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온대 지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돼지풀(ragweed)이 꽃가루를 날리기 시작하는 8월의 어느 화창한 날을 두려워한다. 그날만 되면 재채기를 하고 천식에 시달리며 손수건과 항히스타민제를 찾기 바빠진다. 가엾은 돼지풀은 단지 번식하려 애쓰는 것뿐이지만 우리는 그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돼지풀 한 포기가 하루에 꽃가루 백만 개를 방출하며, 그 시간은 주로 오전 6시에서 8시 사이에 집중된다. 바로 이때가 그들의 꽃가루가 아침 산들바람을 타고 다른 돼지풀 꽃으로 안전하게 옮겨갈 가능성이 제일 높은 시간이다. 26제곱킬로미터의 들판에 피어 있는 돼지풀 꽃들은 한 해에 꽃가루를 무려 16톤이나 만드는데, 알러지 반응은 100만 분의 1그램에도 쉽게 일어난다는 것이 문제다. 이 악명 높은 꽃가루 입자는 지름 20마이크론 정도의 아주 작은 공모양인데, 돼지풀 성세포 두 개가 가운데 들어 있으며 그 주위를 단백질과 기타 영양분들이 둘러싸고 있다. 이 단백질 중 하나인 Amb a Ⅰ는 전체 단백질의 6%밖에 안 되지만 알러지 반응의 90%를 일으킨다. 지독히도 운이 나쁜 사람들을 위한 병! 몇 주일 후 바람이 쌀쌀하게 불어 돼지풀이 다 시들고 더 이상 꽃가루를 날리지 않게 되는데, 돼지풀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은 8월 중순부터 이날이 빨리 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물론 돼지풀만이 범인은 아니다. 알러지는 다른 꽃가루, 균류의 포자, 동물의 비듬, 진드기 배설물 등을 흡입하거나, 다른 다양한 물질들이 피부와 접촉하거나, 특정한 음식이나 약을 먹거나, 벌침 같은 독소나 약물을 주사해도 일어날 수 있다. 현대 미국인의 4분의 1이 어떤 식으로든 알러지로 고통받는다. 당신이나 당신 친척, 또는 친구가 한번쯤은 알러지 전문의의 신세를 진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당신은 알러지를 일으킨 물질(알러젠(allergen))을 알아내기 위해 피부 검사를 받았을 것이다. 그 다음에 두 가지 조언을 듣게 된다. “알러젠을 가급적으로 피하고, 이 항히스타민제로 증상을 다스리십시오”라고.
알러젠을 피하라는 말은 일리가 있지만, 증상을 완화시키라는 말은 어떤가? 전염병의 치료를 논의하면서 이런 식의 조언에 대해 이미 다룬 바 있다. 알러지에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이 열에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는 것이나 생쥐에게 알약을 먹여 고양이 냄새를 못맡게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닐까? 현재 우리는 알러지를 일으키는 체계가 하나의 방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무엇으로부터 우리를 막아주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알러지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능력이 어떤 종류의 위험에 대한 방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면역계의 일부인 면역글로불린-E(immunoglobulin-E: IgE)는 오늘날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몸의 IgE 체계가 다른 종에서는 쓸모 있었던 체계의 잔재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처럼 복잡한 체계는 자연선택에 의해 유지되지 않으면 급속히 쇠퇴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어떤 해까지 끼친다면 더욱 더 빨리 붕괴할 것이므로 이 가능성은 희박하다. IgE 체계가 어떤 식으로든 유익하다고 보는 편이 훨씬 더 타당하다.
이 말은 모든 알러지가 다 유익하다는 뜻이 아니다. 사실 저비용의 방어 반응에 대한 진화적인 시각에 따르면, 체계 전체는 적응적이라도 대부분의 개별적 반응들은 해로울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화재경보기 원리(smoke-detector principle)이다. 화재경보기는 무시무시한 화재가 지금 일어나고 있음을 경고하기 위해 설계되었지만, 실제로 제 구실을 하는 경우는 적다. 대부분은 몇 년이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달려 있거나, 담배 연기나 토스터 연기에 속아서 때때로 거짓 경보를 울려댈 뿐이다. 하지만 짜증나는 거짓 경보도, 화재경보기를 사고 건전지를 이따금씩 교환하는 데 들어가는 돈도, 큰 불이 나면 화재경보기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에 의해 보상받고도 남는다. 이 원리는 14장에서 불안을 논의하면서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아마도 당신의 알러지 전문의는 IgE 체계의 유용성과 그것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의 진화 과정에 대해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내가 왜 고양이나 굴, 기타 등등에 대해 알러지를 일으키는지 물어보면, 의사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알러젠들에 대한 민감성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공교롭게도 당신은 고양이 비듬 속의 뭔가에 너무 민감한 거구요. 이렇게 과도한 민감성을 치료하려면 고양이 비듬을 가급적 피하거나 그 비듬이 일으키는 방어 작용을 억눌러야 합니다.”
