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5일 수요일

신촌 이미지한의원 추천책 칼린지브란 예언자

또한 그대들 중엔 쾌락을 찾기에 젊지 않으나 또 회상할 만큼
늙지는 않은 이들도 있다.
그들은 탐구하는 것이, 회상하게 되는 것이 두려워 일체의
쾌락을 피한다.
혹 영혼을 돌보지 않게 되거나 죄를 짓지 않도록.
하지만 이 도피 속에도 쾌락은 있는 것.
그리하여, 비록 떨리는 손으로 뿌리를 캘지라도 역시 보물은
찾게 마련이다.
그러니 내게 말해 다오, 영혼을 어기려 하는 자 누구인가.
나이팅게일이 밤의 정적을 거역하는가, 혹은 개똥벌레가 감히
별을?
또 그대들의 불꽃, 혹은 그대들의 연기가 바람을 괴롭힐
것인가?
생각해 보라, 그대들 영혼이 막대기 따위로 휘저을 수 있는
고요한 연못인가?

때로 그대들은 스스로 쾌락을 거부하면서도 그대들 존재
내부의 깊은 곳에 욕망을 감춰 둔다.
누가 아는가, 오늘은 없는 듯 보이지만 그것이 실은 내일을
기다리고 있음을?
그대들의 육체조차 자신이 물려받은 바와 당연한 요구를 알고
있으니, 결코 속지는 않으리라.
그대들의 육체는 그대들 영혼의 하프. 그로부터 달콤한 음악을
울리게 하는 것, 또는 혼란한 음악을 울리게 하는 것은
그대들에게 달려 있다. 그런데 이제 그대들은 가슴속으로 이렇게
묻는구나. '어떻게 저희가 쾌락 속에서 어느 것이 선이며, 어느
것이 선이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습니까?'
그대들의 숲, 그대들의 정원으로 가 보라, 그러면 거기
그대들은 꽃으로부터 꿀을 모으는 벌의 쾌락을 알게 될 것이다.
허나 벌에게 꿀을 바치는 것, 그것은 또한 꽃의 쾌락임도 알게
될 것이다.
왜? 벌에게 꽃은 생명의 샘, 또한 꽃에게 벌은 사랑의
사자(使者)이므로. 하여 벌과 꽃 그들에겐 쾌락의 줌과 받음이,
필요하며 또 황홀한 기쁨인 것을.
올펄레즈의 사람들이여, 부디 꽃과 벌처럼 즐거웁기를.


25. 미에 대하여

그러자 한 시인이 말했다. 저희에게 미(美)에 대하여 말씀해
주소서.
그리하여 그는 대답했다.
그대들은 어디서 미를 찾는가, 또 어떻게 미를 찾아낼 것인가.
미 그 스스로 길이 되고 안내자가 되지 않는다면?
또한 어떻게 미에 대해 말할 것인가. 미 그것이 그대들의 말을
엮지 않는다면?

괴로운 이와 상처받은 이는 말한다. '미란 친절하고 자비로운
것, 마치 자기만이 지닌 큰 축복이 약간은 부끄러운 젊은
어머니처럼 미는 우리들 사이를 거닐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열정적인 이는 말한다. '아니, 미란 힘차고
무서운 것, 마치 폭풍우처럼 미는 우리 발 밑의 땅을 흔들고
머리 위의 하늘을 흔든다.'

지치고 피곤한 이는 말한다. '미란 부드러운 속삭임, 미는
우리들의 영혼 속에서만 말하지. 마치 그림자가 두려워 떠는
가느다란 빛처럼 미의 목소리는 우리들의 침묵에 따르며.'
하지만 불안한 이는 말한다. '우린 산 속에서 미의 절규를
들었네. 그리고 그와 함께 말굽소리, 날개 치는 소리, 또한
사자의 포효도.'

밤이 오면 도시의 순라꾼은 말한다. '미는 새벽빛과 더불어
동녘에서 떠오르리라.' 그리고 대낮이 되면 노동자와 나그네들은
말한다. '우린 아름다움이 황혼의 창으로부터 대지에 비스듬히
기대고 있는 걸 보았네.'

