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적으로 분노를 해결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앞에 논의된 다른
방법들이 지닌 결점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방법을 소개하겠다. 당신이 이
책에서 제시되는 원리들을 숙고하고 충분히 실험해 볼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이 새로운 개념들을 당신의 생활에 시도해 보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열심히
일정 기간 동안 연습해 본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지정행의 요법(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이 당신의 생활에 가져다주는 새로운 변화를 발견하고 그것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ff
2. 당신은 어떻게 화를 내게 되는가?
지정행의 치료(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REBT)에서 제시하는 ABC
원리는 당신이 화가 날 때의 감정처리를 세련되도록 하게 하는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ABC가 무슨 마술적인 방법 같은 것은 아니며, 오히려 우리가
느끼는 모든 분노의 문제를 아주 현실적인 방법으로 해답을 찾아 나가는 원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REBT는 마술이나 어떤 신비주의적 요소 같은 것은 동원하지 않고서
다만 논리적 이론을 통하여 증명해 준다. REBT 이론은 공허하거나 환상적인 이론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냉정한 현실에 근거하여 발견할 수 있는 사실들에 의존한다.
REBT 이론은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는가?
REBT가 기존의 심리치료의 기법들과 어떤 차이가 있으며 어떤 점에서 더
효과적인가? REBT의 기초적인 원리들은 나의 오랜 임상경험과 연구에서
발전되었으며, 나의 동료들과 이 분야에서의 수많은 실험들에 의하여 사실로 증명되어
왔다.
나는 심리치료자로 일해 오는 동안에 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치료법들을 적용해 볼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동안의 임상적인 경험과 연구를 통하여
나와 동료들은 당시의 고전적인 분석기법은 비효과적이고 비능률적일 뿐만 아니라,
치료를 원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이
말은 오로지 나의 임상적 경험에 근거한 것이다. 나는 정신분석적 접근이 대부분의
환자나 치료자 모두가 지나치게 시간과 경비를 소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서적인 문제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고통을 겪는 것인데, 치료를 위하여
투자한 시간과 경비에 비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지 못하였다.
나는 REBT의 중요한 원리들을 현대 심리학에서 뿐만 아니라 위대한 철학자들의
지혜에서도 많이 도출해 내었다. 나는 젊은 시절에 조예깊은 철학서들을 즐겨 읽었다.
책에서 읽었던 원리들을 내가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에 적용하여 보았더니 정신분석적
기법들을 적용하였을 때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치료의 효과를 보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환자들을 상대하면서 그들의 문제에 대하여 심리학적인 분석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분석까지 제시하였을 때, 그들은 심리학과 철학의 두 학문의 열매를 맛볼 수 있었고,
치료의 효과도 더 지속적이었다.
당신의 문제가 좀 심각한 정도라면 나는 REBT의 전문치료자를 찾아가 보라고
권유하겠지만, 웬만한 문제일 경우에는 치료자의 도움 없이도 REBT의 원리를
이용하여 당신 스스로를 치료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떻게 당신이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절대적 혹은 명령지향적 사고에 의존하여 당신 스스로를 분노하게
만들어 나가는가를 철학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이다. 이러한
사고체제를 당신 스스로 통제하고 조작하는 방법을 정확하게 이해하기만 한다면,
당신은 이 책의 도움을 받아 가며 혼자의 힘으로도 너끈히 평소에 화내는 습관을
근절할 수가 있다. REBT는 당신에게 화가 치밀어 오르게 하는 상황이 어떠하든 간에
그것에 구애받지 않고서 언제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과학적 해결 단계의 공식을
고안하였다.
전통적인 심리치료의 기법들을 사용하면서 깨닫게 되었던 가장 심각한 결점은,
환자들이 수년간의 치료를 받고나서도 여전히 치료자의 지속적인 도움이 없이는 자기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을 혼자 해결해 나갈 능력이 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환자들이 그토록 많은 시간과 돈을 치료에 바쳤다면, 당연히 그들은 그에 해당하는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그 당시 나는 아주 심각하게 느꼈었다.
