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절현과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
《열자(列子)》의 〈탕문편(湯問篇)〉 및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원래 초(楚)나라 사람이지만 진(晉)나라에서 고관을 지낸 거문고의 달인 백아가 있었다. 백아에게는 자신의 음악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절친한 친구 종자기(鍾子期)가 있었다. 백아가 거문고로 높은 산들을 표현하면 종자기는 “하늘 높이 우뚝 솟는 느낌은 마치 태산처럼 웅장하구나”라고 하고, 큰 강을 나타내면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의 흐름이 마치 황허강 같구나”라고 맞장구를 쳐주기도 하였다. 또 두 사람이 놀러 갔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져 이를 피하기 위해 동굴로 들어갔다. 백아는 동굴에서 빗소리에 맞추어 거문고를 당겼다. 처음에는 비가 내리는 곡조인 임우지곡(霖雨之曲)을, 다음에는 산이 무너지는 곡조인 붕산지곡(崩山之曲)을 연주하였다. 종자기는 그때마다 그 곡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조금도 틀리지 않게 정확하게 알아 맞혔다. 이렇듯 종자기는 백아가 무엇을 표현하려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백아와는 거문고를 매개로 서로 마음이 통하는, 음악 세계가 일치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종자기가 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등지자 너무나도 슬픈 나머지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거문고 줄을 스스로 끊어 버리고[伯牙絶絃] 죽을 때까지 다시는 거문고를 켜지 않았다고 한다. 백아는 자신의 음악을 알아 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거문고 줄을 끊은 것이다.
이 백아절현은 진실한 우정을 생각하게 하는 고사성어이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와 관계도 이 두 사람과 같을 것이다. 백아가 아무리 훌륭한 음악가라도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의사가 환자가 없다면 의사의 존립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의료인이 과다배출되어 파산하는 의사들이 넘쳐나고 있다. 또한 힘들고 어려워 3디 업종이 된 흉부외과 의사의 배출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는 환자 때문에 존재감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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