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정신질환자의 인권은 왜
정책의제가 못 되는가?
우리나라는 산업화, 도시화, 세계화 등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 속에서 정신질환이 증가하는 반면, 핵가족화, 이혼율 증가, 저출산 등으로 인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가족부양능력 등 사적 지지체계가 감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르게 정신병상이 증가하고 있으며, 각종 사회복지시설에도 정신질환자의 수용이 증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선진국보다 늦었으나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 이후 우리나라 정신보건서비스 체계의 선진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그러나 사회의 뿌리 깊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정신보건 분야에 대한 낮은 우선순위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의 인권은 정책의제가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정신질환자의 인권에 대한 현주소와 ‘왜 정신질환자의 인권이 정책의제가 되지 못하는가?’에 대한 인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정신질환자의 인권이 정책의제가 못되는지에 대한 얘기에 앞서 과연 정책의제란 무엇이며, 인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정책의제’란 사전적 의미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담당자가 공식적으로 다루기로 한 정책문제’를 말한다. 즉, 어떤 사회적 문제나 이슈가 정책결정자나 이들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됨으로써 공공정책의 형성을 위하여 검토되고 논의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을 정책의제라 한다. 또한 정책의제로 설정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식적 정책문제로 채택하는 과정 또는 행위를 말하는데, 즉 사회문제가 정책문제로 전환되는 과정이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Cobb과 Elder는 사회문제(social problem)가 사회적 이슈(social issue)의 단계를 거쳐 공중의제 (public agenda)로 발전되며, 궁극적으로 정부의제(governmental agenda)의 지위를 얻게 된다고 말한다.
‘인권’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서 당연히 인정된 기본적 권리(→ 기본적 인권). 인권에는 모든 개인에게 보편적으로 해당하는 광범위한 가치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인권들은 ‘천부인권사상’과 ‘실정법’에서의 사이에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 대립으로 인한 인권의 제약을 받게 된다. 즉, 헌법 제 10조에서 기본권의 불가침성에 대한 논의가 있으나, 다시 이를 제 37조에서 공공의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 제한함으로써 권리들 간의 충돌을 방지한다. 즉 인권의 한계성은 전체 사회의 민주적 요구를 반영하되 약자의 권리를 우선하며, 나의 권리를 위해 타인의 권리를 해치지 않아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헌법과 사법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권의 한계에서 정신질환자의 인권의 한계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자.
정신질환자의 인권은 크게 3가지로 한계성을 가지는데,
첫째로 환자 가족의 인권과 환자의 인권의 충돌로 인한 인권의 한계가 있는데, 이는 가족의 행복추구권/건강권과 환자의 자유권이 충돌하는 것이다. 인권의 경우 약자의 인권을 중요시하지만 이 경우 어느 쪽이 약자인지 구분할 수 없으며, 정신질환자인 가족구성의 가정폭력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사회대중의 인권과 환자의 인권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유영철 사건’ 등과 같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가능성과 환자로서의 자유권이 충돌 된다는 것이며, 이 또한 어느 쪽이 약자인지 구눕하기 어렵다.
셋째로 인권보호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자를 수용/치료하고, 재활시켜 사회로 복귀하기까지의 투자인력/시설과 이를 재정적으로 보충하기 위한 의료급여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신질환자의 문제를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질환 추정환자(2001년도“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정신질환 1년 유병율은 18세 이상 64세 이하 인구의 14.4%. 매년 약 466만 명이 정신질환으로 이환, 이중 불안장애, 기분장애, 정신병적 장애의 1년 유병율은 8.4%(약 273만 명), 알코올 사용 장애의 1년 유병율은 6.8%(약 221만명)이며, 정신장애라 함은 정신분열병, 우울 등의 기분장애, 행동의 장애 등이 특징적인데, 일단 병이 되면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게 되며 그 영향이 개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가족이나 사회에까지 그 영향이 파급된다.
<정신질환의 1년 유병율 및 추정환자수>
(단위 : %,천명)
구 분
남 자
여 자
전 체
유병율
환자수
유병율
환자수
유병율
환자수
◦정신질환(알코올제외)
4.1
674
12.9
2,052
8.4
2,726
- 불안장애
2.8
451
9.5
1,525
6.1
1,976
- 기분장애
0.9
149
3.6
568
2.2
717
- 정신병적 장애
0.3
59
0.7
118
0.5
176
◦알코올사용장애
11.0
1,800
2.6
413
6.8
2,212
또한 정신장애가 가져오는 문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만성화
정신질환의 가장 큰 문제는 만성화라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일단 발병이 되면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없이는 치료 후에도 증상이 잔존하고 잦은 재발로 입∙퇴원을 반복하게 된다. 실제로 1994년 정신보건정책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퇴원 후 정신분열증환자는 상당한 입원치료에도 불구하고 40%의 환자가 1년 이내에 그리고 75%는 퇴원 후 5년 이내에 재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신질환자는 사회적 기능을 상실하고 퇴행하게 되며 이로 인해 사회에 복귀하는데 상당한 장애를 갖게 된다
2) 가족 및 지역사회의 부담
정신질환자들의 가족들은 정신질환자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입.퇴원의 반복으로 경제적인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의 치료가 장기화되면 이 비용부담의 문제는 가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료보호를 받아야할 형편에 처하게 됨으로서 그 책임이 지역사회로 전가되는 예가 흔하다.
