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일 화요일

신촌 이미지 한의원 02-336-7100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10가지결심

제 1장 호화궁전
하피드는 거울 앞에 서서 황금색 황동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생기를 잃지 않은 것은 눈 뿐이군?"
그는 돌아서서 대리석이 깔린 넓은 마루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금과 은으로 장식된 천장과 검은 색의 얼룩마노 기둥이 그 천장을 받치고 세워
져 있다. 하피드는 그 기둥 사이를 지나 윤이나는 나무와 상아로 된 식탁에 가서
앉았다.
응접실에는 거북이 가죽을 씌운 안란 의자가 놓여 있었고 벽은 보석으로 장식
되어 환상적인 모야의 비단처럼 하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희고 매끄러운 청동 화
분에는 종료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하피드이 궁전을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화려한 그의 저택을 보고 그만 놀라서
입을 벌리며 그가 세계 제일의 부자라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하피드의 나이 칠십세이다. 그가 낙타지기 소년이었을 때 주인에게서 신
비한 열개의 두루마리를 물려받은지 만 오십년이 지났다.
그는 식탁에 앉아서 잠시동안 지난 과거를 회상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신비한
10개의 두루마리를 누구에게 물려줄 것인가를 생각했다.
하피드는 돌담 정원을 지나 그의 저택에서 500보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창고로
갔다. 그의 창고지기이며 충실한 하인인 에라스무스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창
고문 밖에서 그를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주인 어르신."
하피드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는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오는 에
라스무스의 얼굴에는 주인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이유를 알 수 없어 몹시 의
아해하는 빛이 역력히 나타났다.
하피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보물들 앞에 멈추어 서서 방금 마차에서 내려놓
은 듯한 그 보물들을 어림잡아 계산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창고 안에는 서아시아에서 나는 양모, 아마포, 양피지, 꿀, 양탄자, 향유와 도
자기, 호두, 딸기, 그리고 팔메라에서 가져온 피륙과 약초, 아라비아 산의 생강
이집트에서 가져온 곡물, 그리이스에서 가져온 동상 등등 진귀한 것이 수 없이
많았다.
이윽고 하피드는 에라스무스를 돌아보았다.
"여보게 에라스무스, 이 보물이 값으로 치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에라스무스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모두 다 말입니까? 주인 어르신?"
"그래."
"글쎄요? 요즘은 계산해 보지 않았습니다만 아마 황금 칠백만 달라는 될걸요?"
"그러면 다른 창고와 가계에 있는 내 모든 상품들을 모두 금으로 환상하면 얼마
나 될까?"
"글쎄요. 아직 계산 목록을 정리해 보지 않았습니다만 삼백만 달란트는 되겠죠."
하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품은 더이상 구입하지 말게. 그리고 즉시 이 상품들을 전부 금으로 바꾸려고
하니 알아서 처리해 주게."
에라스무스는 뭔가 말하려고 하였으나 소릴가 입에서 나오지 못하고 입 안에서만
맴돌았다. 그는 한방 얻어맞은 사람처럼 주춤 뒤로 물러서서 겨우 입을 열었다.
한마디 하는 것이 무척 힘들어 보였다.
"저는 주인 어르신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올해는 가장 수익이 많은 해
입니다. 모든 대리점은 지난 분기보다 훨씬 매산고가 올라가고 있다고 하지 안흐
습니까? 그 뿐만 아니라 로마 군대까지도 우리가계 단골이 되었고 예루살렘 대리
점에서는 이백마리나 되는 종마를 불과 2주일만에 팔아치웠습니다. 무례함을 용
서하십시오 주인 어르신. 주인님의 분부에 거역한 것은 한번도 없었습니다만 그
지시만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하피드는 미소를 머금고 조용히 에라스무스의 손을 잡았다.
"친구같이 믿음직스러운 하인이여. 그러니까 벌서 몇년이 지났나? 자네가 처음
고용되었을 때 내가 자네에게 첫번째로 한 지시가 무엇이었는지 기억할 수 있겠
나?"
에라스무스는 약간 얼굴을 찌푸리더니 곧 웃었다.
"예 기억하다마다요. 저는 우리 주인어르신 지시대로 우리들의 1년치 양식의 절
반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한 적이 있었지요. 그 일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요."
"그때도 자네는 내가 어리석은 장사꾼이라고만 생각을 했지?"
"예 분명히 그랬습니다 주인 어르신."
하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산더미같은 보물을 향하여 두팔을 크게 벌
렸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때 자네의 걱정이 쓸데없는 기우였음을 시인하겠는가?"
"예 주인 어르신."
