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8일 목요일

나관중 삼국연의의 번역 책을 내다 서문

머리말





필자가 삼국지를 처음 본 것은 유치원생 무렵 정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때는 이해를 못했으며 초등학교 때 한 권짜리 어린이 삼국지를 읽었던 기억도 난다. TV에서 하는 삼국지 만화도 본 것 같다. 그때도 이해는 안 됐으며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비로소 제대로 읽은 것은 중학교 때 정비석 선생님의 삼국지를 읽은 이후이다. 그 시절, 삼국지에 관한 영화를 보러 영화관 간 기억도 난다. 이때도 원소와 원술 등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헤매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는 삼국지로 독후감을 썼던 적이 있다. 또 대학교 때는 이문열 삼국지가 열풍이 불어서 나도 그걸 읽었다. 그런데 당시의 가장 큰 의문은 ‘왜 유비가 삼국을 통일하지 못하는가’였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유비가 주인공이므로 영화처럼 곤란을 겪다가도 나중에 진시황처럼 천하통일을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실패로 끝났다는 점이 큰 충격이었다.




더군다나 장비, 제갈량 등 주요 인물들이 다 죽자 허탈감에 빠졌으며 그 결말이 참으로 허무했던 기억이 있다.





‘아, 뛰어난 인재인 제갈량도 출사표까지 내고 북벌을 성공하지 못한 것을 보면 운명이란 존재하는구나, 사람이 하늘의 뜻을 거역하지 못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유비의 촉한은 서쪽에 치우치고 인구나 산업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많다’는 생각도 들었고…….





지금까지 삼국지에 관한 책은 월탄 박종화 삼국지를 필두로 황석영, 이문열, 장정일 등 여러 책이 있는데 필자가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고우영 씨의 <만화 삼국지>이다.




제갈공명이 관우를 화용도에 보내서 조조를 놓아주게 한 장면을 권력 간의 암투로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등 재미가 있었다.






필자는 또한 같은 혼란시대의 역사책인 명나라 풍몽룡의 <열국지>란 춘추전국시대 소설을 추천한다. 전쟁이 많이 나오는 <삼국연의>와는 달리 <열국지>는 여러 인간 군상의 다양한 면모가 나오기 때문에 필독서라고 생각된다. 단지 나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 두통을 유발할 수 있음을 미리 경고해둔다.





삼국지란 원래 진수(陳壽)의 ‘조조를 위나라의 정통왕조로 간주한 사가’로서의 입장을 표명한 정사였지만, 후대의 도덕주의자들은 진수를 매우 비난했고 유비가 만든 촉한을 정통으로 하는 책도 다시 만들게 된다. 진수가 위를 정통으로 간주한 이유는 조조의 아들 조비(曹丕)가 한의 마지막 황제인 헌제로부터 평화적으로 천자의 지위를 양위 받았기 때문이다.





즉,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선양(禪讓 : 지위를 물려줌)했던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비운의 김구 선생님을 이승만 대통령보다 높게 평가하듯이 민중에서는 유비를 더 뛰어난 사람이며 정통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이런 것을 고려할 때 <삼국지>는 진수란 사람의 저작이므로, 나관중의 것은 삼국지란 표현을 쓰지 말고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를 줄인 삼국연의라고 해야 바르다.





<삼국연의>는 나관중이 북송시대부터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이야기해주고 먹고 사는 이야기꾼(說話人)들의 화본을 명대에 연극으로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말미에 보면 연속극의 중요한 장면에서 항상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하는 것처럼 다음 편으로 넘어가게 하는 말이 반드시 나온다.





不知性命如何, 且聽下文分解.(그의 생명이 어떠할지 알지 못하니 또한 다음 문장의 해석을 들어보자.)







