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0일 금요일

신촌 이미지한의원 추천책 너와 나의 한의학

솔직히 본1년을 마치는 지금 본1을 마친다는 말을 하기가 두려운게 사실이다. 그만큼 내 학력수준이라는 것이 낮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내 스스로도 인정하는 셈인 것이다. 어쨌거나 정말 마치고 내년엔 본2에 들어서길 기대하며 글을 써 본다.
여러가지 생각과 기대와 부담속에서 지난 3월 본과에 들어섰고, 지금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 버렸는지 눈치챌 겨를도 없이 학년말이 됐다. 이제 곧 기말시험이 닥칠텐데, 어떻게 하지? 걱정하는 만큼만 공부를 해도 평점 2.5는 거뜬히 넘어서 부모님 은혜에 보답할 수 있을텐데. 그래도 이번 학기엔 기대를 해볼만 한게, 이젠 예전처럼 여자때문에 신경쓸 일도 없어졌고 게다가 두달이란 긴 시간동안 내 시간과 마음과 정력을 요구했던 연극이 10월 30일 공연을 끝으로 날 떠나 갔다는 거다. 이번 공연때 애들이 날 보구 제일 많이 웃었는데, 그러구 보면 인기나 명예같은 것은 참 덧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따라 개구리 왕눈이 같은 큰 눈깔을 가진 어떤 여가수가 불렀던 노래처럼 내 인생은 남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과,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는 웃으면서 단을 거둔다는 (성경)구절과, 한 그루의 사과나무에 목숨을 걸겠다던 스피노자의 말을 떠올려 본다. 그런데 나는? 나는 뭐지?
평점미달될까봐 조마조마하는 내가 이 시점에 와서 인생이라는 것을 걸고 넘어져아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사람이 생계만을 걱정하는게 비참한 것처럼 학생이 학점만 가지고 끙끙대는 것도 마찬가지로 비참한 것 같다. 나도 성인이 된지도 몇년됐고, 옛날같으면 결혼해서 아이가 두셋은 됐을텐데, 이렇게 살면 안되겠지.그리고 너무 작은 것에 내 시야를 고정시킨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겠고. 내 나름대로의 비젼을 갖고 싶다. 이 나이에 새삼스레 무슨 비젼이냐는 생각도 들지만 내 인생이 나의 것이고, 앞으로 남은 시간이 날 기다려 준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나도 한번 웃으면서 거두어 볼 줄도 알아야 될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앞뒤가 맞을지 모르겠는데, 사람이 준비하며 산다는 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앞날을 다 알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 어디서 무슨 일을 만나든지 만사형통할수 있는 길이 바로 준비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런 생각한다고 해서 씨마이너스인 내 학점이 에이플러스로 깡충 뛰는 건 결코 아닐테지만 내 비젼을 바라보며,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내 구만리 인생을 위해 지금 준비하면서 살고 싶다. 혹시 내가 믿는 하나님이 나에게 저 소말리아나 이디오피아 같은 어두운 땅으로 평생의료봉사를 보내실지 알 수없는 일이고, 그런데 그러면 난 지금 뭘 준비해야 되냐? 아이스 박스나 몇개 마련해 놓을까? 그러면 지금부터 적금을 넣어야 될텐데. 아니면 라면 서너박스 사서 쟁여 놓을까? 에라, 사발라면 한컵이나 끓여 먹자.