"그러면 이번 내 결정도 믿어주게. 나의 계획을 설명해 주지. 나는 이제 너무
늙었어. 지금 무엇이 필요하겠나? 그 행복했던 시절도 다 사라졌고 그렇게 사랑했
던 나의 리샤도 내 곁을 떠나버렸지. 이제 소원이 있다면 나의 모든 재산을 이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는 것 뿐일세. 나는 단지 생활에 불
편이 없을 정도면 족해. 나의 재산을 전부 처분한 다음에 모든 대리점을 현재의
주인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필요한 법적 절차를 갖춰주기를 바라네. 그리고 지배
인들에게 금 오천달란트 씩을 나누어 주게. 그들이 오랫동안 나를 위해서 충성
을 다한 보상일쎄."
에라스무스는 뭔가 말하려고 했으나 하피드가 손을 들어 가로막았다.
"여보게. 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않은가?"
창고지기는 머리를 힘차게 옆으로 저으면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닙니다. 주인어르신. 다만 그 까닭을 알지 못해서요. 주인님의 말씀은 마치
임종을 앞둔 사람같군요."
"에라스무스, 자네는 정말 좋은 나의 충복이야. 자네의 걱정은 하지 않고 내
걱정부터 해주니 말일세. 그러나 자네도 실속을 차릴 줄 알아야지. 만일에 우리
장사가 실패했을 때 자네의 장래 문제를 생각해 보았는가?"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 사업을 해 왓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이제와서 제 자
신만을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하피드는 그의 다정한 친구를 끌어 안으며 말했다.
"자네의 생각이 갸륵하군. 금 오만달란트를 즉시 자네가 가지도록 하게나. 그리고

내 마음 속에 남아있는 그 약속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나와 함게 있어주길 바라네.
그 약속이 지켜지면 그때 이 궁전과 창고를 모두 자네에게 물려주겠네."
늙은 창고지기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지 의아한 눈빛으로 하피드를 바라보았다.
"금 오만달란트? 금전, 거기에다 창고? 전 그만한 재물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요."
하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항상 자네의 충성심을 내가 가진 최대의 재산으로 생각해 왔네. 내가 지금
주는 것은 자네의 변함없는 충성심에 비할 바가 못되지. 자네는 자신보다도 항
상 우리들 모두가 어떻게하면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뿐이었지. 그렇쟎은가?
그러한 마음가짐이 자네를 으뜸가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네. 자, 나의 재산 처분
에 관한 계획을 서둘러 주게나. 시간이란 가장 소중한 상품이야. 내 육신의
생명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네."
에라스무스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나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
다.
"그런데 마음 속에 남은 그 약속이란 것이 무엇인가요? 우리가 여태껏 형제처럼
지내왔는데도 주인 어르신께서 내게 들려주시지 않은 것이 아직도 남아있었던가요?
하피드는 팔장을 꼈다. 그리고 미소띈 얼굴로 말했다.
"내가 아까 지신한 명령이 이행된 후에 다시만나세. 그때가 되면 내가 삼십년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중요한 나의 비밀을 알려주겠네.

제 2장 재산 분배
이렇게 해서 에라스무스는 주인 어른의 지시대로 엄청난 인원의 대상을 이끌고
엄중한 경호 속에 다마스커스를 출발했다. 금과 댜리점 소유권 인계소를 하피드의
대리점으로 운반하기 위해서였다.
요파에 있는 오베드 대리점으로부터 테트라의 로이엘 대리점에 이으기까지 열
명의 대리점 지배인들에게는 하피드가 은퇴한다는 소식과 함께 하피드의 선물이
전해졌다. 이 소식을 들은 지배인들은 놀라서 넋을 잃은 사람처럼 아무 말 없이
선물을 받았다. 마침내 아람의 맨 끄트머리에 있는 안티파트리스 대리점에서
이 긴 대상의 행렬은 끝났다. 물론 에라스무스의 임무도 함께 끝났다. 그리하여
그 시대의 가장 거대했던 상업왕국은 종말을 고한 것이다.
에라스무스는 슬펐다. 그는 이제 창고는 텅텅 비었고 대리점마다 나부끼던
하피드이 자랑스러운 깃발이 사라졌다고 주인어른께 전했다. 주인은 즉시 기둥
으로 둘러싸인 우물 옆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
하피드는 하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물었다.
"다 끝났겠지?"
"분부대로 했습니다. 주인 어르신."
"슬퍼하지 말게나 친구. 그럼 나를 따라오게나."
에라스무스는 하피드의 뒤를 따라서 대리석 계단을 오라갔다. 그들의 발소리
만이 고요히 울릴 뿐이었다. 그들은 커다란 감귤 나무가 서있다. 화분 앞에서
걸음을 잠깐 멈추고는 햇살을 받아 화ㅂㄴ의 유리가 흰 색에서 연보라색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하피드의 주름진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두 늙은이는 궁전 지붕으로 통한ㄴ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항상
무장한 채 계단 밑에 서서 지키고 있던 경비병도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계단 끝까지 올라간 그들은 잠시 발을 멈췄다. 왜냐하면 그곳까지 숨도
쉬지 않고 단숨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두번째 계단에 올라선 후 하피드는 허리춤
에서 조그마한 열쇠를 꺼냈다. 그는 커다란 참남 문을 열고 몸으로 문을 밀쳤다.
