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5일 수요일

신촌이미지한의원 추천책 김유정수필

닙히푸르러 가시든님이
입히 푸르러 가시든 님이
백설이 흔날려도 아니오시네
이것은 강원도농국이 흔히부르는 노래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산골이 자닌바
여러자랑중의 하나라고도 볼수잇습니다. 화창한 봄을 낮아 싱숭거리는 그심사야
예나재나 다르리 잇스리까 마는 그미력에 감수되는품이 좀다릅니다.

일전 한벗이 말슴하되 나는 시골이, 한산한 시골이 그립다 합니다. 그는
본래시인이요 병마에 시달리는 몸이라 소란한 도시생활에 물릴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허나 내가 생각컨대 아마 악착스러 자세에서 좀이나마 해설하고저
하는것이 그의 본의일듯십습니다. 그때 나는 그러나 더러워서요. 아니꼬워
못사십니다. 하고 의미심장한 대답을 하얏슴니다. 그리고 너무 결백한, 너머
도시류인그의 성격이 나는 존경과 아울러 하품을 아니느낄수업섯습니다.
시골이란 그리 아름답고 고요한 곳이 아닙니다. 서울사람이 시골을 동경하야
산이잇고 내가잇고 쌀이 열리는풀이잇고...
이러케 단조로운 몽상으로 애상적시흥에 잠길고때 저-쭉 촌띄기는 쌀잇고
옷잇고 돈이 물밀듯 질번거릴법한 서울에 오고십퍼 몸살을합니다.
퇴폐한 시골, 굶주린 농민, 이것은 자타업시 조지하는바라 이제
새삼스리뇌일것도 아닙니다. 굶주린창자의 야릇한기미는 도시모릅니다. 만약에
우리가 본능적으로 주림을 인식했다면 곳바루아름다운 시골, 고요한
시골이라안합니다.
시골의 생활감을 적실히 알랴면 그래도 봄입니다. 한 겨울동안 흙방에서
복대기든 울분, 내일을 우려하는 그 췌조, 그리고 터무니업는 야심, 이모든
불온한 감정이 엄동에 지질되어 압축되엇다 봄과 맛닥드리어 몸이라도 나른히
녹고보면 담박에 폭발되고 마는것입니다. 남자란 원약뚝기가 좀 잇서서 위험이
덜합니다. 그것은 대체로 부녀 더욱이파라케 젊은 새댁에잇서서 그예가
심합니다. 그들은 봄에 더 뜰되어 방종하는 감정을 자제치못하고 그대로 열에
띄입니다. 물에 빠집니다. 행실을 버립니다. 나물캐러 간다고 요리조리
핑게대고는 바구니를 끼고 한번 나서면 다시 돌아올줄은 모르고 춘풍에
살랑살랑 곳장 가는이도 한둘이 아닙니다. 그러나 붓들리면은 반쯤 죽어날줄을
그라고 모르는 바도 아니련만-
또 하나 노래가 잇습니다.
잘살고 못살긴 내분복이요
하이칼라 서방님만 어더주게유

이것도 물론 산골이 가진바 자랑의 하납니다. 여기에 하이칼라 서방님이 란
머리에 기름 발르고 향기 피는 매끈한 서방님이 아닙니다. 돈잇고 쌀잇고 또
집잇고 이러케 푼푼하고 유복한 서울 서방님 말입니다. 언뜻 생각할때
에이더러운 계집들! 에이 웃으운것들! 하고 혹 침을 배트실분이 잇슬지는 모르나
그것은좀 들생각 한것입니다. 님도 조치만 밥도 중합니다. 농부의 계집으로써
한평생 지지리지지리 굶다마느니 서울 서방님겨테안저 밥먹고 옷입고 그리고
잘살아보자는 그이상이 가질바못되는것도 아닙니다. 님잇고, 밥잇고 이러한
곳이라야 행복이 깃드립니다.