그래서 나는 그때까지 사용해 온 비효과적인 방법들을 파기하고, 나의 새로운 견해에
근거한 실험적 방법들을 환자에게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심리치료에서 사용된 여러
가지 접근법들에 철학적 지식들을 접목하여 나는 REBT의 기초적인 원리들을
수립하였다. 그 결과는 충분히 값진 것이었다. 치료자가 의미없는 분석이나 해석을
해주는 데에 의존하는 대신에, 환자들이 이제 스스로 사고하고 실험해 보며 현실을
보는 안목을 가지도록 하였다. 그러한 방법을 사용하자, 환자들은 정신분석적인 방법을
사용했을 때보다도 빠른 시간내에 지속적인 치료 진전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나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정신분석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하여 사실적인 예들을 사용하였다. 독자가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나는 이
책 전체를 통하여 하나의 똑같은 예(이미 1장에서 제시된 예)를 가지고 설명을
해나가겠다. 나는 내 친구인 당신에게 당신의 아파트와 가구를 제공해 주기만 한다면
당신과 함께 룸메이트로 지내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때부터는 소요되는 비용도 함께
나누어 지불하기로 동의하였다. 그 후에 내가 충분한 설명이나 해명도 없이 그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었다고 통보하였다. 당신은 나에게 매우 화가 났다.
당신이 화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위의 예에, REBT의 방법을 사용하여 당신이 느끼는 적대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REBT의 ABC 가운데, 먼저 결과인 C(Consequence)부터 생각해 보자. C는 정서적
혹은 행동적 결과를 말하는데, 위의 경우에는 당신이 느끼는 분노가 C에 해당한다.
그 다음에 A를 보자. A는 선행사건(Activating Event), 혹은 선행경험(Activating
Experience)이다. 당신과 나, 두 사람이 동의한 중요한 약속을 내가 지키지 않은 것,
이것이 A에 해당한다.
우리가 A와 C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A가 C를 일으킨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놀랍게도 REBT 이론에서는, 선행사건(A)이 정서적인 결과(C)를 일으키는 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지는 몰라도, A가 진짜 원인은 아니라고 가정한다. 우리는
항상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가에 대한 역학관계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A와 C의 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A와 C 사이에 다른 요소가 끼어
있음을 발견할 수가 있다. 즉, 비록 내가 일방적으로 우리의 약속을 깨버린 것이
당신에게 매우 불편하고 실망스러운 일이긴 하지만(나의 행동으로 인해 당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내가 취한 행동 자체만으로 당신이 내게
느끼는 분노감정의 원인이 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A에서 바로 C가 야기되었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우리가 어떤 특정한
상황(A)을 맞게 되었을 때는 항상 특정한 결과(C)가 오는 것으로 가정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물이 어느 지점의 온도에 이르면 끓고 또 어느 지점에 이르면
언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 법칙은 물과 온도에 관한 한 어떠한 경우에도
진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상호작용 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인과의 법칙이 인간생활에서는 들어맞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주어진 상황에서
보통사람과는 아주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보고 놀란 경험들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한 예로, 우리는 잔인한 범죄의 희생이 된 사람들이 경찰이나 법원과 협력하여 그
가해자를 엄벌하려고 하는 대신에 그와 정반대의 행동을 취하는 경우를 종종 전해
듣는다. 그들은 자신에게 해를 입힌 가해자가 구속되지 않도록 돕기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만일 똑같은 범죄로 해를 입은 10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 본다면 틀림없이 사람들의 반응이 각각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위의 경우처럼 행동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이들은 가해자를 고소하고
구속시키기 위해 안달을 하기도 할 것이며, 많은 사람들은 또 다른 반응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므로 정서적인 결과는, 비록 선행사건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나,
선행사건에 의해서만 직접적으로 유일하게 결정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요점이 있다. 우리는 부딪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반응들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으며, 사건 당시에는 엄청나게 느껴져 압도되지만
기실은 우리의 감정이나 반응은 얼마든지 우리가 통제할 여지가 많다는 사실이다. A와
C사이에는 사고의 과정이 중개되어 있다. 즉, 주어진 상황에 대하여 어떻게
적응할까를 결정하는 평가의 과정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사고의 과정(B)인 것이다.