삐걱하는 소리와 함께 육중한 문이 열렀다.
에라스무스는 주인이 안에서 부를 때까지 밖에서 머뭇거리다가 방안으로 조심
스럽게 들어갔다. 그 방은 지난 30년 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 방이었다.
뽀오얀 먼지가 창틈으로 스며들었다. 에라스무스는 어둠 속에서 눈이 밝아질때
까지 하피드의 팔을 꽉 붙잡고 있었다.
하피드는 얼굴에 시종 엷은 미소를 띈 채 에라스부스가 천천히 방 안을 둘러 보
는 못습을 둘러보고 있었다. 방 한쪽 구석에는 한줄기 햇살을 받고 있는 편백 나
무 상자가 하나 놓여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실망했는가 에라스무스?"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인 어르신?"
"이 방에 아무런 가구도 없어 놀랐겠지? 틀림없이 이 속에 무엇이 있을까? 하고
많이 궁금해 했을거야. 이 방을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엄중하게 경비를 했으니
까 분명히 귀중한 보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자네도 몹시 이상하게
생각하고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 거야."
에라스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주인 어르신께서 여기 이 탑 속에 무엇을 감추어 두었을까 하고
몇년동안 말도 많았고 사람들의 끊임없는 화제가 되었었지요."
"알아. 나도 대부분은 듣고 있었네. 다이아몬드가 있을 것이다. 혹은 금괴,
혹은 야생동물들, 또는 진귀한 새가 있을 거라는 둥.. 페르시아 양탄자 장사꾼
한사람은 내가 아마 아름다운 후궁을 여기에 감추어 두었을 거라고 넌즈시 물어
온 적도 있었지. 내 마누라 리샤는 첩을 숨겨두었지 않느냐고 나에게 따지기도
했고, 자 보는 바와 같이 조그마한 상자 밖에는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이제 자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게나."
두 사람은 상자 곁에 쭈그리고 앉았다. 하피드는 상자를 감고있는 가죽끈을 조심
스럽게 풀기 시작하였다. `하피드는 나무상자에서 나오는 향기를 들이마시고나서
이윽고 뚜껑을 열었다. 상자뚜껑이 사뿐이 열렸다. 허리를 구부리고 주인의 어깨
너머로 상자에 들어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하고 쳐다보던 에라스무스는 어리둥
절한 눈빛으로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상자 안에는 단지 두루마리가 있을 뿐이
었다. 낡은 갖구 두루마리가..
하피드는 상자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한장의 두루마리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리고는 그 두루마리를 가슴에 안은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고요한 긴장감이
그의 얼굴에 깔리면서 주름투성이인 그 얼굴이 마침내 환하게 밝아오는 것이었
다. 그리고 그는 일어서서 손가락으로 상자를 가리켰다.
"이 방 안 가득히 다이아몬드가 쌓여있다 하여도 지금 자네가 보는 이 보잘 것
없는 나무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보다는 못할 걸세. 나의 성공과 행복, 마음에 위
안을 준 재산은 모두 이 두루마리 속에 들어있다네. 나는 이 두루마리에게 어떻
게 감사를 들려야할지 모르겠어. 이것을 나에게 주신 분은 물론이고.. "
하피드이 음성이 떨렸다. 에라스무스는 하피드의 어조에 겁을 집어먹었는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물었다.
"이것이 전에 말씀하신 비밀이십니까요? 이 상자가 주인님께서 그렇게 오랫동안
지니고 있었던 그 약속과도 관련이 있습니까요?"
"맞았어. 관련이 있다네."
에라스무스는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씻으면서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주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다이아몬드 보다도 더 가치가 있다구요? 도대체 이 속에 무엇이 적혀 있길래
더 가치가 있다는 겁니까?"
"이들 중 한장의 두루마리만 빼고는 모두가 읽는 사람이 쉽사리 그 뜻을 이해
할 수 있도록 독특한 형태로 씌어져 있는데 하나같이 부를 얻는 방법과 진리를
설명해 주고 있다네. 상업에 대가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두루마리의 비
결을 배우고 실천해야만 하는거야. 누구든지 이 두루마리의 씌여진 원칙을 터
득한 사람이라면 그가 원하는 만큼 재산을 모울 수 있다네."
에라스무스는 실망했다는 듯이 그 낡은 두루마리를 쳐다보았다.
"주인 어르신만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건가요?"
"그렇지. 원하기만 한다면 나도다도 더 큰 부자가 얼마든지 될 수 있다네."
"이들 중 한장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큰 부자가 될 수 있는 비결이 씌여져 있다
고 하셨지요? 그럼 그 나머지 한장에는 무엇이 적혀있는 건가요?"