과민성 이론에는 두 개의 심각한 문제점들이 있다. 첫째 알러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알러지를 일으키는 사람은 극소량의 알러젠에도 반응을 보이는 반면, 알러지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은 막대한 양의 알러젠에 노출되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알러지는 햇빛이나 멀미에 대한 과도한 민감성과는 전혀 다르다. 둘째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알러지는 어떤 뚜렷한 기능을 가지고 잘 작동하던 체계가 갑자기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 산업 사회에서 IgE 항체는 알러지를 일으킨다는 점을 빼면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이 예외적인 IgE 기구가 진화된 이유는 덩굴 월귤 열매를 먹거나, 양모를 입거나, 8월에 꽃가루를 들이마시는 사람들을 무작위적으로 혼내주기 위한 것밖에는 없어 보인다.
이런 어려운 점들에도 불구하고 알러지를 과도한 민감성의 결과로 보는 식의 설명들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컨대, 천식에 관한 1993년 ≪뉴욕 타임즈≫ 기사는 천식이 하나의 과도한 면역 반응이며, <허파가 알러젠에 반응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함으로써 천식 과정을 차단>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면 해결될 것으로 적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비밀을 허파(혹은 허파 속에서 IgE를 가진 세포)가 알고 있을 가능성은 털끝만치도 고려하지 않았다. 널리 채택된 어느 면역학 책은 알러지를 <과민성>이라는 제목으로 한 장에 걸쳐 다루고 있지만, 도대체 왜 IgE 세포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설명은 찾을 수 없다.
IgE 체계의 미스터리
종이나 그보다 큰 단위의 복잡 미묘한 특성을 찾아냈을 때 생물학자들은 그것이 무슨 일을 하는가를 가장 먼저 알고 싶어한다. 또 별로 중요한 일을 하지 않는다면 진화의 과정에서 유지되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본론에서 벗어나보자. 상어의 주둥이에는 마치 플라스크처럼 생긴 기관들이 줄지어 있다(이를 처음으로 주목한 르네상스 해부학자의 이름을 따서 로렌치니 팽대부(ampullae of Lorenzini)라고 함). 이 복잡한 구조에는 많은 신경들이 연결되어 있다. 3백여 년 동안 학자들은 로렌치니 팽대부가 부력을 조절한다느니 소리를 증폭시킨다느니 등 여러 추측들을 내놓았지만, 그 기관이 <그냥 거기에> 있다고 진지하게 제안한 생물학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 문제는 계속 탁상공론에 머물다가, 몇몇 뛰어난 실험들을 통해 마침내 로렌치니 팽대부가 미세한 전기 자극을 감지함으로써 상어에게 캄캄한 수주에 숨어 있거나 모래 속에 묻힌 먹이들의 근육 운동을 알아차리게 도와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적응주의 프로그램의 신봉자인 몇몇 생물학자들이 로렌치니 팽대부가 하나의 적응임이 틀림없다고 추정한 덕분에 비로소 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IgE 체계와 그것이 유발시키는 알러지에 대한 합리적 설명을 제시하기 앞서서, 먼저 알러지의 근접 메커니즘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외부 물질이 신체 안으로 들어오면 대식세포(macrophage)가 이를 포착한다. 대식세포는 외부 물질의 단백질 성분을 처리한 뒤 보조 T 세포라는 백혈구 세포로 넘겨준다. 보조 T 세포는 이 단백질을 또 다른 백혈구 세포인 B 세포에 전달한다. B 세포가 이 외부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만든다. 보조 T 세포에 의해 자극받아 계속 분열하며 그 항체를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경우 항체는 면역글로블린 G(IgG)이지만, 어떤 물질에 대해서는 B 세포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IgE 항체를 대신 만들기도 한다.