3) 재활 및 사회복귀의 기회 박탈
정신질환자들은 장기적인 입원(1회 평균 91.2일)과 잦은 입·퇴원의 반복, 그리고 수용시설에 장기 수용됨으로써 사회와 단절되고 따라서 사회복귀 및 재활의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신질환자들은 퇴원 후에도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고 적응상의 어려움이나 기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단기간 내에 다시 재발하여 병원 및 시설에 입원하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4)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담 증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는 정신질환자를 장기간 수용하고 입원치료를 제공함에 있어 국가 및 지방자치 단체는 시설에 보조금을 교부해야하고 방치된 환자의 수용보호 및 행정 처리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이상과 같이 다양한 문제를 가지는 정신질환자의 잦은 재발에 대한 원인은 투약중단이 22.6%, 가족 간의 문제 20.3%, 사회적 고립감 16.8%, 대인관계기술 부족 9.1%, 경제적 문제 9.1%, 직업문제 8.7%, 장래문제 7.7%(임승희, 1993)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곤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1946년 미국에서는 정신보건법이 제정되어 정신장애인의 인권 문제 뿐 아니라 태어나고 자라온 지역에서의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정책들이 펼치고 있다. 또한 항 정신성 약물의 개발, 그리고 인도주의적 이념, 경제적 이유 등의 등장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보건정책이 수행되고 있다.
또한 정책과정에서의 문제점을 Whitehead의 ‘Action spectrum on inequalities in health'모델로 기술하면,
형평성 문제에 있어서 정신질환자의 문제는 사회의 이슈화가 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즉 Whitehead의 모델에서 2번째 단계인 ‘인지’는 되나 정신질환자의 인권이 사회구성원 다수의 인권(건강권)과의 상충됨으로써 어느 쪽의 인권(건강권)에 대한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은 무시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정신보건법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정신질환자의 인권은 하나의 평등한 권리라기보다는 사회 다수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대상으로서의 인권으로 밖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정신보건법의 대상은 정신보건법이 상정될 때마다 논란이 되었는데, 정신질환자는 정신병, 인격장애, 기타 비 정신병적 정신장애를 가지는 자라고 정의되어 있으며, 입원 및 거주중인 정신질환자가 같은 연령의 정상인과 유사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신보건법의 1차적 대상은 정신질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아가, 정신보건법의 목적이 국민의 정신건강증진인 만큼 그 대상은 전 국민으로 확대될 수 있다. 법에서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고, 그리고 정신질환을 예방하며, 정신질환자의 의료 및 장애극복과 사회복귀 촉진을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정신의료법인 등을 그 책임의 주체로 하고 있다(정신보건법 14조, 15조). 이를 위해 정신병원, 정신보건연구기관, 사회복귀시설의 설치, 운영, 그리고 보건소에서의 정신질환자의 발견, 상담, 진료 및 사회에 복귀한 만성질환자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치료를 위한 정신병원설립은 강제조항(8조)으로 사회복귀를 위한 사회복귀시설은 임의조항(5조)으로 하고 있어 국가의 의무가 명목상의 기술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제도적인 측면
정신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지원할 수 있는 후속 조치의 미비-장애인범주 편입 99년 장애인 복지법 개정에 의해 가능해졌으나, 첫째, 장애인의 범주가 매우 한정적(정신분열병, 주요 기분장애)이어서, 일부 정신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만이 가능. 둘째, 서비스의 양적인 부분으로, 기존의 장애인복지법이 신체장애 위주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범주에 포함되었다고 해서, 실질적인 서비스의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며, 장애인들에 대한 고용지원 경쟁고용이 가능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므로 정신장애1,2급에 해당되는 시설 내 보호 장애인에게는 거의 혜택이 없을 것이고 3급의 경우도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과 직업기능의 부족으로 인해 300인 이상 의무고용업체에 취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 심리사회적 측면
정신장애인의 심리 사회적 재활은 정신장애에 대한 과학적, 인도주의적 이해에 근거하여 장애인의 어려움에 동참하겠다는 지지적 환경을 필수 요소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국립정신병원에서 발표한 편견 바꾸기에서도 잘 나타나 있는 문제들이 장애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립정신병원에서는 1)위험한 사고를 일으킨다 2)격리 수용해야 한다. 3)낫지 않는 병이다. 4)유전된다 5)특별한 사람이 걸리는 병이다 6)이상한 행동만 한다 7)대인관계가 어렵다 8)직장생활을 못한다 9)운전, 운동을 못한다 10)나보다 열등한 사람이다 라는 편견이 문제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운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경제적 측면
2000년도 정부의 정신보건분야 예산은 364억원으로 보건복지부 전체 예산의 0.8%, 정부 전체 예산의 0.04%에 불과하다.
정신장애인 입소시설 1인당 지원액을 보면, 정신요양시설을 1로 했을 때, 부랑인 무료 양로원은 2.2, 치매요양시설은 4.2로 매우 열악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최근에 들어 성 범죄자를 정신질환자에 편입하는 제안이 나오고 있음으로 해서 더욱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는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정책의제라기 보다는 사회에서의 격리 대상으로 밖에는 보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많은 인권단체나, 사회단체가 정신질환자의 인권에 대해 많은 개선점을 표명하고 있기는 하나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정신질환자의 인권에 대한 정책의제는 쉽게 이루어 질수 없으리라 본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미국, 영국, 일본, 대만 등)들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를 위한 많은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재정적 지원을 늘려가고 있는 현재의 추세에 부응하여 우리나라 또한 정신보건법을 제정하고 지역적 정신보건사업과 중앙정신보건사업을 발족/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입원 규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및 인식의 전환이 되지 않는 이상 정신질환자의 인권에 대한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한 재정확보 역시 쉽게 해결되지는 않으리라 생각이 든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을 조사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소수집단(정신질환자, 에이즈환자, 성병환자 등)에 대한 인권도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편견과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들의 인권을 사회이슈화 하여 정책의제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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