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5일 수요일

신촌 이미지한의원 추천책 체호프 결투

*중간 이층이 있는 집

나:화가. 6, 7년 전에 겪은 슬픈 사랑을 회상한다.
벨로쿠로프 '나'가 머물러 있던 영지의 젊은 지주.
제냐(미슈시):보르차니노프 가의 둘째딸. '나'와의 사이에 진실한 사랑이 싹튼다.

*귀여운 여인

올렝카(올리가):기구한 운명의 여인. 그녀는 어느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에서 인생의
참된 의미를 발견한다.

*사랑에 대하여

알료힌:루가노비치의 아내 안나를 사랑하면서도 그 마음을 숨기고 있다가 이별할 때
서로 털어놓게 된다.

결투

1.

아침 여덟 시--장교와 관리, 그리고 피서객들이 대개 무더운 하루 밤을 지낸 뒤, 한
차례 해수욕을 하고, 커피나 홍차를 마시러 찻집에 들리는 시간이었다. 이반
안드레이치 라에프스키라고 하는, 한 스물 일고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깡마르고
금발인 젊은이가 재무성의 제모를 쓰고 슬리퍼를 끌며 해수욕을 하러 와 보니,
바닷가에는 이미 안면 있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친구인 군의관
사모이렌코의 얼굴도 보였다.
짧게 깎은 큼직한 머리, 멧돼지 목에 붉은 얼굴, 큼직한 코, 짙은 검은 눈썹,
희끗희끗한 구레나룻, 뚱뚱하고 느슨한 몸매, 게다가 군인 특유의 목쉰 듯한 굵은
목소리, 이러한 특징을 갖춘 사모이렌코는 처음 이 고장을 찾아온 사람들에게는
영락없이 탁한 목소리의 사병 출신이라는 좋지 않은 인상을 주지만, 서로 인사를 하고
2, 3일쯤 어울리다 보면 그 얼굴이 더할 나위 없이 선량하고 매력 있어 보이고, 아니
그뿐만 아니라 미남으로까지 보이는 것이다. 사실, 이 사모이렌코라고 하는 사나이는
둔해 보이는 동작과 좀 거친 태도와는 걸맞지 않게 마음씨가 착하고, 한없이 선량하며,
부드럽고 싹싹한 사나이였다. 이 고장 사람들과는 너 나 할 것 없이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이고, 게다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돈을 빌려주거나 치료를 해 주거나 결혼
뒷바라지를 해 주거나 싸운 사람들을 화해시켜 주거나 피크닉 때에는 잔심부름을 맡고
나서서, 양고기 구이와 기가 막히게 맛있는 숭어국도 끓인다는 식으로, 일년 내내 남을
위해 뛰어다니기도 하고 참견도 하면서 혼자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고장의
소문으로도, 그는 참으로 좋은 사나이이며, 결점이 있다고 한다면 기껏 해서 두
가지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는 자기의 마음씨가 착한 것을 도리어 수줍어하며,
일부러 무서운 얼굴을 해 보이거나 거친 태도를 나타내 보이거나 하는 점,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기껏 해서 아직 5등관인 주제에, 위생 하사관이나 졸병들이 자신을
각하라고 불러 주는 것을 꽤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알렉산드르, 자네는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사모이렌코와 어깨를 나란히 하여, 물이 어깨에 찰 때까지 걸어 나갔을 때,
라에프스키가 물었다.
"말하자면 가령 말이야, 어떤 여자를 좋아하게 되어 같이 살게 되었다고 하잔
말이야. 그리고 그 여자와 그럭저럭 한 2년 남짓하게 동거한 끝에, 흔히 있는
일이지만 사랑이 식어서, 그 여자가 생판 남처럼 여겨지게 되었다고 하잔 말이야. 그런
경우 자네는 어떻게 하겠나?"
"그건 아주 간단한 일이야. 자, 이봐요. 어디로든지 당신 마음대로 나가 줘요.
하기만 하면 처리가 되지 않나."
"말로는 쉬운 일이지! 한데 그 여자가 아무 데도 갈 데가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이렇다 할 친척도 없이 외톨박이인데다가 돈도 한 푼 가진 게 없고, 게다가 생활
방편도 없다고 하면 말일세...."
"까짓 것, 문제없어. 일시불로 5백 루우블리쯤 쥐어 주든가, 그렇지 않으면 한 달에
25루우블리씩 대주든가, 어쨌든 그것으로 깨끗이 해결되지 않겠나. 아주 간단한
일이야."
"하긴 그래. 그럼 가령 그 5백 루우블리가 있다고 하세. 다달이 25루우블리도 대 줄
수 있다고 치고. 그렇지만 말일세, 그 문제의 여자가 교육을 받은 고상한 여자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얼굴을 맞대고 돈이나 대 주겠다고 하는 말이 나오겠나? 도대체