겨울이면 눈 속에 갇힌 이는 말한다. '봄이 오면 미는
언덕위로 뛰어오리라.' 또 여름볕 아래서 곡식단을 베는 이는
말한다. '우린 미가 낙엽과 함께 춤추는 걸 보았지. 그 머리카락
사이로 눈발 휘날리는 것도.'
이 모두는 그대들이 미에 대해 말하는 것, 하지만 그대들,
실은 미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니라 다만 이루지 못한 욕구에 대해
말한 것일 뿐.
그런데 미는 욕구가 아니라 다만 황홀한 기쁨. 그것은 갈증에
타는 입술도 아니고 구걸하기 위하여 내민 빈 손도 아니다.
오히려 불타는 가슴이며 매혹된 영혼이다.
그것은 그대들이 보았던 영상도 아니고, 그대들이 들었던
노래도 아니다. 오히려 두 눈을 감을지라도 보이는 영상이며 두
귀를 닫을 지라도 들리는 노래이다.
그것은 주름짐 나무껍질 속을 흐르는 수액(樹液)도 아니며,
날카로운 발톱에 매달린 날개도 아니다. 오히려 언제나 꽃 피어
있는 정원이며 언제나 날아다니는 천사의 무리.

올펄레즈의 시민들이여, 미란 거룩한 제 얼굴을 덮고 있는
베일을 걷어버린 삶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대들은 삶이면서 또한
베일. 미는 홀로 거울 속을 응시하고 있는 영원이다. 하지만
그대들은 영원이면서 또한 거울인 것을.


26. 종교에 대하여

그러자 한 늙은 사제가 말하기를, 저희에게 종교에 대해
말씀해 주소서.
그리하여 그는 말했다.
내 오늘 외에 다른 무엇에 대해 말했던가?
일체의 행위, 일체의 명상이 종교가 아니면 무엇인가?
하지만 두 손이 돌을 쪼고 베틀을 손질하는 동안에도 영혼
속에서 언제나 샘솟는 경이와 경탄이 없다면 그것은 행위도,
명상도 아닌 것. 누가 과연 행위와 신앙을, 직업과 신념을 나눌
수 있을 것인가?
누가 자기의 시간을 자기 앞에 펼쳐 놓으며, '이것은 신을
위해, 이것은 나 자신을 위해, 또 이것은 내 영혼을 위해,
이것은 내 육체를 위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모든 그대들의 시간이란 자아에서 자아로 허공을 퍼덕이며
날아가는 날개이다.
다만 최고급의 옷으로써만 도덕을 지니려는 이, 그런 이는
차라리 벌거벗는 게 나을 것을. 바람과 햇빛도 그의 살(肉)엔
어떤 구멍도 뚫을 수 없으리라.
자기의 행위를 도덕에 의해서만 정의 내리려는 이, 그런 이는
노래하는 자기의 새를 새장 속에 가두는 것. 지극히 자유로운
노래란 막대기나 철사줄 사이로 나오지 않는다.
마치 열렸다가 곧 닫히는 창처럼 예배 드리는 이, 그런 이는
아직 제 영혼의 집엔 가 보지 못한 이다. 새벽에서 새벽으로
창이 열리는 영혼의 집에.

그대들 나날의 삶이야말로 그대들의 사원이며 종교인 것.
그 곳으로 갈 때마다 그대들 그대들의 전부를 가지고 가라.
쟁기와 풀무, 망치와 피리.
필요해서건, 다만 기쁨을 위해서건 그대들이 만들었던 모든
물건들도 가지고 가라.
왜냐하면 그대들 환상 속에서도 그대들이 이룬 이상으로 오를
수도 없고, 그대들의 실패 이하로 떨어질 수도 없기에.
또 함께 그대들 찬미 속에서도 그들의 희망보다 높이 날 수
없으며, 그들의 절망 이하로 스스로를 낮출 수도 없을 것이기에.
그대들 만약 신을 알고자 한다면, 그러므로 수수께끼의
해답자가 되려 하지 말라.

