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관중 삼국연의에 나오는 의료윤리
필자는 막간의 짬을 이용하여 삼국지를 번역하며 소일하고 있다. 나관중의 삼국연의[삼국지] 본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平曰:「操賊常患頭風,痛入骨髓;纔一舉發,便召某醫治。如早晚有召,只用一服毒藥,必然死矣,何必舉刀兵乎?」
평왈 조적상환두풍 통입골수. 잠일거발 변소모의치. 여조만유소 지용일복독약 필연사의 하필거도병호?
길평이 말하길 “조조 도적이 항상 두풍을 앓아서 통증이 골수에 들어갔습니다. 문득 한번이면 곧 저를 불러 치료하게 할 것입니다. 만약 일찍 늦게 부르면 다만 한번 독약을 복용케 하면 반드시 죽을 것이니 하필 칼을 들고 병사를 사용하겠습니까?”
承曰:「若得如,此救朝社稷者,皆賴君也!」
승왈 약득여 차구조사직자 개뢰군야!
동승이 말하길 “만약 이와 같으면 이는 조정의 사직을 구함이니 모두 그대에게 의뢰할것입니다.”
길태(吉太)란 사람은 자가 칭평(稱平)으로 낙양(洛陽) 사람으로 어의, 길평(吉平)이라고도 함, 조조 암살을 꾀한 후한(後漢)의 충신이다. 의술에 뛰어나 관직 태의(太醫)에 올랐다. 동승(董承)과 뜻을 같이 하여 조조(曹操)를 독살하려다 사전에 발각되어 문초 중 스스로 댓돌에 머리를 찍어 자결했다. 명의로 알려져서 두풍에 걸린 조조를 약을 써서 죽이려고 하나 실패하여 자살하게 되는 비극적 인물이다. 물론 한나라 조정의 충신의 입장에서는 조조란 간웅을 죽이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의료인의 한사람으로써 방법이 잘못되었다. 의사는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의학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 차라리 방법을 몰래 잠잘때라던지 칼로 죽이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조조는 처음에는 길평을 믿고 주치의로 임명했는데 그 믿음을 저버리는 결과를 가져오면 안되는 것이다. 의사란 설혹 본인의 원수라 할지라도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군대에 나가서 전쟁터에서 싸울때 적이 설령 나아서 나에게 총부리를 겨눌 것을 안다고 할지라도 치료를 해야 한다. 필자 생각으로는 길평은 본인이 의사인데 독살이란 의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바른 목적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의사의 독살이 정당화 될 수 있다면 다른 대의명분을 내세워서 후세 사람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역시 남에게 절대 피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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