IgE 항체는 다른 항체들에 비해 아주 소량으로 존재한다. 항체의 총량의 겨우 십만 분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IgE 항체는 혈액 속을 순환하며 1백 내지 4천 개 중의 하나의 비율로 호염기체(순환하고 있는 경우)나 비만세포(한곳에 모여 있는 경우)들의 막에 부착된다. 이렇게 부착된 뒤 IgE는 약 6주간 그 자리에 머문다. IgE의 양이 아주 적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호염기체마다 10만에서 50만 개에 이르는 IgE 분자들이 달라 붙으며, 돼지풀 알러지를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IgE의 약 10%가 돼지풀 항원에 대해 특이적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비만세포들은 마치 항구에 떠다니는 부유 기뢰처럼, 모든 공격 준비가 완료된 채 항원이 다시 출현하기만을 기다린다. 항원이 되돌아와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IgE 분자들에 의해 비만세포 표면까지 끌려가서 부착되면, 비만세포는 8분여에 걸쳐 적어도 열 가지 화학물질이 뒤섞인 혼합물을 퍼붓는다. 어떤 것은 주변에 있는 세포라면 무엇이든 공격하는 효소이며, 어떤 것은 혈소판을 활성화시키고, 어떤 것은 다른 백혈구들을 격전장으로 끌어오며, 또 어떤 혼합물은 평활근을 자극하여 천식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 중 하나인 히스타민은 가려움증을 일으키고 세포막의 투과성을 높이는데, 이런 유해한 효과는 항히스타민제로 차단할 수 있다. 세부적인 사항들은 아직 연구 중이지만 근접 메커니즘의 작동에 대한 이 큰 줄거리는 25년 전에 이미 밝혀졌으며 본질적으로 모든 포유동물에서 동일하다.
이쯤 되면 당신은 아마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 모든 IgE 기구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누군가 이미 옛날에 다 알아냈겠지! 그러나 몇 번의 시도는 있었으나 일반적으로 공인된 설명을 도출해 낼 정도로 활발하게 연구 활동이 이루어지진 않았다. 이처럼 정교한 체계라면 틀림없이 어떤 유익한 기능을 수행하리라는 추론에는 많은 연구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세포들은 결점을 보상할 만한 생물학적 가치도 없이 그저 말썽만 일으키는 사고뭉치가 아닙니다>라고 하버드 대학의 스티븐 골리(Stephen Galli)가 말했다. 그는 비만세포들이 피부와 호흡관의 혈관 주위에 집중 분포함으로써 <기생체나 다른 병원체뿐만 아니라 피부나 점액 표면에 접촉하여 전해지는 환경적 항원들에 보다 가까이> 위치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나 골리는 이 체계의 기능을 설명해 줄 만한 증거들을 검토하지 않았다. 무려 900쪽에 걸쳐 알러지만을 다룬 이 책은 이 문제에 관해 단 한 페이지만을 할애했을 뿐이다. 이 책에는
IgE 체계는 기생충과 맞서 싸우기 위해 존재한다는 의견이 가장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견해에 대한 증거로 기생충이 분비하는 물질이 국소적으로 IgE 생산을 촉진시켜 결국 염증을 유발하는데, 이는 기생충에 대한 방어 작용일 것이라는 관찰 결과가 있다. 보다 뚜렷한 증거는 주혈흡충(Schistosoma mansoni)에 감염된 쥐가 강한 IgE 반응을 일으켰다는 실험을 통해서 얻어졌다. 한 쥐에서 나온 IgE를 다른 쥐로 옮겨주면 감염에 대한 방어 능력까지 전이되는 반면, IgE가 다른 세포를 끌어 모으는 능력을 박탈시키면 쥐가 기생충에 더 쉽게 감염되었다. 주혈흡충에 감염된 사람에서는 몸속의 IgE 중 8-20%가 이 기생충을 공격하며, IgE를 만드는 능력이 감소된 사람은 훨씬 심한 감염 증상을 나타냈다.