차라리 그대들의 주위를 둘러 보라, 그러면 그대들은 그분이
그대들의 아이들과 놀고 계심을 보리라.
또 허공을 바라보라. 그러면 그대들은 그분이 구름 속을
거니시며 번개로써 팔을 뻗치시고 비로써 내리고 계심을 보게
되리라.
그대들은 또 그분이 꽃 속에서 미소지으시다가 이윽고 일어나
나무들 사이로 손을 흔드심도 보게 되리라.


27. 죽음에 대하여

그러자 알미트라가 소리쳤다. 저희는 이제 죽음에 대하여 묻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대답했다.
그대들은 죽음의 비밀을 알고 싶어하는구나.
허나 그대들 삶의 중심에서 죽음을 찾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것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낮에는 눈멀어 밤만이 보이는 올빼미는 결코 빛의 신비를 벗길
수 없는 것을.
그대들 진실로 죽음의 혼(魂)을 보고자 한다면 그대들의
가슴을 넓게 삶의 몸을 향하여 열라.
삶과 죽음은 한몸, 강과 바다가 한몸이듯이.
희망과 욕망의 저 깊은 곳에서 그대들은 말없이 미지의 나라를
깨닫는다.
그리하여 눈(雪) 속에서도 꿈꾸는 씨앗들처럼 그대들의 가슴은
봄을 꿈꾼다.
꿈을 믿으라, 꿈속에서야말로 영원에의 문은 숨겨져 있으니.
그대들의 죽음에의 공포란, 왕(王)의 손길이 내려져
영광스럽게도 왕 앞에 서게 된 양치기의 전율에 불과한 것.
떨리면서도 양치기는 실은 기쁘지 않겠는가, 왕의 주목을 받게
됨이?
그러나 또, 그러므로 더욱 자기가 떠는 것에 신경 쓰이지
않겠는가?

죽는다는 것, 그것은 과연 무엇인가. 다만 바람 속에
벌거숭이로 서서 태양 속으로 녹아 가는 것이 아니라면?
숨이 그친다는 것, 그것은 무엇인가, 다만 한 숨결이 끊이지
않는 자기의 조수(潮水)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하여 높이 오르고 퍼져서, 어떤 번민도 없는 신을 찾는 것이
아니라면?

그대들은 오직 침묵의 강물을 마실 때에야 진실로 노래하게
되리라.
또 그대들은 산 꼭대기에 이르렀을 때에야 비로소 오르기
시작하게 되리라. 그리하여 대지가 그대들의 사지(四肢)를
요구하게 될 때, 그때에야 그대들은 진실로 춤추게 될 것을.


28. 고별에 대하여

드디어 이제 때는 저녁이 되었다.
예언녀 알미트라는 말했다. 축복 받으소서. 오늘과 이곳과
이제까지 말씀하신 당신의 영혼이여.
이에 그는 대답했다. 내가 말한 자에 불과했던가? 나는 또한
듣는 자가 아니었던가?

이윽고 그가 사원의 계단을 내려가자 사람들은 모두 그를
뒤따랐다. 그는 배에 이르러 갑판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는 그는 사람들을 향해 다시 소리 높이 외쳤다.
올펄레즈의 사람들이여, 바람은 내게 그대들을 떠나라고
명하는구나. 바람보다 내 서둘지 않을지라도, 이제 나는 가야만
하리.
우리 방랑자들은, 항상 보다 외로운 길을 찾아가는 우리들은,
하루를 끝냈던 그 자리에서 다음 날을 시작하진 않는 것을.
그러므로 어떤 새벽도 황혼이 우리를 이별했던 그곳에서 우리를
찾아내지는 못함을.

대지가 잠들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들은 길을 간다. 우리는
결코 죽지 않는 나무의 씨앗, 그리하여 우리 무르익고 가슴
그득해지면 우리의 몸은 바람에 맡겨져 이윽고 흩어진다.

