게 느껴지듯이, 인체도 더운 기온에 있을수록 겉(表)이 더워지게 되면서 속(裏)이 차지게된다.
그래서 여름일수록 더운 물을 마셔야 되는 것이다.
여름에 설사날 때 카레라이스를 먹으면 효험이 있을 것이다.
육두구는 溫中작용이 있으면서 固澁作用이 양호한 까닭으로 澁腸과 止瀉의 要藥이다.
ⅶ..
한약에서 말하는 補藥이란 우리몸에 필요한 성분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이 그러한 성분을 활발하게 만들어 내도록 기능을 촉진시킬 뿐이다.
四物이 곧 피는 아니다. 피를 만드는 기능을 촉진시키는 것이 당귀․천궁․작약․숙지황같은 사물인 것이다.
ⅷ..
한약의 효능을 성분분석으로 밝히려는 생각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 그것은 유기적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성분이란 그 생명의 극히 제한된(specific ) 일면만을 얘기한다. 물론 참고는 된다.
과학은 언어일 뿐이다. 과학을 과학이라고만 생각하는 자들처럼 비과학적인 인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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