"사실은 자네가 말하는 바로 그것을 맨 처음에 읽어야하는 걸쎄. 두루마리가
모두 긴요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첫번째 것부터 읽어야하는 걸세. 그리고 첫
두루마리에는 역사상 몇 안되는 현자들의 비결이 씌어져 있다네. 사실 그 첫번
째의 것이 다른 것들에 적혀있는 것들의 내용을 깨닫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지."
"아무나 읽어도 그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까요?"
"암 그렇고말고. 그 모든 원칙을 하나하나 이해해서 그것이 그 사람 성격에 일
부가 되고 일상생활 속에서 습관으로 나타나도록 주의하여 열심히 읽는다면
이해하다 뿐인가?"
에라스무스는 상자속에서 두루마리 한장을 꺼냈다. 그리고 정중하게 손으로
받쳐들고 하피드는 향하여 펴들었다.
"주인 어르신, 황송한 말씀을 한가지만 여쭙겠습니다. 그렇다면 주인님께선
왜 그렇게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사람들에게 그 원칙을 가르쳐 주시지 않았습니
까? 다른 면에서는 그렇게도 너그러우신 주인 어르신께서 왜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그 원칙을 가르쳐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좋은 방법을 알았다면
적어도 훨씬 더 많은 매상고가 올랐을 것입니다요. 왜 여지껏 혼자서만 알고
계셨는지요?"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네. 몇십년 전 내가 그분에게서 이것을 물려받았을 때
그 비밀을 어누 누구에게도 누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해야 했거든. 왜 그랬는지
그 이유만은 지금도 모르겠네. 다만 이 두루마리에 적힌 원칙들을 나의 실생활
에 적용하면서 언젠가 내가 젊었을 때 그랬든 이것들의 도움을 필요로하는 사람
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씀이셨어. 어떤 정표를 통해서 내가 두루마리를
넘겨주어야 할 사람을 알아보게 될 거라고 말씀 하시더군. 그 당사자가 자기가
두루마리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할지라도 말일세. 그리고 그동안
나는 여기에 적혀잇는 그 모든 비결을 적용해 왔다네. 그래서 나는 이것을 내게
주신 분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거부가 되어있었던걸세. 자, 에라스무
스, 이제 그동안 나의 행동이 왜 그렇게 이상하고 괴이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걸
세. 나의 행동과 결단은 항상 이 두루마리에서 나온거라네. 많은 보물도 결코
나의 지혜로서 얻은 것은 아니네. 오로지 나는 두루마리의 지시대로 충실히
따랐을 것이라네."
"그럼 주인 어르신께선 누군가 이것을 물려받을 사람이 나타나리라고 아직도 믿
고 계십니까?"
"물론이지."
하피드는 정중하게 두루마리를 집어넣고는 상자 뚜껑을 닫았다. 그는 허리를 구부
린 채 말했다.
"에라스무스, 그날까지 나와 함께 있어주게나."
에라스무스는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햇빛을 방으면서 주인의 팔을 꽉 붙잡았
다. 그리고는 마치 이 주인에게서 중대한 명령이라고 받은 듯이 고개를 한번 끄
덕인 후 탑 밖으로 나갔다.
하피드는 가죽 끈으로 조심스러벡 상자를 쌌다. 그리고나서 좁은 탑에서 나와
옥상에 올라섰다. 옥상은 커다란 지붕들에 둘러쌓여 있었다. 바람이 불어왔따.
저 멀리 호수에서풍기는 신선한 냄새가 늙은이의 얼굴을 뒤덮었다. 다마스커의
저택들이 내려다 보이는 지붕 ㅟ에 올라서자 훈훈한 미소와 함께 문득 지난날
파란만장했던 시절의 일들이 뇌리 속에서 되살아 났다. 그는 곧 추억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제 3장 낙타지기 소년
살을 에는 듯이 추운 겨울이었다. 키드론 골짜기의 좁으 계곡을 지나 아득히
먼 곳에 있는 예루살렘의 회당에서 향긋한 냄새가 풍겨왔고 부유한 집에서 고기
굽는 맛있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코를 자극했다. 그 냄새는 산 위의
소나무 냄새와 뒤섞여서 코를 찌르고 있었다.
베드파크 마을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비탈진 언덕 위에는 저 멀리 팔메라
도시에서 온 파트로스의 대상이 숙영하고 있었다.
해가 저물자 그 상인들이 몰고 온 말들도 숲에서 풀뜯는 것을 멈추고 월계수
옆으로 모여 들었다. 길다란 천막의 행렬 저편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그 행렬
건너편에는 네그루의 올리브 고목 사이에 굵은 밧줄이 묶여져 있었다. 네그루의
나무는 낙타와 당나귀들의 볼품없는 우리였다. 낙타와 당나귀들은 추위를 달래
느라 서로의 모을 기대고 있었다.