뭐라고 말을 꺼내지?"
사모이렌코는 무엇이라고 대답하려 했으나, 마침 그 때 큰 물결이 닥쳐와서 그들
머리를 덮치고 부서져 나가는가 싶더니, 쏴아 소리를 내면서 조약돌 위로 빠져나갔다.
두 사람은 모래밭으로 올라와 옷을 입기 시작했다.
"하긴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와 같이 산다는 건 지겨운 일인 것이 틀림없어."
사모이렌코는 장화의 모래를 털어 내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인정이라는 건 무시할 수 없어. 안 그런가? 어쨌든 나
같으면, 설사 싫어졌다고 하더라도 그런 내색은 털끝만큼도 내보이지 않고, 죽을
때까지 같이 살겠어."
이같이 말하고 나자, 갑자기 자기의 말이 겸연쩍은 듯, 말소리를 바꾸어,
"굳이 말을 하자면, 이 세상에 여자란 씨도 없는 게 좋아. 여자 따윈 악마의 밥이나
되라지!"
하고 말했다.
옷을 다 입고 나자, 그들은 찻집으로 갔다. 사모이렌코는 여기서는 한 집안 식구와
같은 대접을 받아서, 컵 따위도 전용의 것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가 매일 아침
나타나면 커피 한 잔, 높은 컵에 얼음을 띄운 물 한 잔, 그리고 코냐크 한 잔이 쟁반에
얹혀 나온다. 그는 먼저 코냐크를 마시고, 다음에는 따끈따끈한 커피를 마시고, 나중에
얼음을 띄운 냉수를 마시는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그 맛이 여간 아닌 것 같았다. 그
증거로는, 다 마시고 나면 영락없이 꿈꾸는 듯한 눈매가 되고, 두 손으로 구레나룻을
쓸면서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는, 천천히 이렇게 중얼거리곤 하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멋진 경치야!"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우울한 상념 때문에, 무더위와 밤의 어둠까지 더욱 짙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잠시도 눈을 붙이지 못하고, 기나긴 하루 밤을 꼬박 새운
라에프스키는 피곤하여 맥이 풀렸다. 해수욕이나 커피도 전혀 기분을 돋우어 주지는
못했다.
"한데 알렉산드르, 또 아까 그 얘기로 되돌아가는데 말야."
하고 그는 입을 열었다.
"친구인 자네에게는 무엇 하나 숨기지 않고 까놓고 말하겠네만, 실은 말일세,
나데지다와의 관계는 싱겁게 됐어. 정말이지 싱겁게 됐단 말일세! 개인 일을 들추어
미안하네만, 나는 도저히 말하지 않을 수 없어."
이야기가 어떻게 되어 갈 거라는 걸 예감한 사모이렌코는 눈길을 내리깔고, 손가락
끝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여자와 2년간 동거해 보니 사랑이 깨끗이 식고 말았어."
라에프스키는 말을 이어 갔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도, 지금 와서 알게 된 일이지만, 사실은 처음부터 사랑 따위는
없었던 거야. ...요컨대 요 2년 동안 나는 생각을 잘못해 왔던 거지."
라에프스키는 이야기를 할 때, 자기의 장밋빛 손등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기도 하고,
손톱을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있다. 지금도 그는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
"하긴 자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쯤은 나 역시 잘 알고 있어."
그러더니 그는 덧붙였다.
"그런데도 내가 굳이 자네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나 같은 인생의 실패자나 쓸모
없는 자에게는 지껄이기라도 하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기 때문일세. 나는 자신의
행동을 일일이 보편화시키지 않을 수 없어. 자신의 어리석기 짝에 없는 생활의
설명이나 이유를 누군가의 학설이든가 문학상의 타이프라든가 그런 것들 속에서
찾아보지 않을 수 없어. 예를 들면, 우리 귀족 계급은 퇴화되어 가고 있다고 하는 투로
말일세.... 실제로 간밤에도 나는, 톨스토이가 말한 대로다, 참으로 지독하기 짝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