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7일 월요일

피지억제 여드름의 치료약 기형아 척추석회화

기형아출산, 척추석회화 등 부작용…의사들, “부작용 확률 적어”


[메디컬투데이 김소연 기자] 최근 기형아 출산의 위험성이 있는 여드름 약 ‘로아큐탄’의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늘면서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약은 지난 2004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기형아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서 부작용 발생 위험성에 관한 안전성 서한이

배포되는 등 부작용 위험성에 대해 일찌감치 경고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인정한 기형아 출산의 부작용말고도 척추석회화, 관절통, 탈모, 피부염, 우울증 등 부작용 보고 건수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로아큐탄’에 대한 부작용 관련 외신보도도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여드름으로 약물 치료받는 환자 10명 중 8~9명은 이 약을 복용하고 있을 정도로 피부과에서 빈번하게 처방되고 있어 부작용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로아큐탄’의 두 얼굴 = ‘로아큐탄’은 1982년 로슈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여드름 치료제다. 기적의 여드름 약으로 불릴 정도로 현재까지 가장 많이 처방되어온 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연예인들이 많이 다니던 한 유명 피부과에서 작정하고 ‘로아큐탄’을 처방을 많이 한 후부터 전국적으로 퍼졌다는 후문이다. 그 전에는 일반적인 여드름 치료를 항생제로 해 왔다.



로아큐탄은 최소 3~6개월 정도 피임을 해야 한다는 경고 사항이 있지만 워낙 빠른 효과 덕분에 순식간에 피부과의 주요 처방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처럼 빠른 효과 뒤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 가장 흔한 것은 입술이 마르고 벗겨지는 구순염이고 가장 치명적인 것은 기형아 출산 가능성이다.

때문에 임신 가능한 여성들은 수개월간의 피임기간을 권고 받고 복약을 시작하게 된다.

심지어는 일부 복용자들에게 척추석회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약 부작용으로 유학생활을 포기할 지경까지 간 김지수(가명)씨는 “아침마다 등 뼈 마디마디가 아파 일어나지도 못했다”고 호소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김 씨는 허리와 골반으로까지 통증이 내려와 10분 이상 무슨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왔다고 한탄한다.

김 씨는 “미국에 있는 병원에 다니면서 이 약의 독성으로 척추석회화가 일어나게 된 것을 알게 됐다”며 “왜 이런 독한 약을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국내에서는 처방하는지 모르겠다”며 부작용의 심각성을 우려했다.



심각한 탈모 증세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이지희(가명)씨 역시 약을 복용하면서부터 얼굴과 입술이 심하게 건조해지면서 머리를 감을 때 평소보다 많은 양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그 증상이 점점 심해져 현재는 약 복용을 중단한 상태다.

이 외에도 피부염, 소양감, 콜레스테롤 증가, 지방간, 간독성, 두통, 구토 등의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들 “심각한 부작용 아냐”…부작용 쉽게 생각하나? = 이 약을 복용한 환자들의 부작용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소재 3개 대학병원과 5개 개인병원 피부과 전문의에게 이 약의 부작용에 대해 물어봤다.

그 결과 대부분 공통적으로 돌아오는 대답은 “여러 부작용은 있지만 그 확률은 낮다” “오히려 치료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적은 편”이라는 식의 답변들이었다. 이에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처방전 의사들의 위험성 경고가 부족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어느 한 환자는 “의사가 약 복용 전 피부가 건조해진다는 말 만 했으며 간 기능 검사만 이상 없으면 아무 문제없는 약이라고 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에 한 대학병원 피부과 전문의는 “이 약의 경우 처방전에 환자동의서를 받거나 임신가능성 여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100명이면 100명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약은 없다”며 “치료효과가 좋은 약을 굳이 부작용만 부각시켜 환자의 치료 의지를 꺾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모 유명 피부과 의사는 로아큐탄은 비타민 A유도체로, 잘만 쓰면 문제될 것이 없으며 아주 어린아이한테도 필요하면 쓸 수 있다고도 했다. 이 발언과 관련, 한 피부과 전문의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논문에서도 이 약이 그리 위험하지 않았다”며 “일부 부작용들은 실제보다 크게 부각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형아 출산 위험성이 있다는 약의 부작용과는 상반된 된 것이라며 부작용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이 처럼 “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식의 의사들의 반응에 불만을 터트렸다.



◇“부작용 있어도 여드름만 치료된다면…” = 태아한테만 독하고 산모한테는 독하지 않은 약도 있을까.

미국FDA에서는 ‘로아큐탄'을 A, B, C, D, X 등급 중 X등급으로 분류해 놓았다. X등급은 동물실험 및 임상시험에서 태아 독성이 확인되거나 기존에 기형을 유발한 약물로서 약물 위험성이 유효성보다 크다는 의미다.

많은 이들은 약의 부작용을 호소하고 내성이 강해 추후 치료효과가 떨어진다고 알리고 있지만 일부 환자들은 여전히 빠른 효과를 내는 로아큐탄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작용을 앓는 한이 있더라도 여드름이 없어지기만 하면 좋겠다”며 부작용 사례들을 무시해버리는 행동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 여기에 여러 부작용을 간과하고 처방하는 의사들의 태도에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 로아큐탄 제네릭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식약청에 보고된 부작용 사례는 기형아 유발 위험성으로 이 부분에 대한 경고문구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환자들이 호소하고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김소연 기자 (ksy@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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