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메밀꽃 필무렵으로 알아본 튼살 유전
메밀꽃필무렵은 처음에 이렇게 시작한다.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지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뭇군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윳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춥춥스럽게 날아드는 파리떼도 장난군 각다귀들도 귀치 않다. 얽둑배기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코 동업의 조선달에게 낚아보았다.
그 끝부분은 다음과 같다.
"생원도 제천으로?……."
"오래간만에 가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즉 허생원은 왼손잡이인데 동이란 청년도 왼손잡이 임을 알고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암시받고는 추억이 서린 제천으로 가려는 데서 결말이 끝난다. 사실 왼손잡이는 100% 유전은 아니며 경향성을 띨 뿐이다. 필자는 최근에 재미있는 경우를 목격하였다. 팽창선조라고 불리는 튼살환자중에서 유독 무릎에만 튼살이 있었다. 보통 무릎보다는 하체인 종아리 허벅지나 배, 가슴등 지방이 많이 있는 곳에 많이 생긴다. 그런데 마침 환자분이 아버님을 모시고 같이 왔다. 그런데 그 아버지의 튼살이 무릎에만 있는 것이었다. 참 특이한 유전도 있다는 생각에 빙그레 웃음을 짓는다. 사실 튼살은 체중증가, 키가 커짐, 호르몬 변화, 스테로이드, 임신등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확실한 원인은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다. 필자가 호기심이 생겨 튼살이 가족중에 있는지 물어보면(의학적으로는 가족력(家族歷 family history)이라고 한다.) 대다수가 가족 식구중에 튼살이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아버지와 딸이 튼살이 똑같은 부분에 똑같은 모양으로 있는 것을 보니 참으로 인체의 신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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