간과 신장 기능을 저하시키는 주혈흡충이나 실명을 일으키는 사상충(filaria) 같은 기생충들은 현대적인 공중 위생과 병균 매개체 통제 장치가 도입되기 전에는 엄청난 질병을 일으키는 질병이었다. 기생충을 공격하는 것만이 IgE 체계의 유일한 기능이라면, 선진국에서처럼 단순히 증상만을 억제하여 알러지를 치료하는 관행이 적절할 것이다. 기생충이 아닌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한 알러지 반응은 전부 비적응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생충을 공격하는 것이 IgE 체계의 유일한 주된 기능이라는 견해에 대한 증거는 아직도 확실하지 않으며, 그 중 어떤 증거들은 하나밖에 없는 기존 가설에 맞춰 자료를 무리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IgE 현상이 기생충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다른 대안들, 이를 테면 기생충이 자기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국소적인 혈류량을 증가시킴으로써) IgE 반응을 촉발시킬 가능성 등은 아직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
IgE 체계가 가질 법한 기능으로 또 하나가 제안되었다. 독소의 징후와 증상을 논의한 장에서 소개된 마지 프라핏의 최근 가설이다. 프라핏은 IgE 체계가 독소에 대한 예비적인 방어로서 진화했다고 제안했다. 6장에서 언급했듯이 우리의 환경은 언제나 온갖 독소들로 가득차 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들이마신 꽃가루, 피부에 닿은 잎사귀, 뱃속에 넣은 식물성 및 동물성 물질 등은 모두 잠재적으로 위험한 성분을 갖고 있다. 대부분 이러한 독소들은 식물이 기생충이나 곤충, 또는 다른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화학물질에 대한 방어들을 몇 가지 가지고 있다. 우선 가능한 한 그런 물질을 피한다. 또 호흡계와 소화계의 내벽에는 독소를 포착하는 IgA 항체나 해독 효소들이 있어 여러 가지 화학적 구조들을 무력화시킨다. 흡수성 표면과 피부 또는 다른 흡수성 표면의 구조와 점액 분비에 의한 기계적인 방어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일차 저지선을 통과한 독소는 간과 신장에 배치된 효소 방어선의 집중 포화를 받게 된다.
하지만 모든 적응들이 그럴 수 있듯이 이 모든 방어들이 전부 수포로 돌아가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프라핏은 그 경우에 예비 방어선, 즉 알러지 반응을 일으켜 독소들을 한꺼번에 밖으로 몰아낸다고 설명한다. 눈물은 눈에서 독소를 씻어낸다. 점액을 분비하고 재채기를 하고 기침을 해서 독소를 호흡관에서 몰아낸다. 구토는 독소를 위장에서 게워낸다. 설사를 해서 독소를 위장 아래의 소화계 부위에서 밀어낸다. 신속한 알러지 반응을 일으켜 외부에서 침입한 물질들을 소탕한다. 그 반응 속도는 독소가 해를 끼치는 만큼 빠르다. 정원에 핀 아름다운 디지털리스를 한 입만 먹어도 구급차를 요청한 전화 수화기를 내려 놓기도 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프라핏의 이론대로, 우리의 면역계 중 순식간에 반응하는 유일한 체계는 알러지를 일으키는 체계밖에 없다. 프라핏은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로 알러지의 여타 측면들을 언급했다. 신체 조직에 영구적으로 부착되는 독액이나 다른 독소들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성향, 알러지에 따른 염증이 있는 동안 항응고제가 분비되어 혈액 응고성 독액을 무력화시키는 현상, 특정한 물질들에 대해 일관성 없이 발현되는 알러지들이 그의 이론을 지지한다.
이 시점에서 잠시 숨을 가다듬고 우리가 맞춰야 할 표적들을 일렬로 세워 한 눈에 들어오게끔 하자. 아직 그것들을 어떻게 맞출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이미 지적했듯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질문은
아토피
알러지를 특히 잘 일으키는 사람들을 일컬어 <아토피성>이라고 한다. 아토피(Atopy)는 가족 단위로 유전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임상적으로 심각한 알러지에 걸릴 위험은 약 10%이지만, 양친 중 한 명이 아토피성이면 25%, 양친 모두 아토피성이면 그 위험도가 50%에 달한다. 여기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11번 염색체상의 어떤 우성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 하다. 알러지에 잘 걸리게 하는 유전자가 발견된다면 왜 그들이 존재하는지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겸상적혈구 유전자가 그렇듯이, 어떤 환경 조건하에서 이익을 주거나 특정한 감염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어떤 특정한 유전자가 결합했을 때는 이익을 주지만 그 밖의 경우에는 불이익을 끼치는가? 아니면 현대의 환경을 접하기 전에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던 <급변>인가?
그렇지만 유전자가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일란성 쌍둥이를 연구한 결과, 절반 가량은 쌍둥이 중 한 명만 알러지를 갖고 있었다. 따라서 유전자 외의 다른 요인도 틀림없이 중요한 것 같다. 심지어 아토피 환자들 사이에서도 어떤 이는 돼지풀에 알러지를 일으키고 다른 이는 새우에 알러지를 일으킨다. 도대체 왜 그런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나는 앞에서 말했듯이, 엄청난 재앙을 피하기 위해 사소한 실수를 저지르는 방어 장치가 일종의 적응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화재경보기 원리). 다른 하나는 효소의 변이성으로서 최근 들어 생물학 책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논제이다.
인간이든 혹은 다른 종이든, 같은 종에 속하는 개체들끼리도 굉장히 다를 수 있다. 유전 암호가 99% 동일하더라도 유전 암호상의 아주 작은 차이가 신체 구조와 화학적 특성을 전혀 딴판으로 만들 수 있다. 게다가 똑같은 유전 암호라도 같은 형태의 지시문이 포함된 경우라면 다른 내용을 지시할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개체간의 변이는 늘 광범위하게 존재했었다. 많은 종의 암컷과 수컷들이 몸의 크기, 해부학적 구조, 번식 과정, 행동, 먹이, 서식지, 기타 다른 특성들에서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지 생각해 보라. 이러한 차이는 테스토스테론이 일정한 역치 이상의 농도로 존재할 때만 발현되는 유전자에 의해 생겨났을 것이다. 인간의 경우 그런 변이성의 대표적인 예는 약물에 대한 반응 정도의 차이다. 투여한 약물의 체내 함량을 절반 정도로 떨어뜨리기까지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열 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당신과 친구가 같은 양의 키니네 주사를 맞는다고 가정하자. 당신이 주사량의 반을 해독시키는 데 한 시간이 걸리지만, 친구는 열 배나 빨리 이 일을 해냈다고 하자. 한 시간이 지난 뒤 당신 몸속의 주사량은 아직도 처음값의 절반이나 되지만, 친구 몸속의 주사량은 처음의 천 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수술하는 동안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해, 콜린에스테라아제(cholinesterase)라는 효소의 기능을 차단하는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cholinesterase inhibitor)를 투여한다면, 수술 후 다른 환자들은 벌써 다 깨어 돌아다닐 때에도 당신은 느린 대사 속도 때문에 계속 마비된 채로 한 시간 이상 숨도 못 쉴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마취과 의사들은 이런 특이 체질 환자들을 빈틈없이 살핀다.
프라핏 이론이 맞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각별히 공격받기 쉬운 특정 독소에 애해 알러지를 일으킬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고양이에 대한 알러지가 있다. 이 알러지가 그를 어떤 위험한 독소로부터 구해주고 있는 것일까? 피토후이(pitohui)라는 새는 깃털에 독을 갖고 있다(6장). 고양이가 비슷한 종류의 적응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지만 가능성을 고려해 보자. 친척들은 다 멀쩡한데 왜 클린턴만 고양이에 맥을 못추는 걸까? 아마도 그가 어떤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채로 물려받았는데, 이 효소가 어떤 종류의 고양이 독소를 중화시키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클린턴이 고양이 털을 만지거나 털 속의 미세한 성분을 들이마시면 독소가 세포 내로 들어가서 위험한 농도까지 축적되겠지만, 그 효소를 정상적으로 갖고 있는 사람은 독소를 재빨리 파괴시켜 버릴 것이다. 다행히도 클린턴에게는 비만세포뿐만 아니라 IgE를 만드는 T 세포가 있으므로 독소에 맞서서 재채기 같은 방어 반응을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국가의 존망이 걸린 협상 중에도 주머니 속의 손수건을 꺼내느라 어쩔 수 없이 발언이 중단되기도 하지만, 그 재채기가 예비 방어 기구로서 클린턴을 중병에서 구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클린턴 대통령의 고양이 알러지에 대한 이런 식의 설명에 동의하는가? 사실 우리는 수긍하지 않지만, 이런 말을 먼저 꺼낸 것에 변명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지금으로서는 이 설명이 틀렸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IgE 체계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는 한, 그것이 저지르는 잘못과 정상적인 임무를 구별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알러지는 독소에 대한 예비 방어라는 프라핏 이론을 지지하면서, 고양이 알러지는 아무 이득 없이 귀찮기만 한 일이라고 이야기를 바꿀 수도 있다. 클린턴의 알러지는 화재경보기 원리의 또 다른 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가 어린 시절에 호흡기 감염을 겪는 동안 어떤 세균성 독소에 노출되었고 IgE 체계가 즉각 활동을 개시하여 이를 내쫓아버린 후, 그 위험물질뿐만 아니라 어떤 무해한 <방관자> 분자(프라핏이 붙인 용어)에 대해서까지 알러지를 일으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몇몇 IgE 합성 세포들이 고양이 털 속의 무해한 어떤 성분을 골치 아픈 독소로 잘못 인식하거나, 적어도 이 독소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경보로 착각했을 것이다. 