대상 수레를 순찰하는 두사람의 경비병을 제외한다면 수경지 주위에 움직이는
것이라면 파트로의 커다란 염소털 천막에 어른거리는 웬 키큰 사람의 그림자
뿐이었다.
천막 안에는 파트로스가 화가나서 왔다갔다 하면서 천막 입구에 말없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한 소년을 향해 얼굴ㅇ르 찡그렸다가 또 고개를 저었다가 하면서
화를 참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융단 위에 앉더니 소년에게 좀 더
가까이 오라고 말했다. 융단은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하피드야, 너는 항상 나를 위해서 일해왔다. 그런데 너는 지금 이상한 요구를
해 오는구나? 나로써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너는 지금 네가 하고있는 일
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
소년의 두눈은 융단을 똑바로 주시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주인 어르신."
"아마도 우리 대상 규모가 너무 커지니까 많은 동물들을 돌보기가 힘이 드는가
보구나?"
"천만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너의 요구를 다시한번 솔찍히 말해보렴. 그런 말을 하게 된 근본 동기가
있을게 아니냐?"
"저의 소원은 단 한가지. 낙타지기 보다는 주인님의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하다드나 시몬, 카레브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들은
항상 수레를 끌고 멀리 떠났다가는 황금을 가지고 돌아와 그것을 주인님게 드리고
또 일부는 자기들도 가지지 않습니까? 저도 저의 천한 신분을 바꾸고 싶습니다.
저는 보잘것 없는 낙타지기 이지만 제가 주인님을 위한 상인이 된다면 저 역시
재산도 모우고 크게 성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네가 그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저는 점점 주인 어르신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던 것을 기억합니다. 가난한 사람
이 거부가 될 수 있는 방법이란 상인이 되는 것이 제일 좋은 길이라고 하시던.."
파트로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질문을 계속했다.
"하다드나 다른 장사꾼과 같은 일을 니가 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냐?"
하피드는 주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렇게 대답을 했다.
"카레브가 자기의 재간이 모자라서 장사를 잘못한 것을 운이 나빳따고 주인님께
불평했을 때 누구든지 장사하는 방법과 원칙을 배우고 적용하면 주인님의 창고에
있는 모든 상품들을 삽시간에 팔 수 있다고 주인님이 카레브에게 일깨워 주시던
말을 전는 여러번 들었습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바보 소리를 듣고 있
던 카레브가 이 비결을 배울 수 있다고 주인님께서 믿으셨다면 저라고 그것을
배우지 못할 리가 있겠습니까?"
"만일 네가 그 비결을 통달하고 나면 그 다음 너의소원을 뭐냐?"
하피드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했다.
"주인님은 세상이 다아는 거상이십니다. 주인님은 상술에 통달하여 일찌기 세상에
없었던 세계 제일의 무역 왕국을 이룩해 놓았습니다. 저의 욕망은 그보다 더 큰
상인이 되는 것입니다."
파트로스는 등을 기댄 채로 젊은이의 검게 그을린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 보았
다. 그의 옷에서는 아직도 가죽 냄새가 풍기고 있었으나 그의 언행에서는 비굴
한 점이라곤 조금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네가 모운 재산이나 거기에 뒤따르는 그 엄청난 권력으로는 무엇을
하겠다는 거지?"
"저는 주인 어르신께서 하신대로하겠습니다. 나의 가족에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물건을 선물하고 그 나머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습니다."
파트로스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얘야. 재물만이 인생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너의 말은 그럴 듯 하지만
무의미하구나? 진실한 재산이란 마음 속에 있다. 지갑 속에 있는 게 아니란다.
하피드가 감히 대꾸했다.
"그럼 주인 어르신을 부자가 아닌가요?"
늙은 주인은 하피드의 당돌한 질문에 미소를 지었다.
"하피드야? 물질적인 부를 따져 본다면 나와 저 헤롯성 밖의 거지와는 백지
한장 차이와 같은 것이다. 그 거지는 다음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이고 나는 언제
쯤이면 양식이 떨어질지 생각하는 그런 정도의 차이지. 재물 때문에 남을 해치
거나 그저 돈만을 벌기 위해 일을 해선느 안되니라. 그 대신 행복을 위해서 노력
해야 한다. 사랑하고 사랑을 받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에 평안과 안정을 가지
는 것이란다."
하피드는 계속 반박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이 돈이 없이는 안됩니다. 주인님께선 가난하게 살면서
마음에 평온을 누릴 수 있겠습니까? 허기진 배를 움켜 쥐고서도 행복하다고
자처할 사람이 있을까요? 입지도 먹지도 못하며 거처할 집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사랑을 베풀 수 있을까요? 주인님도 전에 말씀하셨죠? 재물이란 다른 사
람들에게 기쁨을 가져다 줌으로써 좋은 것이 된다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부자가 되겠다는 소망이 왜 나쁩니까? 가난이란 세상을 외면한 수도승에게나 어울
리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그들은 자기 자신만 책임지고 자기의 신만 기쁘게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저는 가난이란 자신의 욕망이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나
내는 증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큰 야망도 있으며 세계는 제게는 재능도
충분히 있습니다."