아! 아쉬운...: 장진요
어느덧 1992년도 5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기말고사만 보면 그렇게 희비가 엇갈리던 나의 본1도 끝나게 될것이다. 멋모르고 자나치면서 아무것도 이룬것이 없어 부끄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본1이라는 학년은 예과 1, 2학년동안 선배들의 지도만 받는 입장이다가 이제는 점점 후배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좀더 책임감이 생기는 시기인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번 1년 동안 공부에 치중하기보다는 써클활동에 더 치우친 것 같다. 그리고 이번 보칼공연을 마치고는 작년 재작년과는 약간 감회가 새로왔다. 그것은 아마도 이번 콘서트가 우리 학년에게는 마지막으로 서는 무대였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생활 면에서 말하자면 착실했던 예과 1, 2학년때와 비교해서 강의를 빠지는 횟수가 엄청나게 늘었다.
특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버릇이 생겨 오전강의를 많이 결석하게 되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주로 수업이 끝난 후 밤시간대를 잘못 이용하기 때문아닐까 싶다.
즉, 예과 2학년 때는 수업이 끝나고 써클에서 연습하기 바빴다. 그런데 본1이 되고 활동기수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남게 된 저녁시간대는 낯설고 무료하였다. 그 시간들을 나는 공부나, 어떤 미래지향적인 것들에 쏟기보다는 술이나 노는것에 낭비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된데는 외부적인 요인도 많이 있었으나, 궁극적으로 외부적인 유혹들을 내 스스로 자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년동안 나와 절친한 친구들이 대부분 군에 입대했다. 그들이 군에 가는 것을 보고 '어느덧 내 나이가 그렇게 되었나'하는 것을 느꼈다.
이번 일년동안 학교생활외에 여러 사회생활을 접하면서 '아! 이젠 내가 어른으로서,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자식으로서만이 아닌 하나의 능동적인 개체로서 성장해야 할 시기이구나'하는 생각을 무엇보다 많이 했다.
그러면서 자기주관없이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는 내 자신에 대해 더욱 부끄럽게 여겼다.
생각없이 살고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의 주관을 받쳐줄 수있는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항상 생할에서 생각하고 느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본1년을 마치면서 한가지 아쉬운 문제는 이제 미팅, 소개팅 기회가 적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예과 1, 2학년때도 미팅같은건 별로 해보지 못했고, 더 중요한 사실은 여자하나 번번이 사귀게 보지 못했다는 점이 내가슴을 쓰리게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때 미팅이나 많이 해 보는건데. 후에라도 미팅이나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어도 예과 1, 2학년때의 감정은 아니겠지.
학년이 올라 갈수록 1년이라는 세월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남은 3년동안은 더더욱 빨리 지나갈 것 같다. 옛날에는 내 나이의 남자가 남편, 아버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니, 지금의 같은 또래들이 당시의 청년들보다 정신연령이 낮다고 보아야 할까?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면서 내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가꾸어가야하는 것들중 하나가 바로 친구와의 우정이라 생각한다. 나의 좋은 친구들, 그들로 인해 나의 인격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예과1학년 때의 사진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 변화가 없는 듯한데, 좀 자세히 살펴보면 그래도 괴로웠던 일년의 그림자가 비친다.
미생물, 면역학 시험공부, 써클 콘서트, 친구들과의 여행등으로 고생과 즐거움이 교차했던 본1. 그 시간도 앞으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겠지.
@ff
이제부터라도: 김경수
벌써 11월이 되었다. 시간의 흐름을 쏜살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이나 빨리 지나가 버린 것이다. 일학기에 썼던 '본과생이되면서'란 글의 기억이 그리 오래지 않는데 벌써 '본과 1년을 마치면서'란 제목의 글을 쓴다고 하니 기분이 이상하다. 나의 1년동안의 생활을 뒤돌아보니 그리 자랑스럽지 못하다. 아니 부끄럽다고해야 옳을 것이다.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별로 기억남는게 없으니말이다. 예과 2학년동안은 한의학을 배우기위한 준비과정이라고 할 수있다. 그리고 본과의 과정은 본격적인 한의학을 배우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의 사분의 일이 지났다. 올 한해 동안 많은 과목들을 배웠고 무사히 이수했던 것 같다. 본초학, 원전, 생리학, 경혈학, 의사학등 새로운 분야와 더 심도있게 배우는 분야가 어러가지 있었다. 본초학은 사실 우리를 많이 괴롭힌 과목중 하나다. 시험범위는 항상 누적이되고 배워가는 약물들의 수는 늘기만 하고, '평소에 조금씩만 해놀껄'하고 후회해본 적이 여러번이었다. 하긴 백에 육박하는 수의 약물들을 며칠간의 공부에 맡긴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본초실습같은 경우는 너무나 형식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 작게 조각나버린 약재의 파편들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기란 힘들 것 같았다. 농대처럼 직접 재배할 수 있는 것들을 길러 보여주는 고육이 되었으면 한다. 원전은 내가 가장 많이 빠진 과목중의 하나다. 예1때의 한의학한문, 예2와 본1의 2년 동안의 원전과정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게 후회된다. 방학중에라도 원전실력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거의 대부분의 강의시간들이 일방적인 교수님말씀으로 끝나는데 비해 약리학강의는 토론을 할 수 있고 무언가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의학과 양방의 약리학을 서로 매칭시켜 보려는 노력은 좋은 것 같았다. 생리, 경혈학을 배우면서 한의학을 배우는 이들이 느끼는 딜렘마, 즉 뜬구름을 많이 느껴보았다. 물론 이것은 제대로 학문을 탐구해 내지 못한 이들의 변명이겠지만. 커리문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서 가장 매달렸던 과목은 미생물과 면역학이었다. 조금은 아이러니칼하다. 양방과목을 전부 없앨 수는 없을 테지만 무언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단지 한학년을 올라가기 위해서 미생물과 면역학을 목숨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좀 더 한의학적인 방법으로 양방에 접근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한의학적으로 한의학을 해야한다는 박찬국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자기학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주제에 남의 학문까지 하려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후배들에게만은 무언가 다른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올해는 공중보건의문제로 심각했던 한해이기도 하다. 공중보건의를 쟁취해 내기위한 우리의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가적인 지원이 너무 없는 것 같아 무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전통적인 것을 무시하고 지나쳐 버리는 국가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인식의 변화를 위한 우리의 힘이 필요하다. 나는 우리 앞에 닥친 이런 문제에 너무 소극적이었다.
92년 올 한해는 너무 힘들었다. 건강이라는게 가장 큰 재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주 병치레를 했기때문에 공부에도 상당히 소홀했었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 여러가지 행사, 사건들에 별다른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생활에 변화를 갖고 바쁜 삶을 살아야겠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3년 밖에 남지 않았다.