외부 물질과 반응하는 면역세포는 분열을 거듭하여 그 수가 막대하게 늘어난다. 이렇게 엄청나게 불어난 항고양이 세포들은 다음에 그런 사태가 또 생기면 즉시 출동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클린턴의 알러지에 대해 이 설명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그렇게 보지만 장담하고 싶지는 않다. 정확한 결정을 내리기에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대통령 주치의라면 어떤 치료를 권할 것인가? 알러지 반응을 억제하는 약을 처방할 것인가? 그 답은 알러지가 유용한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알러지는 그대로 놔둘 수 없는 위험한 독소를 효과적으로 막아주는 방어인가, 아니면 거짓 정보에 지나지 않는가?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판단을 내릴 만한 확고한 근거가 없다. 항히스타민제로 인한 위험은 아직 보고된 바가 없으므로 이를 투여해서 알러지 반응을 억제하고자 할 수도 있겠지만, 프라핏의 이론에서 암시하는 것 같은 종류의 위험을 탐지할 정도로 치밀하게 계획된 항히스타민 연구는 아직껏 없다.
우리는 알러지 증상을 억제해서 손해볼 가능성에 특히 관심이 있는데, 그것은 알러지가 암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지도 모른다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있기 때문이다. 프라핏에 따르면 22개의 역학 연구 중 16개의 연구들이 알러지를 가진 사람은 암에 잘 안 걸리며 특히 알러지 반응을 나타내는 조직들이 암에 더 강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한편 세 개의 연구에서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찾지 못했으며, 잘 계획된 대규모 집단에 행해진 연구를 포함한 또 다른 세 개의 연구들은 어떤 알러지들이 오히려 암을 유발시킬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쪽으로 상관관계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여기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인가? 알러지가 암을 예방한다고 결론짓는 것은 분명히 성급한 일이다. 그러나 알러지 반응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를 장기간 복용하여 생기는 위험을 탐구하는 일은 결코 성급하지 않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약물을 쓰지 않는 치료는 아주 불편하거나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당신이 고초열로 고생할 때 의사가 가능한 한 밀폐된 실내에서만 지내고 외출할 때는 꽃가루를 막아주는 마스크를 쓰고, 안 좋은 시기에는 아예 다른 곳에 가 있으라고 충고한다 한들 전적으로 그 말을 따르기는 힘들 것이다. 알약을 복용하는 편이 훨씬 더 편하다.
알러지를 독소에 대한 방어로 보는 이론이 옳다면, 의학 연구에 확실한 함의를 지닌다. 가장 이상적인 충고는 간단하다. 꽃가루, 고양이 털, 해산물, 기타 등등에 들어 있으며 알러지를 일으키는 독소가 무엇인지 찾아내어 그들을 비활성화하는 방법을 고안하라. 이러한 독소들은 알러지 반응을 자극하는 항원과는 다를 것이다. 돼지풀 꽃가루 속의 무엇이 위험한 물질인지 정확히 알아낸다면, 독소와 항원 모두 화학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점비제(點鼻劑)나 흡입기를 사람들에게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알러지를 일으키는 음식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독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이미 충분하여 알러지를 일으킬 필요가 없는 환자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마음놓고 알러지 증상을 억제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로운 알러지와 해로운 알러지를 구별할 수 없다면 그러한 연구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계란에 대한 알러지는 언제나 비적응적이라는 프라핏의 추론이 옳다면, 이 알러지는 소화관의 암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지 말아야 하며 오히려 알러지에 의해 생기는 염증이 암에 걸릴 위험성을 더 높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우에 대한 알러지는, 새우가 먹는 식물성 프랑크톤 속에 들어 있는 어떤 특정한 유독물질들을 해독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암에 걸릴 위험성을 낮춰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프라핏의 이론은 과연 어떤 경우에 알러지가 암을 차단해 줄 것이며, 어떤 경우에 암과 무관하고 심지어 암에 걸릴 위험성을 높이기까지 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다. 이 이론이 아주 새로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야겠다. 알러지 전문의들 중 이 이론을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으며, 절대 다수가 기생충에 대한 방어 이론을 믿고 있다. 그러나 두 이론이 경합하는 편이 아무 이론도 없는 편보다는 낫다. 토마스 헉슬리(Thomas Huxley)가 말했듯이 애매모호함보다 오류에서 진실이 얻어지기 마련이다.