파트로스는 얼굴을 찡그렸다.
"자네에게 이렇게 갑자기 큰 야망이 치솟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가족으 부양해
야 한다고? 자네의 부모님은 열병으로 돌아가셨고 가족이라고는 한사람도 없지
않은가?"
하피드는 검게 탄 자기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오는 것을 감출 도리가 없었다.
"저희들이 이곳에 오기 전에 헤브론에서 야영생활을 했습니다. 그때 칼레의 딸
을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녀를.. 그녀를 그만 사랑하게 되엇습니다."
"옳지. 이제야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구나? 숭고한 이상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
문에 네가 낙타지기에서 생존 경쟁의 용감한 투사가 되겠다고 하는구나? 사랑의
힘이구나? 칼레는 돈이 많은 사람이지. 그의 딸과 낙타지기라.. 안되ㅈ. 하지만
그의 딸과 돈많은 젊은 상인이라면 어울리겠지. 아, 그렇다면 달라지겠지. 좋아.
네가 상인이 되도록 해 주마."
소년은 무릎을 꿇은 채 파트로스의 옷자락을 꽉 붙잡았다.
"주인 어르신, 정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
다."
파트로스는 하피드를떼어놓고 뒤로 물러섰다.
"그런 감사는 이제 그만두게나. 내가 자네게 베푸는 것에대한 고마움은 앞으로
고마운 노력으로 보답하게. 따지고 보면 그까짓 것은 자네 수고에 비하면 아무것
도 아니ㅈ."
하피드는 흥분을 가앉히고 다시 물었다.
"그러면 제게 굉장한 상인이 될 수 있는 방법과 비결을 가르쳐 주시렵니까?"
"그럴 수는 없지. 비결을 가르쳐 주게 되면 오해려 너를 나태하고 자만하게 만들
뿐이네. 방임해 둠으로써 나는 자네를 낙타지기로 만든다고 비난을 받아왔네. 그러
네 마음 속에 어떤 포부가 있다면 그것이 언젠가는 반드시 그 불길이 되어 솟아
오를 것이라고 믿고있네. 그때가 되면 너는 훨씬 어려운 일도 감당하게 될 것은
물론이다. 온오늘 밤 그런 요구는 나를 기쁘게 했네. 네 눈에는 야망이 불타고 있
고 네 얼굴에는 희망이 넘치고 있구나? 나는 지금 네가 말한 것 이상으로 강한
의지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네."
하피드는 잠자코 늙은 주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네가 택한 이 어려운 상인 생활을 참고 견딜 수 있
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하네. 노력을 하면 반드시 그 댓가를 받게 된다고 내가
말하는 것을 너는 여러번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큰 댓가가 돌아오는 것은 노력하
는 사람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갑부가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구비한 사람도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고 절망과 실패로 좌절하는 사람이 많네. 그들은 성공르
막고 있는 모든 장애물을 두려워하고 주저하기 때문이네. 사실 장애물이야말로
성공하는 사람의 친구이며 동반자야. 다른 모든 훌륭한 사람들이 겪어야만 했듯
이 장사에도 많은 장애가 있네. 승리란 반드시 많은 투쟁과 패배 뒤에 얻어지는
것이라네. 또한 싸워서 패배를 맛볼 수록 기술과 힘을 연마하게 되는 법이야.
용기와 인내, 노력과 확신이 인간을 성공으로 이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난관
이 있네. 이 난관이 인간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네."
하피드가 고개를 끄덕이면 말을 하려고 하자 주인은 손을 들어 말렸다.
"게다가 너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직업을 갖게 되었다. 저 보잘 것 없는 세리들
도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오고 로마 군대도 숙소가 있지만 너는 수많은 밤을
모든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있어야 하는거야. 어두운밤에 낯선 집앞
을 지나가다가 가족들이 단란하게 모여서 저녁 식사를 들고 있는 것을 볼 때처럼
외로움과 향수를 느낄 때는 없네. 이러한 외로움과 시련의 시기에 유혹은 너를
찾는다. 그리고 이러한 유혹을 어떻게 참느냐가 네 인생의 그야말로 커다란 영
향을 미치게 될꺼야. 노상에서 홀로 있게되면 때론ㄴ 이상한 생각이 들고 무서운
생각도 나지. 순간적으로 자신의 안전과 사랑에만 집착한 나머지 먼 장래와 가치
관을 망각한 채 어린애처럼 되는 때가 종종 있네. 훌륭한 상술이 있고 가능성이
보이던 사람이 도중에서 낙오한 예는 얼마든지 있네. 또한 장사가 잘 안될 때를
좀 생각해 보게. 모두들 너에게서 돈을 훔쳐가려고 할 뿐 아무도 너를 위로해
주는 사람은 없을걸세."
"주인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착수해라. 현재로선 더이상 나의 조언은 필요가 없어. 너는 지금 풋사과
처럼 내 앞에 서있는거야. 그것이 익을 때까지는 사과라고 부를 수 없듯이 네가
지식과 경험을 쌓기 전까진 상인이라고 할 수 없는거야."
"무엇부터 시작할까요?"
"아침이되면 실비오한테 가서 신고를 해라. 그는 네가 팔 몫만큼 좋은 옷을 줄
것이다. 그 옷은 염소털로 싸여있기 때문에 아무리 심한 폭우라도 견딜게다. 그
리고 고목 뿌리에서 뽑은 염료를 사용했으므로 붉은 색은 언제까지나 변치않고
옷단의 안쪽에는 작은 별표가 그려져 있다. 그것은 <토라의 상표>로써 세상에서
제일가는 옷을 만드는 상표란다. *바로 옆의 사각형 안에는 원이 그려져 있고
그 원 안에는 내 상표가 있다.
이들 두개의 상표는 온 세상이 다 알고있는 유명한 도시다. 우리는 이 옷을
수 없이 많이 팔아왔어. 나는 죠와 함께 아베아라고 불리는 이런 옷을 많이
팔아왔지. 그 옷을 가지고 당나귀 한마리를 끌고 새벽에 베들레헴으로 출발해라.
아까 우리가 이리로 올 때 지나쳤던 마을이 있엇찌? 우리 상인들은 아무도 아
직 그 마을에 간 적이 없단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그곳 사람들은 너무 가난하
기 때문에 그 마을에 들르는 것은 공연한 시간낭비라고 한단다. 그러나 내가
몇년 전 목자들에게 몇백벌의 옷을 팔았던 생각이 나는군? 그 옷을 팔 때까지
베들레헴에 머물도록 해라."
하피드는 흥분과 감격을 느끼면 고개를 끄덕였다.
"한벌에 얼마씩 받을까요 주인님?"

"네 이름으로 은화 1 테나리우스를 장부에 기입해 놓겠다. 돌아와서 그 돈만
내게 갚으면 되. 그 이상 받는 돈은 수수료로 네가 갖도록 해라. 그리고 옷의
가격도 네 마음대로 정해라. 그 마을의 남쪽 입구에 가면 시장이 있으니까 많
은 사람을 만나게 될거다. 아마 천명 이상은 되지? 틀림없이 한벌은 팔게 될
거야. 알겠냐 하피드?"
하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벌써 내일 있을 일에 들떠 있었다. 파트로스는 소년의 어깨에다 손을
갖다 얹었다.
"네가 돌아올 때까지 네 자리를 비워 두겠다. 장사가 네 적성에 맞지 않는다
싶으면 아무 걱정 말고 돌아오렴. 결코 시련이나 실패를 부끄러워 해선 안되.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은 노력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니까. 네가 돌아오면
나는 네가 경험한 것들을물어보겠다. 그리ㅗ나서 네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결정하겠다."
하피드는 절을 하고 물러나오려고 했으나 노인은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네가 새로운 인생의 첫발을 내디디는데 꼭 명심해 둘 말이 한가지 있다.
언제나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어라. 그러면 불가능해 보이는 장애물들을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장애물은 야망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것
이다."
"그게 무엇인가요?"
"성공하겠다는의지가 강하면 결코 실패란 없다. 라는 한마디다."
파트로스는 하피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너는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충분히 알아듣겠지?"
"예 주인님."
"그럼 한번 외쳐 보아라."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면 결코 실패는 없다!"

제 4장 마굿간의 갓난아기
내일이면 베들레헴에 온 지도 벌서 나흘째가 된다.
하피드는 먹다 만 빵을 내려놓고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한탄하고 있었다.
대상을 떠나올 때 그렇게도 자신있게 가져온 붉은 옷은 아직 한벌도 팔지 못한
채 말 등에 실려 있었다. ㅡ는 주막 뒤 기둥에 말을 매어 놓았다.
식사도 그만 둔 채 웅크리고 있는 그에게는 식당의 왁자지껄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장사꾼들이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의례 갖게 되는 회의가 그의 마음 속
에서도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왜 사람들은 매 말을 한 마디도 들으려고 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 있을까?
내가 몇마디 말도 하기 전에 그들은 왜 문을 닫아 버릴까?
그들은 왜 내가 하는 말에 관심없이 지나쳐 버릴까?
이 마을에 사는 사람은 모두 가난뱅이 뿐이란 말인가?
옷은 좋으나 돈이 없다고 말하면 되지 않을까?
왜 사람마다 다음에 오라는 말만 하는걸까?
다른 장사꾼들은 도대체 어떻게 장사를 하는걸까?
잠겨있는 문 앞에 다가설 때 느껴지는 그 두려움은 무엇 때문일까?
어떻게 하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
내가 부르는 값이 다른 사람보다 비싸단 말인가?