짧기도 하였구나. 내 그대들과 함께 보낸 날들이여, 또한 내
한 말들은 더욱 짧았구나.
하지만 내 목소리 그대들의 귓가에서 사라지고, 내 사랑
그대들이 추억 속에서 지워지면 그때 나는 다시 오리라.
그리하여 보다 풍요한 가슴, 보다 풍요한 입술로 보다 영혼에
순종하면서 나는 말할 것을.
그래, 나는 조수를 따라 돌아오게 되리라. 죽음이 나를
가릴지라도, 보다 거대한 침묵이 나를 껴안을 지라도,
그럴지라도 나는 또다시 그대들의 이해를 구하리라.
그러나 결코 헛되이 구하진 않으리라. 내 말에 조금이라도
진리가 있다면, 진리는 보다 명쾌한 목소리로, 보다 그대들의
생각에 가까운 말로 스스로를 드러내게 될 것을.

내 바람과 함께 간다, 올펄레즈 사람들이여, 허나 내 허공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만약 오늘 그대들의 욕구와 내
사랑이 충족되지 않았다면, 오늘로써 다음날을 기약하기를.
인간의 욕구는 변하지만, 허나 사랑은, 또 사랑이 충족 시켜
줄 욕망은 변하지 않는 것. 그러므로 인식하라, 보다 거대한
침묵으로부터 내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을. 들판에 이슬을 남기며
새벽을 떠도는 안개도 솟아 올라 구름을 모두어 비로 내리는
것을.
나 또한 그 안개와 다름 없었으니, 고요한 밤 나는 그대들의
거리를 거닐었고 내 영혼은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면 그대들 심장의 고동은 내 가슴 속에서 울렸고,
그대들의 숨결은 내 얼굴을 스쳤으며, 그리하여 나는 그대들
모두를 이해하였다.
그래, 나는 그대들의 기쁨, 그대들의 고통을 이해하였다.
그리고 그대들 잠 속의 꿈은 바로 나의 꿈이었다.
또한 나는 때로 마치 산 속의 한 호수처럼 그대들 가운데
있었다.
나는 그대들 속에 산꼭대기의 모습을 비추었고, 비탈진 기슭과
심지어는 그대들을 스치는 생각과 욕망의 무리까지도 비추었다.
그러면 나의 침묵을 향하여 시냇물과도 같이 그대들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밀려 왔고, 또 강물처럼 젊은이들의 갈망이
밀려 왔다. 이윽고 나의 심연(深淵)에 이르렀을 때에도 시냇물과
강물은 결코 노래를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웃음소리보다도 달콤하게, 갈망보다도 위대하게
나를 찾아오는 것이 있었음을.
그것은 그대들 속의 무한(無限). 그 속에서 그대들이란 다만
세포이며 힘줄에 불과할 뿐. 광활한 그 인간으로 하여 그대들
광활하고 그를 봄으로써 내 그대들을 보았다. 또 사랑하였다.
왜냐하면 사랑이라고 어떻게 머나먼 광활한, 하늘에도 없는
곳에 이를 수 있을 것인가? 어떤 환상, 어떤 희망, 어떤 추측
따위가 사랑을 보다 높이 날아 오르게 해줄 수 있을 것인가?
꽃으로 덮인 거대한 떡갈나무와도 같이 광활한 그 사람은
그대들 속에 있다. 그의 힘이 그대들을 대지에 묶고 그의 향기가
그대들을 허공에 오르게 하며, 그리하여 그의 영원 속에서
그대들은 결코 죽지 않는다.

그대들은 들었으리라. 그대들의 존재란 마치 사슬과도 같아
그대들의 고리 중 가장 약한 고리만큼 허약하다는 말을. 그러나
이는 반쯤만 진실일 뿐, 그렇다면 그대들은 그대들의 고리
중에서 가장 튼튼한 고리만큼 튼튼하기도 한 것.
지극히 사소한 행위로 그대들을 재려 함은 덧없는 거품으로
대양(大洋)의 힘을 평가하려는 것과 같다. 그대들의 실패로써
그대들을 심판하려 함은 다만 쉬이 변한다고 계절을 책망하는
것과도 같은 것을.