IgE 체계의 또 다른 기능으로 고려해 볼 만한 것이 진드기, 모래벼룩, 옴, 이, 벼룩, 빈대 같은 체외기생충들로부터의 방어 기능이다. 현대 사회의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체외 기생충들은 인간의 진화에서 거의 전 기간 동안 귀찮은 불청객이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질병들의 매개자였다. 때려잡기, 긁기, 서로 잡아주기 등등은 기껏해야 부분적인 방어 수단일 뿐이었다. 소는 목이 굵기 때문에 기생충을 자기가 직접 잡지 못하므로, 몸에 달라붙은 이나 진드기의 수가 쉽게 늘어난다. 그러다가 소의 면역계가 기생충들에 반응하여 염증을 일으키면, 체외기생충들이 더 이상 피를 빨아먹을 수 없게 되어 어느날 갑자기 깨끗이 박멸된다. IgE 체계가 체외기생충들이 만연하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고 보면 IgE 체계의 많은 면들, 특히 체표면에 집중된 비만세포의 농도, 즉각적인 대규모 반응, 가려움증의 유발 등을 설명할 수 있다. 진드기에 대항하여 소가 일으키는 면역 반응이 실제로 IgE 체계에 근거하고 있는지, 체외기생충에 감염된 사람들의 IgE 반응을 조사함으로써 이 이론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형질들과 마찬가지로 IgE 체계는 하나의 기능만을 갖지는 않을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기능들이 조합을 이룬다거나, 언급되지 않은 또 다른 설명이 있을 수도 있다. 어떤 형질의 기능을 결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그 형질이 결핍된 사람들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눈이 없는 사람이 어떤 곤란을 겪게 될지는 너무나 뻔하고, 신장이 없는 사람이 겪을 어려움도 곧 드러나지만, 대다수 형질들은 그 기능을 알라차리기가 어렵다. 예컨대 자동차 사고를 당하면 때때로 비장이 파열되는데, 이 경우 흔히 수술로 제거한다. 이런 환자는 뚜렷한 장애를 보이지 않지만, 폐렴에 걸리면 혈액에서 감염성 입자를 걸러내 줄 비장이 없기 때문에 이내 죽어버린다.