내가 시곡에 잇슬재 나에게 봄을 제일먼저 전해주는것은 무엇보다도 술상의
달내입니다. 나는 고놈을 매우 즐깁니다. 안주로 한알을 입에 물고 꼭꼭
씹어보자면 매낀매낀한 그리고 알싸한 그맛, 이크 봄이로군! 이러케 직감으로
나는 철을 알게됩니다. 뿐만아니라 봄에 몸달흔 큰애기, 새댁들의 남다른 오뇌를
연상케됩니다. 나물을 뜨드러갑네 하고 꾀꾀틈틈이 빠저나와 심산유곡 그윽한
숩속에들 몰려안저서 넌즛이 감춰두엇든 곰방대를 서루 빨아가며 슬픈사정을
주고밧는 그들을-참아 못하고 이럴까저럴까 망서리는 울적한 그심사를
연상케됩니다. 그리고 그노래를-
입히 푸르러 가시든님
백설이 흔날려도 안오시네
그러다 술이 좀취하면 몃해후에는 농촌의 계집이 씨가 마른다. 그때는
알총각들만 남을터이니 이를 어째나! 제멋대로 이러케 단정하고 부지럽시
근심까지도 하는 버릇이잇습니다.

조선의 집시-들뼝이 철학
안해를 구경거리로 개방할의사가, 잇는가 혹은 그만한용기가잇는가, 나는
이러케가끔뭇고십흔 충동을늣긴다. 물론 사교계에 용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안해의 출세와 행복을 바라지안는자이
누구랴-
그러나 내가하는말은 자기의안해를 대중의구경거리로 던질수잇는가, 그것이다.
그야 일부러 물자를 드려가며 이혼을 소송하는 부부도 업지는안타마는 극심히
애지중지하는 자기의안해를 대중에 봉사하겟는가, 말이다.
밥!밥! 이러케부르짓고 보면 대뜸 신성치못한 아귀를 연상케된다. 밥을하는
호구가 그리 신성치 못한것과 가치-거기에는 몰자각적 복종이 필요하다.
파염치적 허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매춘부적애교 아첨도 필요할는지모른다.
그러치 안코야 어디 제가 감히 사회적지위를 농단하고 생활해 나갈도리가
잇겟는가-
그러나 이것은 그런 모든 가면 허식을 벗어나 각성적 행동이다. 안해를
내놋코 그리고 먹는것이다. 애교를 판다는것도 근자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노동화아엿다. 노동햐야 생활하는 여기에는 아무도 이의가 업슬것이다.
이것이 즉 들뼝이다.
그들도 처음에는 다 납뿌지안케 성한 오장육부가 잇섯다. 그리고 남만
못하지안케 낌끌한 희망으로 땅을 파든 농군이엇다.
농사라는 것이 얼른 생각하면 한가로운 신사노릇도 갓다. 마는 실상은 그런
고역이 다시 업슬것다. 땡볏헤 논을 맨다. 김을 맨다. 혹은 비 한방울에
갈급이나서 눈감고 꿈에까지 천기를 엿본다-그러나 어터케 해서라도 농작물만
잘 되고 추수때 소득만 여의하하면이야문재잇스랴.
가을은 농촌의 유일한 명절이다. 그와 동시에 여러 위협과 굴욕을 격고 나는
한 역경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지주와 빗쟁이에게 수확물로 주고 다시 한겨울을
염려하기 위하야 한해동안 땀을흘렷는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한번 분발한것이 즉 들뼝이생활이다.
들뼝이가 되면 밥은 식성대로 먹을수잇다는것과 또는 그 준비에 돈한푼
안든다는이것에 그들은 미혹된다. 안해의 얼골이수색이면더욱조타.
그러치 안트라도농촌에서 항상 유행하는 가요나 몃마듸 반반히 가르키면된다.