그래, 그대들은 대양과도 같다. 비록 크나큰 배가 그대들의
기슭에서 조수를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그럴지라도 그대들이
조수를 재촉할 수는 없다.
또한 그대들은 계절과도 같다. 그리하여 비록 그대들 겨울이
지난 뒤 봄이 오는 것을 부정할지라도, 봄은 그대들 속에 누워
나른히 미소지으며, 성내지 않는다.
그러나 결코 생각지 말라, 내 이 말들이 그대들 서로서로,
'그는 우리를 찬미했네, 그는 우리의 선(善)만을 보았네' 라고
말해도 좋음을 얘기한 것이라고는. 나는 다만 그대들이 스스로
생각함으로 깨닫고 있는 것을 말로써 한 것일 뿐.
그런데 말의 인식이란 무엇인가, 다만 말없는 인식의 그림자가
아니라면? 그대들의 생각과 나의 말이란 굳게 봉인된
추억으로부터 물결치는 파도, 거기 우리들의 과거가 기록되어
있고, 우리는 물론 대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던 태고(太古)의
낮과 혼돈으로 어지럽던 대지의 밤이 기록되어 있음을.

현명한 이들은 그대들에게 지혜를 주고자 온다. 그러나 나는
그대들의 지혜를 빼앗고자 왔다.
그런데 보라, 내 지혜보다 더위대한 것을 찾아냈으니. 그것은
그대들 속에서 언제나 스스로 모여 더욱 불타고 있는 영혼.
그러나 그대들은 타오르는 불꽃에는 관심도 없이 시들어 가는
날만 슬퍼하고 있구나.
육체 속에서만 살고자 하는 삶에게 무덤은 두려운 것. 허나
여기 무덤은 없다. 이 산, 이 들은 요람이며 디딤돌.
그대들 조상의 뼈를 묻은 들을 지날 때마다 잘 보라, 그러면
그대들은 거기 그대 자신과, 그대의 아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춤추는 것을 보게 되리라.
참으로 그대들은 종종 이해하지도 못한 채 즐거워한다. 다른
이들이 그대들에게 왔으나, 그대들의 신앙을 이룬 귀중한 약속을
위해 그대들은 다만 부(富)와 권력과 영광만을 주었다.
내 한 약속은 보다 보잘것 없었으나, 그럼에도 그대들은 내게
더욱 관대하였다. 그대들은 내게 보다 깊은 삶에의 목마름을
주었다.
실로 인간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으니 자기의 온 목적을
타오르는 입술로, 온 삶을 샘물로 변하게 하는 것. 결국 이
속에만이 나의 영광, 나의 보상은 들어 있는 것.
나 샘물을 마시러 올 때면 언제나, 샘물 자신도 목마르고
있음을 나는 알게 된다. 그리하여 나 샘물을 마시는 동안 샘물
또한 나를 마심을.

그대들 중 어떤 이는 내가 거만하고, 그래서 선물 받는 것을
지나치게 부끄러워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긴 내 정말 삯전을 받음에도 자존심이 강하나 선물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그래, 그대들 나를 그대들의 식탁에 앉히고자 할 때, 내 비록
들판에서 딸기를 뜯어 먹었을지라도.
또 그대들 기꺼이 내게 잠자리를 주고자 할 때, 내 비록
사원의 문간에서 잠들었을지라도, 내 언제나 달콤한 양식을
먹고, 꿈꾸며 잠들 수 있었음은 나의 매일을 사랑하는 그대들의
염려 덕분이 아니었던가?

이로 하여 나는 그대들을 무엇보다 축복한다. 그대들은 무수히
베풀면서도 전혀 자기가 무엇을 베풀었는지 모름을.
실로 거울 속으로 저만을 응시하며 행하는 친절이란 무익한
것으로 변하며, 또 스스로를 찬양하기 위한 선행(善行)이란
재앙의 어머니가 될 뿐.