정상적으로 IgE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IgE를 극소량만 가지고 있어도 어떤 사람들은 건강한 반면, 다른 사람들은 폐와 부비동(sinuses)이 빈번하게 감염되거나 폐섬유증에 시달린다. 이러한 현상들은 독소에 노출된 결과이거나 IgE 결핍으로 인한 또 다른 요인의 2차 결과라고 추정되고, 한편으로는 IgE 외의 면역글로블린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에 대항하는 특정한 IgE 항체가 있다는 증거도 있다. 기관지 천식에 걸린 19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55명은 폐렴연쇄상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이나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aemophilus influenzae) 같은 세균들 속에 포함된 물질에 대한 IgE 항체를 갖고 있었다. 게다가 비만세포가 방출하는 물질은 다른 면역 방어 세포들을 격전장으로 끌어들여 침입자들과 맞서 싸우게 해주는 기능도 갖고 있다. 이들 모두를 종합해 볼 때 IgE 체계가 일상적인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직접 또는 간접으로 우리를 보호해 준다고 추론할 수 있다. 복합적이고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하는 면역계는 너무나 복잡하여 IgE 체계가 주는 이익이 정확히 무엇인지 밝혀내기가 그만큼 더 어렵다. 정교하게 설계된 연구를 끈기 있게 수행하는 것만이 아직껏 답을 찾지 못한 중요한 질문
가장 걱정스러운 질문
알러지, 특히 호흡기 계통의 알러지가 왜 최근에야 중요한 의학 문제로 등장했는지는 또 하나의 수수께끼이다. 1819년 영국 왕립협회에서 존 보스톡(John Bostock)은 자신이 걸린 고초열의 증상을 최초로 기술했고 나중에 영국 전역에 걸쳐 5천 명의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단 28명만이 그 증세를 보였다고 보고했다. 문헌에 따르면 고초열은 1830년 이전의 영국과 1850년 이전의 북미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질병이었다. 1950년대까지는 일본에서 고초열 발병률이 무시되도 좋을 정도였지만, 오늘날에는 일본 국민의 10분의 1이 이 병을 앓고 있다. 환자의 수를 잘못 기록한 것이 아니고 정말로 발병률이 증가한 것이라면, 이 심상치 않은 현상을 설명해 줄 만한 지난 일이백 년간의 새로운 환경 요인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한 가지 단서를 알러지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을 실제로 알러젠에 민감하게 만든다고 생각되는 요인을 연구하면서 얻었다. 이 요인은 생후 두 살이 되기 전에 알러젠에 노출되는 것이었다. 출생시 IgE의 함유 수준을 근거로 알러지에 걸리기 쉽다고 판정된 120명의 유아에 대한 연구에서, 62명은 어떤 간섭도 가하지 않은 채 대조군으로 길러졌고, 실험군이 된 나머지 58명은 어머니들에게 알러젠이 없게끔 집안을 청결히 유지하는 법, 진드기를 예방하는 법, 유아에게 알러지를 일으킬지도 모를 음식을 미리 골라내는 법 등을 가르쳤다. 생후 10개월 무렵 대조군의 40%가 알러지를 일으킨 반면 실험군에서는 겨우 13%만 발생했다. 최근 들어 알러지가 급증한 원인 중 하나는 커튼이 길게 드리워져 있고 카펫이 깔린 실내에서 생활하는 습관이 집먼지 진드기가 번식할 장소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국립 알러지 및 전염병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lergy and Infectious Disease)의 임상기생충학 부서의 책임자인 에릭 오티슨(Eric Ottesen)이 1973년 남태평양의 산호섬인 마우키(Mauke)에 사는 주민 600명을 대상으로 연구했을 때는 단 3%만이 알러지를 나타냈다. 1992년에 그 비율은 15%까지 증가했다. 오티슨은 이 기간 동안에 기생충 박멸을 위해 각종 의료 시설을 건립한 결과, IgE 체계가 맞서 싸울 표적이 자취를 감춘 바람에 IgE 체계를 낮은 수준으로 제어하는 기구가 작동하지 않아 결국 IgE가 무해한 항원까지 공격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모유를 먹이면 알러지 발병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는 습관도 알러지를 빈번하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모체에서 유래한 항체가 없는 아기들은 자기 힘으로 항원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더 많은 면역 실수를 저지를 것이다. 또한 인구가 밀집되고 이주가 잦은 현대 사회에서 유아들은 가지각색의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병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때문에 온갖 잡다한 알러젠에 시달리게 된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오염물질들이 더더욱 많고 다양해짐에 따라 유익한 알러지(그런 것이 있다면)와 해로운 알러지가 모두 증가했을 것이다. 호흡기 점막에 대한 화학적 손상으로 몸 밖에 있어야 할 항원이 몸속으로 쉽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음식물 알러지도 그 증가 추세는 뚜렷하지 않지만,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먹고 있는지 거의 통제 불가능한 실정이기 때문에 점차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계란, 밀, 콩 및 그 밖의 음식물 알러젠들은 상업적으로 가공된 식품 속에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어 자기가 그런 음식물에 알러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빠져나갈 재간이 없다.
오늘날 우리가 하는 일 중 100년 전에 우리가 하던 것과 달라진 일은 무엇이며, 우리를 그토록 다양한 알러지들에 걸리기 쉽게 만든 요인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 정답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1840년의 공업사회에는 인구의 1% 미만이 호흡기 알러지에 걸렸다. 150년이 흐른 지금 그 비율은 10%에 달한다. 우리가 지금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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