남편은 안해를 데리고안저서 소리를 가르킨다. 낫에는 물론 벌어야 먹으니까
그럴 여가가 업고 밤에 들어와서는 안해를 가르킨다. 재기업스면 몃달도 걱리고
총명하다면 한 달포만의 끗치 난다. 아리랑으로부터 양산도, 방아타령,
신고산타령에 배따라기-그러나 게다 이풍진 세상을 만낫스니 나의희망을 부르면
더욱 시세가 조흘것이다.
이러면 그때에는 남편이 데리고나가서 먹으면 된다. 그들이 소리를
가르킨다는 것은 예술가적 명창이 아니엇다. 개끄는 소리라도 먹을수 잇슬만치
세련되면 그만이다.
안해의 등에 자식을 업혀가지고 이러케 남편이 데리고 나간다. 산을 넘어도
조코 강을 몃식 건너도 조타. 밥 잇는 곳이면 산골이고 머덩을 불포하고 발길
닷는대로 유랑하는것이다.
이것을 다른데 예를 잡으면 애급의 집씨-(유한민)적 존재다.
한창 낙엽이 질때이면 추수는 대개 끝이난다. 그리고 궁하든 농촌에도
방방곡곡이 두둑한 멋섬이 늘려노힌다.
들뼝이는 이때부터 자연적 활동을 시작한다. 마치 그것은 볏섬을 습격하는
참새들의 행동과 동일시하야도 조타. 다만 한가지 치이라면 참새는 당장의
충복이 목적이로되 그들은 식사이외에 그담해 여름의 생활까지 지탱해나갈
연명자료가 필요하다. 왜냐면 농가의 봄, 여름이란 가장 궁할 때이요 따라
들뼝이들의 큰 공황기다.
이리하야 가을에 그들은 결사적으로 영업을 개시한다. 영업이라야
적수공권으로 유한하며 아무 술집에고 유숙하면 그뿐이지만-
촌의 술집에서는 어데고 들뼝이를 환영한다. 아무개집에 들뼝이 들엇다하면
그날 밤으로 젊은 축들은 몰녀든다. 소리조곰만 먼저 해보라는 놈, 통성명만으로
낼밤의 밀회를 약속하는놈, 혹은 데리고 철야하는놈......하여튼 음산하든 술집이
이러케 담박 활기를 띠인다.
술집 주인으로 보면 두가지의 이득을 보는것이다. 들뼝이에게 술을 팔고 밥을
팔고-
들뼝이가 보통작부와 가튼 점이 여기다. 그들은 남의술을 팔고 보주를
바라는것이 아니라 주막주인에게 막걸리를됫술로 사면 팔때에는 잔술로
환산한다. 막걸리 한되의 원가가 가령 십칠전이라면 그것을 이십여전에 맛는다.
그리고 손님에게 잔으로 풀어 열잔이 낫다치고 오십전, 다시 말하면 탁주이승의
순이익이 삼십전이라 할것이다.
그러나 한잔에 반듯이 오전식만 밧겟다는 선언은 업다. 심전도 조코 이십전도
조타. 주객의 처분대로 이쪽에서는 밧기만하면 된다. 그럴 리야 업겟지만 한잔에
일원식을 설사 처준다해도 결코마다지는 안는다. 다만 그대신 객의 소청미면
무엇을 물론하고 응낙할만한 호의만 가질것이다.
들뼝이는 무엇보다도 들뼝이로써의 수완이 잇서야 된다. 술팔고 안주로
아리랑타령만하면 되는것이아니다. 아리랑쯤이면 농군들은 물린만치 들엇고 또
하기도 선수다. 그 아리랑을 드르러 삼사십전의 대금을 람비하는농군이
아니엇다. 술 몃잔 사먹으면 의례히 딴안주까지 강요하는 것이다. 또 그것이
여러번 거듭하는 동안에 아예 한개의 완전한 권리로써행사케 된다.
만약 들뼝이가 애기에 응치 안는다면 그건 큰 실례다. 안주를 덜바든데
그들은 담박 분개하야 대들지도 모른다. 혹은 지불하엿든 술갑슬 도로 내라고
협박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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