필자가 알기로는 조선시대에 <삼국연의>는 금기서로 알고 있다. 하지만 판소리에도 적벽가가 있듯이 민중에서는 많이 알려졌을 것이다. 또한 청나라를 북벌하고 임진왜란을 구해준 명나라를 섬겨야 한다는 의리론도 명 시대의 작품인 삼국지와의 인연도 있고.






무수한 권모술수가 나오는 <삼국연의>를 많이 읽은 사람과는 말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금지되면 더욱 하고 싶은 것처럼 <삼국연의>는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또 필자가 대학에 처음 입학할 때 전국수석인가가 ‘본인은 논술을 대비해서 삼국지를 십수 번 읽었다’는 말이 나가고 난 다음 불티나게 팔렸던 기억도 난다. 사실 이런 현상은 막중한 참교육이 가십성 말 한 마디에 밀려난 것 같아서 씁쓸했다.





아무튼 공자는 ‘정치권력을 잡으면 제일 먼저 해야 할일을 명칭을 바로잡는 정명(正名)’으로 꼽았는데, 삼국지는 응당 삼국연의로 바꾸어야 한다고 본다. 필자 생각으로는 통속이란 말은 너무 세속적이란 말이 들어 있어서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본다. 공자가 논어에서 述而不作(술이부작 : 전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을 기술할 따름이지 새로운 것을 지어내는 것은 아니다)이라는 태도를 견지하였던 것처럼.





필자 생각으로는 옛글은 주석을 달 수 있어도 자신이 마음대로 가필해서 이러쿵저러쿵해서는 안 된다는 본다. 이것은 고전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일 수 있지만, 그래야만 고전이 제대로 평가받고 본말이 뒤섞이는 오류가 없게 된다.







필자가 삼국연의에서 가장 아쉽게 생각한 부분은 그 명칭이 마음대로 명칭이 고쳤다는 것과 또한 제대로 번역하지 않고 문학적 상상력을 첨가했다는 부분이다.







모씨의 경우에는 조조의 편으로 삼국연의를 기술했는데 그렇다면 차라리 진수의 삼국지를 번역했어야 했다. 이런 사실은 한문공부해서 원서를 제대로 읽으려는 사람에게 민폐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경이나 오디세이 같은 글을 공부하려면 희랍어로 된 성경이나 그리스 신화를 읽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최소 영어성경이라도 읽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원본의 맛이 변역이나 의역, 중역(重譯)을 거치면서 변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글로 번역된 이 책, 저 책을 모아서 짜깁기 식으로 중역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여태까지 수많은 삼국연의의 아류가 쏟아져 나왔어도 한문이 같이 있는 것은 없다. 따라서 필자는 삼국연의의 원 바탕을 살리기 위해서 삼국연의란 제목을 사용하며 또한 한문에 발음을 달고 밑에 한글번역을 하였고 또한 주석도 세밀히 붙였다.





필자는 이미지한의원을 운영하는 한방 피부과 전문의이며 중문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무수한 오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곽외란 사람의 천리마란 고사를 인용하고 싶다.





어느 왕이 천리마를 사라고 하니 한 신하가 금화 5백냥을 주고 천리마 뼈를 사왔다는 고사이다. 그 신하의 말인즉슨 ‘천리마의 뼈도 거금을 주고 사오는데 실제 천리마를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더 많은 돈을 받을 걸로 알고 왕에게 모이지 않겠습니까’라고 설득한 것이다. 즉 곽외 자신이 천리마는 못 되고 뼈 정도는 되니 자기를 먼저 등용해 달라는 말이다. 즉 필자의 <삼국연의>는 고수가 보기에는 뼈다귀 정도밖에는 안 된다. 하지만 최초라는 점에서 애써 쥐구멍을 찾는다. 또 뼛국도 오래 고면 많은 칼슘이 나와 우리 몸에 좋듯이 고전도 진국처럼 오랜 세월동안 번역한다면 훌륭한 더 좋은 번역 글들이 나올 것이다.




신촌 이미지한의원에서 2010년 더운 여름 장마에 휴가를 기다리며 필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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