우리가 중개자의 단계인 자신의 사고에 대해 잘 깨우치고 있으면 있을수록,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사색의 기회를
통하여, 충동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스스로의 성장을 좌절시키고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사고와 인식이 역동적으로 정서에 주는 영향을 언어학, 철학, 심리학에서는
각각 나름대로의 전문용어를 써서 설명하고 있다. 각 분야는 설명의 관점이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사고와 정서의 관계에 관련된 문제들이 명료해지기보다는 오히려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각 학문별로 꾸준히 인간의 행동과 사고에 관한
중요한 사실들을 규명해 온 덕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비전문적인 사람들은,
우리 내부에서 사고와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연결되어 수행된다는
사실이 얼른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사고과정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사고방식이 우리의
행동양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당신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성장해 오는 동안 어떤 상황이나 사람들,
아이디어, 사건들을 볼 때마다 어떤 평가나 판단을 내리는 가치기준을 형성하여 왔을
것이다. 이러한 가치기준이나 신념체제(B)에는 개인적인 것도 있지만, 또한 당신이
소속한 사회나 문화의 가치기준과 일치하는 것도 있다. 문화가 다르면 신념체제는
아주 중요한 측면에서 달라지게 된다. 한 사회의 규범과 가치는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매우 달라진다고 사회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가령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아주
야만적이고 잔인한 관습이나 행동 패턴이 오늘날의 문명화된 사회에서도 여전히
발견되고 있다. 개인은 수많은 신념체제들을 자기 내부에 지니고 있으며, 문화적
규범이라는 것도 개인이 살아가는 동안에 변화할 수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여러 사물에 대한 자기의 감정이나
견해를 자기 스스로 혹은 사회의 요구에 의하여 변화시키려고 하게 된다.
모든 사회는 그 구성원들을 협력적으로 결속시키기 위하여 그들이 지켜야 할 일련의
신념, 가치, 규범들을 제정하며 부모, 교사, 종교적, 정치적 지도자들은 우리들 각자의
개인적 신념체제를 발달시키는 데 기초가 될 가르침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개인적인 신념체제가 순전히 우리 자신의 생각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것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하는 우리의 생각은
성인들에게서 영향받은 바가 크다.
비록 당신의 신념체제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하여도, 신념체제에 관한
일관성 있는 기준이나 보편적 규범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행동이나 사람이 그
자체로 좋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며, 모든 행동에 대한 우리의 판단기준은 변할
수 있으며, 논란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판단은 그 사람과 행동에 단지
간접적으로만 관련되어 있을 뿐이다.
사고방식 또는 신념체제에 따라서 당신의 감정(정서)이 좌우된다
지금까지 당신의 신념체제가 C지점의 정서적 반응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어느 정도 설명하였으므로 이제부터는 당신의 신념체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B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중요한 점이 있다. 비록 B가 당신의
반응인 C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나, B만이 오로지 C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니며, A도 역시 상당한 정도로 당신의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항시
기억해야 한다. 당신의 반응인 C는, 어느 경우에든 A와 B의 조합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당신이 아무리 결사적으로 노력을 해도, 현실적으로 A에
아무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논의를 한 단계 더 진전시켜 보면, 당신의 현실개념은 단지 당신이 외부의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의 견지에서만 해석될 수는 없다. 당신의 현실개념은 당신의
과거 경험과, 이 경험에 관련된 신념과 연상으로부터 도출된다. 당신이 취하는
행동이나 반응이 겉보기에 자동적인 행동이나 반응처럼 보일지라도 자세히 따져 보면
그것은 당신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고에 뒤따라서 취해진 것이다. 당신이
어떤 상황을 불쾌하고, 해롭고, 역겨운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곳을 피해 도망가고
싶어할 것이고,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거기에 적극적으로 달려들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상을 인정하고, 또 우리 각자의 신념체제들이 다 다르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어떠한 사건이나 경험도 그 자체만으로 가치기준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반응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사고, 신념이 지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선행사건 자체로서는 우리가 선과 악의 가치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선행사건의 배후에 있는 "사고"라는 중개과정이 우리의 판단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장에서는 REBT의 모델을 사용하여 A와 C의 내용을 당신에게 알려주었으므로
이제부터 세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체제에 대하여 설명하겠다. 지금부터 나는
우리가 인생에서 부딪치는 난관을 어떻게 다루어 나갈 것인가를 여러분들에게
보여주고 REBT의 모델을 여러분 스스로에게 적용해 보는 방법을 가르쳐 주려고 한다.
물론 인생에는 수천 가지의 선행사건들이 있고, 수천 가지의 정서적 결과가 뒤따른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지간에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지각하는 태도에는 사람들
나름대로의 신념체제나 사고방식이 내재하고 있다. 당신이 그 상황에서 A와 C를
지각해 내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B를 찾아낼 수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