그는 자신의 실패가 혐오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장사는 그의 소질에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래도 낙타지기로 남아서 매일 노동이나 하고
그것에 대한 댓가로 동전 몇 닢이나 받는 것이 자신의 팔자에 어울릴 것만 같았
다. 장사를 해서 적어도 얼마쯤 이익을 남겨 가지고 돌아가야 할텐데.. 파트로스
는 나를 무엇이라고 불렀는가? 젊은 투사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말을 끌고 이대
로 돌아가 버릴까?
하피드는 몇번이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리샤와 그녀의 엄한 부친 칼레가 생각났다. 그러면 모든 회의
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늘밤은 돈을 절약해야 하니 산 위에서 자고 내일 다시 옷을 팔러 나가자. 나
는 말주변이 좋으니 비싸게 팔 수가 있을거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지. 아주
이른 새벽에 말이야. 그리고는 우물가에 터를 잡아야지. 만나는 사람마다 말을
걸어서 빨리 팔아서 돈을 가지고 올리브 산으로 돌아가도록 해야지.'
그는 주인 생각을 하면서 용기를 냈다. 그리고 먹다 남은 빵을 다시 먹기 시작
했다.
'주인은 성공해서 돌아온 나를 보면 칭찬해 줄꺼야. 사실 옷 한 벌 파는데 나흘
이나 걸린다는 것은 너무하다고 하겠지만 내가 돌아가면 주인은 이틀이나 사흘만
에 팔 수 있을 방법을 나에게 가르쳐줄 거야. 나중에는 불과 몇 시간만에 수많
은 옷을 팔 수가 있게 되겠지. 그때는 세상에서 이름난 상인이 되는거야. 그럼
돈도 많이 벌겠지.'
그는 시끄러운 주막을 나와서 말이 있는 동굴로 향했다. 차가운 바깥공기 때문에
풀잎은 얼어붙어 있었는데 그가 신고있는 센들에 밟히기가 싫은 듯 바삭바삭 소
리를 내고 있었다.
하피드는 오늘은 산에 오르지 않기로 작정했다. 그 대신 말과 함께 마굿간에서
쉬기로 했다.
'다른 장사꾼은 이 가난한 마을에서 뭘 팔 생각없이 그냥 지나쳐 버렸지만 그래
도 나는 내일은 팔 수 있을거야. 장사꾼들은 이 마릉에서는 장사가 안된다고
했고 누구도 그 옷을 사려고 하지 않았지만 주인 어른은 몇 년 전에 이 자리에서
몇 백벌을 팔았다고 했겠다? 그때와는 시대가 다르기는 하지만 주인님은 역시
훌륭한 분이야.'
마굿간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보고 그는 혹시 도둑이 들지 않았나 하고 걸음
을 재촉했다.
그는 그의 물건을 보호하고 도둑을 물리칠 각오를 굳게 하며 어두운 마굿간의
입구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눈 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는 순가 그는 긴
장이 탁 풀렸다. 마굿간 벽의 갈라진 틈 사이로 조그만 촛불이 놓여져 있었고
그 촛불이 희미하게 불빛을 내고 있는데 그 불빛 아래 턱수염이 덥수룩한 사람
과 젊은 여인이 서로 몸을 의지하고 떨고 있었다. 게댜가 그들의 발 끝에는
말먹이 통으로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움푹 페인 통이 있었는데 그 속에는 아기가
자고 있었다. 하피드는 아기를 출산하는 일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
지만 어린 아기의 주름진 얼굴과 진홍색 살갗으로 미루어 보건대 갖 태어난 아기
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잠든 아기를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들이 입었던 옷으로 덮어쌌다.
여자가 아기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남자는 하피드는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
였다. 여인은 몸을 떨고 있었다. 하피드는 그녀의 얇은 옷이 마굿간의 냉기를
막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하피드는 다시 아기를
보았다. 조그마한 입을 열었다 오무렸다 하면서 웃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자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야릇한 감정이 떠올랐다. 마치 리샤를 생각할 때와도
같은 감정이었다.
여인은 몹시 추운 듯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녀의 가작스러운 움직임에 하피드
는 깜짝놀라 정신이 들었다.
그는 잠시 생각한 후에 물건이 실려 있는 말쪽으로 갔다. 그는 천천히 매듭을
풀고는 옷꾸러미를 열어서 그 옷을 꺼냈다. 그리고는 손으로 옷을 한번 쓰다듬
어 보았다.
그 붉은 옷은 촛불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났고 그 아래쫓에는 파트로스의
토라의 상표가 보였다. 네모 안에는 원과 별이 있었다.
지난 사흘동안 그는 이 옷을 들고 발이 아프도록 돌아다녔다. 옷의 모든 올이
나 무늬가 눈에 선명했다. 정말 좋은 물건이었다. 조심스럽게 사용한다면 한평
생 떨어지지 않을 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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