그대들 중 어떤 이는 또 내가 너무 멀리 있으며 저만의 고독에
취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대들은 말한다. '그는 숲의 나무들과는 속삭여도
인간들과는 속삭이지 않지, 그는 산꼭대기에 앉아 우리의 도시를
내려다보기만 할 뿐.'
하긴 사실이다, 내가 산을 오르고 먼 곳을 돌아다녔던 것은.
내 어떻게 그렇게 높이, 또 그렇게 멀리서가 아니었더라면
그대들을 볼 수 있었겠는가? 사람이란 멀리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진실로 가까이 있을 수 있을 것인가?
또 그대들 중 어떤 이는 나에게 소리쳤다. 말없이, 그리고
말했다. '낯선 분이시여, 낯선 분이시여, 닿을 수 없는 곳이나
사랑하는 분이시여. 왜 그대는 독수리들이나 집을 짓는
산꼭대기에서 사시는가? 그대는 어찌하여 불가능을
추구하시는가? 어떤 폭풍을 그대 그물에 낚으려 하시는가, 그대
어떤 덧없는 새를 허공에서 잡으려 하시는가? 오시라, 그리하여
우리들과 하나가 되시라. 내려오라, 그리하여 우리의 빵으로
그대 굶주림을 달래고, 포도주로 그대 목마름을 푸시라.'
고독한 영혼으로 그들은 이런 말들을 했다-- 허나 그들의
고독이 조금만 더 깊었더라면 알았을 것을, 내다만 그대들의
기쁨과 그대들의 고통의 비밀을 찾고 있었을 뿐임을.

그러나 사냥꾼이란 또 동시에 사냥 당하는 자. 그리하여 내
활이 당긴 무수한 화살을 기어이 내 가슴을 찾아왔구나.
또 날아가는 자는 동시에 기어가는 자. 그리하여 내 날개가
태양 속에 펼쳐졌을 때 땅 위에 비친 그 그림자는 거북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를 믿는 자는 또 동시에 의심하는 자이니. 때로 나는
내 상처에 스스로 손가락을 찔러 대어야만 했다. 그대들에게서
보다 큰 믿음을, 그대들의 보다 큰 지혜를 얻기 위하여.

그리하여 내 이 믿음과 깨달음으로 말하는 것은. 육체가
그대들을 감금하는 것은 아니며, 집 또는 들판이 그대들을
가두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산 위에 살며 바람 따라 헤매는 그대들. 따뜻함을
찾아 햇빛 속을 기어다니거나, 안전한 곳을 찾아 어둠 속에
구멍을 파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자유로운 것, 그것은 대지를
감사고 창공을 흐르는 하나의 영혼.

이 말들을 비록 모호하다 해도 결코 명백하게 말하려고 애쓰지
말라. 모호하고 종잡을 수 없는 것이야말로 만물의 끝이 아니라
시초, 그러므로 내 바라건대 그대들 언제나 시초로서 나를
기억해 주기를.
삶, 그리고 또 살아있는 모든 존재란 결정(結晶)으로부터가
아니라 안개 속에서 잉태되어지는 것. 하지만 누가 아는가,
결정이란 것도 다만 사라지는 안개에 불과한 것을?

그대들 나를 기억할 때면 다음 말도 기억해 주기를.
그대들 속의 가장 연약하고 갈피를 못 잡는 것이 실은 가장
튼튼하고 굳센 것임을. 그대들의 뼈대를 꼿꼿이 세우고 또
튼튼히 하는 건 그대들의 숨결이 아닌가?
그리고 그대들의 도시를 세우고 거기 일체를 이룸은 일찍이 그
누구도 기억치 못하는 꿈이 아닌가?
그대들 만약 그 숨결의 흐름만 볼 수 있다면 모든 것은 보지
않을 것을. 또한 그대들 그 꿈의 속삭임만 들을 수 있다면 다른
어떤 소리도 듣고자 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그대들은 보지 못한다, 듣지도 못한다. 하긴 그건
당연한 일. 그대들의 두 눈을 가린 베일은 아마도 그것을 짰던
손이 벗겨주리라.
또한 그대들의 두 귀에 가득한 진흙도 처음에 반죽해 넣었던
손가락이 파내 주리라. 그러면 그대들은 보게 되리라. 또한 듣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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