인내심을 갖자: 장원석
우리 학년의 공부형태는 크게 세가지 형태 나누어 지는 것 같다. 학과 시간표에 맞추어 공부해 나가는 형태와 학과 시간표와 상관없이 자기주관에 따라 공부하는 형태와 공부에는 관심없이 학년을 올라가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있는 형태이다. 결코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한의학에 관심과 애정을 갖지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20년동안 서양의 과학을 공부해 왔고 더구나 주입식교육을 받아온 우리에게는 분명히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한문보다는 영어에 더 익숙한 우리다. 우리가 지금의 현실에서 가장 빨리 한이학이론을 공부할 수 있는 길은 한학을 공부하여 원전을 옛날 선비가 자유로이 읽을 수 있는 것 같은 실력을 기른는 것이다.하지만 우리 학우중에 과연 몇이나 원전에 자신을 갖고 있는가? 물론 나 자신이 원전실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았지만 보통의 한의학도의 입장으로는 원전은 하나의 큰 걸림돌이다. 그렇다고 해석판을 보더라도 문맥상 어색한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어서 번역한 이가 저자의 뜻을 잘 반영하고 있는가하는 점도 난관에 부딪히는 문제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의학서를 모두 우리것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의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이 작업은 배움의 효율성을 높이는 가장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어느 누가 원전을 읽는 것이 국역판을 읽는 것보다 빠르겠는가? 생리병리에 나오는 고루한 언어문자를 모두 현대화시키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본초나 생리를 공부하다 보면 어려운 문자로 기록된 것들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도 과감히 북한처럼 우리의 쉬운말로 고쳐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그 어려운 글자를 우리가 원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그 의미가 희석될 수도 있지만 그 시간의 효율성을 생각해보면 누구도 긍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양방과목 즉 면역학, 미생물 이 두과목은 한의사라는 것보다 의사라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실존체로서 반드시 상식적으로 알아 둘 필요가 있는 과목이다. 하지만 이 과목은 한의사가 알아야 할 부수적인 것이지 소위 이것으로 밥을 먹지는 않는다. 가뜩이나 본초나 의사학이란 중요한 과목들이 학생들을 채찍질하고 있는데 미생물과 면역학이 우리에게 가하는 부담은 너무 큰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면역학은 반드시 공부해볼만한 가치있는 학문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예과학년들에게 양방과목에 대한 이질감과 거부감을 없애달라구 말하고 싶다. 어차피 의사라면 현대속에 살아간다면 서양의학의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자신이 후회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의대 6년의 생활 중에서 거의 반이 흘렀다. 3년이란 세월동안 이루어 놓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때 손에 잡히는 것이 하나도 없기에 허탈해진다.
이제까지 우리는 기초이론과목을 배웠다. 이것은 아직 시작의 단계라는 증거이다. 남은 시간은 3년의 시간이다. 지나간 3년의 세월을 아쉬워 하기보다는 남은 3년의 세월을 희망으로써 맞이하고 싶다. 우리의 한의학을 긴 안목으로 바라보는 인내심을 갖자.
'그림설명'
(원광대학이 자랑하는 대학박물관. 백제권 민속문화자료가 풍부하다.)

댓글 없음: